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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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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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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75
추천수 :
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5.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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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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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12쪽

삼자대면

DUMMY

모두가 허공을 올려다봤다.

그곳에 가면을 쓰고 망토를 두른 존재가 있었다. 바로 멜렉이었다.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를 관리하는 지배자인 멜렉이 바로 세계수가 있는 이곳에 나타났다.


“오랜만이야! 에흐예!”


허공에 떠 있는 존재가 류신을 보며 말했다.

그 순간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류신을 바라봤다. 멜렉의 입에서 나온 에흐예라는 이름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류신이 한숨을 쉬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오랜만이네. 멜렉.”


멜렉의 옆에는 황금색 갑옷을 입은 한 사내가 역시 허공에 뜬 채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며 주위를 노려보고 있었다.


“오랜만이군요. 요르문간드.”


멜렉이 거대한 뱀에게도 인사를 했다.

요르문간드가 멜렉을 마주 보는 곳까지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이군 멜렉. 그대가 직접 나타났다는 것은 이 사태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겠지?]

“그래요. 아주 잘 알고 있어요.”


멜렉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쇼파르는 그대가 구해 준 것인가?]

“아니요. 나도 그 물건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미안해요. 조금 더 신경 썼어야 하는데.”


밑에서 이 대화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경악했다.

멜렉이 사과를 하고 있었다. 말쿠트(Malkuth)의 신의 대리인이고, 지금 이 지역의 지배자인 멜렉이다. 그런 그녀의 사과에 모두는 놀랐다.


멜렉이 허공에서 몸을 돌려 경비대와 연구원들을 봤다.

사실 이들은 멜렉이 원해서 이곳에 있던 것이 아니다. 이들이 세계수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이곳에 머무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국 정부의 결정이었다.

그것을 멜렉은 딱히 막지 않았다. 귀환자를 포함해서 인간의 힘으로는 세계수에게 상처하나 입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쇼파르의 등장은 멜렉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었다.


멜렉이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와 경비대 앞에 섰다.

멜렉의 등장을 이제야 실감한 경비대원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몸은 여전히 마비된 상태였다. 요르문간드의 능력은 여전히 작동 중이었다.


“멜렉 님을 뵙습니다!”


모두 어색하게 굳은 채 멜렉에게 인사를 했다.

멜렉은 아무런 말없이 그대로 서 있었다. 멜렉의 옆에는 황금 갑옷의 사내도 서 있었다.

멜렉이 이기만 경비대장을 향해 손을 뻗어 그에게서 쇼파르를 빼앗았다.


“이걸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 있을까?”

“저기 그, 그게······”


이기만이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움직일 수는 없지만 그나마 말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멜렉 님의 물음에 어서 대답해라. 대답하지 못할 이유가 네 목숨보다 중요하다면 인정하겠다.”


황금 갑옷 사내의 무시무시한 협박이었다.

이기만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암시장에서 구했습니다.”

“암시장이라······ 이런 물건들이 많은가?”

“저도 우연히 찾아낸 겁니다.”

“그렇군. 그러면 이 물건은 내가 가져가도 되겠지?”

“모든 것은 멜렉 님의 것입니다.”


비싸게 주고 산 물건이지만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괜히 반발했다가는 그대로 이 세상에서 지워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황금 갑옷의 사내가 흉흉한 기운을 내뿜으며 노려보고 있었다.


멜렉은 쇼파르를 들고는 만족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모두를 둘러봤다.


“모두 들어라.”


경비대와 연구원들이 이제야 마비된 몸에서 벗어나 움직일 수 있었다.


“그대들이 세계수를 지키느라 노력한 것을 알고 있다. 그 노고를 잊지 않겠다. 그러니 이제 모두 돌아가라. 세계수는 그대들이 지키지 않아도 안전하다.”

“멜렉님! 하지만······”


이기만이 무언가 말하려 했다.

하지만 멜렉이 그의 말을 막았다.


“괜찮다. 언제부터 그대들이 내가 하는 말에 이유를 붙이기 시작했지?”

“아, 아닙니다.”

“그리고 내가 저자를 부르는 명칭을 들었을 것이다.”

“드, 듣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입니까?”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의 이기만이었다.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인가?”

“아,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알겠습니다. 멜렉 님의 말씀을 따릅니다.”


