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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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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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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16
추천수 :
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5.16 08:40
조회
2,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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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3쪽

간보지 마

DUMMY

짙은 어둠이 주변을 잠식하고 있었다. 게다가 공기는 꿉꿉하고 기분 나쁜 열기와 냄새까지 머금고 있었다.

포털에서 나온 류신은 주변을 둘러봤다.

어두웠지만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하는지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그였다. 바로 이곳이 죽은 자들의 세상인 지옥이었으니까.


키이익-

캬아악-


듣기에도 불쾌한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류신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불길하고 더러운 손들이 바닥을 뚫고 올라와 더듬거리는 것이 보였다.


“여긴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네. 발전이 없어.”


류신은 앞으로 걸었다. 바닥에서 솟은 손이 류신의 바지를 건드렸다. 그러나 그 순간 손은 그 자리에서 바로 썩어 흙으로 변해버렸다.

그저 닿기만 한 손이 흙이 되어버리자 겁을 먹은 것인지 다른 손들은 류신의 발이 다가오는 것을 피했다.

일직선으로 곧게 난 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어느 거대한 문 앞이었다.

그곳에 류신이 목표로 한 존재가 있었다.


크르르-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거대한 존재가 몸을 일으켰다.

차가운 냉기가 숨을 쉴 때마다 느껴졌다.

살아있지 않은 존재, 그러면서 살아있지 않은 존재들을 지키고 사냥하는 존재가 바로 이 녀석이었다.

거대한 머리 세 개가 달린 개가 류신의 눈앞에 있었다.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류신이 앞에 선 채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머리가 셋 달린 거대한 개가 류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각 머리의 입에서는 침을 질질 흘려댔다.

지옥의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 케르베로스가 바로 류신의 눈앞에 서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몸에 거대한 머리,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에 초점 없는 눈.

지옥을 지키는 것에, 죽은 자를 지키고, 죽은 자를 통제하는 것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갖춘 존재는 없다.


류신이 케르베로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케르베로스의 머리 셋이 동시에 다가왔다. 물론 가장 먼저 케르베로스의 손에 가까이 온 것은 가운데 머리다.

케르베로스의 가운데 머리는 가까이 다가오더니 혀를 내밀어 류신의 손을 살짝 핥았다.


“녀석! 기억하는구나. 다행이네. 기억 못 하면 기억날 때까지 패야 하나 걱정했거든.”


케르베로스가 류신의 말을 알아듣는 듯 혀를 내밀고 헥헥거렸다.


“아! 생명이 없는 녀석이라 고통도 못 느끼나? 어쨌든 다시 만나 반갑다.”


류신이 손을 뻗어 가운데 머리의 콧잔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끼잉- 끼잉- 끼잉-


기분이 좋은 듯 케르베로스의 입에서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소리가 흘러나왔다.

류신은 나머지 머리들도 쓰다듬어 주고는 케르베로스를 지나쳐 입구에 섰다.

거대한 문, 바로 지옥의 입구다.

류신은 잠시 입구에 서 있었다. 뒤에 케르베로스가 불안한 듯 낑낑거렸다.


“직접 열래? 아니면 내가 부술까?”


류신이 큰소리로 외친 후 발로 문을 툭 건드렸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문이 덜컹하며 열렸다.


“넌 여기서 기다려.”


류신이 케르베로스의 콧잔등을 툭툭 두드려주고 그대로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쪽의 풍경은 장엄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길게 이어진 외길이 있었고, 그 끝에는 검붉은 성이 하나 서 있었다.

외길의 아래로는 불길이 치솟는 세상이었다. 불길 속에는 죽은 자들이 끝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불길에 타고, 다시 살이 돋았다가 불길에 타기를 반복하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 말 그대로 지옥이다.


개중에는 지옥을 벗어나려는 영혼들이 앙상한 뼈만 남은 채 길 위로 올라오기 위해 버둥거렸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길 위로 올라올 수 없다.

길의 양쪽 끝에는 창과 방패를 든 스켈레톤 기사들이 도열해 위로 올라오는 영혼들을 무자비하게 다시 지옥으로 떨어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류신은 스켈레톤들이 도열한 사이를 유유히 지나, 길 끝의 검붉은 성으로 향했다.


한참을 걸어 성 앞에 도착하자 거대한 성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성문은 류신이 다가가자 역시 자동으로 열렸다.


성안은 다시 길게 이어진 복도가 나타났고, 복도 벽에는 횃불이 일렬로 달려 있었다.

류신은 다시 걸었다.

복도의 끝에 도착하니 홀이 나타났다. 거대한 홀이었다. 그 홀의 중앙 약간 높은 곳에 단상이 마련되어 있었고, 단상 위 푹신해 보이는 의자에 남녀가 앉아 있었다.


류신이 뚜벅뚜벅 다가가 앞에 섰다.

주변에 검은색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꽤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모두 다크 나이트들이었다. 언젠가 있을지도 모르는 전쟁을 위해 지옥에서 양성한 무기들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들이다. 죽었으니 두려워할 이유도 없겠지.


