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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군 님의 서재입니다.

괴인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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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군
작품등록일 :
2023.05.10 10:30
최근연재일 :
2024.05.3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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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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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66화 꿈

DUMMY

신언교의 간부를 찾았을 때 놈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원래는 며칠 뒤에 일어나야 했을 세 번째 시련 '변화'가 일으킨 새로운 이상 현상으로 해안동굴의 입구로 들어온 하급 던전은 이미 하급이라 부를 수 없게 변했다.


거대한 땅덩이가 된 던전의 환경은 거대해진 만큼 2만 이상의 몬스터를 수용하고 있었고, 중급의 몬스터들마저 나타났다.


신언교의 간부가 판 함정에 의해 수많은 몬스터들이 몰려들었지만, 그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멈춰두었던 '육체강화'를 다시 발동하고, 넘치도록 증가 시켜놓은 능력치로 인한 자신감이었다.


지금까지 '육체강화'를 멈춰 두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잡식'을 통해 상승한 능력치 자체는 숨길 수 없지만 기술은 소모되는 마력을 의식적으로 제어하는 것으로 충분히 멈출 수 있기에 한국에 들어선 이후 '육체강화'의 마력을 제어해 여러 효과를 배제했다.


여러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육체강화'에 포함된 '금속피부'가 가장 큰 이유였다.


'육체강화'에 흡수된 다른 기술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특징이 없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금속피부'는 금속을 먹거나 흡수할 때마다 피부의 색이 변해 갔다.


숙련도가 상승하면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는 있지만, 워낙 많은 양을 먹어서 그런지 정상적인 모습이 되려면 시간이 걸릴 듯 했다.


먹고 흡수한 금속들의 색이 뒤섞인 듯한 피부.


한국에 오기 전에는 직접 만들어 입기 시작한 장비와 ‘하급 변장’을 통해 가리고 다녔다.


뛰어난 실력을 보여 이미 알려진 능력자라면 모를까 겨우 하급 던전을 드나드는 ‘무소속’ 능력자가 지부가 있는 지역에서 모습을 숨기고 다니면 수상함을 광고하고 다니는 것과 같다.


특히 육체의 이질적인 모습은 보통 저열한 사이비놈들의 특징 중 하나였기에 '육체강화'의 효과를 억제하는 선택을 했다.


철민 형의 제안을 받고 임시 부대원이 된 것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원래는 사이비놈들의 테러가 시작되면 한 명의 능력자로서 도울 생각이었고, 지금처럼 강룡부대의 사람들과 안면을 트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튜토리얼 때는 알지 못했던 배신자들과 놈들의 계획을 알 수 있을거라고도.


아무튼 종말교와 신언교의 두 간부를 혼자서 쫓던 순간부터 '육체강화'의 발동을 막고 있던 마력의 제어를 풀었고, '잡식'의 효과 상승과 '흡수'를 얻은 이후 쉬지 않고 증가시킨 능력치 덕분에 두 간부의 공격을 가볍게 막을 수 있었다.


물론 사이비놈들 중 가장 유명한 종말교와 신언교의 간부들인 만큼 독특한 기술을 사용했고, 계속해서 몸을 불태우는 화염에 몸이 타들어갔지만 그리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튜토리얼에서의 철민 형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되었고, 기술을 사용한 '작도'라고 불리던 간부를 절벽에 꽂은 채 사지를 뽑아 죽였다.


이미 ‘홀’을 통해 도망칠 길을 막아놓은 상태.


다른 간부는 마법사, 절벽이 무너지며 떨어진 돌덩이를 치우는 것에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종말교 간부의 숨이 끊어졌을 때에서야 해안동굴의 입구를 막은 돌덩이를 치운 신언교의 간부.


던전으로 도망치는 놈의 뒤를 쫓아 들어갔다.


나를 공격하던 마력을 기억했기에 '추적'을 통해 놈을 쫓는 것은 쉬웠다.


