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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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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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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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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145

작성
23.05.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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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마지막 귀환자

DUMMY

에너지의 막으로 뒤덮인 커다란 돔(dome)이 보였다. 어떤 특정한 에너지원으로부터 뽑아낸 것이 분명했다.

크기는 서울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그런데 그런 돔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보였다.


“저게 서울이야?”

“네. 현재 서울은 총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동서남북과 중부, 그리고 남산 구역입니다. 이곳은 서울 남부입니다. 각 지역의 도시들이 이런 식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에너지 막으로 막 돌진하려던 와이번 한 마리가 보였다. 에너지 막에 충돌했지만 정작 안으로 뚫고 들어가지 못했다.


“생각보다 강합니다. 사이클롭스도 이 막은 뚫지 못합니다.”

“그래 보이네. 드래곤은 못 막아도 그 아래까지는 막겠네.”


도시의 입구도 에너지 막으로 막힌 출입구가 보였다. 입구에 도착하자 확인하는 절차를 밟자 에너지 막이 열렸다. 차량이 드디어 서울로 들어섰다.


보호를 받기 때문인지 도시의 모습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층 건물도 그대로였고, 지나다니는 차량이나 사람들의 숫자도 많았다. 도시만 본다면 지구가 변했다는 것을 잘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나마 변한 것은 대놓고 무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 정도일까? 거기에 사람이 아닌 이종족의 모습이 생각보다는 자주 눈에 띈다는 것 정도였다.


“도시는 생각보다 그대로죠?”


류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운전하던 남태현이 물었다.

류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보기에도 그랬다. 핸드폰을 들고 다니며 통화하는 것도 그대로였고, 입고 다니는 옷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차량은 도시를 지나 중앙으로 향했다. 도심의 중앙에 인공적으로 만든 게이트가 있었다. 꽤 많은 차량이 게이트로 줄을 지어 들어가고 있었다.


“저 게이트는 다른 도시 구역으로 이동시켜주는 게이트입니다. 각 차량마다 이동할 구역을 입력하면 그 지역으로 이동시켜주죠. 외부로 나갔다가 들어가는 방식은 아무래도 위험하니까요.”

“일종의 네비 같은 거로군.”

“맞습니다. 그렇게 보시면 됩니다.”


괜찮은 방법이다. 도시와 도시 사이를 이동하는 방법으로 게이트를 이용한다는 것은.

그렇게 게이트를 이용해 서울 중앙구역으로 오게 되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중앙구역이 행정의 중심이었다.

류신이 탄 차량도 어느 높은 건물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이 관리국입니다.”

“귀환자 관리국이라고 했던가?”

“맞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셋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숙소처럼 이루어진 방이었다.


“관리국 건물에 이런 데가 있어?”

“여긴 훈련생이나 신참 요원들의 기숙사도 겸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어 있는 방이니 사용해도 문제없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황미연이 옷장을 열어줬다. 옷장 안에는 다양한 색의 트레이닝복이 걸려 있었다. 모두 관리국의 마크가 박혀 있었다.


“우선 이것으로 갈아입으세요.”

“그래야겠군. 숙소면 씻을 수도 있나?”


화장실을 안내받은 류신이 걸치고 있던 망토를 벗어 바닥에 놓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물소리가 들려왔다.


“후-”


이제야 긴장이 풀린 듯 남태현과 황미연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에 주저앉았다.

죽을 위기에서 어떻게든 살아 돌아온 그들이었다. 물론 함께 간 동료들은 모두 죽음을 면치 못했지만. 두 사람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죽은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식사하고, 같이 농담하고, 같이 술 한잔 기울이는 사이였으니까.


“어떡할 거예요?”


황미연이 물었다.


“뭘?”

“관리국 그만둘 거예요?”

“하- 그러게. 뭐가 좋을까.”


사실 남태현이나 황미연이 관리국을 그만둔다면 그들을 영입할 길드는 널렸다. 둘은 확실히 실력자니까.

게다가 오늘 관리국은 선을 넘었다. 도시의 방어나 에너지 공급에 사용되는 몬스터의 코어는 주로 길드가 사냥해 온다. 그것을 정부가 정식으로 구입하거나 특혜를 주고 교환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관리국 요원들에게 사냥을 직접 시키는 일은 매우 드물다.

오히려 코어를 얻기 위한 사냥이 아니라 어느 특정 지역을 지키거나, 되찾기 위한 전투는 종종 있었다. 문제는 이번 사냥이 상당히 예외적이라는 점이다.


“우리 돌아온 거 보고 들어갔겠지?”

“그렇겠죠.”


어느새 두 사람은 침대에 벌렁 누워 있었다.

그때였다. 정확한 타이밍으로 문이 벌컥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팔자 좋게 여기들 있었군.”


남자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바로 관리국의 국장인 윤동성이었다. 그의 옆에는 윤동성이 애지중지하는 한상철 관리국 관리부장이 비릿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돌아왔으면 보고부터 할 일이지 여긴 왜 틀어박혀 있는 거지?”

