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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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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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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5.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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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13쪽

떼어내 줄게

DUMMY

“역시 눈치가 빠르시군요. 에흐예 님!”


마법진에서 나온 연미복의 멋진 사내는 바로 악마였다.

악마를 본 멜렉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이세계에서 늘 악마들은 사고를 치는 골치 아픈 존재였다. 언제나 마족이 문제였고, 마왕이 사고를 쳤다. 큰 사건에는 늘 악마들이 있었다.


악마는 신이 직접 만든 피조물이다. 천사와 마찬가지로 태초에 만들어졌고, 인간과는 다른 존재다. 그래서 신이 만든 세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었다.

그것이 신의 대리인들이 악마와 천사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유다.


“멜렉님도 계셨군요. 처음 뵙습니다. 제 이름은 메피스토펠레스(Mephistopheles)라고 합니다. 줄여서 메피스토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네가 메피스토?”


멜렉이 아는 체를 했다. 들어본 이름이기 때문이다.


“저를 아십니까?”

“설마 파우스트에 나오는 그 메피스토?”

“아! 파우스타라면······ 괴테! 그 친구와는 조금 인연이 있죠. 그가 글을 쓰는 데 제가 아이디어를 조금 보태 줬으니까요. 제 이름을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도 했고.”


메피스토가 입꼬리가 찢어질 듯이 올라가며 미소를 지었다.


멜렉은 악마들과의 교류가 그다지 없다. 그래도 물론 신의 대리인이기에 악마들에 대한 정보는 알고 있었고, 메피스토가 어떤 악마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악마가 있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에는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다.

무엇보다 류신은 그 악마의 존재를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연미복의 악마인 메피스토는 언뜻 보면 그저 잘 생기고, 멋진 중년 남성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마에는 작은 뿔이 자라 있었다.

게다가 긴 꼬리는 감출 필요가 없다는 듯이 정신 사나울 정도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 꼬리······ 잘라 버리기 전에 멈춰. 어지러우니까.”


류신의 말에 메피스토가 화들짝 놀랐다.


“아! 죄송합니다.”


동시에 사방으로 이리저리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던 꼬리의 모습이 사라졌다.

류신이 메피스토를 노려봤다. 그는 웃고 있었지만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봐! 메피. 이제부터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무척 잘해야 할 거야.”

“메피······ 아! 네. 그럼요. 어느 분의 명령이신데요.”

“그런 자세는 아주 좋아. 누구 명령으로 윤치성에게 붙어있는 거지?”

“그거야 저는 계약을 했기에······”

“대답 잘하라고 했지.”


류신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악마 메피스토가 침을 꿀꺽 삼켰다.


“루시퍼 님의 명령이십니다.”

“목적은? 놈들과의 협력인가? 아니면 감시?”

“감시입니다. 그 점은 분명합니다.”

“확신하는 이유는?”

“루시퍼 님께서는 신의 대리인들을 못마땅해하십니다. 아! 물론 류신 님은 예외십니다.”

“웃기고 있군. 지나가는 개도 안 믿겠다.”

“네?”

“그런 게 있어. 릴리스도 관여되어 있나?”

“아닙니다. 여왕님께서는 일절 모르고 계십니다.”

“그래? 의외네.”


류신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놈이든 저놈이든 꿍꿍이는······ 좋아. 저놈 데리고 돌아가. 그놈에게 꼭 붙어있어. 그리고 엘 하이가 여기로 쳐들어오려고 하면 연락해.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그럼요. 어떻게든 알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메피스토가 공손하게 류신에게 인사한 후 손짓을 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윤치성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그였다.

메피스토가 다시 손짓을 하자 새로운 마법진이 허공에 만들어졌다. 그는 윤치성을 데리고 함께 마법진 안으로 사라졌다.


메피스토가 사라지고 나서야 류신이 몸을 돌려 멜렉에게 다가갔다.

강아지는 여전히 바닥에 엎드려 혀를 내밀고 있었다. 다행히 장 씨 형제의 시체로 달려들지 않았다.


“뭘 데리고 온 거야?”


멜렉이 강아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몰라? 얘 본 적 없어?”

“설마······ 만나고 온 거야?”

“당연히 만났지. 그래도 주인 허락은 필요하잖아.”

“미쳤군. 에흐예가 가장 미쳤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말 넌 미쳤어.”


멜렉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내가 미쳤다고 누가 그래? 노인네가 그래?”

“누구겠어.”

“미친 노인네. 지가 제일 미쳤으면서 왜 남의 욕은 하고 지랄이야?”


류신이 씩씩거렸다.


“누굴 만나고 왔다는 거예요?”


옆으로 슬쩍 다가온 세로가 물었다. 이영철도 호기심이 생긴 듯 귀를 기울였다.


“지옥이자 저승의 주인.”

“네?”


멜렉의 대답에 세로와 이영철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류신은 그런 그들의 반응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아이를 이용하려는 거구나.”


멜렉이 강아지를 보며 말했다.


“맞아. 솔직히 이번엔 나도 뾰족한 수가 없어서.”

