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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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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121,145
추천수 :
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5.11 08:40
조회
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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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
12쪽

왜 여기에?

DUMMY

검에 맺힌 불꽃이 이글거리며 용의 형상을 이루었다.

류신이 의외라는 듯 화룡의 모습을 띤 검을 바라봤다.


“오! 화검?”

“화검을 알아보는 걸 보니 어중이떠중이는 아니구나. 나의 화검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걸 영광으로 알아라. 이 성스러운 불꽃이 너의 모든 것을 태워버릴 테니까.”


검사가 다시 류신을 항해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검은 류신과는 거리가 멀어 직접 검날이 닿을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화검에서 뛰쳐나온 화룡이 입을 크게 벌리며 류신을 향해 날아왔다. 게다가 날아오는 화검의 크기가 점점 거대해졌다. 마치 류신을 삼키려는 듯이.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화룡의 목을 류신이 덥석 잡아버린 것이다.


검사와 마법사는 깜짝 놀랐다.


“저, 저거······ 잡을 수 있는 거였어?”


검사가 마법사에게 물었다. 화룡을 손으로 잡을 수 있는지조차 전혀 모르고 있던 그들이었다.


“마,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어떻게 불을 손으로 잡아.”


물론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런 말이 안 되는 일이 지금 그들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주인을 잘못 만난 화룡이 불쌍하군.”


류신이 손가락을 하나 펴서 화룡의 입으로 가져갔다.

류신의 손가락에서는 처음 보는 하얀 색의 불꽃이 일렁거렸다. 불꽃은 불꽃인데 새하얀 색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류신의 손가락에 맺혔던 작은 하얀 불꽃이 그대로 화룡에 옮겨붙었다.

이내 붉게 불타던 화룡의 몸이 점점 하얀 불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그건 뭐야?”


검사가 외쳤다.

류신은 쥐고 있던 화룡의 목을 놓아주었다.

하얀 불꽃에 이리저리 꿈틀거리던 화룡이 원래 검사의 검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검사의 검에 하얀 불꽃이 옮겨붙더니 멈추지 않고 타올랐다.


“으악! 이, 이 불꽃은 뭐지? 어째서 꺼지지 않는 거야?”


검사가 외쳤다. 마법사는 겁먹은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불꽃에서 도무지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로지 검사만이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든 하얀 불꽃을 꺼보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그 건 시작의 불꽃이야.”


류신이 당황해하는 검사와 마법사를 보며 말했다.


“시, 시작의 불꽃?”

“그래. 태초의 불꽃, 모든 불의 시작이지.”

“으아아악! 그, 그런 것을 어째서 네가······ 으아아악! 네 정체가 도대체······ 뭐냐?”


검을 태우던 하얀 불꽃이 급기야 검을 쥐고 있는 검사로 옮겨붙었다.


“나? 신.”


하지만 류신의 대답을 검사는 듣지 못했다. 그의 몸이 하얀 불꽃에 완전히 휩싸이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뼈마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린 검사였다. 물론 그가 입고 있던 갑옷도, 그리고 자랑해마지않던 화검도.

오로지 마법사만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시······ 시······ 신?”


마법사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내 이름이야. 류신.”


류신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 바닥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모래밖에 없던 바닥이 갈라지며 통로가 나타났다.

류신은 통로로 내려가기 전에 마법사를 바라봤다.


“꼼짝하지 않는 게 좋아. 사막에는 생각보다 위험한 놈들이 많거든.”


류신이 피식 웃으며 통로로 내려가 사라졌다.

마법사는 잠시 그대로 있다가 힘겹게 몸을 털고 일어났다.

사막으로 마법사가 발을 디뎠다.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

그때였다. 그의 발이 갑자기 함정을 밟은 듯 푹 꺼지며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그곳은 조금 전 샌드웜의 사체를 삼켜버린 모래지옥들이 만든 공간이었다.


“아, 안 돼! 안 돼!”


마법사는 기를 쓰고 위로 올라가려 했다. 하지만 모래가 무너지며 점점 그는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촤르륵-


불길한 소리가 들리며 모래 구덩이 맨 아래에서 무언가 나타났다. 거대한 집게가 달린 턱을 움직이며 모래 지옥의 머리가 나와 미끄러져 오는 마법사를 노리고 있었다.


“꺼져! 이 하등 생물이 감히!”


마법사는 미끄러지면서도 모래지옥을 향해 마법을 날렸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마법은 화염 마법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모래지옥에게는 화염 마법이 그다지 통하지 않는다.


펑!


불꽃이 모래지옥의 머리에 작렬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듯 머리를 좌우로 터는 것이 전부였다.

대신 거대한 집게를 연신 딱딱 소리 나게 움직였다.