몸을 계속해서 불태우는 화염과 살이 타는 냄새, 기척도 숨기지 않고 간부를 쫓는 나에게 몬스터가 몰려들었지만, 그 몬스터를 죽이고 흡수하며 쫓아갔다.


바로 앞에 놈을 둔 순간.


원래는 며칠 뒤에 나타났어야 할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세 번째 시련 '변화'의 새로운 이상 현상이자 튜토리얼에서 하급 던전이었던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


그리고 '포식'을 얻게 된 계기.


튜토리얼 때와는 달리 최하급 던전인 '하수구'는 모두 소멸시켰기에 메시지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다른 것들은 모두 같았다.


갑작스러운 던전의 변화로 인해 쫓고 있던 간부를 놓쳤고, 그제서야 몸의 상태를 점검했다.


계속해서 타들어가고 재생하고 있는 육체.


이미 타버리고 바스러져야 할 바지만이 어째서인지 까맣게 변한 상태로 아슬아슬하게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몸통이 떨어져 나간 채 머리부위만 덩그러니 남은 액막이가 미약한 마력을 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액막이는 점점 마력이 사그라들며 막아내던 화염에 불타 사라지고, 그와 함께 바지도 완전히 바스라져 버린다.


'아귀가방'만이 변화시킨 모습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고, 계속해서 이 상태로 있을 수 없기에 몸을 태우고 있는 화염을 대상으로 ‘흡수’를 사용.


끈질기게 몸을 불태우던 화염은 저항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흡수'에 의해 사라지고 몸의 재생이 시작되었다.


가지고 있던 '하급 재생'에 비해 빠른 회복 속도.


그 모습에 기술을 확인하자 어느새 '중급 재생'으로 바뀐 기술.


기술상승에 따른 소모마력도 커졌지만 그만큼 빨리 몸의 상태가 돌아왔고.


피부도 재생되며 '금속피부' 특유의 기이한 색을 띠기 시작한 몸을 가리기 위해 장비들을 꺼내 착용했다.


다시 '추적'을 발동했으나 던전이 변하며 멀리 떨어진 것인지 근방에서 간부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기에 아주 잠깐의 휴식 후 놈을 찾아 나섰다.


변해버린 던전에서 놈을 찾은 것은 던전에 들어오고 3일이 지났을 시점이었다.


대놓고 모습을 들어내며 놈에게 다가갔고, 그런 나를 발견하고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놈을 바라보았다.


빠르게 죽일 수도 있었지만 좀 더 고통을 주고 싶었다.


그런 행동을 반복하길 2일.


신언교의 간부는 함정을 파고 나를 기다렸다.


종말교가 자주 하는 짓이지만 신언교도 가끔하는 '몬스터 몰이'.


몰려드는 수천마리의 몬스터, 변해버린 던전으로 인해 하급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몬스터인 오크전사들도 섞여 있었지만.


'잡식'과 '흡수'를 얻은 이후로 꾸준히 증가 시켜놓은 능력치, 특히 몽골 지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며 단 하루의 휴식 후 지금까지 잠을 자지 않고 증가시킨 능력치는 상급 던전에 들어가도 될 평균을 넘었다.



[ 종말까지 남은 시간 : 9년

.........

육체 : 2797 (797+2000)

정신 : 3311 (311+1000+2000) ]



'잡식'의 숙련도가 높아지며 증가시킬 수 있는 능력치의 한계가 2천까지 늘어났다.


3천에 가까운 육체와 '절대의지'로 3천을 넘어간 정신.


세계정부에 의해 던전의 등급에 따라 들어가기 위한 최소 능력치는 정해져 있다.


별다른 특이점이 없고 몬스터만을 상대하면 되는 던전은 가장 쉬운 편에 속하며 모든 등급의 던전에 동일하게 인식된다.


그런 중급 던전에 들어가기 위한 근접계열 능력자의 평균 능력치가 육체 1000, 정신 400~600이었고, 상급 던전이 육체 2500, 정신 800~1000이었다.


지금까지의 노력에 의해 성장시킨 순수 능력치와 한계까지 채운 추가 능력치.


