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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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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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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5,145

작성
23.05.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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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세상의 중심

DUMMY

쾅!


쇼고스의 촉수를 막은 이영철이 검과 함께 튕겨 나갔다. 생각보다 강한 쇼고스의 촉수였다. 이제 세로와 멜렉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서 피해!”


멜렉이 세로를 밀쳐내려 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치료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멜렉을 놔두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세로도 두려웠다. 쇼고스가 자신을 휘감은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래도 버텼다.


쇼고스의 촉수는 이번엔 제대로 세로가 있는 방향으로 뻗었다.

어렵사리 일어난 이영철이 그 광경을 보고 다시 달려들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세로는 눈을 질끈 감았다. 쇼고스를 떼어내 준 류신이 어떻게든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새로는 눈을 감은 채 촉수가 자신을 휘감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세로가 눈을 천천히 떴다. 그러자 쇼고스의 촉수가 바로 눈앞에 멈춰 있었다.

먹이를 눈앞에 두고 멈춘 쇼고스의 촉수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세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케르베로스의 가운데 머리가 쇼고스를 물고 있었다.

쇼고스의 촉수가 부르르 떨렸다.


케르베로스의 양쪽 머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직도 이리저리 움직이는 쇼고스의 촉수를 양쪽 머리가 각각 덥석 물었다.

세 개의 머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움직였다. 그러자 쇼고스의 몸체와 촉수들이 단번에 분리되었다.


찌이익-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질겅질겅 쇼고스를 씹는 케로의 입에서 녹색의 액체가 주르륵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케로는 맛이 있는지 없는지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쇼고스를 씹어먹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촉수는 이리저리 휘청이며 움직였다. 여전히 기생할 생명체를 찾는 듯했다.

더 이상 아무런 기운을 찾지 못한 쇼고스의 촉수는 힘없이 축 늘어졌고, 그대로 케르베로스의 배 속으로 사라졌다.


쇼고스의 천적은 케르베로스였다.

류신은 쇼고스가 살아있는 존재의 기운을 먹고 사는 기생생물이라는 것을 알아챘고, 죽어있는 존재를 생각해 케르베로스가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지옥을 지키는 수문장은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니까 쇼고스에게는 최악의 상대였고, 이렇게 간단히 제거할 수 있었다.

물론 류신이 직접 자신의 기운을 불어넣은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지만 자신 있었다. 고작 기생생물 따위가 자신의 기운을 버텨낼 수 없을 거라는 자신이.


케르베로스는 쇼고스를 다 먹고 나서 입맛을 다신 후 아직 배가 안 채워졌다는 듯이 아쉬운 눈빛으로 류신을 봤다.


“저기 있는 녀석들도 먹어.”


류신이 장 씨 형제의 시체를 가리켰다. 케로는 큰 덩치를 끌고 느긋하게 다가가 장 씨 형제의 시체를 우두둑 먹어 치웠다.

분명 끔찍한 모습이지만 모두 아무 말 없이 그 광경을 바라봤다.


***


딱딱한 석판 위에 윤치성이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었다. 그런 그를 엘 하이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엘 하이가 윤치성의 몸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기운이 흘러 들어가며 의식을 잃고 있던 윤치성의 몸이 꿈틀 움직였다.


“컥! 커헉!”


윤치성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여, 여기는······”


윤치성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보다가 엘 하이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석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엘 하이 님.”

“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나.”

“죄송합니다. 실패했습니다.”

“실패한 건 알고 있다. 이유가 궁금하구나. 멜렉 정도는 너와 장 씨 형제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 맞습니다. 멜렉은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장 씨 형제는 죽었고, 너만 혼자 살아서 돌아왔구나.”


엘 하이는 화가 나 있었다. 그리고 그가 화가 났다는 것을 윤치성 역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대답을 잘해야 했다.


“다른 존재가 있었습니다.”

“다른 존재?”

“네.”

“그, 그것은 거대한 뱀이었습니다.”

“거대한 뱀?”


엘 하이가 인상을 썼다.


“고작 거대한 뱀에게 당했다고 말하려는 것인가?”

“그 뱀은 예사로운 존재가 아닙니다. 엘 하이 님.”

