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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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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121,035
추천수 :
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5.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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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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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11쪽

사막 한가운데(2)

DUMMY

발밑의 모래가 소용돌이치며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덩달아 류신의 몸도 모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모래가 모두 아래로 쏟아진 후 그곳에는 거대한 동굴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동굴이 아닌 입이었다. 바로 사막을 지배하는 몬스터인 샌드웜(sandworm)이었다.


끄으으으으르르르르르르-


흉내 내기도 어려운 소리를 내뿜으며 커다랗게 벌린 입으로 무작정 모든 것을 삼키는 무식한 포식자였다. 벌어진 입의 지름이 못해도 10미터가 넘을 정도니 말이다.

결국 류신도 모래와 함께 거대한 샌드웜의 입 안으로 삼켜지고 말았다.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 샌드웜은 입을 닫은 후 모래 속으로 서서히 사라졌다.


샌드웜이 사막의 포식자인 이유는 간단했다. 모든 것을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그것이 소화를 시킬 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움직이는 모든 것은 삼킨다. 그리고 나중에 뱃속에서 소화를 시도하다 실패한 것을 다시 몸 밖으로 배출한다. 그렇게 사막의 군데군데에는 비행기, 탱크, 자동차 등 샌드웜에게 당한 피해의 흔적들이 흩어져 있다.

그런 샌드웜이 지금 류신을 삼켜버린 것이다.

조금 전까지 사막 위에 서 있던 류신은 사라졌다. 그리고 몇 초 정도 흘렀을까.


푸학!


거대한 샌드웜의 몸체가 모래를 뚫고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마치 거대한 고래가 바다 위로 몸을 솟구치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크기는 고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컸다. 몸길이만 거의 70미터는 족히 넘어 보일 정도였다.

그런 거대한 덩치가 허공으로 솟구친 후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샌드웜은 모래 속으로 다시 파고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바닥에 누워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샌드웜의 몸이 점점 부풀어 올랐다. 마치 풍선에 바람을 넣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한계에 다다른 샌드웜의 몸이 터지고 말았다.


펑!


마치 샌드웜의 뱃속에서 폭탄이라도 터진 듯 구멍이 났다. 갈색의 역겨운 체액과 몸체의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부들부들 떨던 샌드웜의 떨림도 생명이 끝나면서 멈췄다.


구멍난 샌드웜의 몸에서 류신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세상 귀찮은 표정으로 옷에 묻은 체액들과 샌드웜의 살점들을 손으로 툭툭 털어냈다.


“젠장. 옷 이거 하나뿐인데.”


손에 묻은 샌드웜의 체액을 바지에 대충 닦은 류신은 앞으로 걸었다.

샌드웜의 사체가 서서히 모래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샌드웜은 사막에서 최고의 포식자이지만 죽어버린 샌드웜은 또 다른 포식자의 먹이가 될 뿐이다.

생명이란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 먹고 먹히는 관계로. 그것이 성장과 유지를 위한 거대한 톱니바퀴가 되어 돌아가는 것이다.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조금 걷다 보니 다시 모래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멀리 보니 새로운 샌드웜이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샌드웜은 생긴 것과는 달리 신비한 존재다.

개체 수가 많지는 않다. 그만큼 거대하기도 하고, 강하기도 해 많은 개체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고비사막 정도의 크기라면 전부 다 해야 채 1000마리도 안 될 것이다.

1000마리가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크기의 여섯 배나 되는 고비 사막 전체에 그 정도의 개체 수라면 결코 많은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샌드웜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샌드웜은 같은 개체의 죽음을 인지한다.

지금 달려오는 샌드웜도 방금 류신이 죽인 개체의 죽음을 인지하고 달려오는 것이다. 곧 주변의 샌드웜들이 모두 모일 것이다. 그리고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할 것이다.


샌드웜을 그저 사막에 사는 거대한 벌레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샌드웜은 이세계에서도 오랜 세월을 버텨온 종이며, 오랜 세월을 성장해온 종이다.

그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것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뿐.


류신은 선 채 샌드웜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한 마리를 이미 죽였다. 또 죽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샌드웜이라는 종 자체를 존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참기 힘은 냄새의 체액을 다시 뒤집어쓰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류신이 서 있는 자리로 샌드웜이 빠르게 다가왔다. 사방으로 모래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모습은 마치 물살을 빠르게 가르고 달려오는 범고래를 연상시켰다.