이기만을 비롯해 경비대, 연구원들 모두가 세계수 앞을 떠나 산을 내려갔다.

이제야 세계수 주변이 조용해졌다.


멜렉이 요르문간드를 올려다봤다.


“우리 마주 보고 이야기할까요?”

[그게 좋겠군.]


순간 요르문간드의 몸이 꿈틀거리더니 형체가 변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체가 줄어들고, 급기야 여성의 몸으로 변했다. 그것도 백발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다만 문제는 알몸이라는 점이다.


“와! 요르 너······ 그 모습으로 괜찮겠어?”

“내 모습이 어때서?”


류신이 요르의 모습을 보며 한마디 했지만, 요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기력을 모두 회복한 세로가 재빨리 바닥에 누군가 벗어놓고 잊어버리고 간 연구 가운을 집어 요르의 몸에 덮어줬다.


“고맙구나. 누구와는 다르게 너는 늘 친절하구나.”

“아닙니다. 요르문간드 님.”


세로가 깍듯이 대답했다. 물론 눈치 빠른 류신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요르를 노려봤다.


“누구와는 다르다니? 그게 설마 나를 말하는 거야?”

“멜렉. 그대는 위그드라실에 가까이 오지 마라. 이유는 그대가 잘 알 거라 생각한다.”


류신의 물음을 요르는 깔끔하게 무시하고 멜렉에게 말했다.


“알고 있어요. 여기서 더 가까이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말 그대로 멜렉은 요르에게서도, 류신에게서도 일정 거리를 둔 채 서 있었다. 그의 옆에 다가간 황금 갑옷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

류신이 멜렉을 보면서 인상을 썼다.


“확실히 다르긴 하네. 뭔가 이질적인 게 있어. 분명 내가 알고 있는 멜렉이 맞기는 한데······ 요르가 경계할 만하군. 몸에 도대체 뭘 가지고 있는 거야?”


류신의 물음에 멜렉이 가면을 벗었다. 금발의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

세로가 처음 보는 멜렉의 얼굴에 깜짝 놀랐다. 그녀도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물론 하이엘프의 여왕인 세로의 미모도 아름다웠지만 말이다.

게다가 인간으로 변한 요르문간드도 창백한 피부와 백발이 무척 매력적인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미녀 셋이 모여 차라도 마시는 화기애애한 자리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법했다.


“내 몸에 있는 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야. 더 중요한 게 있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래. 세계수를 노리는 자가 있거든.”


멜렉의 말에 류신이 피식 웃었다.


“그래? 그거면 이제 해결됐잖아. 나도 있고, 여기 요르도 있고.”

“내가 나선 이상 세계수는 안전해.”


류신과 요르문간드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멜렉의 표정은 어두웠다.


“간단하지 않아. 세계수를 노리는 건 바로 엘 하이(EL Chai)니까.”


멜렉의 말을 들은 류신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엘 하이? 예소드(yesod)의 그 엘 하이?”

“그래.”

“진짜 엘 하이가 맞아? 내 기억에 엘 하이는 수줍음이 많은 배불뚝이 아저씨였는데?”


류신이 다시 멜렉에게 물었다. 멜렉이 류신을 보며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


하얗게 불타버린 흔적이 바닥에 보였다.

흔적을 바라보고 서 있는 것은 가면을 쓰고 망토를 두른 엘 하이였다.

그의 옆에는 차가운 인상의 사내가 서 있었다. 엘 하이의 친위대장인 윤치성이었다.


“실력 있는 놈들이라고 하지 않았나?”


엘 하이가 물었다.


“맞습니다. 실력은 인정받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당했다고?”


검사는 하얗게 타버린 재로, 마법사는 신체의 일부와 뼈만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모래지옥이 몸통을 먹고 살이 비교적 없는 팔과 머리 등은 그대로 밖으로 뱉어내기 때문이다.


“더 강한 놈들로 선별하도록 하겠습니다.”


윤치성이 고개를 숙였다.


“안에 가둬 둔 놈들은?”

“그대롭니다. 모두 살아있습니다.”

“사라진 놈은?”

“하나입니다.”

“하나?”


엘 하이가 지하로 내려갔다.

그가 도착한 지하 맨 끝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세로가 묶여 있던 곳이다.