“예사로운 존재가 아니다?”

“네. 그 뱀은······ 세계수를 지키는 뱀, 요르문간드입니다.”

“요르문간드? 내가 모르는 존재군. 그 뱀이 강한가?”

“네. 강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낯선 자가 나타났습니다.”

“낯선 자?”

“그자는······”


그 순간이었다. 윤치성이 설명하려는 순간 엘 하이의 목에 걸린 작은 구슬이 퍽 소리가 나며 깨졌다.

바닥에 우수수 떨어지는 구슬 조각 파편을 엘 하이가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호오!”


엘 하이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의 얼굴은 가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윤치성은 엘 하이의 기운으로 인해 점점 가슴이 답답해졌다.


“멜렉······!”


엘 하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젠 끝을 봐야겠구나.”


엘 하이를 윤치성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류신이 세계수 앞으로 다가갔다.


“집 하나 만들어줘. 전에 내가 살던 집보다는 커야 해.”


류신의 말에 세계수의 가지와 줄기들, 잎들이 저절로 움직이며 류신의 말대로 집을 만들고 있었다.

요르가 정색을 하며 다가왔다.


“뭐 하는 거야?”

“뭐 하긴? 살 집이 필요하잖아.”

“왜 여기서 살려는 건데?”

“새삼스럽게 왜 그래? 전에도 세계수에서 살았었는데.”

“거기는 거기고, 여기는 여기지.”


요르는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내가 있으면 세계수 지키는 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요르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자 눈동자가 세로로 갈라지며 뱀의 눈이 되었다.


“방금 우리 공격당했잖아.”

“하지만 그 정도 놈들은 내 손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어.”

“알아. 그 정도 놈들은 그렇겠지. 그런데 나나 멜렉 같은 놈들이 온다면? 각 세계를 침략해 파괴한 파멸자 수준의 놈들이 온다면?”


류신의 물음에 요르가 입을 다물었다.

요르도 강하다. 신에 버금가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요르가 류신과 멜렉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신의 대리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요르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신의 대리인과 호각으로 싸우고, 게다가 대리인을 죽이기까지 한 파멸자가 직접 찾아온다면 요르로서는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막아낼 것이다.”


요르가 억지를 부렸다.


“너 괜히 억지 부리는 성격 아니었는데······ 변했다.”

“벼, 변하다니······”

“아니면 네 동생이라도 찾아다 줄까?”

“동생?”


요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요르문간드의 동생이라면 둘이 있다. 거대한 늑대인 펜리르(Fenrir), 그리고 절반은 아름다운 여인, 절반은 괴물인 헬(Hel)까지. 모든 형제가 그렇듯 이들도 서로 친하지 않다.


“아, 알았어. 좋아. 너는 인정하지. 너 혼자라면.”


요르가 한발 물러섰다.


“아뇨. 저도 있을 거예요.”


그때 세로가 다가왔다.


“뭔 소리야? 넌 해고라니까.”

“해고?”


세로가 류신을 노려봤다.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에 류신이 흠칫 놀랄 정도였다.


“뭐야? 뭐 그런 눈으로 사람을 보냐?”

“누구 마음대로 해고를 해요? 그동안 날 부려 먹은 대가는?”

“그건 저 탑 안에 갇혀있을 노인네에게 말해.”

“아니죠. 나 부려 먹은 건 에흐예 님인데 왜 신께 그걸 묻습니까?”

“부려 먹다니······”

“그러니까 난 대가를 받을 때까지 있을 겁니다.”


순간 류신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 이러면 조용히 살겠다는 계획이 틀어지는데.”

“세계수에 살면서 조용히 살겠다는 생각 자체가 틀려먹은 거예요,”


세로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류신은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480만 년이나 들었던 것을 다시 들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보기 좋네.”


세로의 부축을 받으며 멜렉이 다가왔다.

그녀의 표정은 밝았지만 힘들어 보였다. 멈춰 있던 신의 질병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마침 그때 세계수가 집을 다 지었다. 확실히 류신이 전에 살던 집보다 더 큰 집이었다.