물론 순수한 능력치가 아니기에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이지만 지금 당장 저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정도의 능력치가 있기에 종말교와 신언교의 간부들을 상대하며 압도할 수 있었고, 중급 몬스터 중에서는 가장 힘이 강한 오크전사들의 공격도 막아내며 싸울 수 있던 것이다.


거기에 '흡수'를 통해 계속해서 체력과 마력을 회복할 수 있기에 ‘몬스터 몰이’는 나에게 함정이 아니었다.


몰려든 몬스터를 처리하는 나를 보던 놈은 도망쳤고, 몰려온 몬스터를 수시간에 걸쳐 죽이고 흡수한 후 찾은 신언교의 간부는 웃고 있었다.


웃고 있는 것에 비해 기색은 완전히 포기한 이들이나 풍기는 것이었지만.


천천히 놈에게 다가갔다.


내 모습을 본 놈은 웃던 얼굴을 일그러뜨렸고.


거리가 몇걸음 남지 않았을 때.


두 손으로 스스로의 머리를 붙잡고 돌려 버렸다.


- 우드득!


"...."


눈과 입의 위치가 바뀐 채 스스로 죽어버린 놈을 보며 든 생각은 직접 죽이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 뿐.


별다른 감정은 생기지 않았고, 정말로 죽은 것인지 확인했다.


죽음을 확인 후에도 심장을 뽑고 머리를 잘라내 시체를 뭉개버린다.


기술 중에는 '부활'과 같은 기술도 있으니 만약을 위해 부활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신언교의 간부를 처리한 후 '안전지대'를 발동할 장소를 찾아 움직였다.


몇걸음 움직이지 않았을 때.


- 털썩!


갑자기 다리에서 힘이 빠지고.


앞으로 기울어진 몸을 두 팔로 땅을 짚어 버티지만, 몸 전체에서 힘이 빠지고 의식이 흐려진다.


'안..전...지대......'


서서히 사라지는 의식 속에서 겨우 '안전지대'를 발동했을 때 시야가 암전했다.


....


.....!!


.........!!!!


...장!.......대.....!



"대장! 부대장!"


대장과 부대장을 찾는 목소리에 의식이 돌아온다.


목소리를 인식한 순간 떠진 눈.


주변을 둘러보자 주변은 숲과 같은 지형이었고 계속해서 대장과 부대장을 찾는 목소리.


가장 친숙한 스스로의 목소리에 눈을 뜨고 몸을 살피지만 육체는 반투명한 유령과 같은 상태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소리치는 목소리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인 것은 튜토리얼 당시의 내 모습.


찢어진 강룡부대의 복장과 부서진 장비들이 피로 물든 채, 부서진 총기를 들고 다리를 끌며 대장과 철민 형을 소리 높여 찾는다.


신언교 간부의 공격에 적중 당해 멀리 날려 버려졌고, 부상을 입은 상태로 몰려든 몬스터를 뚫고 나온 상태.


그 뒤를 반투명한 육체로 따라가며 멍하니 바라본다.


고통에 찌푸려진 얼굴, 단련하긴 했지만 의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반투명한 육체와 비교하면 너무나 나약해 보이는 육체.


회복기술도 없어 상처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흐른 채로 비틀린 다리로 움직인다.


그런 상태로 계속해서 용미르 대장과 철민 형을 찾아 소리친다.


"현무(玄無)!!!! 여기예요!"


그리고 들려온 대장의 목소리에 더욱 비틀리기 시작하는 다리를 무시한 채 빠르게 소리가 들려온 장소로 향하는 튜토리얼 당시의 ‘나’.


크게 들려온 소리에도 한참을 들려온 방향으로 가야했고, 도착한 장소에 보인 것은 전투의 흔적으로 파괴된 지형들과 그 중앙에 쓰러져 있는 4명.


완전히 짓뭉개진 두 간부의 시체와 신체의 일부가 타버린 상태로 미동도 하지 않는 철민 형과 가슴을 누른 채 죽어가는 용미르 대장.