류신이 점점 다가가자 다크 나이트들이 앞을 막아섰다.

류신이 위를 노려보았다. 이 광경을 푹신한 의자에 앉은 채 남녀가 재밌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이러기야?”


류신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건 오히려 내가 묻고 싶군. 아무런 기별도 없이, 설명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다니 말이야.”


남자가 입을 열었다.

잘생긴 얼굴에 순백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등 뒤의 날개는 짙은 검은 색이었다.


“예약하고 여기 오는 사람도 있어? 접수증이라도 끊어주나?”

“틀린 말은 아니네. 여긴 예약하고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입구 쪽에 교통편이라도 좀 마련해. 여기까지 오는 데 너무 멀어.”

“풍경을 감상하면서 오기엔 좋잖아.”

“뭐 봐서 좋은 풍경이라고.”

“나에게는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이야.”

“그건 네가 변태라서 그래. 어쨌든 오랜만이야. 하데스. 페르세포네. 아니지. 다른 이름을 선호하나? 루시퍼? 릴리스? 오시리스? 이시스?”


류신이 남녀를 보며 인사를 건넸다.

순간 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곳은 나의 왕국이다. 네가 다스리던 세상이 아니야. 에흐예. 게다가 네가 다스리던 세상은 멸망했다. 더 이상 그대는 신의 대리인도 아니니 나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할 것이다. 네가 죽으면 내 백성이 되는 것이니까.”


하데스이기도 하고 루시퍼이기도 한 자가 류신을 보며 말했다. 순간 류신이 피식 웃었다.


“웃기는군. 너희가 날 두려워했던 이유가 내가 신의 대리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신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

“너희들 말대로 내 세계는 망했고, 에흐예라는 이름은 이제 버렸어. 내가 죽으면 이곳으로 오겠지. 하지만 아직도 난 신의 힘을 가지고 있어. 그러면 내가 너희들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할까?”


류신이 빙긋 웃으며 바라봤다.


“앞의 이것들부터 치워. 전부 쓸어버리기 전에. 지금 난 충분히 예의를 지키는 중이야. 내 성격 알잖아?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

“······ 물러나라.”


잠시 뜸을 들인 하데스이자 루시퍼가 명령하자 다크 나이트들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물러났다.


“이제 대화라는 걸 해볼까?”


류신의 싸늘한 미소에 하데스이자 루시퍼와 페르세포네이자 릴리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슨 대화를 원하는 거지?”


하데스이자 루시퍼가 물었다.


“그거야 당연히 너희들에 대한 대화지. 너희들도 이제 입장을 정해야 할 거야.”

“입장?”

“그래.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말이야.”

“······”

“간 보지 말라는 거야.”


다시 하데스이자 루시퍼와 페르세포네이자 릴리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


“크하하하! 여긴 천국이구나.”

“전부 쓸어버리자고.”

“여자는 전부 내 거야!”


도심 한복판에 갑자기 나타난 자들에 의해 시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물론 멀쩡하게 장사하던 가게들도 피해의 대상이 되었다.

진열되어 있던 귀금속이 약탈당하고, 길거리 노점이 뒤집혔다. 말리던 사람들의 머리가 터져나가기도 했다.


현장에 경찰이 도착했지만, 귀환자도 아닌 인간의 무기로는 속수무책이었다.

상대는 귀환자들이었다. 게다가 그것도 무자비한.


“귀환자 다수가 시내에서 난동 중,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보가 뜨지 않습니다. 지원이 필요합니다.”


경찰은 난동을 부리는 귀환자들을 검색했지만, 그들에 대한 정보는 경찰 데이터에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들은 고비사막 한가운데 감옥에 있다가 엘 하이가 풀어준 범죄자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엘 하이가 아주 편리하게도 포털까지 열어줘 아무런 문제없이 서울로 들어올 수 있었다.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 영구적으로 감옥에 갇혔던 자들이 풀려나 마음껏 힘을 휘두를 수 있으니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어디에 있을까.


멀리 관리국의 차량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관리국에서는 마력이 담긴 무기와 귀환자들로 구성된 팀이 있다. 하지만 능력이 그리 높지는 않다.

능력이 높은 귀환자는 대부분 길드에 소속된다. 정부 소속 관리국에서 일하는 귀환자는 길드에 들어갈 정도의 실력이 아니라는 의미다.


“관리국? 관리국 따위가 뭘 할 수 있다고 여길 찾아와?”


사내들은 관리국의 차량이 다가와도 태연했다. 아니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것은 남태현과 황미연이었다.


매년 길드에서 데려가기 위해 러브콜을 날리는 것이 바로 남태현과 황미연 두 사람이다. 실력자의 등장에 난동을 부리던 사내들 몇이 긴장했다.


“시내를 이 지경을 만들어 놓다니······ 아악! 저기 내가 좋아하는 가겐데······”


엉망이 된 시내를 보며 황미연이 경악했다. 그녀는 분노하고 있었다.