푸학!


모래를 박차며 거대한 샌드웜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가 다시 모래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번 녀석은 조금 전 류신이 해치운 놈보다 더 컸다. 몸길이는 거의 100미터에 육박할 정도였다.


류신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샌드웜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주변은 달려드는 샌드웜 말고는 조용했다. 지금 이 자리에 끼어들 정도로 멍청한 생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곧 죽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샌드웜의 속도가 류신에 가까워지자 속도가 느려졌다.

류신이 천천히 샌드웜을 향해 손을 뻗어 손바닥을 펼쳤다.

샌드웜은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다가왔다. 그렇게 다가오던 샌드웜은 계속 속도를 늦추더니 류신의 바로 앞에서 멈췄다.

그렇게 손을 뻗은 류신과 거대한 샌드웜이 마주 보며 대치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있던 샌드웜이 서서히 입을 닫았다. 가까이 왔다고 해도 아직 류신과는 거리가 꽤 있었다. 그 거리를 샌드웜이 천천히 좁혔다.

이제는 정말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까지 다가와 멈춰선 샌드웜.

분노가 원인인지는 모르지만 샌드웜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떨림이 잦아들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류신이 손을 뻗어 샌드웜의 머리를 만졌다.

입을 다물고 있는 샌드웜의 머리에는 눈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었다. 그저 매끌매끌한 피부에 촉수가 나오는 구멍들이 수없이 나 있었다.

류신의 손이 닿자 샌드웜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이내 서서히 몸을 돌려 멀어져갔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샌드웜은 조금 전과는 달리 느긋해 보였다.

류신은 그렇게 멀어지는 샌드웜을 바라보더니 인상을 구겼다.


“이제 그만 나와. 언제까지 숨어서 구경만 할 거야?”


그러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짝! 짝! 짝! 짝!


류신은 이미 소리가 들리는 공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공간이 일렁이며 두 명이 나타났다. 은신 마법을 사용해 숨어있던 자들이었다.

그것도 꽤 고난도의 마법이었다. 샌드웜마저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마법이었으니까. 물론 류신에게는 무용지물이었지만.


두 명 중 한 명은 플레이트 갑옷에 은색 검을 차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박수를 치던 자였다. 그의 옆의 사내는 잿빛의 로브를 입고 있었고, 검은색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로브의 사내는 류신을 노려보기만 했다. 아마도 자신의 은신 마법이 류신에게 걸린 것에 대한 경계일 것이다.


“와! 대단하네. 혼자서 샌드웜 한 마리를 조지고, 다른 한 마리는 그냥 보내버려? 뭐야 당신 테이머야? 테어미라고 해도 샌드웜을 테이머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는데.”


은색 판금 갑옷의 검사는 정말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로브를 입은 마법사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여전히 류신을 경계하는 표정으로 노려보기만 했다. 하지만 그의 지팡이에는 이미 강력한 기운이 모여 있었다.

조금의 의심되는 움직임만 보여도 그대로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공격을 퍼부으려는 준비를 마친 그였다.


“그런데 여긴 왜 왔을까?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역시 갑옷을 입은 검사가 떠들었다.

길을 잃은 건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사실 사막 한가운데서는 길을 잘 잃는다. 방향감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류신은 그 문제를 짚어줄 생각은 없었다.


“이곳에 하이엘프가 있다고 들었는데.”

“하이엘프? 그게 무슨 소리지?”

“여기까지 왔는데 시치미 떼는 것도 예의가 아냐. 있어? 없어?”

“하하하! 좋아! 좋아! 여기에 감옥이 있다는 걸 알고 왔다 이거지? 괜히 떠보는 짓은 하지 않겠어.”

“그 하이엘프 녀석을 좀 봤으면 하는데.”

“그 녀석을 만나서 뭐 하게? 뭐 구출이라도 하려고?”

“내가 아는 녀석이라면.”

“네가 모르는 녀석이라면?”

“그러면 관심 없고.”


류신의 대답에 갑옷을 입은 검사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뭐냐? 되게 쿨하네. 그런데 어쩌냐? 넌 여기 못 들어가. 우리가 널 여기에 들어가게 놔둘 수가 없어. 여길 지키는 게 우리 일이거든.”

“너희 둘이 전부인가?”

