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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 님의 서재입니다.

검정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gargang1
작품등록일 :
2017.06.26 15:34
최근연재일 :
2017.08.04 15:36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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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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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수 :
186,575

작성
17.08.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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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 42

DUMMY

“나는 너보다 더 끔찍해.”

강호는 말했다.


“아뇨. 당신이 저보다 더 끔찍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사람마다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달라요. 저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어요.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은지가 죽으면서 저는 삶은 무너졌어요.”

나는 헛웃음을 보이고 말을 했다.


“나는 원래 의사가 아니야. 나는 이런 일을 싫어해. 사람의 몸을 해부하고, 피를 보고, 다른 이의 생명을 감당해야하는 것은 너무나 무거운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지.”

강호는 차분하게 말을 했다. 그의 감정은 진정된 것 같았다.


“그럼 안하면 되잖아요.”

나는 일부러 삐뚤어져 말을 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무시했다.


“나는 아내와 함께 고아원을 경영했어. 아내는 세상의 고아들을 모아서 키우는 것을 자랑스럽고 보람되게 여겼지. 나도 그랬어. 그리고 웃으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그녀가 너무나 좋아보였어. 그렇게 우린 힘들어도 웃으면서 아이들을 키웠어. 그런데 바이러스가 갑자기 퍼졌지. 사람들은 갑자기 죽어가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넘쳐나기 시작했어. 우린 그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녔어. 그런데 우리 고아원의 아이들도 바이러스에 걸리기 시작한 거야. 아이들은 정말 쉽게 죽었어. 어른들과 달랐어. 어제까지도 잘자라고 인사를 했던 아이가 아침이 되면 싸늘한 주검이 되었어. 그 애들은 죄가 없어. 그들은 너무나 착한 천사들이야. 아내와 내가 힘들어 할까봐 작은 손으로 빨래나 식사준비를 같이 도와주기도 했어. 그런데 그런 애들이 죽기 시작한 거야. 아내는 제정신이 아니었어. 바이러스가 퍼지고 나서 울지 않은 날이 없었지. 하지만 우린 살아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웃어야했어. 억지로 말이야. 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들을 보호해주는 부모답지 않잖아. 그 애들이 무슨 죄야? 차라리 나 같은 사람이나 데려가지. 그런데 그때... 그때....”

강호는 그때의 기억이 떠올리는 것 같았다.


그는 숨을 쉬기 힘든지 호흡이 일정치 않았다. 다행히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호흡을 다듬었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었다.

“그, 그때 너무나 슬픈 일이 발생했어. 내 아내도 바이러스에 걸린거야.”


그는 눈물을 흘렸다. 어렵게 진정시킨 마음이 다시금 요동친 것이다. 입으로 뱉어내는 슬픈 소리는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도 나만큼 힘들었을 것이다.


“..아. 미안해. 계속 말할게. 나는 사랑하는 아이들을 47명을 보냈고, 사랑하는 아내 역시 바이러스로 보냈어. 그리고 지금까지 327명의 시신을 화장시키거나 묻었어. 그래도 난, 나는 시체를 보면 여전히 기절할 만큼 힘들어. 그리고 나도 미쳐서 사람들 뒤에 매달려있는 영혼이 보일 때도 있어. 그 정도로 나는 약한 사람이야. 하지만 내 아내는 나에게 부탁을 했어.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어달라고. 나는 그러기엔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했지. 그리고 그저 아내에게 힘내라는 말을 했지. 하지만 그녀는 바이러스에 대해 계속 말을 했어. 나보고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어. 그러면서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어서 더 이상 힘들어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어. 나는 아내에게 힘내라고 말할 뿐인데, 그녀는 자신을 해부하고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하달라고 했어. 나는 아내에게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그녀에게 힘내라고 말했지. 아내는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어. 47명의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나열하는데 나는..”

강호는 갑작스럽게 눈물이 넘쳐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에게 힘내라고 말할 뿐이었겠죠.”

나는 말했다.


“맞아. 나는 힘내라고 말을 했지. 하지만 그때 그녀는 힘을 내지 못했어. 그게 아내와 마지막 대화였어. 그녀는 47명의 이름을 다 부르지 못했어. 하지만 그 아이들을 생각하는지 미소를 지으며 잠자듯이 죽었어. 나는 한동안 미쳐서 지냈지. 하지만 내 아내의 부탁이 있잖아. 그게 내가 죽지 않고 바이러스연구를 계속해야하는 이유야. 물론, 바이러스에 대해 내가 죽기 전에 알아낼 수 없을지 몰라.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야지 내가 죽었을 때 내가 아내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어.”

강호는 머리를 떨궜다. 그리고 처량하게 말을 했다.


“힘들었겠네요.”

나는 어느새 그를 토닥이며 위로하고 있었다.


“그래도 저는 거짓말은 할 수 없겠어요. 저는 죽을 생각이에요. 저는 이런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요.”

나는 말했다.


“은지는!”

강호는 화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나는 깜짝 놀랐다.


“은지는 마지막에 말했어! 네게 이 말을 전해달라고!”


