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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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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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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94
추천수 :
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5.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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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12쪽

새로운 국장

DUMMY

세로는 동그란 눈으로 류신을 봤다.


“시, 신을······ 죽인다구요?”


세로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뭐랬어. 후회할 거라고 했잖아.”

“이유가 뭐죠?”

“이유? 당연하잖아. 이 세상에는 신이 필요 없으니까.”

“말도 안 돼요.”

“신은 늘 문제만 일으켜. 괜히 손대서 망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하지만······ 세상은 신이 만들었어요.”

“그래. 그러니까 한 번 만들고 나면 손 떼는 게 맞아. 괜히 자꾸 건드리고 만지고 하니까 더 망가지는 거야.”


류신은 퉁명스러웠다.


“이해가 안 돼요. 신을 죽이려 한다니. 그게 가능하기는 해요?”


세로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


“가능하냐고? 몰라. 만나보면 알겠지. 죽일 수 있는지······ 아니면 나 혼자만의 객기인지······.”


류신은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도 모른다. 자신이 신을 죽일 수 있는지 없는지를. 신의 힘을 받았다고는 해도 과연 모든 힘을 넘겨준 것일지, 아니면 자신의 힘을 준다고 하면서 일부만 준 것인지는 신만 아니까.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신도 죽이는 신의 질병. 그 병에 레인이 걸렸다. 그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면, 어쩌면 신도 그 병에 걸리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류신은 머리를 거세게 흔들었다.


“젠장. 찌질하네.”


류신은 혼잣말을 하며 돌아섰다.

이제 바벨탑은 볼 만큼 봤다. 바벨탑이 세상에 준 선물은 그저 모든 종족과 모든 인류의 말을 통하게 해준 것 말고는 없다고 류신은 생각했다.

류신은 다짐했다. 신도 죽이고 탑도 무너트린다고.


***


이른 아침.

눈 밑으로 다크서클이 잔뜩 내려온 채 남태현 부국장이 관리국으로 들어섰다.


“어! 부국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늘따라 엄청 피곤해 보이십니다.”


어딘지 급하게 뛰어가던 관리국 요원 한 명이 남태현을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잠을 못 자서.”


말 그대로 잠을 못 잤다.

어제 사이클롭스와의 전투를 치렀다. 그리고 겨우 돌아와 잠을 자는데 연락을 받고 암시장에 갔다가 세계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거기서 멜렉을······ 아니 레인을 만났고, 요르문간드도 만났다.

사이클롭스의 코어를 얻었고, 집에 가서 다시 잠을 자려고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 결국 밤을 꼬박 새운 그였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어수선해?”


남태현은 관리국 내부에 무언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느꼈다.


“아! 그게 국장님이랑 관리부장님이 행방불명되셨습니다.”

“뭐?”


남태현 부국장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물론 놀란 이유는 둘의 행방불명 때문이 아니다. 자신이 연관된 사건이기에 놀란 것이다. 하지만 요원은 그런 남태현의 사정은 전혀 알지 못했다.


“아직 두 분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치 추적 센서가 도시 밖에서 작동하고 있어 현재 팀을 꾸리고 있습니다.”

“그, 그래?”


왠지 조금 불안해지는 남태현이었다.

만약 그 둘이 살아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자신의 짓이라고, 류신이라는 자가 저지른 짓이라고 실토해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때 황미연이 나타났다. 그녀도 남태현과 같이 다크서클이 눈 밑으로 짙게 내려와 있었다. 똑같이 잠을 설친 모양이다.


“왜들 이렇게 어수선해?”


요원은 황미연에게도 윤동성 국장의 실종 상황을 설명해줬다. 그리고 그녀도 남태현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언제 출발하지?”

“30분 후 출발 예정입니다.”

“그러면 우리도 같이······”

“어! 안 됩니다.”


남태현과 황미연이 팀에 합류하려 했다. 하지만 요원은 거절했다. 그것도 단칼에.


“부국장인 내가 합류한다는 데 문제가 있나?”

“그게 아니라······ 아직 연락 못 받으셨군요.”

“연락?”

“네. 지금 장관님이 와 계십니다.”

“장관님이?”


관리국과 귀환자, 이종족들을 총괄하는 귀환관리부가 정부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의 장관이 지금 관리국에 와 있다는 것이다.


“지금 국장님 방에 계십니다. 부국장님 오시면 제일 먼저 들르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남태현은 슬쩍 황미연을 봤다. 그녀는 어느새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요원은 그녀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황 부대장님도 함께 오시랍니다.”

“나? 나는 왜?”


뒤로 슬금슬금 도망치려던 황미연의 걸음이 멈췄다.

그녀를 보며 남태현이 빙긋 웃었다. 나 혼자 당할 수 없다는 미소였다. 하지만 이내 둘은 세상을 전부 잃은 표정으로 국장실로 향했다.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복도를 걸어 국장실 앞으로 가니 장관의 개인 경호원 둘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귀환자. 게다가 꽤 실력자였다.