“와! 꽤 괜찮은 여잔데? 이봐. 우리랑 같이 놀지 않을래?”


난동을 부리던 사내 중 황미연을 잘 모르는 놈 하나가 자신들이 부순 차 위에 걸터앉은 채 히죽거리고 있었다.

그는 그저 황미연의 미모를 보고 장난을 친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지 못한 채.


“너희들 뭐냐?”


황미연이 물었다. 그녀의 말투에는 싸늘한 분노가 묻어 있었다. 옆에 서 있는 남태현 부국장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우리? 지금부터 이 도시를 점령해 볼까 하는데? 너도 끼워줄까? 시중 정도는 들게 해줄 수도 있어. 큭큭큭. 어때?”


순간 킥킥거리던 귀환자의 머리가 사라졌다.

붉은 기운이 채찍처럼 움직이며 빠르게 귀환자의 머리를 쳐냈고, 그대로 몸에서 뜯겨진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황미연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뜩이나 사이클롭스에게 당해 열받아 있는데 난동을 부리는 자들의 도발에 화가 폭발해 버린 것이다.


“어? 저, 저 미친년이······”


다른 귀환자가 발끈해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 역시 황미연의 붉은 기운에 몸이 붙잡혔다.

동시에 그의 몸은 마치 빨래 짜듯 뒤틀렸다.


우두둑-


짧고 간결한 소리와 함께 사내의 허리가 180도 돌아간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제야 난동을 부리던 귀환자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뭐야? 관리국이라는 거 전부 호구들 아니었어?”

“그러게. 저 괴물은 뭔데?”


당황한 귀환자들 사이를 헤집고 꽤 큰 덩치가 나타났다.


“병신들······ 티페레트의 구미호도 모르는 거냐?”


덩치의 설명에 난동 부리던 모두가 깜짝 놀랐다.


“뭐? 티페레트의 구미호?”

“그런 괴물이 관리국에서 일한다고? 왜?”

“정말 저게 구미호라고? 구미호가 저렇게 생겼다고? 늙은 할멈 아니었어?”


다들 놀라면서도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할멈? 어우- 도대체 뭔 소문이 도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내 정체를 알았으면 항복해. 죽이지는 않을게. 대신 팔이나 다리 하나씩은 내놓을 생각 하고. 저항하면 그땐 죽는 거야.”


황미연의 서슬 퍼런 말투였다.

하지만 남태현은 긴장한 채 덩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심하지 마라. 저 녀석 번개다.”

“번개? 그 연쇄살인범 번개?”


남태현의 설명에 이번엔 황미연이 놀랐다.

번개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 것일까. 그는 한국에서 여러 차례 살인을 저질렀다가 수배된 후 중국으로 도주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살인을 저질러 결국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지금 한국의 도시 한복판에 나타날 수 있었던 걸까.


“크크큭, 그래. 내가 번개다. 오랜만에 고향에 오니까 좋네. 죽일 수 있는 인간들이 참 많아.”


번개가 미소를 지었다. 잔인한 미소다.

남태현이 대검을 꺼내 번개를 향해 겨눴다.

번개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전기의 스파크와 남태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순수한 기운이 충돌하려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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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귀환자는 신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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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기회를 주마 23.05.28 1,319 16 13쪽
25 류테크 23.05.27 1,325 18 13쪽
24 새로운 국장 23.05.26 1,423 20 12쪽
23 바벨탑의 봉인 +1 23.05.25 1,403 22 13쪽
22 암시장 23.05.24 1,548 20 13쪽
21 신을 만나야 하는 이유 23.05.23 1,879 22 13쪽
20 세상의 중심 +1 23.05.22 1,751 22 12쪽
19 먹어도 돼 +1 23.05.21 1,757 24 12쪽
18 떼어내 줄게 23.05.20 1,780 20 13쪽
17 여긴 내 구역이야l 23.05.19 1,798 25 12쪽
16 죽음을 내릴 존재 +1 23.05.18 1,834 26 12쪽
15 내가 데려간다 23.05.17 1,915 24 13쪽
» 간보지 마 23.05.16 2,069 27 13쪽
13 쇼고스 +1 23.05.15 2,268 37 13쪽
12 삼자대면 +1 23.05.14 2,434 35 12쪽
11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4 23.05.13 2,457 37 12쪽
10 세계수는 내가 갖는다 23.05.12 2,500 35 12쪽
9 내 집에서 다 꺼져 23.05.12 2,532 36 12쪽
8 여기가 집이다 +1 23.05.11 2,633 35 13쪽
7 왜 여기에? 23.05.11 2,618 40 12쪽
6 사막 한가운데(2) 23.05.10 2,683 35 11쪽
5 사막 한가운데(1) 23.05.10 2,824 36 13쪽
4 마지막 귀환자 +1 23.05.10 3,033 47 13쪽
3 변해버린 지구 23.05.10 3,575 40 14쪽
2 여기가 집이라고? +2 23.05.10 4,041 47 13쪽
1 프롤로그 +2 23.05.10 4,902 5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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