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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 님의 서재입니다.

검정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gargang1
작품등록일 :
2017.06.26 15:34
최근연재일 :
2017.08.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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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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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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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수 :
186,575

작성
17.08.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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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검정 # 43(에필로그)

DUMMY

아침 7시.

나는 와인을 먹고 하늘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깜빡 잠이 들었다보다. 영화도 틀어놨었는지 엔딩 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가서 검은 스크린이 벽에 비췄다.

무슨 코미디 영화였는데. 볼만 했다. 많이 웃었으니까. 나는 뒤꿈치를 올리고 양팔을 하늘로 하며 기지개를 켰다.


뒤뜰에 갔다. 그리고 토마토와 양파, 마늘, 감자, 고추를 약간씩 수확했다. 그리고 어렵게 발견한 닭. 닭장으로 갔다.


“오늘은 몇 개 낳았는지 볼까? 오! 3개나 있네.”

나는 입술에 침을 바르며 팔을 쭉빼서 닭장으로 집어넣고 계란을 꺼냈다. 따뜻했다.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3인분의 아침을 준비했다. 우선 한쪽에 감자를 6개 삶았다. 그리고 고추 1개를 잘게 썰고 마늘 3알을 빻았다. 그리고 토마토3개는 직불로 구워서 껍질을 제거했다. 양파도 3개를 흐르는 물에 뽀득뽀득 씻고 얇은 링 형태로 한쪽 방향으로만 썰었다. 계란3개는 흰자와 노른자를 섞었다.

준비는 끝났다.

프라이팬에 물을 약간 넣고 준비된 고추와 마늘 양파를 넣고 볶았다. 양파가 흐물흐물할 때쯤 계란과 토마토를 동시에 넣고 볶았다.

딸이 좋아할까? 아니다. 아내가 좋아해야했다. 딸이 요즈음에 아내의 말과 행동을 똑같이 흉내를 냈기 때문에 아내가 좋아해주면 딸도 좋아해 줄 것이다.

나는 식탁에 으깬 감자와 토마토 계란볶음을 준비했다. 그리고 따뜻한 커피를 내렸다.


음, 향기가 좋다.


내 창밖을 보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약간은 벚꽃처럼 분홍빛을 띠었다. 오, 예쁘다. 나는 식탁에 앉아 감상에 젖었다.


“언제 일어났어?”

진하게 화장을 한 은지가 메아리를 안고 내려오고 있었다.


“방금 전에.”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을 보니 9시가 약간 넘어있었다.


“거짓말 마. 그런데 이렇게 냄새 좋은 요리를 했다고?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은데?”

은지도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아빠빠빠.”

메아리는 말을 했다.

너무 귀여웠다. 은지와 나는 메아리를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흠흠. 우리 공주님은 갈수록 사랑스러워지는 것 같아.”

나는 은지한테서 메아리를 넘겨받으며 말을 했다.


“언제는 내가 공주라면서?”

은지는 팔짱을 끼며 토라졌다.


“자기는 공주가 아니라 이제 여왕이지.”

나는 의자를 빼주며 말했다. 그리고 허리를 굽히고 예를 표했다.


“흠! 그런가? 그것도 나쁘지 않네. 그런데 어제 몇 시에 잔거야? 난 저녁을 먹고 애가 졸린 듯해서 일찍 잤는데. 음. 맛있다!”

은지는 토마토 계란볶음을 한입 뜨며 말을 했다.


“모르겠어. 어제 우리가 같이 보던 코미디 영화가 생각나서 보고 있다가 와인 때문인지 하늘이 갑자기 아름답게 보이더라고 그래서 그걸 보다가 잤어.”

나는 의자에 메아리를 앉히고 나도 앉으며 말을 했다.


“그런데도 일찍 일어나서 아침까지 준비한거야? 너무 고마워.”

은지가 감동받은 듯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아이 때문에 당신이 힘들잖아. 이정도 밖에 도움을 못줘서 내가 미안하지.”

나는 별것 아니라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음. 그런데 눈이 오네?”

