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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써!(나님한테 하는 말)

군주 플레이어의 영지 전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체인스모커
작품등록일 :
2021.05.13 21:39
최근연재일 :
2021.05.19 11:5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618
추천수 :
30
글자수 :
42,481

작성
21.05.17 11:55
조회
39
추천
2
글자
11쪽

2-5 콜체스터 전투.

DUMMY

*

다그닥! 다그닥!


“생각보다··· 힘드네.”


주변의 풍경들이 휙휙 빠른 속도로 시야에서 멀어져 간다.

균형을 잃을까 괜히 등자의 발가락에도 힘이 들어간다.

수학여행 때 제주도에서 잠시 타보기는 했지만 이런 빠르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말을 탈 수 있는 이유는.

말이 샤이이기 때문이다.


“샤이, 언덕으로!”

“잇히이잉~”


나의 유일한 룸메이트이자, 친구이자, 말동무이자, 버팀목이었던 샤이.

밤마다 하소연을 뱉어도 괜찮다며 잇힝 거리며 웃었고 사람들이 미친놈 취급할 때도 유일하게 알았다며 잇힝 거리며 웃었다.

나도 잘 안다.

말과 대화한다는 게 얼마나 말이 안 된다는 걸.

하지만 6개월간 같이 동고동락하다 보니 우리는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있다.


“샤이, 따라잡히진 않겠지?”

“잇히이잉~”

“뭐?!”

“잇히잉!”

“뭐?!”

“...”


아무튼, 난 샤이라면 믿고 탈 수 있다.

다행히 샤이도 나의 마음과 같은지 부리나케 전장을 빠져나간다.

그때 꼼지락거리는 느낌이 가슴을 타고 전해졌다.

나의 시선은 왕자에게 향했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보는 왕자를 볼 수 있었다.


“누구세요? 외숙부님은요?”

“...외숙부??”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마치 알면 안 되는 판도라 상자를 열어 버린듯한 느낌이다.

그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로.

왕자는 백작을 외숙부라고 한다.

그 말인즉슨 죽은 세 번째 왕비는 백작의 누이라는 소리다.

왜 9살배기 왕자가 이곳에 나타났는지,

왜 이 타이밍에 레니아 왕국과 전쟁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왜 백작이 그렇게 감정적이었는지,

조금씩 머릿속에서 퍼즐들이 맞추어져 간다.

이 전쟁은 단순한 전쟁이 아닌 것 같다.

분명 집안싸움이 깊게 관여된 전쟁이다.

그리고 왕족의 집안싸움은.


‘내전!’


나는 울상이 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 또 똥 밟았네! 이씨.”

“네?!”


순간 왕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물어왔다.

일부러 순진한 척하는 건가? 날 시궁창에 패대기쳐놓고는.

가끔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다.

아는 순간 도매금으로 팔려나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딱 그 경우였다.


‘아놔, 연좌제 몰살각.’


-The man of destiny-

게임 로딩창 화면에 자주 나오던 명언이다.

역시 모든 명언은 그때마다 인용하기 위한 개소리일 뿐인 것 같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 있는지 모른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이렇게 판도라 상자가 열려버리곤 하니까.

단지 놓여있는 환경에서 아등바등 발버둥 칠 뿐.


“기사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왕자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다시 되물어왔다.

나는 울상이 된 표정을 고쳐잡으며 왕자를 보며 거짓된 미소를 보낸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백작님은 저에게 왕자님을 맡기시고 적장의 목을 베로 가셨습니다.”

“괜찮을까요?”

“리오넬 왕국의 전신이라 불리시는 분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응!”

“...”


어린놈이 벌써 이렇게 영악하다.

나를 시궁창으로 패대기쳐놓고는 순진한 척을 해온다.

하지만 그 처세술에 마음이 움직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다부진 표정을 짓고 있지만, 덜덜 몸의 떨림은 가슴을 타고 전해져 오니까.

왕자라곤 하지만 아직 9살배기 꼬맹이일 뿐.


“저기다, 왕자가 저기에 있다!”


그때 뒤쪽으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슬쩍 돌아보니 적의 기병이 쫓아 오고 있었다.

오른쪽 측면을 공략하던 1000여 기의 기마병.