그 둘은 남태현과 황미연을 보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하- 장관님 만나러 왔습니다. 남태현 부국장입니다.”

“황미연 부대장이구요.”

“잠시 검사 좀 하겠습니다.”


신원을 이야기해도 경호원은 철저했다.

그들은 감지 마법을 사용하는 듯 남태현과 황미연을 살폈다. 그러던 한 명의 눈이 놀라며 동그래졌다.

순식간이었다. 그가 품에서 짧은 단검을 꺼내 남태현의 목에 겨눴다.

하지만 동시에 황미연의 기운이 경호원의 팔과 목, 몸을 감쌌다.

황미연과 경호원 한 명의 힘 대결이 이루어지고 있는 와중에 남태현은 태연했다. 남은 경호원 한 명도 남태현을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왜들 이러지? 우리가 뭐 잘못했나?”


남태현이 물었다.


“엄청난 에너지원이 감지되는데 뭐지?”


경호원이 경계 태세를 풀지 않은 채 물었다.


“아! 이거?”


그제야 남태현은 안주머니에 들어있는 코어가 떠올랐다. 사이클롭스의 코어라면 이들이 긴장할 만도 했다. 도시 하나의 5년 에너지를 책임질 코어인데 오히려 놀라지 않으면 이상하지.


“보여줄게.”


남태현이 안주머니로 손을 집어넣었다.


“멈춰!”


하지만 경호원은 잔뜩 경계한 채 손에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경호원의 양손에 빛이 모여들더니 날카로운 검의 형태가 되었다.

물론 커다란 검은 아니다. 50센티 정도의 길이였지만 그것은 분명 빛의 검이었다.

모든 물건에 검기를 맺어 사용할 수 있다는 능력, 게다가 무엇이든 자를 수 있다는 날카로움까지.

남태현은 신기한 듯 경호원의 손을 바라봤다.


“와! 빛의 검이네. 그걸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보는 건 오랜만이야.”

“알아보는군. 그렇다는 건 이게 그만큼 위력적이라는 것도 알겠지? 주머니에서 손 빼!”

“맞아. 위력적이지. 그걸로 마족의 머리를 벤 적이 있으니까.”

“뭐?”


주머니에 들어있지 않은 남태현의 다른 손에서 검기가 하얗게 맺히기 시작했다.

경호원의 검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크기나 밀도에서 월등히 앞서는 빛의 검이었다.

경호원의 눈동자가 커졌다. 자신이 상대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때 쿵 소리가 들리며 황미연에게 붙잡혔던 경호원이 의식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제 혼자 남은 경호원이 경계하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물론 손에 빛의 검은 그대로였다.

그나마 전의를 상실하지 않고 맞서려고 하는 것이 남태현의 눈에는 대견스러워 보였다.

그 순간 국장실의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뭐 하는 짓들이야?”

“네?”


놀란 경호원이 재빨리 검기를 거두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방 안에서 문을 열고 나온 것은 귀환관리부 장관인 강윤이었다.

날카로운 인상의 그가 복도를 한 번 훑어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너무 손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들어와.”

“네!”


강윤의 명령에 남태현과 황미연이 안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혔다.

잔뜩 얼어 있던 경호원은 긴장이 풀리며 바닥에 쓰러진 동료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의식을 잃기만 했을 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한편 방 안으로 들어간 남태현과 황미연은 깜짝 놀랐다.

서류며 온갖 자료들이 방안 가득 펼쳐져 있었다. 그저 이곳에서 기다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경호원 일은 미안하네. 잘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 거야.”

“경호원 바꾸셔야겠습니다. 실력이 영······”


남태현이 비꼬듯이 말했다.


“그래? 그럼 너희들이 할래?”

“아뇨.”

“싫습니다.”


강윤의 물음에 남태현과 황미연은 동시에 거부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강윤이 피식 웃었다. 어차피 기대도 안 했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 궁금한 모양이군. 그렇지?”


강윤이 남태현과 황미연을 보며 물었다.


“네. 솔직히 궁금합니다.”

“저도요.”

“그럼 말해주지. 윤동성 국장이 실종 상태야. 어제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고. 그리고 그의 위치 신호는 서울 외곽에서 잡혔어. 몬스터들의 구역이지. 그와 동시에 한상철 관리국장도 마찬가지야. 둘이 같이 있는 것 같아.”

“······”

“여기에 대해서 아는 거 있나?”


강윤의 물음에 남태현과 황미연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동시에 대답했다.


“아뇨.”

“아니요.”


그 모습에 강윤은 크게 웃고 말았다.


“크하하하! 자네들은 어째 변함이 없이 한결같나? 너무 속이 빤히 보이잖아.”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이 서류가 뭔지 알아?”


강윤이 윤동성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를 집어 들어 남태현에게 내밀었다.

서류의 내용은 부국장 교체에 관한 내용이었다. 남태현 부국장을 경질하고 한상철 관리부장을 그 자리에 앉힌다는 내용, 게다가 황미연의 경질도 함께 언급되어 있었다.

