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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 님의 서재입니다.

검정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gargang1
작품등록일 :
2017.06.26 15:34
최근연재일 :
2017.08.04 15:36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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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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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수 :
186,575

작성
17.08.0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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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검정 # 38

DUMMY

“수술은 2일 뒤야. 마음의 준비 해둬. 너도 여자 친구한테 말해놓고.”

최강호의사가 말을 했다.


“네. 알겠어요. 고마워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나의 등을 두드려주고 힘을 줘서 안아줬다. 나도 그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 약간의 힘을 더 주며 안았다. 내 힘도 그에게 전해지길.


“힘내야 해. 살아야한다고 네 자신을 세뇌시켜.”

그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음. ‘무언가’에게 말해놔야겠네요. 죽을 수 없다고 말이에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무언가’가 뭐야?”

강호는 궁금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아. 저를 도와주는 제 안에 있는 ‘저’에요.”

나는 민망한 듯 말했다.


“뭐야? 이중인격이야?”

강호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아뇨. 인격은 한 개인데. 뭐라고 설명할 수 없네요. 아무튼 살 수 있다고 저를 세뇌시킬게요. 그리고 은지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줄게요.”

나는 말했다. 그러자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긍정적인 사고가 살 수 있는 확률을 더 높일 거야. 우린 할 수 있어.”

강호는 말했다.


“그런데...”

나는 어려운 말을 꺼내야 했다.


“뭔데 몸을 꼬면서 말하는 거야?”

강호는 웃으며 말했다.


“만약에 수술 중에 제가 죽는다면 은지를 부탁해요.”

나는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미친놈. 네가 살아서 잘해줄 생각해야지. 별 재수 없는 소리를 다한다.”

강호는 혀를 차며 말했다.


“그리고 진수, 진수 뒤처리를 못해줬어요. 그게 신경 쓰여요. 제가 수술이 끝나면 할 생각이었지만 만약에 제가 죽는다면...”


“그만해. 네가 해줄 생각을 하라고. 그리고 너 말이야, 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라니까!”

강호는 말을 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하하하.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요. 물론 전 죽을 생각이 없지만요.”


“죽는다는 소리 그만해. 무조건 긍정적으로 ‘살 거에요!’라고 자신감 있게 말하라고.”


“하하하. 네. 전 살 거에요. 당연하죠. 살 거에요...”

나는 그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며 말했다.


“그런데 저보단 의사가 더 중요한 거 아닌가요? 생각해보니 이상한데요? 따라해보세요. ‘실릴 수 있다.’”

나는 농담을 했다.


“난 스스로도 잘 준비하고 있어.”

강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정색하며 말했다.



은지만 머물고 있는 2인용 병실. 은지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은지야. 2일 뒤에 수술할거래.”

나는 은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음. 좋아.”

은지도 내손을 마주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 떨려?”

나는 은지에게 물었다.


“응 별로.”

은지는 괜찮다는 듯 말했다.


“떠는 것 같은데?”

나는 은지를 안으며 말했다.


“아닌데?”

은지도 나를 안았다.


“아닌 게 아닌데?”

나는 은지를 살짝 들어 올리고 보며 말했다.


“아닌데?”

은지는 나를 내려다보고 웃으며 말했다.


“아닌 게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은지를 다시 안으며 말했다.


“그만해 재미없어.”

은지는 턱을 내 어깨에 기대며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항상 재밌는 건 아니야.”

나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아니지. 재밌는 적이 없어.”

은지는 일부러 딱딱하게 말했다.


“너무하네.”

나는 그녀를 놓아주며 말했다.


“농담이야. 자기는 좋은 사람이야. 사실 약간 떨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은지는 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래?”

나는 손을 하나 더 올려서 은지의 손을 포개며 말했다.


“응. 자기가 아는 짧은 유머 좀 해주면 덜 떨릴 것 같은데.”

은지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아. 생각나는 게 없는데.”

나는 천장을 보고 생각하며 말했다.


“빨리 생각해봐.”

은지는 손목을 툭툭 치면서 시간이 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래. 한 번 생각해보자.”

나는 미간을 구기며 머릿속에 들어있는 농담을 생각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응.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좋아.”

은지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고민하는 시간이 걸어지자 은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말했다.


“할 수 없다. 내가 해주지.”


“뭐?”


“흠흠. 기다려봐.”

은지는 자신감있는 표정으로 목을 다듬었다.

“바보이야기 알아?”


“바보이야기가 한 두 개여야지.”

나는 내가 아는 바보이야기를 떠올리며 말했다.


“음. 아마 모를 것 같은데? 잘 들어봐.”

은지는 웃고 있었다.



“옛날옛날에 한 바보가 살았어.”

은지는 톤을 높여 어린애에게 말하듯 말을 꺼냈다.


“왜 항상 고전이야기는 옛날옛날에로 시작하는지 웃기지 않아? 아 미안해 이제 말 안 끊을게.”

나는 은지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고 다급히 말을 줄였다.