은지는 의자에 앉아있는 아이를 들어올려 그녀의 무릎에 앉히고 밥을 먹이며 말을 했다.


“응”

나는 다시 감상에 젖어 창밖을 보며 말했다.


“맛있어?”

은지가 딸에게 으깬 감자를 작은 수저로 한 입 주고 물었다.


“마씨어!”

메아리는 주먹을 쥐고 위아래로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혼자서 눈사람을 3개 만들었다. 은지는 딸을 앉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 아내, 딸. 가족 눈사람이었다.

발소리가 들렸다. 은지는 메아리를 안은 채 걸어오고 있었다.


“들어가 있으라니까.”

나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꽁꽁 싸매서 괜찮아. 메아리도 이렇게 눈을 구경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말이야.”

은지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실수도 할 줄 알았어.”


“왜 눈사람이 너무 못생겼어?”

나는 당황해서 말했다.


“아니. 눈사람은 4개를 만들어야해.”

은지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왜? 어? 혹시? 임신했어?”

나는 물었다.


“응!”

은지가 말했다.


“와!”

나는 기뻐서 은지를 힘차게 안았다. 그 후에 뱃속의 아이가 걱정되어 힘을 약간 뺐다.

그리고 메아리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말했다.

“딸! 동생생긴데 좋지?”


“응!”

메아리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너무 기뻤다.



나는 서재에서 책을 찾았다. 임신과 출산에 대해 도움이 될 책이 있었다. 메아리를 낳을 때도 도움이 된 책이다. 그런데 다시 볼 순간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찾았다. ‘임산부를 위한 남편’이라는 책. 나는 은지가 이 책에 나온 마사지와 명상 방법, 음식에 대해 굉장히 만족해해서 애독하다가 둘째를 위해 내가 따로 챙겨놓았다.

나는 그 책을 다시 한 번 정독하기 시작했다.


내가 거실로 나오자 은지와 메아리는 화장실에서 나왔다.


“샤워했어?”

나는 물었다.


“응. 메아리랑 나랑 이글루 만들면서 눈 위를 뒹굴었거든. 다 만들었는데 내일 구경시켜줄게.”

은지는 말했다.


“재밌었어?”

나는 딸에게 코를 부비며 물었다.


“재미써써!”

메아리가 내 머리를 때리며 소리쳤다.



나는 하늘이 보이는 방에 누워 눈을 구경하며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 때 은지가 들어왔다.


“메아리는?”

나는 은지를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


“자고 있어.”

은지는 검지손가락을 입에 대며 낮은 음성으로 말을 했다.


“자긴 안자?”

나는 물었다.


“오랜만에 자기랑 하늘을 보고 싶어서.”

은지가 내 옆에 누워서 말을 했다. 나는 은지를 감싸 안으며 팔베개를 해주었다. 그리고 이마에 키스를 했다.


“눈이 너무나 예쁘지 않아?”

나는 감탄하며 말을 했다.


“아름답지.”


“물속에 있는 것 같아. 감수성으로 만들어진 분홍빛의 물.”

나는 옛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하하하. 뭐래. 예전에 내말을 자기가 태연하게 말하니까 민망하잖아.”

은지는 내 어깨를 치며 말을 했다.


“어제 코끼리 꿈을 꿨어. 내가 코끼리를 타고 청소기로 검은 하늘을 빨아들이고 있었어. 그런데 눈은 청소기로 빨아들일 수 없더라. 내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코끼리가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아는지 내게 말을 하더라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내가 미소를 지으며 물어보았다.


“뭐라고 했는데?”

은지가 나를 보면서 물었다.


“‘청소기는 어둠만 먹습니다.’라는 거야.”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했다.


“뭐야.”

은지는 별로 재미가 없는지 실망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다.


“그런데 나도 청소기로 빨려 들어가는 거야. 그래서 코끼리한테 나도 빨려 들어간다고 살려달라고 했어. 그랬더니 코끼리가 뭐라고 하는지 알아?”

내가 말을 했다.


“뭐라고?”