하지만 난 기마병보다 다른 이를 찾고 있었다.


‘백작은?’


기마병보다 중요한 건 백작이다.

백작이 날 따라오는 순간,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다행히 백작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휴우~”


도박 수이긴 했지만, 먹힌 것 같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언덕으로 고삐를 잡아당겼다.

역시 백작도 이곳에서 기사단을 잃는 건 패착이라 생각하나 보다.

정예기사 한 명이 보병 20명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기사단 200기는 적군에게도 상당히 비중 있는 병력이다.

만약 왕자의 신변이 확보되었다고 가장했을 때, 전장의 신이라고 불리는 백작이라면 어떨까?

아니 나라면 어떻게 할까?

‘군주’에서 전신이라 불렸던 나라면.


‘반드시 이 기회를 파고든다.’


지형적 이점을 살릴 수 없는 전면전은 결국 힘 싸움으로 귀결된다.

평범한 병사 1명이 병사 2명을 이길 수 없고 병사 2명이 병사 4명을 이길 수 없다.

또한, 아무리 강한 병사라도 다수를 상대할 순 없다.

그래서 병법은 항상 다수가 소수를 상대하게끔 만드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각개격파, 학익진, 포위 전술, 잘라먹기, 돌격에 의한 진형 붕괴 등등.

모든 전술은 적군의 공격 면적을 줄이고 아군의 공격 면적을 늘리기 위한 숫자 놀음일 뿐이다.

브발러스 또한 진형을 붕괴시킬 목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승기를 잡았다, 생각하고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여기서 받아칠 수만 있다면 갈라치기 전에 먼저 싸 먹을 수가 있다.

이유야 어쨌든 결과적으로 왕자는 훌륭한 미끼 역을 수행한 것이다.

일종의 기만술, 몽고군의 망구다이, 한니발의 모루.

적군은 보기 좋게 미끼를 물어버렸고 이 미끼는 전신의 구미를 당길 수밖에 없다.

나라면 무조건 파고들 테니까.

게다가 내가 왕자를 보호하고 있는 이상 주도권은 나에게 있었다.


“기사님! 저기!”

“...네.”


어느덧 언덕 위에 남아 있는 정예병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들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왕자님을 보호하고 있다! 적은 후방에서 달려오는 기마병 1000여 기! 방진 대형을 꾸려라!”

“왕자님을 보호하라!”

“방진 대형을 꾸려라!”


종놈 한마디에 1000여 명의 정예병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기수에서 깃발을 뺏어오는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단지 깃발을 뺏었을 뿐이지만 군 권력을 다 뺏은 기분이다.

6개월간 종 생활을 해서 그런지 속이 뻥! 뚫려온다.

나는 정예병들을 지나쳐 달렸고 이내 정예병들은 내가 지나온 길을 막으며 굳건한 방진을 구축했다.

곧 적군과 우리 군의 격돌음이 들려왔다.


쿠우우웅!

퍼어어엉!

“우오오!”

“으아아아! 사수해!”


나는 고개를 숙여, 급하게 샤이에게 말했다.


“샤이, 여기서 멈춰!”

“잇히이잉~”


샤이는 급하게 방향을 틀며 마치 드리프트 하듯 먼지를 일으키며 멈춰 섰다.

이내 뿌연 먼지 사이로 기병과 정예병의 피 터지는 광경이 펼쳐진다.

또다시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지만 두려움을 마주 볼 여유는 없다.

나는 주변부터 확인했다.

기마병의 속도가 느려지는 언덕 위.

정예병은 단단해야 할 중앙에, 노예병은 산발적으로 퍼트려 놓았다.

아마 백작이 도주를 위한 경로가 이곳이 맞을 것이다.

기병을 보호하기 위한 포지션.

하지만 이 형태는 역으로 적군을 싸 먹을 때도 이용할 수 있다.


“노예병은 측면에서 공격하라! 아니, 뭐해! 빨리 측면에서 공격하라고!”

“고, 공격하라!”

“우와아아아!!”

“남은 기병은 이 주변에서 왕자님을 보호한다!”

“왕자님을 보호하라!”

“왕자님을 보호하라!!”


나는 빠르게 지시를 내리며 안전부터 확보했다.