“둘이 죽다 살아왔으니 즐거운 시간이라도 가지려고 하나 보죠. 뭐 그렇고 그런.”


윤동성의 질문을 한상철이 얄밉게 받는다. 남태현과 황미연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그들 앞에 섰다. 물론 표정이 좋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남태현은 화를 꾹 눌러 참았다.


“보고······ 드립니다.”

“됐어!”


윤동성이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둘을 노려봤다.


“둘만 살아오고 말이야. 나머진 모두 죽었는데.”

“그걸 알고 계셨습니까?”

“다른 요원들 전부의 생체 센서가 멈췄으니까.”

“그렇군요. 생체 센서로 여기에 있는 것도 알아낸 거군요.”

“그렇군요? 그게 부국장씩이나 돼서 할 대답이야? 동료와 부하들이 모두 죽었어. 그런데 너희만 뻔뻔스럽게 살아와?”

“그럼 우리도 죽었어야 하는 겁니까?”


듣다못해 황미연이 한마디 했다. 그러나 한상철이 인상을 썼다.


“넌 끼어들지 마. 현장 부대장 따위가 끼어들 자리 아냐.”

“왜 아니죠? 나도 현장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요? 동료들이 죽어가는 걸 봤는데요? 작전 지역에 사이클롭스가 한 마리라고 했던 게 누구였죠?”


황미연이 한상철을 노려보며 물었다.


“놈들이 집단생활하는 거 몰라?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어야지.”

“집단생활하는 놈들인데 따로 한 마리만 있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제가 주장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그때 뭐라고 하셨더라?”


황미연이 한상철을 향해 거칠게 공격하고 나섰다.


“닥쳐! 조용히 해!”


윤동성이 소리쳤다. 이 싸움에 정작 따라 들어왔던 관리국 요원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부에서도 무리한 작전이라는 소문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대화만 보더라도 누가 이 작전을 짰고, 작전이 실패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다들 나가 있어.”


윤동성의 명령에 요원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방 안에는 2대 2로 마주 서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서 정작 한 마리도 처리하지 못하고 돌아온 게 지금 자랑이라는 거야?”


윤동성이 남태현을 보며 따지듯이 물었다.


“인원이 열 배가 갔어도 실패했을 작전입니다.”

“뭐라고?”

“국내 길드들에게 한 번 의뢰해 보시죠. 사이클롭스 열 마리의 무리를 잡을 길드가 있을지.”

“······”

“그리고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상황이 다르다고 보고했는데 그냥 밀어붙이라고 하셨죠. 그 이유는 뭡니까?”


이번엔 남태현의 질문이었다.


“그거야 당연히 사이클롭스의 코어는 상등급이니까. 그 코어의 가치를 모르는 건가?”

“요원 70명의 목숨보다 코어 하나가 더 가치 있다는 겁니까?”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밀어붙이라는 말이 그런 의미 아닙니까? 아니면 제가 현장에서 사망이라도 하길 원한 겁니까? 그래야 한상철 관리부장에게 부국장 자리를 넘겨줄 테니까?”

“능력이 안 되면 부국장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지.”


윤동성은 아예 자신의 의도를 감출 생각도 없었다.


“코어 하나 구해오지 못하는 부국장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부하 70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하고 말이야.”


윤동성의 비아냥이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죽은 요원들의 가족에게 사망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 그 기분을 아십니까? 당신들의 무리한 작전 때문에 죽은 요원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은 겁니까?”


남태현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윤동성은 귀환자가 아니고 능력도 없기에 잘 몰랐지만, 한상철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남태현이 여기서 진짜 날뛰기 시작하면 자신으로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옆에는 황미연도 있다.


“부국장도 그만하죠. 여기서 난동이라도 부리겠다는 겁니까?”


한상철이 긴장한 채 남태현을 보며 말했다.


“난동? 그것도 괜찮겠네.”


그때 전혀 낯선 목소리가 들렸고, 모두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 막 씻고 나온 류신이 알몸으로 서 있었다.

류신의 알몸을 본의 아니게 본 황미연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윤동성과 한상철은 갑자기 나타난 류신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그들이었다.


“너희들이 원했던 게 고작 사이클롭스 코어였어?”


류신이 트레이닝복을 입으며 물었다.


“고, 고작이라니. 그게 얼마나 중요한 에너지원인지······”

“그게 70명이나 갈아버릴 정도로?”


류신이 다시 물었다.

윤동성의 앞으로 한상철이 나섰다.


“당신 뭐야? 당신이 뭔데 관리국 국장님에게 이래라저래라하는 거지?”

“그러는 당신들은 뭔데 70명의 생명을 마음대로 하는 걸까? 그럴 자격이 너희들에게 있나?”


윤동성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남태현을 봤다.


“저자는 누구야?”

“귀환자입니다.”

“귀환자?”

“네. 마지막 귀환자.”


남태현의 마지막이라는 말에 윤동성과 한상철이 인상을 찌푸렸다.

말도 안 된다. 2년 전에 마지막 귀환자가 지구에 도착했다. 게다가 그 마지막 귀환자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데 마지막 귀환자라니.


