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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맛 님의 서재입니다.

유령 보는 작곡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신맛
작품등록일 :
2019.06.19 19:12
최근연재일 :
2019.07.22 19:0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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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87
추천수 :
723
글자수 :
163,197

작성
19.07.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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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10. 월간 백설기 (2)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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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목표 선택이었다.

확실히 서연의 앨범을 만든 후, 새로운 곡을 만든 적이 없다.

심지어 앨범에 들어간 곡은 모두 이식쿨에서 만든 멜로디를 베이스로 구성한 것.

즉, 온전히 곡 하나를 마지막으로 창작한 건 벌써 반 년 가까이 지난 달리달리 때가 마지막이라는 말이다.

회사 대표가 되고, 집도 사고, 차도 샀다.

지금까지의 성공으로 돈은 무서울 정도로 쌓이고 있었다.

더 이상 물질적으로 욕심을 부릴 구석이 없다는 말이다.

새삼 느꼈다.

이래서 돈이 많은 사람들이 쓸데없이 명품에 환장하고, 비싼 수집품 컬렉션을 만드는구나 싶더라.

하지만 이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네? 저 혼자 싱글 발매요?”

백희가 커진 눈으로 반문했다.

“응. 어떻게 생각해?”

“너무 좋죠!”

그 자리에서 방방 뛰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그녀.

뒤늦게 차렷 자세를 취하더니 90도로 내게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정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백희는 과거 고정으로 출연한 예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이후 조금씩 인지도를 쌓아 나가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수임에도 그녀의 이름으로 발매한 음반이 전혀 없다는 점.

그녀가 기뻐하는 모습에 목표 설정 후 첫 번째 대상으로 그녀를 택한 것이 정말 잘 한 결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떤 곡인가요?”

“응? 그거야 이제 만들어야지.”

“아······, 예.”

한 대 맞았다는 표정이네.

녹음실로 들여보낸 그녀에게 아나, 은령과 함께 한 하이 미와 이번에 서연의 앨범 참여곡인 위드 러브를 차례대로 불러보라고 했다.

“음.”

역시나 혼자 부르니 티가 났다.

그래. SNC에서 그녀가 데뷔조에 들지 못한 이유는 어찌 보면 너무 흔하고 뻔한 이유였다.

바로 특출난 게 없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꾸준히 연습해온 덕에 노래도, 춤도, 심지어 랩도 능숙하게 소화가 가능했지만, 뭔가 하나, 딱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이 없었던 것.

“뭐, 그렇다고 장점이 없는 건 아니지.”

그래. 그녀의 장점은 누가 뭐라 해도 그녀란 사람 그 자체가 가진 매력.

그러니 그런 매력을 뿜어낼 곡을 만들면 된다.


역시 부를 가수를 잘 아는 데다 컨셉까지 잡으니 멜로디가 금방 만들어졌다.

나는 우선 석진이를 찾아가 들려줬다.

“와우! 정말 발랄하고 신나는 멜로디인데요?”

“분위기 알겠지? 트랙 한 번 짜볼래?”

“우후후. 제 전공이 일렉이라지만 부전공이 바로 애니 음악입니다!”

처음 들었다.

하지만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지 확실히 일본 애니메이션에 자주 쓰이는 음악들과 분위기가 닮긴 닮았다.

얘는 탈락.

“안 되겠다. 그냥 내가 만들게.”

“예에? 아니, 왜요?”

“멜로디만으로도 그쪽 분위기가 난다고 생각하는 놈이 트랙을 짜봐라. 정말 일본 애니 OST가 될 거 아니야. 그런 류의 곡이 우리나라에서 먹히디?”

“오렌지 카라멜 모르세요? 먹힌다고요!”

“오렌지 카라멜이라니! 이 곡, 그쪽이랑 분위기가 전혀 다르거든? 정말 너는 탈락.”

“에이······.”

내가 구상하는 곡은 오렌지 카라멜이라기보다 하이 미에서 아나의 색을 뺀 곡이다.