"아....아..아...대장! 부대장!"


"현무..... 살아있었군요...."


"대장! 말하지 마요! 잠시만요! 포션!"


가방에서 포션을 꺼내 대장의 심장 부위에 붓지만, 반대쪽이 보일 정도로 뚫려버린 가슴은 지부의 포션으로도 상처가 낳지 않았다.


"그건....현무...가 쓰는 게 좋겠....네요."


"대장, 부대장은...."


"철민 부대장은....이미...."


"흑...흑...."


미동 없는 철민 형의 존재에 씁쓸한 표정으로 말하는 대장의 말에 울기 시작하는 튜토리얼의 나.


"울...지....마요, 현무."


"대장...."


"당신은...자랑스러운...강룡부대의.....대원...입니다. 살아...남으세요.....강해지...는...겁니..다....약자..를 수호하고....세상을 지키는...사람이 되세요....현....ㅁ....."


"대장!!!"


울기 시작하는 나에게 살아남아 강해지라며 약자를 수호하고 세상을 지키라는 말을 남기며 대장은 죽었다.


대장마저 죽어버리고 울고 있던 '나'는 무언가를 보았는지 갑자기 철민 형과 용미르 대장의 시체를 끌어 안았다.


그와 동시에 흔들리기 시작하는 던전의 풍경.


'그래. 이때였지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나고 던전이 변한 것은.'


죽은 용미르 대장과 철민 형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자 바로 두 사람의 시체를 품에 안았다.


그때는 충동적으로 한 행동이었고,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신언교 간부를 쫓아 경험한 것처럼 던전이 변화하며 몸에 접촉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 모두 위치가 바뀌었으니까.


그렇게 두 사람의 시신을 품에 안은 채 이동된 곳은 다행히도 몬스터가 전혀 존재하지 않은 장소였다.


튜토리얼의 ‘나’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도 강룡부대에서 배웠던 것들을 행동에 옮겼다.


정상이 아닌 몸을 움직여 정말로 안전한 곳인지 확인하고, '안전지대'를 발동했다.


그리고 용미르 대장과 철민 형의 시신을 시체가방에 수습했다.


이후로는 살아남기 위한 싸움이었다.


'광산'을 벗어난 이후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던 '잡식'을 사용해가며 주변의 것들을 먹고, 몸의 거동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 후로는 몬스터들을 잡아 먹었다.


튜토리얼 때는 최하급인 '하수구'들마저 변화로 인해 합쳐졌기에 하수구의 몬스터를 포함해 많은 몬스터가 돌아다녔고, 오크 전사를 확인했을 때는 절망했다.


당시의 내 능력으로 총기가 없는 상태에서 절대 싸워서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용미르 대장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철저하게 중급 몬스터들을 피해다니며 살아나갔고, '잡식'을 통해 증가한 능력치로 하나씩 유인하여 중급 몬스터들도 잡아나갔다.


아직 몬스터들이 있을 때는 괜찮았다.


몬스터들을 잡아 먹으면 되었으니까.


그러나 보스를 제외한 던전 내의 모든 몬스터를 결국 잡아낸 후에는 입에 넣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먹었다.


보스에 도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보스는 던전의 변화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강해졌고, 여러 몬스터가 뒤섞인 것처럼 변해 있었다.


주무장인 총기는 이미 박살난 지 오래였고, 철민 형의 무기인 몽둥이를 사용하고 있던 나에게는 버거운 상대였다.


그렇지만 보스와 싸움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계속해서 주변의 것들을 먹던 것도 보스가 있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먹어버렸고, 그렇다고 시체가방에 담긴 두 사람의 시신를 먹을 수도 없었기에 보스와 싸워야 했다.


유령과 같은 상태로 지켜본 튜토리얼의 ‘나’는 너무나 약했다.


보스를 상대하기 위해 계획을 세웠음에도 그 계획의 절반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상처 입은 채 도망가고, 상처가 나으면 다시 보스와 싸우는 것을 반복.