샌드웜 다음가는 사막의 포식자다. 심지어 샌드웜을 집단으로 사냥하기도 하는 종족이다. 사막의 하이에나라고나 할까.


“안 돼! 살려줘! 제발 살려줘!”


마법사는 계속 모래 구덩이에서 허우적거렸지만, 점점 아래로 몸이 내려갔다.


“으악! 으아악!”


거대한 집게발이 드디어 마법사의 몸통을 덥석 물었다. 그리고 그대로 모래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모래 속에서 몇 번 더 꿈틀거림이 있었으나 이내 잠잠해졌다.


***


가장 끔찍한 고문이 무엇일까? 살을 찢는 것? 물고문?

아니다. 고문을 당해본 자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잠을 잘 수 없게 만드는 고문이라고 한다.

모든 생명의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강한 욕구를 억압하는 고문이기 때문이다.


여인은 벽에 묶여있었다.

다리는 땅에 닿아 있었지만, 무릎을 굽힐 수 없었다. 팔은 양쪽으로 벌려진 채 손목이 쇠사슬에 묶여 벽에 고정되어 있었다. 목에도 사슬이 채워져 뒤쪽 벽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앉을 수도 없었고, 잠이라도 들려 하면 쇠사슬이 목을 조여와 숨을 쉴 수 없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태로 그녀는 근 6개월을 버텨오고 있었다.


하지만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을 할 정도였다.

죽지 않게 만들려는 듯 밥을 주는 자들이 삼 일에 한 번 찾아온다. 그들을 인질로 잡아 탈출해 볼까? 인질로 잡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

묶여있는 여인은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헛수고였다.

현재 자신의 힘으로는 묶여있는 쇠사슬을 끊어낼 힘이 없었다. 마법을 봉인하는 쇠사슬의 능력으로 그녀는 마법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그저 이렇게 매달려 있다가 숨이 끊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이런 지하 깊숙한 곳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아무도 그녀를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선택이었고 후회하지 않았다. 단지 아쉬운 것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삶을 마감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하! 미쳤나 봐. 괜히 보고 싶네.”


여인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누군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빛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희미하게 볼 수 있었다. 분명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누구지? 아직 밥을 먹는 날은 아니다.


“누가 보고 싶은데? 설마 나냐?”


다가온 것은 사내였다.

여인이 고개를 힘겹게 들어 사내를 봤다. 그곳에 사내의 얼굴이 있었다.

이젠 헛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나타나다니.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는 증거다.


“하하! 이젠 헛게 다 보이네.”


여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헛거? 넌 내가 헛거로 보이냐?”


사내가 다시 물었다. 여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 환상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런다고 내가 사라지지 않아. 난 진짜니까.”


아무리 머리를 흔들고 정신을 차리려 해도 눈앞의 사내는 그대로였다.

어딘가 이상했다. 이제껏 이렇게 선명한 환상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 억지로 환각을 보는 열매를 먹었을 때도 이렇진 않았다.


여인은 눈앞의 남자를 봤다.

그가 서 있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남자가.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남자가 지금 눈앞에 서 있었다.


“진짜······ 예요?”


여인이 물었다.


“그래. 진짜다. 세로 넌 왜 여기에 있는 건데?”

“하하하! 진짜네. 진짜야. 이렇게 말하는 건 정말 그 사람뿐인데.”


여인은 바로 케테르에서 480만 년 동안 류신을 보좌한 하이엘프의 여왕 세로였다.

긴장이 풀린 건지 오히려 세로의 눈이 점점 감겼다.

세로의 고개가 떨구어지고 사슬이 목을 조였다. 숨이 막혔다. 그러나 이번에는 고개를 들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대로 정말로 의식을 잃은 듯했다.

세로의 앞에 서 있는 남자는 류신이었다. 세로가 보고 싶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류신이 먼저 세로의 목에 걸려 있는 쇠사슬을 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쇠사슬에 새겨져 있던 문양이 빛을 발하며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쇠사슬이 끊어졌다.

더 이상 목을 조이는 쇠사슬이 사라지자 세로의 머리가 그대로 류신의 어깨로 떨구어졌다.

류신은 잠시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있는 세로의 머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늦어서 미안하다.”


류신은 그녀가 듣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는 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류신은 다시 세로의 손을 묶은 쇠사슬을 끊었다. 목과 마찬가지로 마법으로 봉인되어 있던 사슬이었지만 류신의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모든 사슬을 끊어내자 쇠사슬에 의해 지탱되던 세로의 몸이 앞으로 무너졌다.

류신은 그런 그녀의 몸을 받아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안아 들었다.

