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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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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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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145

작성
23.05.2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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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암시장

DUMMY

마지막 작은 철문을 열자 드디어 암시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철문은 침묵 마법이 걸려 있어 안에서 들리는 소음이 절대로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막아주고 있었다.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와 시끄러운 흥정의 소리들이 넘쳐났다.


밖의 도시는 늦는 밤이라 점점 정적으로 스며들어가는 시간, 오히려 암시장은 점점 더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지하에 있음에도 야광석과 라이트닝 마법으로 전혀 불편함 없는 밝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곳이 지하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규모가 컸다. 거대한 광장, 숙소와 식당이 있는 상가, 관리 건물이 들어선 중앙거리, 볼거리와 구경거리가 충분했다.

못해도 축구 경기장 열 개 정도는 붙여 놓은 크기의 지하 암시장이었다. 아니, 이 정도 수준이라면 지하 도시라고 불러도 될 것 같았다.


이런 지하 암시장에도 두 가지 인간들의 기술이 보였다. 그것은 첨단 환기 시스템이었다. 신성한 공기를 지하로 들여보내고, 탁한 공기를 밖으로 내뿜은 환기 시스템은 마법으로는 유지하기 힘들어 인간의 기술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그리고 핸드폰 기지국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역시 핸드폰만큼은 이세계에서 온 어느 누구도 거부감 없이 사용하고 있는 인간의 문물이었다.

물론 마법으로 연락을 하거나, 통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법의 사용은 기본적으로 마력의 소모가 필수다. 그러나 핸드폰은 월 일정 사용료만 내면 누구와도 통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세계에서 온 이종족들이 인간들 물건 중 가장 대단하다고 말하는 것이 핸드폰일 정도다.


“도대체 언제 이런걸······”


확실히 이영철은 지하 암시장의 규모에 놀라고 있었다.

멜렉도 알고 있는 사실을 그의 보좌가 모르다니······ 보좌 자격 상실이라고 세로는 생각했다.


“꽤 큰 대규모 공사였을 것 같은데······ 도대체 누가 만들었지? 고대 유적인가?”


이영철의 말에 세로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몰라?”

“뭘 모른다는 거지?”

“여길 누가 만들었는지. 딱 보면 모르겠어?”


세로의 말에 이영철이 암시장을 전체적으로 바라봤다. 그러던 그의 눈빛이 묘하게 반짝였다.


“아! 알아냈다. 나의 엄청난 통찰력이 드디어 알아냈다. 드워프군. 그렇지?”

“후- 그래. 드워프야. 참 빨리도 알아냈다.”


세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먼저 앞서갔다. 이영철은 그런 세로의 뒤를 쫓아가면서도 자신이 드워프를 맞췄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있었다.


“역시! 나의 눈썰미는 여전히 날카롭군. 그런데 대단하군. 드워프가 지구에 온 건 고작 4년 정도밖에 안 되었다고 하던데 지하에 이런 구조를 만들다니.”

“드워프가 어떤 존재인지 몰라? 1년이면 이정도는 뚝딱 만들고도 남아. 산을 깎아서 안에 도시를 만드는 게 드워프야.”


세로의 말대로 드워프에게 이만한 지하 도시를 만드는 것은 사실 일도 아니다.

말 그대로 산 하나를 통째로 지하 도시로 만들어버리는 게 드워프니까. 심지어 계속 도시를 키워 나가다 보면 거대한 미궁이 되어버리는 것이 바로 드워프의 지하 도시였다.

게다가 땅을 파고, 무언가를 만들고, 세우는 것에 특화된 종족인 드워프는 체력이나 기술, 실력, 속도 면에서 개개인이 중장비나 마찬가지다.

그런 드워프들이 각잡고 만든 게 이 지하 암시장이었고, 이만한 크기로 만드는 데 고작 1년이란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암시장이 세계 주요 도시마다 만들어져 있었고, 모두 드워프들이 만든 암시장이었다.


세로와 이영철이 암시장으로 들어섰다.

암시장에는 말 그대로 팔지 않는 것이 없었다. 일반적인 물건에서부터 마법적인 물건들까지 다양했다.

게다가 다양한 종족들이 서로 물건을 사고팔고 있었다. 인간은 물론 수인족, 엘프에 심지어 마족들까지.

서로 적대적인 종족이라고 해도 암시장에서만큼은 서로를 향한 무력 사용이 금지되어 있었다.

물론 작은 다툼은 늘 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드워프의 자체 경비병들이 다툼을 빠르게 해결했다.

드워프가 키가 작아서 얕보던 자들은 이내 그들의 무지막지한 힘과 완력에 굴복하기 일쑤였다.


무력 사용이 금지된 이유는 간단했다. 지하 암시장 자체가 공식적인 허가를 받지 않은 곳이라, 무력 사용으로 암시장의 문제가 커지면 탄압을 받게 되고, 암시장의 미래에 결코 밝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물건을 사고 팔아야 하는 다른 종족들도 모두 동의했기에 자체적으로도 치안을 담당하는 조직을 구성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장소였다.