드디어 도망갈 퍼즐은 맞추어졌다.

왕자와 함께 있으니 버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밀릴 것 같으면 기병들과 함께 냅다 도망치자!

그때 나의 시선으로 한 무리가 들어왔다.

그리고 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말했는데···”


헥헥 아직도 날 따라, 언덕을 올라오는 그레이종.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어쨌든 절호의 기회다.

기마병들이 가장 약해진다는 멈춰있는 상태.

앞은 단단한 정예병이, 옆은 통로를 막아선 노예병이.

이때 뒤를 치는 건 모루에 망치를 때리는 격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모루와 망치 형태의 섬멸 포위망이 만들어졌다.

난 나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크게 공기를 들여 마시며 있는 힘껏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레이종은 들어라!”

들어라...

들어라...


쩌렁쩌렁, 또다시 나의 목소리가 콜체스터 평원을 강타했다.


“이슈타르께서 우리를 보고 계신다! 모두 기마병 뒤를 공격하라아아!!”

공격하라···.

공격하라···.


우리 진영에서도 오우! 라는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또다시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두둥둥둥--

“으아아아! 이슈타르님께서 보고 계신다아아아!”

“끝나고 보자아아아! 이 새끼야아아아!”

“아후, 이슈타르님만 아니면 저 새끼를!”

퍼어어엉!


뭔가 잡음이 뒤섞인 듯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아무튼, 그레이 노예병은 단 100여 명.

하지만 그 무자비한 돌격은 기병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버린다.

말의 뒷발 차기? 괜한 걱정이었다.

말의 뒷발이 부러지고, 잘려나갈 뿐이다.


“으아아아!”

“살려줘어어!”


잘리고, 썰리고, 찢어지고···.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핏덩어리와 몸 일부분은 하늘을 수놓기 시작한다.

땅은 핏물이 고여 넘쳐흐르고 이제는 시체라고 불릴 수 없는 고깃덩어리로 진흙을 이룬다.

그 광경이 너무나도 참혹해 정신이 나갈 정도로 아찔하지만 적응해야만 한다.

이곳은 서로, 서로를 죽이는 전쟁터니까.

한쪽은 반드시 죽어야만 하는 아비규환의 전쟁터니까.

보기만 해도 속에서 신물이 솟아오르는 전쟁터니까!


“욱!!”


난 급히 입을 틀어막으며 올라오는 공포를 억지로라도 되삼켰다.

하지만 예상외의 곳에서 공포는 쏟아져 내렸다.

전장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왕자를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우웩!”


왕자의 입에서 먼저 공포가 터져 나왔고 나 또한 왕자를 따라 두려움을 토해냈다.


“우웩!”


사이좋게 왕자는 왼쪽, 난 오른쪽.

우리는 계속해서 속에 있는 공포를 게워냈다.

샤이가 무척 화가 난 것 같지만 한번 쏟아진 공포는 멈추질 않는다.

그 순간 전장 한가운데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적장! 나 호워드 백작이 처치했다!”

“우와아아! 호워드 백작께서 적장의 목을 베셨다!”

“우와아! 호워드 백작님이...”


승기의 울림은 삽시간에 여기저기 울려 퍼진다.

마치 썰물이 진 듯 적군은 퇴각하기 시작했다.

기울어진 무게추가 서서히 들어 올려지고 있었다.

전신이라더니 정말 맹장이긴 한가 보다.

기대 이상의 빠르기와 결과다.

그리고 난 간신히 버티던 정신줄이 조금씩 끊어져 가고 있었다.

백작의 기백에 눌렸고 긴장한 채 고래고래 소리를 너무 질렀다.

그리고 차마 볼 수 없는 광경을 진이 빠지도록 목격했고 그 공포만큼이나 속을 게워냈다.

왕자가 소매로 입술을 닦으며, 울먹이며 말해왔다.


“이겼어요! 우리가 이겼어요!”

“...”


그래, 이겼다.

그리고 난 너 때문에 판도라 상자를 열고 말았다.

난 간신히 붙잡고 있던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순간 시야가 파란 하늘로 돌변한다.

그리고 무언가 얼굴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기사님! 거긴, 우웩!”

“왕자님···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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