“거짓말 작작해. 마지막 귀환자가 하이엘프라는 건 모두가 다 알고 있어. 인간으로 한정해도 미국인이야.”


한상철이 따지듯이 말했다.

순간 류신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이엘프? 하이엘프가 마지막 귀환자라고? 그 하이엘프 이름이 뭐지?”

“이름은 알아서 뭐 하게? 면회라도 가게? 아! 몰랐나? 지금 그녀는 감옥에 있어.”

“감옥?”


류신의 인상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래. 그것도 고비사막에 있는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의 감옥이지.”


한상철의 말에 류신이 입을 다물었다.


“남 부국장님! 이자가 마지막 귀환자라는 건가요? 나에겐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이런 식으로 사람을 속이면 안 되죠.”

“아! 거짓말이야? 괜히 쫄았군.”


한상철과 윤동성은 남태현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한상철에게는 류신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신이 천천히 윤동성에게 다가갔다.


“뭐야? 꺼져! 어디서 능력도 없는 쩌리를 귀환자라고 속이려고······”


다가오는 류신을 밀어내려는 듯 한상철이 어깨를 밀쳤다. 그 순간이었다. 한상철의 손이 류신의 손에 잡혔다.


“뭐야? 안 놔?”


한상철의 류신에게 잡힌 손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손을 빼낼 수 없었다.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빌어먹을! 놔! 이익! 노, 놓으라고! 으으-”


한상철의 표정이 점점 고통에 일그러지며 주저앉았다. 윤동성 국장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남태현 정도는 아니어도 한상철은 꽤 능력이 좋은 귀환자였다. 그런데 능력도 없다는 자에게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자기 사람을 요직에 앉히겠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여도 되는 세상인가? 지금은?”

“무, 무슨······”

“나도 내가 아는 사람이 국장 자리에 앉는 게 앞으로 편할 것 같아서 같은 짓을 좀 해보려고. 억울하면 재주껏 살아 돌아와.”


류신이 빙긋 웃었다.

갑자기 방 안의 공간 일부가 일렁거리며 왜곡되기 시작했다. 왜곡된 공간 너머로 다른 장소가 나타났다.

공간 너머의 장소는 평원이었다. 차를 타고 오다가 류신이 지나치듯 봤던 장소이기도 했다.


“저 평원에 사는 놈은 사이클롭스의 먹이가 되는 녀석들이야. 육식은 하지도 않고 풀만 뜯는 놈들이지. 그러니 잘하면 살 수도 있을 거야. 잘 버텨봐.”


류신은 일렁이는 왜곡된 공간 속으로 한상철을 집어 던졌다. 그는 손을 잡힌 채 아무 힘도 쓰지 못하다가 공간 안으로 꽤 멀리 날려져 바닥을 굴렀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지만 윤동성 국장도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류신이 그의 목덜미도 잡아 공간 안으로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비척비척 걸어가던 윤동성 국장이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고 말았다.


“거기서 생각해. 너희들이 희생시킨 70명의 목숨을. 이 정도로 마무리하는 걸 다행으로 알아.”

“이, 이게 무슨 짓이야? 돌아가면 내가 가만히 있을 것······”


윤동성이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그러나 왜곡된 공간이 사라지며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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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기회를 주마 23.05.28 1,318 16 13쪽
25 류테크 23.05.27 1,324 18 13쪽
24 새로운 국장 23.05.26 1,423 20 12쪽
23 바벨탑의 봉인 +1 23.05.25 1,403 22 13쪽
22 암시장 23.05.24 1,546 20 13쪽
21 신을 만나야 하는 이유 23.05.23 1,878 22 13쪽
20 세상의 중심 +1 23.05.22 1,749 22 12쪽
19 먹어도 돼 +1 23.05.21 1,756 24 12쪽
18 떼어내 줄게 23.05.20 1,779 20 13쪽
17 여긴 내 구역이야l 23.05.19 1,797 25 12쪽
16 죽음을 내릴 존재 +1 23.05.18 1,833 26 12쪽
15 내가 데려간다 23.05.17 1,914 24 13쪽
14 간보지 마 23.05.16 2,067 27 13쪽
13 쇼고스 +1 23.05.15 2,266 37 13쪽
12 삼자대면 +1 23.05.14 2,433 35 12쪽
11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4 23.05.13 2,456 37 12쪽
10 세계수는 내가 갖는다 23.05.12 2,499 35 12쪽
9 내 집에서 다 꺼져 23.05.12 2,530 36 12쪽
8 여기가 집이다 +1 23.05.11 2,631 35 13쪽
7 왜 여기에? 23.05.11 2,617 40 12쪽
6 사막 한가운데(2) 23.05.10 2,682 35 11쪽
5 사막 한가운데(1) 23.05.10 2,823 36 13쪽
» 마지막 귀환자 +1 23.05.10 3,032 47 13쪽
3 변해버린 지구 23.05.10 3,574 40 14쪽
2 여기가 집이라고? +2 23.05.10 4,039 47 13쪽
1 프롤로그 +2 23.05.10 4,902 5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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