은지가 이번에도 재미없기만 해봐라 라는 표정으로 낮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도 빨려 들어가고 있어요.”

나는 웃으면서 말을 했다.


“별로 재미없어.”

은지가 정색하면서 말을 했다.


“웃기지 않으면 뭐 어때 그냥 꿈의 얘기인데.”

나는 말을 했다.


“기왕이면 웃기는 게 좋잖아.”

은지는 말을 했다.


“알겠어. 나중에는 웃긴 꿈을 꾸도록 할게.”

나는 은지를 꽉 끌어안으며 말을 했다.


“질식하겠어! 나 임신했다니까.”

은지는 나를 밀어내면서 투덜댔다.



은지는 말없이 맥주를 마시며 하늘을 보는 나를 구경했다. 나도 하늘을 보다가 은지를 쳐다보았다. 분홍빛의 눈이 내리는 것보다 은지를 보는 게 더 예뻐 보였다.


“하늘이나 봐라.”

은지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담담하게 말을 했다.


“어쩜 이렇게 예쁘지?”

나는 은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재정신이 아닌 것 같아. 난 가서 잘래.”

은지는 일어나서 성큼성큼 나갔다.


“아 왜! 조금만 더 같이 있지!”

나는 소리쳤다. 그러자 은지는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말을 했다.


“메아리 자잖아! 좀 조용히 해!”

은지는 무서운 표정으로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내가 혼자서 꿍얼거리니까, 그 작은 목소리를 어떻게 들었던 것인지 그녀는 다시 방으로 와서 고개를 살짝 내밀고 눈보다 차가운 눈으로 나를 흘겨보았다.


나는 한숨을 쉬고 다시 하늘을 보았다. 눈은 나도 모르는 순간 그쳐있었다. 오로지 검은 하늘만 보였다.


둘째가 생겼다. 기쁘다. 하지만 이제 여행은 힘들 것이다. 은지와 나는 메아리가 태어나기 전에 여행을 했다. 여행을 하다가 동쪽의 무너진 농장근처에서 닭을 3마리 찾았다. 그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기뻐서 공중을 향해 어퍼컷을 날리며 환호했고 은지와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리고 집에 닭장을 만들며 키웠고 지금은 12마리의 닭들을 키우고 있다.

은지와 나는 돼지와 개, 고양이를 찾아서 여행을 다짐했다. 하지만 메아리가 태어나고 여행은 미뤄졌다. 그리고 둘째가 생겼다. 앞으로 집 주위를 크게 벗어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 이외의 생명은 내가 죽을 때까지 닭밖에 없을지도 몰랐다.



은지와 예기하던 것들이 추억이 되었다. 다양한 생명을 키우고, 생명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싶다는 그 이야기. 하지만 닭을 키우고, 다양한 식물들을 키우며 어느 정도 꿈을 이뤘다고 나는 무언가와 타협을 했다.

나는 또 다른 꿈을 꿈꾸고 있었다. 지하에 있는 피아노를 꺼내 와서 배울 생각이었다. 그리고 미술을 배울 생각이었다. 검은 세상에 형영색색의 그림은 멋지지 않은가?

나는 멋진 예술가가 될 생각이었다.


“뭐해? 안자?”

은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응? 자야지. 자기는 왜 나왔어?”

나는 말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15분을 넘기고 있었다.


“화장실..”

은지는 하품을 하며 말을 했다.


“응. 알겠어.”

나는 말을 했다.


“잠깐 은지야!”


“뭐?”

은지는 짜증을 냈다.


“사랑해.”

나는 차분히 말을 했다.


“뭐야. 싱겁게. 빨리 자.”

은지는 그래도 기분이 좋은지 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을 했다.


“자기도 말해줘.”

나는 말했다.


듣고 싶었다. 사랑해라는 그 말을.


“싫어.”

은지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제발.”

나는 간곡히 부탁했다.


“사. 랑. 해. 됐지?”

은지는 한 글자씩 강조하며 말했다.


“응. 고마워.”

나는 미소를 지었다.