가지고 있던 포션과 먹을 것도 사라져 굶주린 상태로 싸우던 당시의 나는 제때 치료하지 않아 비틀린 다리를 미끼로 결국 보스를 죽였다.


죽인 보스에 고개를 처박고 허겁지겁 먹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보스의 피는 독혈이었지만 중독되면서도 계속해서 여러 몬스터들이 섞인 뒤틀린 사체를 먹어 허기를 채웠다.


허기를 채운 후에야 잃어버린 다리에 지혈을 했고, 몽둥이를 지팡이 삼아 '안전지대'를 발동한 장소로 돌아갔다.


안전지대의 구역으로 돌아와 두 사람의 시신이 보관된 시체가방 앞에서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튜토리얼의 '나'.


"대장! 드디어 제가 보스를 죽였어요!"


"부대장! 저 혼자 잡았어요! 이제 저도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겠죠!"


계속해서 두 사람의 시체가방에 대고 말을 걸던 '나'는 어느새 잠들고, 몇일을 보스의 독혈로 앓은 채 있다가 눈을 떴다.


더욱 정상과는 멀어진 모습으로 두 사람의 시체가방을 끌면서 움직인다.


한 쪽 다리와 몽둥이를 지팡이 삼아 움직였기에 느렸지만, 보스를 처치하며 모습이 나타난 던전의 끝인 '벽'을 향해.


무수히 많은 던전이 합쳐졌기 때문인지 일반적으로 보았던 벽이 아니었고, 그 곳에 박힌 코어도 달랐다.


'벽'에는 일반적인 코어보다 빛을 뿜어내는 코어가 기묘한 파장을 뿜으며 박혀 있었다.


코어를 향해 다가가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며, 기억을 떠올린다.


"뭐야! 왜! 다 죽였다! 몬스터를 다 죽였다고!!!!!"


'그래. 클리어가 되지 않았지, 소멸도.'


코어에 손을 뻗은 채 소리치는 '나'.


클리어도 소멸도 되지 않는 코어로 인해 던전의 끝인 '벽'에 기댄 채 소리치다 웃었다.


"하하.....하하.....하하하........"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상처투성이인 얼굴은 웃던 얼굴을 지우고, 안전지대를 발동해 두 사람의 시체가방을 보호한 후 보스 지역으로 움직인다.


아직 남아있는 보스의 시체와 보스 지역의 남은 것들.


불구가 된 몸으로 다시 보스 지역에 도착해 먹어 치운다.


남은 사체부터 보스 지역의 모든 것들을 먹은 후 다시 코어에 손을 뻗지만, 같은 결과만이 나오고 다시 움직인다.


던전 내에 혹시나 남은 것들을 찾아서, 몬스터의 수는 0이지만 그 뒤에 붙은 '?'가 실마리일 수도 있기에.


이 던전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찾아야만 했다.


허기가 지면 그 자리에 앉아 흙을 먹었고, 다시 몽둥이를 지팡이 삼아 움직였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지만, 그렇게 찾아다니던 '?'의 존재를 결국 찾아낸다.


그건 알이었다.


알고 있던 크기보다는 작았지만, 그 알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상급 던전에서 나타나는 몬스터인 드레이크의 알.


흙을 먹고 있던 내 눈에 '벽'과 땅의 미묘한 틈이 보였고, 그곳을 파고 내려가자 발견한 것이 이 알이었다.


드레이크의 알이라는 것을 안 것은 철민 형이 언제나처럼 일을 하던 중 소설을 보면서 중얼거린 말 때문이다.


'나도 용기사 하고 싶다.'


'뭔 용기사에요?'


'용까지는 아니더라도 드레이크를 타고 다니면 멋지지 않을까?'


'그걸 어떻게 길들이려고요.'


'일단 말을 들을 때까지 두들겨 패면 되지 않을까?'


'그러다 테이머들한테 암살당해요.'


'테이머놈들! 지들은 몬스터들을 마구 이용해 먹으면서 말이야. 다른 능력자가 사용하려고 하면 짜증나게 군다니까!'


