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0.
알고 있다.
그녀를 보내 줘야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을 예상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
태어나서부터 그랬다. 살아있는 이유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하며 머릿속의 무언가와 항상 싸웠다.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고민하고 걱정하며 슬퍼했다.
덕분에 나는 지독히도 우울한 녀석이다. 나뭇가지 끝에 간신히 매달려있는 이파리처럼 언제 떨어질지 몰라 작은 바람도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그랬으니까, 그런 나니까 그녀와 만났을 때부터 진즉에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녀를 도와주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기쁨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것을, 나중에 힘들어질 것을.
만약 그때 내가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기대도 없고 슬픔도 없을 것이다. 나는 정말로 행복할 수 없는 놈이다.
나는 바보다. 서로를 바라볼 때면 행복에 겨워 미소를 지었고,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는 망상을 했다.
하지만 인정해야한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살 수는 없다.
난 알면서도 이런 사실을 외면해왔다.
그래도 이건 너무나 짧지 않은가! 이제 막 피려는 꽃을 바라보는데 그 꽃은 피지 못하고 순식간에 시들어버렸다. 이건 자연의 섭리가 아니다.
신은 있는 것인가?
나는 그녀를 보내줄 수가 없다.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고, 나에게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인지 느끼게 해준 사람이다. 그녀는 나에게 행복을 알게 해주었다.
내가 그녀와 다른 세상에서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래도 작은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이 희망은 그녀의 선택이 없이 내 뜻대로 하는 것이며, 이기적인 것이다. 그녀가 알았다면 반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기적이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나를 위해서도, 그녀를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이다.
이제 내가 아닌 그녀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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