처음 보는 내용이 맞다. 하지만 남태현은 태연했다. 어제 류신이 알려준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놀라지 않는군.”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렇군. 그러면 자네들의 동기는 마련됐어.”

“동기요?”

“그래. 윤동성과 한상철을 제거할 동기. 그런데 문제는 방법이야. 자네들에게는 그들을 그 장소로 보낼 방법이 없거든. 그럴 시간도 없고.”


남태현과 황미연은 입을 다물었다.

강윤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현장으로 수색팀을 보낼 거야. 하지만 구출팀이 아니라 수색팀이야. 살아있을 확률은······ 10% 미만일 거야. 윤동성이야 아무 능력 없는 일반인이고, 한상철이 귀환자라고 해도 실력은 중하급이니까 오래 버티지도 못할 거야.”

“······”

“그리고 여기 와서 찾아보니까 윤 국장 이 친구······ 이곳저곳에서 많이도 해 먹었더군. 꼼꼼하게도 해 먹었어.”


그러고 보니 윤동성이 애지중지하는 금고가 열려 있었고, 그 안에 장부가 밖에 나와 있었다.

금고는 열려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찢어져 있었다. 누구 짓인지 너무 뻔했다. 강윤 장관이 직접 한 것이다.


“윤동성이 행여 살아서 돌아온다고 해도 이 문제로 인해서 국장 자리는 내놔야 할 거야. 아마도 감옥에 가게 되겠지. 그래서 말이야 국장 자리를 공석으로 둘 수는 없잖아.”

“······”

“그 자리를 자네 둘에게 맡길 거야. 국장에 남태현. 그리고 부국장에 황미연.”

“네?”

“갑자기요?”


남태현과 황미연은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국장과 부국장 자리를 결정해도 되는 걸까 싶었다.


“갑자기가 아냐. 한 시간이나 심사숙고했는걸. 사무실은 정리되면 사용하는 걸로 하고, 국장 업무는 오늘부터 시작이야. 그렇게 알아.”

“그렇게 막 결정해도 되는 겁니까?”


남태현은 의아했다. 관리국 국장 자리는 중요한 자리다. 관리국은 귀환관리부 소속의 가장 핵심 기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결정한 거야. 장관이 결정한 건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


강윤이 다가와 남태현과 황미연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앞으로 잘 부탁해. 그리고 비밀은 많으면 지키기 어려워. 어떤 비밀은 공유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지. 지키기 힘든 비밀이 생기면 말해. 힘닿는 데까지 지켜줄 테니까.”


강윤은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고는 방을 나갔다.

남태현과 황미연은 윤동성 국장의 방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사무실 정리를 위해 직원들이 들어서고 나서야 밖으로 나왔다.


어이가 없었다.

류신이 새로운 국장이 되면 어떻겠냐고 했었고, 그때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루 만에 현실이 되었다.

새로운 국장의 취임은 관리국에 금세 퍼졌다. 그렇게 남태현은 새로운 관리국의 국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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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귀환자는 신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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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기회를 주마 23.05.28 1,318 16 13쪽
25 류테크 23.05.27 1,324 18 13쪽
» 새로운 국장 23.05.26 1,423 20 12쪽
23 바벨탑의 봉인 +1 23.05.25 1,402 22 13쪽
22 암시장 23.05.24 1,546 20 13쪽
21 신을 만나야 하는 이유 23.05.23 1,877 22 13쪽
20 세상의 중심 +1 23.05.22 1,749 22 12쪽
19 먹어도 돼 +1 23.05.21 1,755 24 12쪽
18 떼어내 줄게 23.05.20 1,778 20 13쪽
17 여긴 내 구역이야l 23.05.19 1,796 25 12쪽
16 죽음을 내릴 존재 +1 23.05.18 1,832 26 12쪽
15 내가 데려간다 23.05.17 1,913 24 13쪽
14 간보지 마 23.05.16 2,066 27 13쪽
13 쇼고스 +1 23.05.15 2,266 37 13쪽
12 삼자대면 +1 23.05.14 2,433 35 12쪽
11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4 23.05.13 2,455 37 12쪽
10 세계수는 내가 갖는다 23.05.12 2,499 35 12쪽
9 내 집에서 다 꺼져 23.05.12 2,530 36 12쪽
8 여기가 집이다 +1 23.05.11 2,631 35 13쪽
7 왜 여기에? 23.05.11 2,616 40 12쪽
6 사막 한가운데(2) 23.05.10 2,681 35 11쪽
5 사막 한가운데(1) 23.05.10 2,822 36 13쪽
4 마지막 귀환자 +1 23.05.10 3,031 47 13쪽
3 변해버린 지구 23.05.10 3,574 40 14쪽
2 여기가 집이라고? +2 23.05.10 4,038 47 13쪽
1 프롤로그 +2 23.05.10 4,901 5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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