하이 미는 힘을 내자고 스스로에게 파이팅을 불어 넣는 응원송이지만, 아나의 음색에 어울리도록 측은하고 애잔한 구석이 섞여 있었다.

듣는 사람이 ‘그래. 아나야 힘내!’라고 응원하게 만드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곡은 다르다.

그런 상황에서조차 웃으며 더욱 힘을 낼 게 분명한 백희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고 싶었다.

그래서 듣는 사람이 백희를 통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결국 집안 스튜디오에서 며칠 더 작업해서 트랙과 가사까지 내손으로 마무리 지었다.

목표인 한 달 중 일단 일 주일 만에 곡을 완성시키는 데는 성공한 것.

기존의 멜로디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새로 만든 걸 감안하면 정말 빠르고 쉽게 만든 셈이었다.

“와 이거 진짜 보람 있네요.”

- 원래 목표 없이 즐기긴 힘든 법이지. 스코어를 따지지 않는 축구는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재미없지 않겠냐?

확실히 기간을 정해놓고 열심히 달려서 목표를 초기 달성할 것 같으니 성취감이 남달랐다.

나는 아예 백희를 집으로 불러 녹음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왕 지은 스튜디오인데 제대로 써먹고 싶었거든.

그러자 이것들이 떼거리로 찾아왔다.


“대표님! 저희 왔어요!”

“왔어요!”

“와. 집이 정말 좋네요.”

백희가 말도 않고 아나와 은령이까지 달고 온 것이다.

“아나는 그렇다 쳐도 은령이 너, 드라마는?”

“저 마지막 촬영 끝낸 지 열흘이 넘었는데요······.”

헉. 실수했다.

딱 봐도 내가 모르고 있어서 풀이 죽는 모습.

“미, 미안하다. 드라마는 아직 하고 있지? 내가 요즘 곡 만드느라 바빠서 촬영이 일찍 끝난 줄 몰랐네.”

“예. 중간에 목을 매고 자살해서요. 후반부에 귀신으로 등장할 씬도 미리 촬영은 다 해놨어요.”

자살에 유령? 대체 뭐냐, 그 스토리······.

나도 모르게 중원이 형을 돌아봤다.

- 왜 날 봐? 그리고 드라마 의외로 재미있어. 쟤가 연기 폭이 어떨지는 몰라도 우울하고 불쌍하고 당하기만 하는 역은 진짜 잘 소화하더라.

아. 그걸 또 보셨습니까.

그래도 중원이 형하면 배우로써 경력이 제일 길고 탄탄했다.

그런 형이 저런 평을 하는 걸 보면 확실히 은령이가 배우로써 가능성이 있는 모양이네.

녹음은 바로 이어지지 못했다.

얘들이 집 구경한다고 이곳저곳 둘러보며 꺄꺄 거리기 바빴거든.

그러다보니 뜨끔할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와. 여기는 뭐하는 곳이에요?”

가장 먼저 발견한 아나가 내게 물어 왔다.

중원이 형을 위해 업그레이드 해놓은 미디어 룸을 본 것.

참고로 수가 많아져서 그렇지 기본 시스템은 동일했다.

가로 8 * 세로 6 = 총 48개의 모니터.

모니터를 감싼 방음벽.

30개의 셋탑 박스.

8대의 컴퓨터.

유령이 아닌, 장비가 고장날까봐 설치한, 지금도 쌩쌩 돌아가는 에어컨.

그렇기 때문에 정말 괴상해 보이는 방이었다.

나는 이 시스템을 설치하는 기사에게 한 변명을 그대로 해줬다.

“내가 작업하다 안 풀릴 때 영감을 얻기 위해 쓰는 곳이야.”

“헤에.”

“어디? 어디? 뭔데 그래?”

“저도 들어갈래요.”

백희와 은령이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나는 어쩔 수 없이 문에서 비켜섰다.

“와. 대표님, 이게 다 뭐에요?”

