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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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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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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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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5,145

작성
23.05.21 10:10
조회
1,758
추천
24
글자
12쪽

먹어도 돼

DUMMY

류신은 마지막으로 물었다.


“진짜 떼어내길 원해? 이 녀석이 그래도 너의 수명을 조금 늘려줄 거야.”


멜렉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오래 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그냥······ 내가 아닌 채로 사는 게 싫어. 짧게 살더라도 이젠 온전히 나로 살고 싶어.”


멜렉의 표정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우린 살 만큼 살았잖아. 그리고······ 모처럼 지구에 왔는데. 고향에 왔는데······ 온전한 나로 있어야지.”


맞는 말이다. 그녀 역시 말쿠트의 신의 대리인이었다.

류신과 버금갈 정도로 그녀 역시 신의 대리인으로 오랜 세월을 살았을 것이다. 그 세월을 버티고 드디어 집에 온 것이다.

집에 돌아와 살아갈 삶을 고대했을 그녀의 마음이 느껴졌다. 절망과 실망, 그리고 아쉬움들이.

이제 그녀에게 그것들을 희망과 즐거움, 만족감으로 바꿔줄 순간이다. 최소한 신의 대리인이라면 이 정도의 민원은 해결해 줘야 한다.


“좋아. 까짓것 해보지 뭐.”


류신이 다시 멜렉의 등에 손을 대고 기운을 불어넣었다.

불길한 기운을 느낀 것인지 쇼고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와 동시였다.


“으윽!”


멜렉의 입에서 고통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피까지 입 안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류신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아무리 잘 모르는 이계의 생명체라 하더라도 이정도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신의 대리인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존재라니.

쇼고스는 마치 모두를 비웃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류신을 바라봤다.


“이 새끼 봐라. 진짜 쳐다보는 눈깔이 마음에 안 드네.”


류신은 더욱 쇼고스를 향해 강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아으윽!”


멜렉의 몸이 휘청이며 뒤로 꺾였다. 그녀는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세로가 옆에서 힐링을 시전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세로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류신의 팔을 잡았다. 류신도 힘을 도로 거둬들일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이 과정을 이영철이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었다.


류신이 힘을 거두자 멜렉도 조금은 고통에서 벗어난 듯 숨을 몰아쉬었다.

확실히 쇼고스라는 생물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신의 대리인마저 고통스럽게 만드는 생물, 게다가 이계의 신들도 폭주하면 통제가 어렵다는 정보를 봤을 때 섣불리 다룰 수 없는 생명체였다.

멜렉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세로가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안 돼. 멈추지 마. 계속 해. 죽어도 괜찮아.”


멜렉이 간절한 표정으로 류신을 봤다.


“너 죽으면 안 돼.”

“나 걱정해 주는 거야?”


멜렉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하지만 류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멜렉의 손을 덥석 잡았다.


“어머! 이런 거 좋아해?”


멜렉은 힘든 얼굴이었지만 웃고 있었다.


“아직은 살만한가 보네. 농담도 하고.”


하지만 류신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장난을 칠 생각도 없었다.

고작 작은 기생생물 하나가 신의 대리인을 어떻게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지가 의아했다.


류신은 멜렉의 손을 통해 새로운 기운을 흘려보냈다.

이제까지는 쇼고스를 몰아내기 위한 기운이었다면 이번에는 아니었다. 오히려 쇼고스가 좋아할 만한 기운이었다.

기운이 자연스럽게 쇼고스에게 흘러 들어갔다.

류신은 봤다. 쇼고스의 눈매가 가늘어지고 심지어 입맛까지 다시는 것을.


쇼고스는 마치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듯이 쩝쩝거리는 소리까지 냈다.

놈이 류신의 기운에 반응을 보인 것이다.

류신이 빙긋 웃었다. 쇼고스를 멜렉의 몸에서 떼어낼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방법이 있을 것도 같은데?”

“그래? 어떻게?”


류신은 대답 대신 멜렉의 손을 놓은 후 기운을 작은 물방울 정도 크기로 만들어 쇼고스에게 날렸다.

류신이 날린 기운이 그대로 쇼고스의 몸에 닿았다. 그러자 쇼고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치 마약을 먹고 환각 상태에 빠진 듯이 보일 정도였다.

확실히 류신의 기운에 쇼고스는 반응하고 있었다.


쇼고스는 더 크고 강한 기운에 이끌리듯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장 류신이 날린 기운을 더 찾는 듯 촉수 하나가 사방을 이리저리 휘젓고 있었다.


류신은 기운을 손에 맺은 채 쇼고스에게 뻗었다.