“인정해. 나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방법이 없더라고. 그래도 그 아이를 이용할 생각은 못 했네.”

“그다지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잖아.”


류신의 말에 멜렉이 고개를 끄덕였다.

멜렉도 강아지의 정체가 케르베로스라는 것은 눈치를 챘다. 그리고 케로베로스라면 쇼고스를 없애는 것이 가능할 것도 같았다.

문제는 교소스를 몸에서 떼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케르베로스도 할 수 없는 문제니까.


“지금 상태는 어때?”


류신이 멜렉을 보며 물었다.


“지금은 다행히 폭주는 멈췄어. 하지만 이대로 두는 건 아무래도 위험해. 내가 의식을 잃을 수도 있어.”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쇼고스가 내 의식을 지배하게 돼.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는 거지. 내 힘을 가진 쇼고스가 태어나는 거야.”

“왠지 되게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게 들린다.”

“두려워해야 할 거야. 쇼고스가 폭주하면 이계의 신들도 다루기 힘들다고 들었으니까.”

“그 정도라고?”


류신이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다루기 까다로운 생명체는 맞다. 하지만 이계의 신이라고 불리는 자들마저 다루기 힘겨워한다는 것은 의외다.

어쩌면 쇼고스에게 더 거대한 무언가가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어쨌든 그 녀석은 내가 떼어내 줄게.”


류신이 단호하게 말했다.


“가능해요?”


세로가 물었다. 사실 그녀도 나름 쇼고스를 떼어낼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수소문해보기도 했다.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 엘 하이의 지역에 들어갔다가 붙잡혔던 그녀였다.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늘 나타난 류신이 곧바로 쇼고스를 제거해 주겠다고 나섰다.


“어째······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다.”

“네. 못 믿겠어요.”

“떼어내면 어떻게 할래?”


순간 세로는 입을 다물었다. 류신은 그저 웃고 있었다.


“만약 쇼고스를 제거하면······ 제가 다시 에흐예님의 보좌가 되어드리죠.”

“싫어. 귀찮아.”

“네? 귀, 귀찮다구요?”


세로는 어이가 없었다. 거절할 줄은 생각도 못 한 그녀였다. 게다가 심지어 귀찮다는 대답을 듣다니.

귀찮으면 도대체 왜 감옥에 갇혀있는 자신을 구해주기까지 한 것일까. 게다가 살 집이라고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도 류신이었다.


“내가 쇼고스 떼어내면······ 넌 완전히 해고야.”

“해고요?”


세로는 다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해고라니. 왠지 자존심이 상했다.


“도대체 왜 저를 해고······”

“됐고, 해고할 테니까 마음대로, 그냥 내키는 대로 살아. 괜히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이제 여기가 네 고향이 되는 거니까.”


류신의 말에 세로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가 자신을 해고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480만 년을 신의 명령으로 보좌로 일했던 세로에게 류신은 자유를 주려고 했다.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세로는 바보가 아니다.


“내가 그렇게······ 지겨웠어요?”


세로가 물었다.


“그래. 지겨웠지. 그 오랜 세월을 붙어 지냈는데 안 지겹겠어?”


류신이 고개까지 절레절레 저었다.

세로가 고개를 숙였다. 왠지 감정이 복잡해졌다.

고맙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한 기분. 그래도 세로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반대로 눈물이 눈에 맺히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옷 벗어.”


류신이 멜렉을 보며 대뜸 말했다.

순간 이영철이 발끈하며 멜렉 앞을 막아섰다.


“옷을 벗으라니! 멜렉 님에게 그런 무례한······”


따악!


이영철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류신이 그대로 그의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았기 때문이다.


“아악!”


엄청난 고통에 이영철은 그대로 머리를 감싸 쥔 채 주저앉았다.

이제껏 오랜 세월을 싸우면서 다치기도 많이 했고, 죽을 고비도 넘겼다. 그럴 때마다 고통은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느낀 고통은 차원이 달랐다.


“아악! 힐링! 힐링!”


이영철은 힐링 마법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머리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껏 이렇게 끔찍한 고통은 처음이었다.

잘려진 팔과 다리의 고통도 없애는 힐링이 고작 꿀밤 맞은 고통을 없애지 못하다니.


“네 녀석 대장 고쳐준다는 거잖아. 왜 방해하고 지랄이야. 한 번만 더 날 막으면 그땐 내가 너 죽일 거야. 흔적도 없이 없애버릴 테니까 경험해보고 싶으면 덤비던가.”


류신의 마지막 말에 이영철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때 부드러운 손이 이영철의 아픈 머리를 잡았다.


“괜찮다. 내가 선택한 거야.”

“메, 멜렉님!”


멜렉이 류신을 보며 살짝 인상을 썼다. 물론 류신은 그런 멜렉의 표정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신기했다. 힐링도 전혀 통하지 않던 머리의 고통이 멜렉의 손길이 닿자마자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영철이 언제 아팠냐는 듯이 꼿꼿하게 섰다. 그런 그의 뒷덜미를 세로가 잡아 끌고갔다.