그렇게 이곳 암시장은 자연스럽게 중립지대가 되어버렸다.


“활의 달인인 엘프가 만든 활과 화살입니다. 차원을 달리하는 성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력을 영구적으로 올려주는 매직 푸르트입니다. 여기서만 구할 수 있는 아주 귀한 겁니다. 맛도 아주 좋아요.”

“만다라케의 즙입니다. 의료용으로 희석된 것이니 안전합니다.”


정말로 다양한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세로와 이영철도 지나다니며 다양한 물건들을 구경하며 다녔다.


“여기 굉장한 무기가 있습니다. 오랜 세월 잊혔던 기술이 만든······”


한참 화려하게 생긴 무기를 팔던 엘프 하나의 시선이 어디론가 향했다. 다른 상인들의 시선도 모두 같은 방향을 봤다. 그곳엔 세로와 이영철이 서 있었다.

엘프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 엘프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멈췄다. 바로 이영철이 입고 있는 황금 갑옷이었다.


“어! 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갑자기 엘프가 팔던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뭐야? 왜 그래요?”

“오늘은 장사 그만 합니다.”


엘프가 서둘러 물건들을 챙겨 아공간에 집어넣어 버렸다. 물건을 구경하던 손님들이 황당해했다.

하지만 이런 광경이 점점 주변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물건을 챙기며 장사를 접는 상인들에 손님들의 불만이 쏟아진 것이다.


“아니, 도대체 왜 장사를 안한다는 거요?”


손님 하나가 따지듯이 물었다.

상인이 슬쩍 눈짓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손님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향했다. 그 순간 손님들도 이영철을 봤다.


“어이쿠! 집에 일이 있는 걸 깜빡했네.”

“아차! 중요한 약속이 있었지.”


손님들도 서둘러 모두 어디론가 가버렸다.

덕분에 세로와 이영철 주변은 텅 비어버리고 말았다.

이 상황에 세로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설마설마했지만 결국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


“그대가 제거하려는 신의 목록에······ 나도 포함인가?”


집에서 나오자 요르가 류신에게 물었다.

류신이 우뚝 멈춰 섰다. 하지만 쉽게 대답은 하지 못했다.


“대답이 없는 것으로 봐선 나도 제거하겠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겠군.”


요르가 차가운 기운을 흘렸다.


“어쩌면······ 나도 스스로 제거해야 할지 모르니까.”


류신의 말에 요르가 기운을 끌어올리던 것을 멈췄다.

류신은 요르를 보지 않은 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 역시 신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 힘을 어떻게든 포기하던가, 버리던가, 봉인하던가······ 그게 안 되면 어디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혼자 살던가.”

“그대가 인간 세상에 이렇게 애정이 많은 줄은 몰랐군.”

“애정?”


류신이 드디어 뒤를 돌아 요르를 봤다.


“나에게는 애정으로 보인다.”

“인간에게서 신을 빼앗는 건데?”

“빼앗는 게 아니라 치워 주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말하기도 했고.”

“뭐······ 말은 그렇게 했지.”


류신은 문득 세계수를 올려다봤다.


쏴아- 쏴아-


바람에 세계수의 가지가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그래. 애정이라면 애정일 수 있겠지. 최소한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은 거니까. 지금 이 세상에 쓸데없이 넘쳐나는 신들을 싹 정리해서.”

“그것이 인류의, 이 세계의 마지막이라고 해도?”

“그 마지막도 이 세상이 결정하는 것이라면······ 받아들이는 것도 좋아.”


류신은 케테르에서 480만 년 동안 많은 변화를 봤다. 문명이 태어나고, 문명이 몰락하는 것을 봐왔다. 세상이 멸망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융성하는 것도 보았다.

문제는 케테르에서의 문명은 철저하게 신을 중심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하지 않고 기도만 해대며 멸망한 문명도 있었고, 신의 이름으로 타락해버리면서도 신의 이름으로 용서를 받았다고 주장하던 권력자들에 의해 멸망해버린 문명도 있었다.

모든 것이 신의 이름이었다. 그것 역시 인간의 의지가 아니었냐고 말한다면······ 그럴 수있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신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를, 그것도 힘을 가진 자들이 휘두르는 신의 이름을 일반인들은 버틸 수 없다. 그것이 신의 이름이 가진 힘이다.

평등하지 않고, 왜곡된 힘. 최소한 류신이 원하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불만이었고, 그래서 몰락하는 문명에 화가 치밀었었다.

그리고 그런 운명을 이 지구에까지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신이 원망스러워요. 왜 이런 고통을 우리에게 주는 걸까요?]


케테르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사람은 용사도 아니고, 권력자도 아니다. 그저 힘없는 작은 소녀였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류신은 떠올랐다.


[살고······ 싶니?]

[아뇨. 죽고 싶어요. 더 이상 신의 장난에 놀아나고 싶지 않아요.]


소녀는 죽음을 택했다. 류신은 그녀를 살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살리지 않았다.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서였다. 그리고 이런 원인을 제공한 신을 죽도록 원망했다.