한 번 류신의 기운 맛을 본 쇼고스는 자연스럽게 촉수를 뻗어 류신의 팔로 건너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욕심이 많은 것인지 레인의 심장을 감싸고 있는 촉수를 떼어내려 하지 않았다.

류신이 조금 거리를 벌렸다.

쇼고스의 촉수가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멜렉을 포기하지 않았다.

류신은 거리를 더 벌렸다. 촉수가 더 늘어났다. 결국은 더 이상 촉수가 늘어나지 않는 곳까지 류신이 물러났다.


쇼고스가 갈등하는 것이 보였다.

멜렉에게 그대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먹잇감으로 이동할 것인지.

여기서 실패하면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쇼고스를 끌어들여야 했다. 그래서 류신은 조금 더 강한 기운을 손에 흘려보냈다.

그것이 결정적이었다.

드디어 쇼고스가 레인의 심장에서 촉수를 떼어내고 류신의 팔로 건너왔다.


“어서 빨리 놈을······”


새로가 외쳤다.

그녀는 류신이 쇼고스를 잡아서 그대로 소멸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류신은 잠자코 기다렸다.

쇼고스는 그런 기다림에 호응하듯 류신의 팔을 타고 올라가 가슴에 자리를 잡았다.

촉수가 가슴의 살갗을 파고들어 심장을 움켜쥐었다. 이번에는 쇼고스가 류신을 숙주로 삼은 것이다.


멜렉은 물론 세로도 놀란 표정이었다.

오히려 류신만 태연했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이었다. 오히려 류신은 신기하다는 얼굴이었다.


“오! 이런 기분이었군!”


류신이 자신의 가슴에 자리잡은 쇼고스를 내려다봤다. 그러자 쇼고스도 위를 올려다봤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류신이 빙긋 웃었다.


“도대체 왜?”


하지만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세로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멜렉 님! 괜찮으십니까?”


이영철이 다가와 멜렉을 부축했다.

쇼고스가 떨어져 나간 멜렉은 빠르게 의식을 잃고 있었다.


“뭐 하고 있어! 넌 네 할 일을 해!”


류신의 말에 세로가 멜렉에게 힐링 마법을 시전했다. 일반적인 마법사의 그렇고 그런 힐링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법의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는 하이엘프의 힐링이었다.

멜렉의 창백하던 피부에 생기가 돋고 조금씩 호흡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쩌려고 그래요? 그 생물이 뭔지도 모르면서.”


세로가 멜렉을 치료하면서도 인상을 쓰며 따지고 들었다.


“귀 안 먹었어. 소리치지 마. 그리고 이놈은 걱정하지 마. 내가 처리한다고 했잖아. 케로! 이리 와!”


류신이 부르자 강아지가 왈왈 짖으며 달려와 류신 앞에 섰다.

아주 작은 말티즈 정도 크기의 강아지가 류신을 보며 꼬리까지 흔들며 서 있었다. 누가 봐도 귀여운 강아지에 불과했다.


“이젠 괜찮아. 그만 해도 돼.”


멜렉이 힐링을 시전하는 세로의 팔을 살짝 잡았다. 하지만 세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힐링 마법을 거두지 않았다.


“아뇨. 그만하라는 명령은 없었어요.”


세로의 말에 멜렉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왠지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문득 멜렉은 말쿠트에서 자신을 보좌했던 존재가 떠올랐다. 용족의 왕이었던 존재.

게이트를 통해 지구로 가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고 파멸자와 맞섰던 존재. 그의 희생으로 인해 멜렉은 파멸자를 죽일 수 있었다.

물론 마지막 한 번의 방심으로 파멸자가 지니고 있던 쇼고스에게 잡히고 말았지만.


멜렉은 시선을 돌려 류신을 봤다.

류신은 꽤 거리를 벌린 채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그가 데리고 왔던 강아지가 있었다.


“세로! 잘 봐두렴!”

“네? 뭘요?”

“신께서 유일하게 인정한 대리인의 능력을.”


멜렉의 말에 세로가 류신을 봤다.

하지만 멜렉의 말과는 다르게 류신의 행동은 평소와 같았다. 장난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바로 그 모습이었다.


“배고팠지? 기다리던 식사 시간이다.”

왈- 왈-


“하하하. 이제 네가 먹을 걸 줄 테니 배불리 먹어라.”


-왈


류신의 말에 케로가 짖었다. 작은 덩치에 걸맞게 앙증맞은 소리였다.


류신은 자신의 가슴에 붙어있는 쇼고스를 봤다.