“그러니까 영감을 얻기 위한 방이라니까.”

“TV 방송 같은 거 보면서 영감을 얻으시는 거에요?”

보이지는 않지만 방음벽을 통해 소리는 나오고 있었기에 눈치 채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

백희는 그냥 그렇게 납득한 모양.

그런데 은령이가 예리했다.

방음벽 이곳저곳을 건드리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왔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보는 거예요? 다 막혀 있어요.”

응. 문 없어. 벽을 막 통과하는 유령을 위한 거니 있을 턱이 있겠니.

그러더니 이번에는 방음벽 쪽으로 귀를 기울이며 연달아 묻는다.

“그리고 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거 같은데 이거 한꺼번에 보시는 거예요?”

아니. 유령이라 리모컨 조작을 못해서 어쩔 수 없었어.

물론 그렇게 변명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정말 순간 식은땀이 났다.

-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냐? 신비주의 몰라? 그냥 비밀이라고 해.

남 얘기도 아니고 누구 때문인데 저리 쉽게 말하다니!

······하지만 정말 딱히 뭐라 설명할 길이 없었다.

“비, 비밀이야.”

“으음······.”

아나와 백희는 상관없다는 표정인데 은령이는 끝까지 미심쩍어하는 얼굴이다.

“자자. 이제 일 하러 가자. 녹음하러 온 거잖아?”


“대표님, 저희도 같이 들어가도 될까요?”

“······어. 대신 조용히 있어야하는 건 알지?”

“네!”

백희가 녹음실로 들어가는데 굳이 은령과 아나가 따라 들어갔다.

- 요것들 수상한데······.

저는 이미 눈치 깠습니다.

역시나 인트로에서 영어 랩이 시작되기 직전, 갑자기 백희가 마이크에서 물러나고 아나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It doesn’t matter what we do! As long as I’m with you!”

조지아 주도 아닌, 동유럽의 조지아 사람이면서 영어는 완전 본토 발음.

역시 발음을 제대로 굴리니 간지가 제대로 나는구나.

“의심하지 말라구! 우린 너를 위한 돌파구!”

이후 브릿지를 은령이가 넘겨받는다.

“별일 아냐! 웃는 거야! 눈으로 무지개를 그려!”

사비에서 백희가 나서고 아나와 은령이 화음을 넣는다.

내가 고심해서 백희에게 맞춰 만든 곡.

그러니 저 셋이 부르면 내가 생각한 베스트 이하여야 한다.

“허. 그거 참······.”

하지만 내 눈앞에 보인 건 3명의 백희.

아나야 백희 껌딱지니 그럴 수 있다지만 은령이조차 완전히 백희화가 되어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그녀가 언제 저렇게 밝고 씩씩하게 변했을까?

- 보기 좋게 설득시켜버리는군.

“그러게요.”

결국 ANA, 백희, 은령의 이름으로 싱글 음원 발매를 결정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좀 다른 문제.

“니들 연습 제대로 안 했지? 아나랑 은령이는 음정, 박자 틀린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야.”

중간에 자기들끼리 계획을 변경하는 바람에 은령과 아나는 연습량이 부족한 티가 여실히 드러났다.

결국 녹음 작업은 오늘 안에 끝내지 못하고 다음 날도 애들이 우리 집을 방문하고 나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별 고민 없이 정 팀장님께 모든 걸 넘겨버렸다.

단, 발매 날짜만 특정해서.

물론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음원 발매는 내가 목표로 한 날로부터 한 달 후로 잡았다.

“그런데 굳이 날짜를 특정한 이유가 있나요?”

“앞으로 매달 20일에 맞춰서 음원을 하나 씩 발매하려고요.”

“그게 무슨······”

정 팀장님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시는 모양.

“그냥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세운 목표 같은 겁니다.”

“흐음······. 뭐,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맞춰서 준비하죠.”

나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가려는 그녀를 급하게 잡았다.

“그보다 팀장님, 이 참에 셋을 팀으로 만드는 건 어떨까요?”