“옛날옛날에 한 바보가 살았는데. 그 바보는 엄마와 살고 있었어. 그는 너무 멍청해서 엄마 말이라면 설설 기었지. 그런데 엄마가 죽은 거야. 그래서 그는 엄마처럼 죽기 위해 자살여행을 떠났지.”

은지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잠시만 그거 내 이야기 같은데? 우선 끊어서 미안해. 네가 나를 비꼬는 것 같은데 그건 상관은 없어. 그런데 이야기의 몇 부분을 추가해야 할 것 같아. 우선 나는 어머니의 말을 잘 듣는 좋은 아들은 아니었어. 그걸 좀 강조해 주고. 그리고... 두 번째는 어머니는 살해당했어. 인육을 먹는 녀석들한테 말이야. 그것도 추가해줘.”

나는 은지의 표정을 살피며 태연하게 말했다. 그녀가 민망해하지 않도록. 하지만 은지는 당황해서 내 눈을 피했다.


“아, 미안해. 이 얘기는 없던 것으로 하자.”

은지는 말했다.


“아냐! 그 부분만 바꿔서 다시 해줘. 왠지 재밌을 것 같아.”

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은지는 다시 나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괜찮아.”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음. 그렇다면 정정해서 다시 할게. 옛날옛날에 불효자인 바보가 엄마와 살았어. 그런데... 아, 정말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해. 나쁜 식인종이 엄마를... 죽였어. 상기시키는 것 같아서 정말 미안해. 아무튼 엄마의 유골과 함께 바보는 바다에서 죽기로 했지. 그는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공주를 만났어. 아주 예쁘고 착한 공주야.”


“하하하. 아 미안. 계속해줘.”

나는 입 밖으로 웃음이 튀어나오자 입을 막으며 말했다.


“다시 이야기를 끊는다면 안 해줄 거야(나는 그녀의 협박에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자. 다시 할게. 공주는 백화점이라는 감옥에 갇혀있었어. 그리고 자신을 구할 왕자를 기다리고 있었지. 그런데 때마침 바보가 온 거야! 공주는 바보를 왕자로 생각했고 너무 기뻐했어. 바보는 얼떨떨해 했지. 바보는 자신이 바보라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 공주는 바보를 따라다녔고 바보는 얼마나 바보인지 자살여행에 공주를 동행하게 했어. 죽으면 공주는 어떻게 하라고? 정말 바보 중에 바보야. 그런데 공주는 바보의 깊은 눈에서 슬픔을 발견했어. 그가 죽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거야. 공주는 왕자를 살리려고 했어. 바보같은, 아니지. 바보인 왕자를 말이야. 공주는 그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었어. 그건 운명이었지. 왜냐하면 공주가 기다렸던 왕자가 사실 바보였기 때문이야. 그래서 둘은 사랑에 빠졌어. 그런데 운명에 장난인지 공주는 아프게 되었어. 바보는 자살하기 전에 공주를 살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지. 그리고 병원이라는 이름의 성을 향해서 여행을 하게 돼. 그곳에 공주를 살릴 약이 있거든. 정말 힘들었어. 식인종무리를 만나서 사람을 구해주기도 했지만 그 사람은 슬프게도 살릴 수 없었어. 그리고 자전거란 이름의 말이 다쳐서 죽었고, 리어카라는 마차는 삐그덕삐그덕 비명을 질러댔어. 그래도 다행히 바보와 공주는 참 어렵게 고생을 하며 병원이란 이름의 성을 찾았어. 그런데 병원에서 약이 없데. 대신 다시 태어나야 한데. 공주와 왕자는 싸웠지. 하지만 결국엔 서로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했어. 그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

은지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엔 멋진 말을 기대한다는 표정이 읽혀서 부담스러웠다.


“뭘까? 음, 다시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지 않을까? 고전은... 고전의 결말은 항상 그렇잖아.”

나는 눈치를 보며 말했다. 다행히 그녀의 맘에 들었는지 그녀가 말했다.


“맞아. 고전은 항상 그렇게 끝나지. 그 말이 빠졌네. ‘오래오래’라는 말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게 고전의 끝이지.”


“음. 재미있는 이야기야. 잘 들었어.”

나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그러겠지?”

은지는 생각에 잠긴 듯 천천히 말했다.


“뭐가?”


“우리가 말한 것처럼 수술이 끝나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겠지?”


“당연하지. 말해 뭐해? 그런데 넌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이야기를 만들어냈어?”

나는 대견한 듯 그녀를 보았다.


“난 천재잖아. 하하하. 농담이고 그냥 우리가 경험한 것을 조금만 바꿔서 말하면 되는데 뭐가 어렵겠어?”

은지는 어깨를 한번 으쓱 거리고 말했다.


“그런 게 보통사람은 힘들어. 넌 너무나 자랑스러워.”

나는 그 말을 하고 그녀와 입을 맞췄다. 그리고 입술을 땐 뒤에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너무 짧아.”

은지는 말을 끝내고 내 입술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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