아직 세계수가 어려 집은 세계수 바로 아래 바닥에 지었다. 하지만 점점 성장하면서 집은 그 위치를 옮길 것이다.


“우선 집 안으로 옮기자.”


류신이 멜렉을 안아 들었다.


“어머! 이렇게까지 해주다니 고마운데?”


멜렉이 미소 지으며 류신을 봤다. 하지만 류신의 표정은 심각했다. 아니, 화가 난 얼굴이었다.

류신이 집으로 다가가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이런 정도는 세계수의 기본 서비스다. 세계수 자동 시스템.


집 안쪽도 나무로 모든 가구가 만들어져 있었다.

류신은 우선 딱딱한 침대에 멜렉을 눕혔다.

나무 침대 자체에서 빛이 나오며 멜렉을 감쌌다. 힘겨워하던 멜렉의 표정이 조금은 안정되었다.

세계수가 조금이나마 멜렉의 생명력을 올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세계수도 신의 질병을 치료할 수는 없다. 말 그대로 불치병에 걸린 멜렉이다.


“너희 둘은 가서 생활에 필요한 것 좀 마련해 와.”


류신이 세로와 이영철을 보며 말했다. 그 순간 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내 말 이해 안 돼? 이불이며 그릇 등,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있잖아.”

“그걸 가져오라는 건가······요?”


이영철의 말투가 변했다. 그도 알아버린 것이다. 류신이 케테르의 에흐예라는 사실을.


“그래.”

“어디서······?”

“가져올 데 없으면 사 오던가. 파는 데는 있을 거 아냐.”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둘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볼 뿐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설마······ 너희들 돈이 없어?”


류신의 물음에 세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로야 감옥에서 오늘 빼냈으니 그렇다고 쳐도 이영철은 의외였다.


“나는······ 돈이 필요가 없어서······요.”


둘의 대답에 류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 진짜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군.”

“너무 구박하지 마.”


누워있던 멜렉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너도 돈 없지?”


류신의 물음에 멜렉이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하긴 세상의 일부를 지배하고 있는 자가 돈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하지만 그렇다고 물건을 약탈할 수는 없다.


“기다려봐.”


류신은 손을 펴고 작고 하얀 구체를 꺼냈다. 블랙홀과는 다른 화이트홀이었다.

하얀 구체 안에서 무언가 하나 툭 튀어나왔고, 류신이 그것을 덥석 잡았다.

류신은 하얀 구체를 도로 집어넣고, 대신 안에서 튀어나온 물건을 세로에게 건네줬다.


“이거 팔아. 팔아서 사와. 그거면 충분할 거야.”

“이게 뭔데······”


아무 생각 없이 받았던 세로의 표정이 굳었다.

그것은 영롱하게 빛나는 몬스터의 코어였다. 그것도 꽤 강한 몬스터의 생명 에너지가 축적되어 쌓여있었다.

이 코어로 도시가 돌아간다고 류신은 들었다. 그렇다면 이 코어를 팔면 꽤 많은 돈이 들어올 것이다.


“어디에 팔아야 할지 모르겠으면 이 친구에게 연락해. 도와줄 거야.”


류신은 남태현과 황미연의 명함까지 건넸다.

결국 코어와 명함을 가진 세로와 이영철이 쫓겨나다시피 집 밖으로 나왔다.

이제 집 안에는 류신과 멜렉, 그리고 요르만 남았다.


조금이지만 기운을 되찾은 멜렉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


“묻고 싶은 게 많겠지?”


멜렉의 목소리는 기운은 없었지만 홀가분하게 들렸다. 쇼고스가 사라진 것에 만족하는 얼굴이었다.

물론 류신은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남태현과 황미연에게 듣지 못한 것들은 그녀에게 들어야 했으니까. 게다가 신을 만나야 했으니까.

류신은 첫 질문을 던졌다.


“좋아. 첫 질문이야. 이름이 뭐야?”


류신이 물었고, 멜렉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역시 에흐예답네.”


멜렉의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84 qh******..
    작성일
    23.09.16 02:29
    No. 1

    쇼고스가 흡수한 기운은 그럼 케로한테 다가는건가요? 저거 쥔공이 흡수는 못하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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