'됐고. 이 서류나 좀 봐주세요.'


'현무야! 이거 봐! 드레이크의 알이다! 이번에 경매에 나왔다고 하더라! 결국 테이머 놈들이 사겠지만 이거 봐!'


그때 보여주었던 드레이크 알과 찾아낸 알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맥동하고 있는 알에 다가간 '나'는 지팡이로 삼던 몽둥이를 양손으로 든 채 내려찍었다.


- 콰직!


내려찍은 알이 깨졌고 드디어 두 사람을 데리고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기뻐했지만, 상황은 그리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반투명한 몸을 알로 향하자 보인 것은 이미 모습의 대부분을 갖춘 작은 드레이크.


알을 내려찍으며 넘어진 몸을 일으켜 세우던 ‘나’와 동시에 깨진 알을 완전히 부수며 작은 드레이크가 튀어나왔다.


- 키에에에에에엑!!!!!


알을 부수며 포효한 녀석이 눈앞에 존재하는 '나'를 덮쳤다.


머리를 씹어 부수려는 놈의 아가리를 급하게 들어올린 몽둥이로 막아내며 발버둥쳤지만, 작아도 용미르 대장의 키에 맞먹는 크기와 육중한 무게를 정상이 아닌 몸으로 감당하기엔 힘들었다.


비늘로 뒤덮인 육체로 '나'를 짓누른 채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난 주둥이로 머리를 씹어 부수려는 놈을 막아내다, 놈의 목 부분에 시선이 향했다.


아주 선명하게 보이는 거꾸로 돋아난 비늘이 시야에 들어왔고, 한 쪽 팔을 놈의 주둥이에 쑤셔넣고 팔을 씹는 순간 혀를 붙잡으며 '역린'이라 불리는 그곳을 몽둥이로 찔러 넣는다.


완전한 상태로 부화한 게 아니었던 것인지 너무나도 손쉽게 몽둥이가 역린을 통해 놈의 목을 관통했고 잠시 경련하던 놈은 그대로 쓰러졌다.


놈이 쓰러지면서 깔린 '나'는 겨우 놈을 치우고 상태를 점검했으나 놈의 주둥이에 넣은 팔은 그 날카로운 이빨에 넝마가 되어있었다.


그래도 던전현황을 확인하자 사라진 '?'에 지친 몸으로 단단한 녀석의 사체를 먹어치우고, 코어가 있는 장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절망했었지.'


멀쩡한 팔을 코어를 향해 뻗었지만, 돌아온 것은 오류라는 메시지.


희망이 꺾이고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는 튜토리얼의 '나'.


보고 있던 풍경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것이 멈춘 것은 작은 드레이크와의 싸움에서 넝마가 된 팔과 남은 한쪽 다리마저 사라진 기괴한 모습으로 메말라버린 모습이 나타나면서였다.


멍하니 '벽'에 기댄 채 던전의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


- 꾸르르르르.....


허기를 알리는 소리에 그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나'의 눈이 두 사람의 시신이 보관된 시체가방으로 향하지만 앙상해진 남은 팔로 뺨을 후려친다.


- 짝!


"흐..흐....흐....."


남아 있던 다리와 포션이 없어 썩어가던 팔은 이미 먹은 지 오래였다.


뺨을 후려친 팔을 움직인다.


던전에 갇히고 계속해서 반복하던 행동.


앙상해졌지만 아직은 멀쩡한 팔에 어째서인지 정신만은 계속해서 상승해 많아진 마력을 집중하며 '벽'으로 뻗는다.


어떤 변화도 없던 행동이었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아무런 변화도 없던 '벽'은 계속해서 마력을 집중한 팔에 의해 손이 천천히 파고들기 시작했고, 파고든 손가락을 오므려 '벽'을 뜯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뜯어낸 것을 먹었다.


먹고, 먹고 또 먹었다.


그리고 '나'는 눈치챘다.


점점 줄어드는 '벽'의 모습과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코어를.