류신의 몸에서 기운이 조금씩 세로를 향해 흘러 들어갔다.


세로는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온기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이대로 몸을 맡기고 깊은 잠에 빠져들고 싶었다. 그리고 바람대로 그녀는 잠에 빠졌다.

류신은 그녀를 안아 들고 방을 빠져나와 복도를 걸었다.


“이봐! 나도 구해줘. 사막을 빠져나가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내가 샌드웜 사냥꾼이야. 나 정도는 있어야 사막을 나갈 수 있어.”

“날 구해주면 내가 부자로 만들어줄게.”

“원하는 게 뭐야? 여자? 돈? 권력? 국가도 줄 수 있어. 내가 다 줄 수 있다고. 나 용사 출신이야!”

“죽을 때까지 형님으로 모실게! 형님! 형님!”


사방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류신이 잠시 복도에 섰다.

그러자 일순 복도가 조용해졌다. 마치 선택을 기다리는 것처럼.


“너희들 실력으론 여기 못 벗어나. 그러니까 살고 싶으면 그냥 이 안에 있어.”


진심 어린 충고였다.

류신은 이들이 왜 이곳에 갇혀있는지 모른다. 어떤 정치적인 이유일 수도 있고, 정말 악독한 범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서 류신은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줄 뿐이다.

지금 이들의 실력으로는 전부 덤벼들어도 샌드웜 하나 처리하지 못할 거다.

결국 자유의 몸이 되고 싶다는 자기 욕망의 분출에 지나지 않았다.


“씨발 웃기네!”

“니가 뭔데 우릴 평가해?”

“여기서 나가면 너부터 죽인다!”


다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제대로 된 놈들을 가둔 건 아닌 모양이다.

류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시끄러운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랐다.


한참 계단을 올라와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어두운 곳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눈 부신 태양에 절로 인상이 일그러졌다.

의식을 잃은 세로도 강렬한 빛에 얼굴을 찌푸렸다.


“눈 뜨지 마라.”


눈을 뜨려던 세로가 도로 눈을 감았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눈을 뜨면 분명 시력에 문제가 생긴다.

류신은 세로를 바닥에 내려 놓아주었다.

부드러운 모래에 그녀의 몸이 닿았다.

가슴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보니 숨을 쉬는 것도 꽤 편안해진 것 같았다.


“왜 이제 왔어요?”


갑자기 세로가 물었다. 눈을 감은 채 누워있었지만, 정신은 차린 모양이다.


“이제 왔으니까.”


류신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거짓말이 아니다. 그는 오늘 지구에 도착했다.

그러자 세로가 눈을 번쩍 떴다.


“이제 왔다구요?”

“그래. 오늘 도착했어. 따끈따끈해. 그런데 넌 왜 거기 처박혀 있던 거야?”

“케테르는 어떻게 됐어요?”


세로가 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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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귀환자는 신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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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기회를 주마 23.05.28 1,319 16 13쪽
25 류테크 23.05.27 1,325 18 13쪽
24 새로운 국장 23.05.26 1,423 20 12쪽
23 바벨탑의 봉인 +1 23.05.25 1,403 22 13쪽
22 암시장 23.05.24 1,548 20 13쪽
21 신을 만나야 하는 이유 23.05.23 1,880 22 13쪽
20 세상의 중심 +1 23.05.22 1,751 22 12쪽
19 먹어도 돼 +1 23.05.21 1,759 24 12쪽
18 떼어내 줄게 23.05.20 1,781 20 13쪽
17 여긴 내 구역이야l 23.05.19 1,798 25 12쪽
16 죽음을 내릴 존재 +1 23.05.18 1,834 26 12쪽
15 내가 데려간다 23.05.17 1,915 24 13쪽
14 간보지 마 23.05.16 2,069 27 13쪽
13 쇼고스 +1 23.05.15 2,268 37 13쪽
12 삼자대면 +1 23.05.14 2,434 35 12쪽
11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4 23.05.13 2,457 37 12쪽
10 세계수는 내가 갖는다 23.05.12 2,500 35 12쪽
9 내 집에서 다 꺼져 23.05.12 2,532 36 12쪽
8 여기가 집이다 +1 23.05.11 2,633 35 13쪽
» 왜 여기에? 23.05.11 2,619 40 12쪽
6 사막 한가운데(2) 23.05.10 2,683 35 11쪽
5 사막 한가운데(1) 23.05.10 2,824 36 13쪽
4 마지막 귀환자 +1 23.05.10 3,033 47 13쪽
3 변해버린 지구 23.05.10 3,576 40 14쪽
2 여기가 집이라고? +2 23.05.10 4,041 47 13쪽
1 프롤로그 +2 23.05.10 4,902 5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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