세계수의 가지 하나가 내려와 류신의 어깨를 감쌌다.


“위그드라실도 그대를 걱정해주고 있군.”


요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말 그대로 류신은 포근함을 느꼈다. 생명이 넘치는 세계수의 위로를 받다니.


“신이 사라진다면······ 세계수도 필요 없을지도 몰라.”

“알고 있다.”


요르도 세계수도 류신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그들 역시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존재일 수 있다는 의미를. 그러나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의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세계수나 요르는 다른 세상에 생명을 뿌리고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최소한 파괴가 아닌 창조를 할 수 있는 존재니까.


류신의 눈에 바벨탑의 실루엣이 다시 보였다. 괜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


“뭐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이영철이 당황해하며 물었다. 물론 이영철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고 있다. 그러나 세로는 알 것 같았다.


“무슨 일이긴. 너 때문이지.”

“나? 내가 왜?”

“네가 입고 있는 걸 봐라.”


이영철은 자신이 입고 있는 갑옷을 봤다. 멜렉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져 있어 멜렉의 보좌라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갑옷이다.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암시장에 지배자의 보좌가 나타났다. 상인들이 놀라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지금은 위급상황이니 내가 설득을 잘하면······”


이영철이 어떻게든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암시장의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정말이지 순식간에 상인들이 철수를 해버렸다.

상인들은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마치 도미노처럼 정리되고 있었다. 그렇게 화려하던 암시장이 순식간에 썰렁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세로 님!”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드워프 한 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아돌프.”


아돌프는 바로 이 암시장의 수장이며, 암시장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게다가 세로는 이미 아는 사이였다.


“이 분은······ 오! 이영철 님이시군요.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를 알고 있나?”

“알다마다요. 멜렉 님의 보좌를 어떻게 모를 수 있겠습니까.”


아돌프가 미소를 지었다. 수염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웃고 있었다.


“그런데 묘한 조합이군요. 이 두 분의 조합은.”

“그럴 일이 있어. 너무 웃지 말라고.”


아돌프의 말에 세로가 툭 쏘아붙였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금세 치워 버리다니 너무 성급했어.”

“그게······ 멜렉 님의 보좌십니다. 아무래도 주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세로 님이 함께 오셨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테지만 상인들이 그걸 일일이 따지겠습니까?”


아돌프의 말에 세로도 할 말이 없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넣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혹시 필요한 게 있어서 찾아오신 겁니까?”

“당장 필요한 것들은 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여기로 온 거야.”

“지금 이 시간에 물건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니 잘 찾아오신 건 맞는데······ 뭐가 그리 급해서······”


세로는 메모를 아돌프에게 건넸다.

아돌프는 메모를 유심히 봤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 물건들을 숫자대로 최대한 마련해줘.”

“별거 아닌 물건들이군요. 굉장히 은밀한 무언가를 찾으시는 줄 알았습니다. 물건 구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필요하십니까?”

“지금 당장.”

“아하! 그렇군요. 그러면 지불 방법은······?”


세로가 사이클롭스의 코어 하나를 꺼냈다. 그러자 여유롭던 아돌프의 표정이 드디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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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기회를 주마 23.05.28 1,319 16 13쪽
25 류테크 23.05.27 1,325 18 13쪽
24 새로운 국장 23.05.26 1,423 20 12쪽
23 바벨탑의 봉인 +1 23.05.25 1,403 22 13쪽
» 암시장 23.05.24 1,547 20 13쪽
21 신을 만나야 하는 이유 23.05.23 1,878 22 13쪽
20 세상의 중심 +1 23.05.22 1,750 22 12쪽
19 먹어도 돼 +1 23.05.21 1,756 24 12쪽
18 떼어내 줄게 23.05.20 1,779 20 13쪽
17 여긴 내 구역이야l 23.05.19 1,797 25 12쪽
16 죽음을 내릴 존재 +1 23.05.18 1,833 26 12쪽
15 내가 데려간다 23.05.17 1,914 24 13쪽
14 간보지 마 23.05.16 2,067 27 13쪽
13 쇼고스 +1 23.05.15 2,267 37 13쪽
12 삼자대면 +1 23.05.14 2,433 35 12쪽
11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4 23.05.13 2,456 37 12쪽
10 세계수는 내가 갖는다 23.05.12 2,499 35 12쪽
9 내 집에서 다 꺼져 23.05.12 2,531 36 12쪽
8 여기가 집이다 +1 23.05.11 2,632 35 13쪽
7 왜 여기에? 23.05.11 2,617 40 12쪽
6 사막 한가운데(2) 23.05.10 2,682 35 11쪽
5 사막 한가운데(1) 23.05.10 2,823 36 13쪽
4 마지막 귀환자 +1 23.05.10 3,032 47 13쪽
3 변해버린 지구 23.05.10 3,574 40 14쪽
2 여기가 집이라고? +2 23.05.10 4,040 47 13쪽
1 프롤로그 +2 23.05.10 4,902 5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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