눈이 뻑뻑했다. 내 몸이 자야한다는 것을 나에게 알리는 것이다. 나는 너무 오랜 시간 깨있었다.


하지만 나는 잘 수 없다. 아니, 자면 안 된다.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는 너무도 더럽고 공허한, 검은 세상에서 태어났다. 운이 좋게도 사랑하는 어머니를 만났다.

물론, 안타깝게 어머니를 보내드렸지만 나는 어머니를 바다로 보내드릴 수 있었다. 나는 열차를 보겠다는 호기심으로 인해서 한 장소를 들렸다. 열차는 볼 수 없었지만 나는 믿을 수 없는 확률을 뚫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울고, 웃고, 싸우고, 마시고, 먹고, 여행하며, 사랑을 하고, 달콤한 행복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바이러스에 걸렸고, 나는 어머니처럼 그녀를 떠나 보내야했다.

나는 그녀를 땅에 묻을 수 있었다. 나는 그래도 이렇게 추억할 것이 많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내가 잔다면 나는 꿈에서 깨어나게 될 것이다.


흑백으로 된 꿈만 꾸다가 처음으로 컬러로 된 꿈을 꾸었다. 그래서 더 생생했다. 하지만 지금이 꿈이라는 것을 안다.

이 꿈을 끝낼 시간이었다.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 고마웠다. 그녀가 아이라는 선물과 함께 나를 찾아 줘서. 그녀는 나에게 더 살아갈 원동력을 주었다.

나는 꿈이라도 이런 기억들을 추억하고 물같이 흘러가며 살아갈 것이다.


작가의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너무 성급하게 마무리가 된 것 같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풀어낸 것 같아서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작품으로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31 토이월드
    작성일
    17.08.05 11:21
    No. 1

    고생하셨습니다. 님의 노력이 담긴 글이 하나 마무리 되었네요. ^^
    한동안 푹 쉬면서 바람도 쏘이고 하세요.
    아마 그럼 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겠죠?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셀폽티콘
    작성일
    17.08.07 22:10
    No. 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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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정 # 43(에필로그) +2 17.08.04 40 2 12쪽
44 검정 # 42 17.08.04 20 0 9쪽
43 검정 # 41 +1 17.08.02 36 1 11쪽
42 검정 # 40 17.08.02 29 0 9쪽
41 검정 # 39 +2 17.08.01 28 0 10쪽
40 검정 # 38 +1 17.08.01 30 1 10쪽
39 검정 # 37 +1 17.07.31 30 1 8쪽
38 검정 # 36 +1 17.07.31 37 1 7쪽
37 검정 # 35 +1 17.07.29 31 1 12쪽
36 검정 # 34 17.07.29 35 1 8쪽
35 검정 # 34 +2 17.07.28 31 1 14쪽
34 검정 # 33 +1 17.07.28 39 1 13쪽
33 검정 # 32 +2 17.07.27 53 2 10쪽
32 검정 # 31 17.07.26 32 1 8쪽
31 검정 # 30 +1 17.07.25 55 2 12쪽
30 검정 # 29 17.07.25 35 1 8쪽
29 검정 # 28 +3 17.07.21 39 1 11쪽
28 검정 # 27 +1 17.07.19 33 1 8쪽
27 검정 # 26 +1 17.07.19 36 0 11쪽
26 검정 # 25 +1 17.07.18 35 0 8쪽
25 검정 # 24 +1 17.07.18 33 0 8쪽
24 검정 # 23 17.07.12 41 0 14쪽
23 검정 # 22 +2 17.07.12 44 0 8쪽
22 검정 # 21 +2 17.07.10 41 0 10쪽
21 검정 # 20 +1 17.07.10 46 0 7쪽
20 검정 # 19 +2 17.07.07 43 0 8쪽
19 검정 #18 +1 17.07.06 40 2 10쪽
18 검정 #17 +1 17.07.05 41 1 8쪽
17 검정 #16 +1 17.07.05 45 1 12쪽
16 검정 #15 +1 17.07.04 4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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