세로를 묶어 두었던 쇠사슬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끊어져 있었다.


“누구의 소행인지 당장 조사하겠습니다.”


윤치성이 말했다.


“아니다. 누구 짓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당장 잡아들이겠습니다.”

“네가?”


엘 하이가 윤치성을 보며 물었다. 윤치성은 당당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제가 잡아들이겠습니다.”

“하하하. 네가 할 수 있다면 해봐라. 아마 놈은 세계수로 갔을 거다. 치료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으니까. 어쩌면 그곳에 멜렉도 있겠군.”


멜렉이라는 말에 윤치성은 멈칫했다.

하지만 다른 대리인들은 몰라도 멜렉이라면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그만큼 멜렉의 기운은 약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멜렉이 약해졌으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속마음을 들켜버린 윤치성이었다.


“하하하! 아무리 멜렉이 약해졌다 하더라도 신의 대리인이다. 무시할 수 없어. 장 씨 형제를 데리고 가라.”

“알겠습니다.”


대답한 윤치성이 지하 감옥을 나갔다.

엘 하이는 사라진 세로의 자리를 바라보며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때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갇혀있는 자들이 내는 소리였다.


“우리도 풀어줘!”

“언제까지 가둬 둘 셈이냐?”

“풀어달라고. 죽을 것 같아.”

“풀어주기만 하면 모든 걸 다 할게.”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문득 엘 하이가 몸을 돌려 닫혀있는 감옥의 문들을 찬찬히 둘러봤다.

문의 창틈으로 팔들이 흉물스럽게 뻗어 나와 있었다.

상대가 엘 하이건, 누구건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풀려나지 못하면 어차피 죽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말 풀어주면 무슨 일이든 할 텐가?”

“그래. 할게. 뭐든지 할게. 시켜만 달라고.”


대부분 아우성치며 풀어만 달라고 소리쳤다.


“좋아. 풀어주지.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마.”


엘 하이가 싸늘하게 웃었다.


***


“도대체 왜 그놈들을 걱정하는 거야?”


류신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멜렉의 표정은 어두웠다.


“조심해야 해. 우린 그들에 대해서 몰라.”

“모르긴 뭘 몰라. 한 번 겪어본 놈들이잖아.”

“개체마다 전혀 달라. 내가 느낀 건 그래.”


멜렉은 정말 걱정된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류신은 전혀 걱정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건 네가 약해서 그래. 몸에 도대체 뭘 달고 있는 거야?”


류신은 그녀의 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어?”

“모르는 게 이상하지. 요르가 널 피할 이유가 없잖아. 도대체 뭐야? 나도 처음 느끼는 기운인데.”

“말로 하는 것보다는······ 직접 보여주는 게 더 낫겠네.”


멜렉이 자신의 망토를 훌렁 벗었다.

그녀는 망토 안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그야말로 알몸이었다.

아름다운 피부와 몸매다. 게다가 금발의 아름다운 얼굴은 남자들이 열광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한쪽 가슴에 자리 잡은 무언가가 있었다.


커다란 눈알이 달린 문어처럼 생긴 생명체가 멜렉의 가슴에 촉수를 박아 넣고 한쪽 가슴에 매달려 있었다.

류신의 시선은 정확하게 괴생명체로 향했다.


“그게 뭐야?”


류신도 처음 보는 생명체다. 한눈에 보더라도 무척 위험해 보였다.


“알고 있는 건 쇼고스(Shoggoth)라는 이름뿐이야. 이 생명체가 내 모든 것을 조금씩 빼앗아 가고 있어.”


확실히 류신이 보기에도 심각해 보였다.

쇼고스라고 불린 생명체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모두를 눈을 맞춰가며 마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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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내가 데려간다 23.05.17 1,915 24 13쪽
14 간보지 마 23.05.16 2,069 27 13쪽
13 쇼고스 +1 23.05.15 2,269 3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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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막 한가운데(2) 23.05.10 2,684 35 11쪽
5 사막 한가운데(1) 23.05.10 2,824 36 13쪽
4 마지막 귀환자 +1 23.05.10 3,035 47 13쪽
3 변해버린 지구 23.05.10 3,576 40 14쪽
2 여기가 집이라고? +2 23.05.10 4,042 4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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