“어, 멤버를 몇 명 추가해서 걸그룹으로 만들 생각 아니셨어요?”

“예. 메보감이 없었으니까요.”

하이 미 당시 셋이 나설 때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고음역대를 소화할 메인 보컬의 부재였다.

AOG에서 서연과 같은 역할을 할 사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얘기가 달라졌다.

“하지만 아나가 트레이닝을 받으며 실력이 많이 좋아졌지 않습니까? 뭐, 그렇다고 음역대를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소한 팀을 구성하기에는 충분한 실력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은령이 역시 노래와 랩은 평범했지만 얼굴이 무기인데다 연기까지 시작했으니 팀이 인지도를 쌓아 나가는 데 도움이 되리라.

전반적으로 잘난 것도 없지만 특별히 못난 것도 없는 백희가 중간 중간 잘 채워 준다면 팀의 밸런스는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팀?p이 좋지 않은가?

“저야 매니저 출신이라 그런 부분은 잘 모르니까요. 대표님 생각에 따를게요.”

역시 믿을 만한 사람이다.

중원이 형이 아는 걸 안다고 말하는 것보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거야 말로 진정한 앎이라고 했다.

아니, 공자가 한 말이랬나?

아무튼 그렇게 미루고 미루던 우리 회사 3인방의 그룹화가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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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10. 월간 백설기 (2) +2 19.07.22 581 24 12쪽
29 EP10. 월간 백설기 (1) +2 19.07.20 725 22 12쪽
28 EP9. Voyager (3) +1 19.07.19 708 22 12쪽
27 EP9. Voyager (2) +2 19.07.18 739 19 13쪽
26 EP9. Voyager (1) +2 19.07.17 791 22 12쪽
25 EP8. 내가 제일 잘 나가 (3) 19.07.16 805 22 12쪽
24 EP8. 내가 제일 잘 나가 (2) 19.07.15 834 21 12쪽
23 EP8. 내가 제일 잘 나가 (1) 19.07.13 956 21 13쪽
22 EP7. 세상은 요지경 (3) 19.07.12 934 25 12쪽
21 EP7. 세상은 요지경 (2) 19.07.11 1,006 16 13쪽
20 EP7. 세상은 요지경 (1) 19.07.10 1,134 21 12쪽
19 EP6. Break Away (3) 19.07.09 1,149 28 12쪽
18 EP6. Break Away (2) +2 19.07.08 1,187 23 13쪽
17 EP6. Break Away (1) 19.07.06 1,215 24 10쪽
16 EP5. 민물장어의 꿈 (3) 19.07.05 1,224 24 12쪽
15 EP5. 민물장어의 꿈 (2) +4 19.07.04 1,246 24 13쪽
14 EP5. 민물장어의 꿈 (1) 19.07.03 1,288 24 12쪽
13 EP4.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3) 19.07.02 1,306 25 12쪽
12 EP4.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2) 19.07.01 1,337 25 14쪽
11 EP4.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1) 19.06.29 1,379 24 10쪽
10 EP3. 야생화 (3) +2 19.06.28 1,439 26 13쪽
9 EP3. 야생화 (2) 19.06.27 1,443 21 12쪽
8 EP3. 야생화 (1) +2 19.06.26 1,544 21 13쪽
7 EP2. 좋은 날 (3) +1 19.06.24 1,572 28 13쪽
6 EP2. 좋은 날 (2) +2 19.06.23 1,660 28 14쪽
5 EP2. 좋은 날 (1) +2 19.06.22 1,789 27 14쪽
4 EP1. 어쩌다 마주친 그대 (3) 19.06.21 1,844 27 11쪽
3 EP1. 어쩌다 마주친 그대 (2) +1 19.06.20 1,972 24 13쪽
2 EP1. 어쩌다 마주친 그대 (1) +2 19.06.19 2,540 34 13쪽
1 프롤로그 +1 19.06.19 2,724 3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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