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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 님의 서재입니다.

검정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gargang1
작품등록일 :
2017.06.26 15:34
최근연재일 :
2017.08.04 15:36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106
추천수 :
77
글자수 :
186,575

작성
17.07.19 14:5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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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검정 # 27

DUMMY

시간이지나자 눈이 녹고 땅이 드러났다. 조금은 따뜻해졌나보다.

은지가 만든 눈사람들도 녹았을까? 은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영화를 보고 있을까? 혹시 청소를? 아니면 서재의 책을 읽을까? 판타지소설? 멜로소설? 추리소설? 추리소설일 확률이 높다.

아니면 내가 여행을 떠난 이후부터 공포소설에 관심을 가질지 몰라. 아니면 악기에 관심을 가질지도, 아님 노래를? 그림을?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은지는.

나는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대한 상상을 하며 길을 걸었다. 물류창고에 가까워지면서는 또 다른 생각도 들었다. 곰인형은 어디에 있을까? 금방 찾겠지? 그런데 금방 찾기에는 물품이 너무 많았어. 그래도 곰인형을 가져가면 그녀는 기뻐하겠지? 폴짝폴짝 뛰면서 곰인형과 춤을 추겠지. 아니면 나한테 키스를 해줄까?

무슨 상상이든 은지와 이어졌다.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이런저런 상상에 무언가가 한 마디 했다.

쯧쯧, 빨리 찾고 돌아가기나 하자.


길을 걷다가 우연히 땅에 떨어진 다이아몬드 반지를 발견했다.

은지가 좋아하겠지?

나는 주머니에 반지를 넣었다. 왠지 이것은 신이 은지에게 선물을 주라는 뜻으로 내 앞에 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작은 것이 내 눈에 보일 수 있나. 인형과 같이 준다면 더더욱 좋아하겠지.


물류창고다. 자살여행을 위해 바다를 찾기 전에 들린 이곳을 다시 올 줄 몰랐다. 곰인형을 찾고 나면 이 먼 곳까진 다시 안 오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은지와 바다를 보기위해 여행을 하다가 다시 오려나? 라는 무언가의 생각도 들었다.


창고 안은 여전히 잡동사니들로 산을 이루고 있었다. 산을 이루고 있는 것들 중에서 곰인형을 찾기만 하면 된다. 그게 뭐라고. 나는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거의 다 끝났다. 이곳에서 곰인형을 찾아 집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됐다.

나는 잡동사니들로 이루어진 산의 꼭대기로 올랐다. 물건이 흐르며 나를 방해하려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웃음이 났다. 이제 이것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저 꼭대기에선 곰인형을 바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빨리 끝내자. 갑자기 기분이 좋았다.

정상에서 밑을 보니 곰인형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다. 맞다.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들 속에서 곰인형을 한 번에 찾으면 그건 너무 쉽다.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물건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아. 손전등 한 개의 불빛으로는 불편했다. 더 큰 불빛이 필요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손전등이나 랜턴을 발견하면 전부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나마 전보다 나아졌다.

쓸모없는 물건이 너무나 많았다.

다양한 종류의 가전제품, 담배, 잡스러운 디자인의 모자, 충전기, 발전기. 발전기? 이거 쓸모는 있는데 뭐. 집에 더 좋은 게 있으니까 상관없긴 하지. 램프, 후추, 간장, 변신 로봇. 아 이게 곰돌이 인형이었다면. 여행용 케리어,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자전거!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이것을 사용하면 금방 집에 갈 수 있다. 우선 곰인형을 찾는다면. 손전등. 우선 켜두고. 깨진 접시, 소파, 커피. 커피는 챙겨야지.


나는 꽤 오랫동안 많은 물건을 챙기거나 버릴 수 있었지만 곰인형은 찾을 수 없었다.

어디서 그 인형을 본거야. 아 정말.