“뭐냐? 우리 둘 정도는 우습다 이건가? 하긴 샌드웜을 그렇게 박살 냈으니 우리 둘은 우습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어쩌나? 샌드웜은 우리도 박살 낼 수 있어.”


갑옷의 검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면 가서 샌드웜이나 상대해. 난 하이엘프를 만나야겠으니까.”

“이 새끼 내 말을 안 듣네.”

“들을 필요가 있나?”

“우리가 누군지 알아?”

“알아야 해?”

“우리가 바로 헤세드의 유명한 지옥의 문지기야.”


검사가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런 그를 보며 류신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아는 지옥의 문지기와는 다르네? 넌 머리도 하난데 말이야. 아! 그리고 내가 아는 지옥 문지기는 너희들관 비교도 안 되는 녀석이야.”


류신은 달려드는 갑옷의 검사를 보며 말했다.

류신이 떠들거나 말거나 검사의 검이 류신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동시에 류신의 눈앞에 거대한 빛이 번쩍였다.

류신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로브를 입고 있던 사내가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환한 빛으로 시야를 막은 후 검으로 벤다는 단순한 공격 방법. 그러나 무척 실용적인 공격 방법이다. 문제는 이 공격이 류신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데 있지만 말이다.


캉!


환한 빛 속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분명 검이 무언가에 부딪힌 소리였다. 하지만 소리가 어딘지 부자연스러웠다. 목을 벨 때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환한 빛이 사그라지면서 시야가 드러났다. 그런데 황당한 장면이 연출되어 있었다.

검사가 휘두른 검을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식겁한 표정을 한 채 지팡이로 막고 있었다. 지금 그 둘이 서로를 공격한 셈이 되었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왜 여깄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갑자기 네가 검으로 날 공격했잖아.”


검사와 마법사는 서로가 잘못했다며 으르렁거렸다.

오히려 류신은 그들의 다툼은 관심 없다는 듯이 느긋하게 걸음을 옮겨 어느 위치에 섰다.


“여기군. 이 아래야.”


류신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자신들의 목적을 기억한 검사와 마법사가 고래를 돌렸다.


“흥! 어떤 술수를 부렸는지는 모르지만 넌 이제 죽었어.”


검사와 마법사가 다시 자세를 취했다.

물론 류신은 그들에겐 관심이 없었다. 그저 바닥을 발로 쿵쿵 굴러대고 있었다. 확실히 류신이 서 있는 아래쪽에 공간이 있는지 울림이 전혀 달랐다.


그러는 사이에 마법사는 화염을 불러내 검사가 들고 있는 검에 쏘았다.

화염이 검에 맺히더니 화룡(火龍)의 모습을 띠며 일렁였다. 말 그대로 화검(火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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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류테크 23.05.27 1,324 18 13쪽
24 새로운 국장 23.05.26 1,423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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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암시장 23.05.24 1,546 20 13쪽
21 신을 만나야 하는 이유 23.05.23 1,877 22 13쪽
20 세상의 중심 +1 23.05.22 1,749 22 12쪽
19 먹어도 돼 +1 23.05.21 1,756 24 12쪽
18 떼어내 줄게 23.05.20 1,778 20 13쪽
17 여긴 내 구역이야l 23.05.19 1,797 25 12쪽
16 죽음을 내릴 존재 +1 23.05.18 1,833 26 12쪽
15 내가 데려간다 23.05.17 1,914 24 13쪽
14 간보지 마 23.05.16 2,067 27 13쪽
13 쇼고스 +1 23.05.15 2,266 37 13쪽
12 삼자대면 +1 23.05.14 2,433 35 12쪽
11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4 23.05.13 2,456 37 12쪽
10 세계수는 내가 갖는다 23.05.12 2,499 35 12쪽
9 내 집에서 다 꺼져 23.05.12 2,530 36 12쪽
8 여기가 집이다 +1 23.05.11 2,631 35 13쪽
7 왜 여기에? 23.05.11 2,616 40 12쪽
» 사막 한가운데(2) 23.05.10 2,682 35 11쪽
5 사막 한가운데(1) 23.05.10 2,822 36 13쪽
4 마지막 귀환자 +1 23.05.10 3,031 47 13쪽
3 변해버린 지구 23.05.10 3,574 40 14쪽
2 여기가 집이라고? +2 23.05.10 4,039 47 13쪽
1 프롤로그 +2 23.05.10 4,902 5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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