코어의 빛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벽'을 모두 먹어치웠고 던전의 끝인 '벽'마저 사라져 기괴하게 변한 던전 안에서 두 사람의 시신이 든 시체가방과 ‘나’만이 작은 땅에 덩그러니 존재했다.


벽이 사라지며 떨어진 빛을 잃은 코어.


'나'는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며 빌었다.


"제발 두 사람의 시신만이라도 밖으로 나갈 수 있기를!"


- 콰직!


무수히 많은 던전이 합쳐진 등급도 알 수 없는 코어를 먹고, 그 순간 닥쳐온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이 보인다.


'벽'이 사라지고 기괴한 어둠으로 채워진 던전 안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어둠, 고통으로 몸부림치던 나는 '포식'을 얻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정신을 잃는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던 던전 안에서의 마지막 기억.


흐릿해져가는 풍경과 함께 반투명한 육체도 사라지고 다시 눈이 떠진다.


"...."


몸을 일으킨다.


의식을 잃기 전 발동한 '안전지대'로 인해 몸에 이상은 없었지만, 왠지 몸이 무거워 상태창을 확인하자 의식을 잃기 전까지 증가 시켜놓은 능력치들이 모두 사라진 상태.


대신 순수 능력치가 크게 상승해 있었다.


"꿈...."


튜토리얼 당시의 꿈 혹은 기억.


너무나 나약했던 시절의 꿈이자 괴인이라 불리기 직전의 기억.


'포식'을 얻으며 정신을 잃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의 나는 이미 괴인이라 불리고 있었다.


잃어버렸던 팔과 다리가 멀쩡히 붙은 상태로.


대신 먹어치운 '벽'과 같은 재질과 색으로 온몸이 갑옷을 두른 것처럼 변했지만.


일으킨 몸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 후 시간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종말교 간부의 공격으로 튼튼하던 중급 디바이스가 불타 사라졌다.


던전현황의 입장일을 통해 15일이 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언교 간부의 시체를 처리한 후 10일이나 의식을 잃고 있었던 것.


이미 흘러버린 시간은 어쩔 수 없었기에 '아귀가방'에서 적당한 재료와 도구를 꺼내 식사를 한 후 움직였다.


이 이상하게 변해 버린 던전을 소멸시키고 이제는 일본으로 가야 했다.


12영웅에 버금가는 가능성을 가진 이가 있는 곳으로.



종말까지 남은 시간 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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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전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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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6화 23.08.01 382 15 17쪽
98 95화 23.07.31 388 13 17쪽
97 외전 - 사령왕(死霊王) 23.07.30 384 15 20쪽
96 94화 23.07.29 406 13 20쪽
95 93화 23.07.28 407 13 16쪽
94 92화 +2 23.07.27 400 16 16쪽
93 91화 23.07.26 385 13 18쪽
92 90화 23.07.25 406 13 17쪽
91 89화 23.07.24 387 14 15쪽
90 88화 23.07.23 385 15 14쪽
89 87화 +1 23.07.22 394 12 15쪽
88 86화 23.07.21 380 14 14쪽
87 85화 23.07.20 387 14 14쪽
86 84화 23.07.19 383 14 22쪽
85 83화 23.07.18 378 13 16쪽
84 82화 23.07.17 397 16 14쪽
83 81화 23.07.16 399 16 16쪽
82 80화 23.07.15 402 14 15쪽
81 79화 23.07.14 401 15 18쪽
80 78화 23.07.13 410 14 21쪽
79 77화 23.07.12 415 17 17쪽
78 76화 23.07.11 402 15 18쪽
77 75화 23.07.10 427 14 18쪽
76 74화 23.07.09 425 17 12쪽
75 73화 23.07.08 434 15 12쪽
74 72화 23.07.07 457 14 13쪽
73 71화 23.07.06 444 18 12쪽
72 70화 23.07.05 485 14 18쪽
71 69화 23.07.04 458 16 15쪽
70 68화 +1 23.07.03 469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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