눈을 뒤룩거리며 류신을 바라보는 기생생물은 확실히 보면 볼수록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좋아. 얼마나 버티나 볼까? 기생생물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한번 버텨봐!”


류신이 자신의 기운을 갑자기 쇼고스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꺼번에 많은 양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급격한 기운이 한 군데로 흘렀고, 그 기운을 쇼고스는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쇼고스의 몸이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마치 류신의 가슴에 풍선이 매달린 것 같았다.

쇼고스의 커다란 눈이 마구 흔들렸다. 몸까지 부들부들 떨었다.


“왜? 더 버텨!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류신은 더욱 기운을 보냈다. 그러자 쇼고스의 크기는 더욱 커졌다.

류신의 가슴에 매달린 쇼고스는 이제 지름이 2미터가량 되는 풍선이 되어 있었다. 류신보다 더 큰 덩치의 풍선이었다.

당장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류신의 기운은 더 쇼고스로 향했고, 크기는 더욱 커졌다. 떨림도 더 강해졌다.

그리고 끝내 쇼고스는 더 버티지 못했다.

결국 류신의 가슴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어디론가 숨으려는지 급하게 움직이는 쇼고스였다. 하지만 그 앞을 케로가 막아섰다.

덩치로는 케로가 쇼고스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지금의 쇼고스는 류신보다 더 컸으니까. 그럼에도 케로는 당당하게 쇼고스에 맞섰다.


-왈! 왈!


케로가 짖었다.

쇼고스의 촉수가 케로에게 향했다. 이젠 케로를 숙주로 삼겠다는 듯이. 케로는 태연하게 다가오는 숙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류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케로! 먹어도 돼!”


쇼고스의 촉수가 곧 케로를 덮칠 듯이 다가왔다. 이대로 두면 케로는 쇼고스의 먹이가 될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귀여운 강아지에 불과했던 케로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먼저 몸이 거대해졌다. 그 크기는 요르를 맨 처음 봤을 때만큼 충격이었다. 게다가 머리가 분리되더니 세 개로 늘어났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쇼고스의 눈동자가 놀란 듯이 케로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거대한 케로를 향해 촉수를 뻗었다.

촉수가 케로의 몸에 박혔다. 쇼고스는 이제 케로를 지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쇼고스의 촉수는 케로의 몸에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케로의 몸 이곳저곳을 계속 찔러대는 쇼고스의 촉수들이었다. 하지만 결국 아무 곳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촉수가 허공을 맴돌았다.


-크르르


쇼고스가 무슨 짓을 하던 케르베로스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지켜보기만 했다.

쇼고스가 슬금슬금 케르베로스에게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녀석, 이제야 깨달았냐?”


류신이 빙긋 웃었다.

쇼고스의 눈동자가 사방을 살폈다. 어떻게든 살아날 방법을 찾는 모양이다. 그때 쇼고스의 눈에 멜렉과 세로가 함께 있는 것이 보였다.

멜렉 보다는 오히려 세로가 더 먹음직스러운지 입맛을 다시던 쇼고스가 빠르게 촉수를 뻗었다. 촉수는 엄청난 속도로 세로를 향해 날아갔다.


“위험해!”


이영철이 촉수가 다가오는 것을 알고 검을 빼 들어 세로 앞을 막았다.

하지만 촉수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영철이 검의 옆면을 이용해 촉수를 막으려 했다.

쇼고스의 촉수와 이영철의 검이 충돌하려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84 qh******..
    작성일
    23.09.16 02:27
    No. 1

    근데, 멜릭?은 쇼고스?한테 점령당해서 죽어갔는데 쥔공은 기운을 한번에 조금 나눠준걸로 떨칠정도면 쥔공이 엄청쌔다는거아닌가요..?나머지8명이 쥔공죽일려고해도 그냥 이길거 같은디..왜이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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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세상의 중심 +1 23.05.22 1,751 22 12쪽
» 먹어도 돼 +1 23.05.21 1,759 24 12쪽
18 떼어내 줄게 23.05.20 1,781 20 13쪽
17 여긴 내 구역이야l 23.05.19 1,798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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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내가 데려간다 23.05.17 1,915 24 13쪽
14 간보지 마 23.05.16 2,069 27 13쪽
13 쇼고스 +1 23.05.15 2,268 37 13쪽
12 삼자대면 +1 23.05.14 2,434 35 12쪽
11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4 23.05.13 2,457 37 12쪽
10 세계수는 내가 갖는다 23.05.12 2,500 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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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변해버린 지구 23.05.10 3,576 4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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