“왜? 왜 이래?”

“방해하지 말고 비켜. 멜렉 님 구하고 싶으면.”


세로의 말에 이영철은 대꾸하지 못했다. 게다가 힘도 더 세서 이영철은 그저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바로 시작할 거야?”

“그러지 뭐. 이 녀석도 데리고 왔는데 시간 끌 필요는 없잖아.”


류신의 말에 멜렉이 걸치고 있던 망토를 벗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멜렉의 알몸이 드러났다.

완벽한 몸매란 아마도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문제는 한쪽 가슴을 차지하고 있는 쇼고스였다.

흉물스러운 눈동자를 굴리며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왠지 지적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류신이 시험 삼아 다가가자 쇼고스의 눈동자가 류신을 따라왔다. 류신이 눈을 맞추자 역시 쇼고스도 눈을 맞췄다.


“뭘 쳐다봐! 눈깔을 확!”


류신이 손가락으로 찌르는 시늉을 하자 눈을 감기까지 하는 쇼고스였다.


“이 녀석에 대한 다른 정보는 없어?”

“나도 이름만 알아. 이계의 생물이라 전혀 정보가 없어. 나에게 알려주지도 않고.”


멜렉도 자세히는 모르는 모양이다.


“좋아. 그러면 떼어내 보자고. 세로! 넌······”

“알아요.”


어느새 다가온 세로가 이미 손에 마법을 맺었다. 대부분 치료나 체력의 보충을 위한 마법이었다.

한마디만 해도 류신의 생각을 척척 알아내는 그녀였다. 480만 년을 함께 지낸 호흡이라고나 할까.


류신은 멜렉의 뒤로 돌아가 등에 손을 댔다. 류신의 기운이 손을 타고 멜렉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기생생물인 쇼고스가 몸 안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어떻게 분리해야 하는지 등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류신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어때?”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 멜렉이 물었다.


치명적이었다. 전에 대충 살펴본 것보다 더 안 좋았다. 쇼고스가 폭주했던 것이 원인이 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신의 질병은 착실하게 멜렉의 생명을 좀먹고 있었다. 쇼고스가 문제가 아니라 더 심각한 것이 바로 신의 질병이었다.


오히려 신의 질병을 쇼고스가 막아주고 있는 셈이었다. 만약 쇼고스를 떼어낸다면 멜렉의 신의 질병은 속도를 내어 그녀의 몸을 잠식해 들어갈 게 분명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이었다. 인간이 걸리는 질병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그렇다고 쇼고스가 신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에 불과하며, 쇼고스 역시 멜렉의 기운을 빨아들여 결국 죽음으로 내몰 것이기에 제거하는 게 맞았다.

사면초가. 지금 이 상황을 일컫는 가장 적절한 말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물을 게. 정말 이놈을 제거하길 원해?”


쇼고스라는 기생생물을 제거하면 멜렉은 죽을 것이다.

남은 생명은 그녀의 말대로 5년? 어쩌면 더 짧을 수도 있다. 쇼고스를 제거하지 않으면 그 보다 수명은 길 것이다. 둘 다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이어져 있지만.

멜렉이 류신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미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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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기회를 주마 23.05.28 1,319 16 13쪽
25 류테크 23.05.27 1,325 18 13쪽
24 새로운 국장 23.05.26 1,423 20 12쪽
23 바벨탑의 봉인 +1 23.05.25 1,403 22 13쪽
22 암시장 23.05.24 1,548 20 13쪽
21 신을 만나야 하는 이유 23.05.23 1,879 22 13쪽
20 세상의 중심 +1 23.05.22 1,751 22 12쪽
19 먹어도 돼 +1 23.05.21 1,757 24 12쪽
» 떼어내 줄게 23.05.20 1,781 20 13쪽
17 여긴 내 구역이야l 23.05.19 1,798 25 12쪽
16 죽음을 내릴 존재 +1 23.05.18 1,834 26 12쪽
15 내가 데려간다 23.05.17 1,915 24 13쪽
14 간보지 마 23.05.16 2,069 27 13쪽
13 쇼고스 +1 23.05.15 2,268 37 13쪽
12 삼자대면 +1 23.05.14 2,434 35 12쪽
11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4 23.05.13 2,457 37 12쪽
10 세계수는 내가 갖는다 23.05.12 2,500 35 12쪽
9 내 집에서 다 꺼져 23.05.12 2,532 36 12쪽
8 여기가 집이다 +1 23.05.11 2,633 35 13쪽
7 왜 여기에? 23.05.11 2,618 40 12쪽
6 사막 한가운데(2) 23.05.10 2,683 35 11쪽
5 사막 한가운데(1) 23.05.10 2,824 36 13쪽
4 마지막 귀환자 +1 23.05.10 3,033 47 13쪽
3 변해버린 지구 23.05.10 3,575 40 14쪽
2 여기가 집이라고? +2 23.05.10 4,041 47 13쪽
1 프롤로그 +2 23.05.10 4,902 5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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