티디딕. 티디딕. 자전거는 페달을 돌릴 때마다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래도 작동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커피와 소리를 내고 번쩍이는 다양한 기능의 손전등, 커피와 손목시계(은지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나는 진수가 준 시계로 충분하니까.) 등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곰인형은 찾지 못했다. 실망스러운 그날은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불을 한 곳에 모아 쌓아 놓고 그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오늘은 긍정적이었다. 인형더미를 발견 한 것이다. 하지만 곧 더 난감해졌다. 너무나 많은 곰인형을 발견한 것이다. 나는 왜 은지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않고 막연하게 곰인형은 한 개일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은지가 원하는 곰인형은 무엇일까? 무엇을 들고 가야 은지가 만족을 할까? 알 수 없었다. 기운이 빠지고 한 숨이 났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무언가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무언가는 다 가져가면 된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렇다. 다 가져가면 은지가 직접 원하는 것을 선택해주겠지. 나는 어차피 자전거라는 이동 수단이 있다.

잘하면 2일, 아니 하루 만에 집에 도착할 수 있다. 나는 커다란 상자를 하나 챙겨서 그곳에 곰돌이 인형들을 채워 넣었다. 억지로 눌러 넣은 후에 종이테이프로 입구를 봉인했다.


좋아! 은지가 기뻐하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만족스러운 미소를. 나는 당장에 가방을 매고 자전거 뒷자리에 곰인형들이 든 상자를 노끈으로 돌돌 감싸 멘 후에 페달을 밟았다. 티디딕 티디딕거리는 소리가 기분 좋게 들렸다. 하루면 된다. 하루면 도착할 것이다.


집까지 절반을 이동했다. 자전거의 엄청난 속도에 만족스러웠다. 티디딕 티디딕거리는 소리가 처음보다 짜증나긴 했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녹슬었지만 작동한다는 것에 감사해야 했다.

조금씩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빨리 가야하는데 눈은 내 맘도 모르고 차츰 거세지기 시작했다. 눈을 뜨기가 힘들고 손전등의 빛도 눈발에 가려 앞을 지시하지 못했다. 집에 있었다면 감수성의 분홍바다에 빠졌겠지만, 지금 자전거를 타면서 보이는 눈은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화를 참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신의 인내심 시험이었다.


빨리 가고 싶은데... 곰인형을 준비했는데...


어쩔 수없이 나는 눈을 피해 어느 외진 곳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곳엔 썩은 나무가 쌓여있었다.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난 나무를 모아서 태웠다. 언 몸을 녹이기 위해.

금세 주차장은 환해졌다. 밖에 내리는 눈은 어지간히 아름다웠다. 정말 내 맘도 모르는 눈이었다. 얼마나 급한데, 내 맘이 얼마나 급한데, 이미 내 맘은 집에 있는데, 그런데 눈은 짜증나게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게 짜증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주차장 입구를 향해 손전등을 비췄다. 그리고 모닥불 옆에서 앉아서 손을 비비며 밖을 구경했다.

어머니는 그랬다. 눈이 신기하다고. 분명 물인데, 물이 얼어서 내리는 것인데 둥글지 않다고. 그리고 자세히 보면 육각형의 모양에 생김새가 제각각이라고. 그건 마치 생명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만 해도 같은 사람이 없다. 동물도, 식물도. 그러한 것처럼 눈도 생명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했다.

나도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이 녀석들이 뭐가 바쁜지 함성을 지르며 엄청난 속도로 땅에 쌓이고 있었다. 나쁜 녀석들.


그러고 보니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은지가 나에게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를 혼자 보내야 하는 이유가 뭘까? 만약에 나라면... 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라면 나를 보내는 이유가 뭘까? 나라면... 자살? 죽기위해서 일까나. 아냐. 은지는 나같은 녀석하고는 달라. 그럼 깜짝 선물? 그게 더 가깝다. 또 뭐가 있을까? 은지가 나를 보내야하는 이유. 귀찮아서? 나는 실없는 웃음이 났다. 은지는 화장을 제외하면 귀찮음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내가 정답을 찾은 것 같았다. 귀찮아서 나 혼자 보낸 것이다.

그래도 같이 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나는 눈보라를 집에 있는 천장에 달린 창문을 통해서 구경하는 상상을 했다. 물론 은지도 옆에 누워 눈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지. 그럼 그녀는 또 어느 멋진 표현을 할 텐데. 은지가 너무 보고 싶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1 토이월드
    작성일
    17.07.20 08:25
    No. 1

    정말 은지가 귀찮아서 혼자 보낸 것이었으면 좋겠군요.
    그런데 분위기가.. 더운 여름 건강 유의하세요.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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