“‘최선을 다해 살아줘.’라고 말이야. 너는 어떻게 할래? 그녀의 말을 거절할거야? 자살을 해서 그녀를 만나고 미안하다고 말할래? 아니면 나처럼 사랑하는 여자의 말을 쫓다가 나중에 그녀를 만났을 때 최선을 다했다고 말을 할래?”

강호는 다시 무서운 표정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내가 말을 안 하고 멍하니 그를 보고 있자 그는 나의 뺨을 내리쳤다.


“살아야지. 바보야! 수술하기 전에 나에게 주었던 클로버. 생각 안나? ‘희망’을 가지라며 이 세끼야! 나는 도로 너한테 ‘희망’을 줬잖아. 그거 없어?”

강호의 눈물이 내 앞에 떨어졌다. 나는 바지춤을 살폈다. 그리고 꺼냈다. 잎이 상해 약간 찢겨진 세잎클로버가 보였다.


나는 클로버를 품에 안고 흐느껴 울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슬프게 내려다보았다.



나는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꽤 넓었다. 이제는 미르백화점정도의 크기가 될 것이다. 내 다리는 이제 왼쪽 한 개밖에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커지긴 힘들 것이다. 사실 지금 이정도의 텃밭도 외발로 돌아다니기엔 버거웠다.

쪼그릴 수 없어 주저 앉아야하며, 목발을 짚은 두 겨드랑이는 쓸려서 진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물론 강호가 다리 수술이 끝난 뒤에 목발을 하나 더 만들어 줬다. 덕분에 다른 사람보다 다리가 한 개 더 많지만 좋은 것은 보폭을 크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없었다.

내가 처음에 식물을 키우던 서쪽 끝 방은 너무 작았다. 그래서 뒤뜰을 화전해서 개간했다. 그리고 울타리를 쳐가며 작게 농장을 시작했다. 울타리주변에 장미꽃이 심었다. 그리고 밭에 마늘과 감자, 고구마 등의 체소들을 심었다. 그리고 땀을 많이 흘린 날에는 집에서 맥주를 가져와서 마셨다. 그러면 피로가 가시는 듯 했다.

강호는 그런 나를 나무랐다. 수술한 오른다리에 무리가 간다는 것이다. 그건 의사입장이고 나는 잘 모른다. 물론 많이 마시면 오른다리의 절단면 끝에 피가 쏠려 후끈후끈한 느낌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장미를 이용해서 향수를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방에 들어가면 그 향수를 항상 방향제처럼 사방에 뿌렸다.

최근에 여행 잡지를 발견했는데 신기한 모양의 유적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고 했다. 물론 이게 백년도 더된 잡지라 신빙성이 떨어졌지만 나는 여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여행을 떠나겠다고 나의 의견을 강호에게 물었을 때, 그는 그럼 ‘YH-30’같은 약들은 어떻게 받을 것이냐고 물었다.


“1년치 싸주세요.”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강호는 고개를 저었다. 절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제 강호가 만들어준 약은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의 병은 이미 아물었다.

은지의 죽음은 내게서 멀게 느껴졌다. 내 마음에 있는 은지의 죽음에 대한 기억은 너무나 깊어 돌을 던져도 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사랑이란 것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목표가 생겼다. 여행을 가기 전에 농장을 자동화 시설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집에 있는 서쪽 끝 방의 식물들이 죽었다. 그것을 보니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여행을 갔다 왔을 때 뒤뜰의 작은 농장의 식물들이 죽어있다면 더 크게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인공태양을 하루 10시간씩 주기적으로 켜지게 해야 하며 스프링클러도 설치해야했다. 그리고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비닐하우스의 비닐을 꼼꼼히 체크해야했다.


나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것은 여행을 하면서 만나고 싶은 생명들에 대한 리스트였다. 쥐, 닭, 파리, 개 등. 나는 찾을 것이다. 아직 세상은 희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여행인 것이다.


‘기대해서 되는 건 없다. 어차피 되지도 않을테니.’라는 세상의 유행어를 부정하고 싶었다.

나는 어머니를 믿고 있다.


세상은 점점 밝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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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검정 # 43(에필로그) +2 17.08.04 40 2 12쪽
» 검정 # 42 17.08.04 21 0 9쪽
43 검정 # 41 +1 17.08.02 36 1 11쪽
42 검정 # 40 17.08.02 29 0 9쪽
41 검정 # 39 +2 17.08.01 28 0 10쪽
40 검정 # 38 +1 17.08.01 31 1 10쪽
39 검정 # 37 +1 17.07.31 30 1 8쪽
38 검정 # 36 +1 17.07.31 37 1 7쪽
37 검정 # 35 +1 17.07.29 31 1 12쪽
36 검정 # 34 17.07.29 35 1 8쪽
35 검정 # 34 +2 17.07.28 31 1 14쪽
34 검정 # 33 +1 17.07.28 39 1 13쪽
33 검정 # 32 +2 17.07.27 53 2 10쪽
32 검정 # 31 17.07.26 32 1 8쪽
31 검정 # 30 +1 17.07.25 55 2 12쪽
30 검정 # 29 17.07.25 35 1 8쪽
29 검정 # 28 +3 17.07.21 39 1 11쪽
28 검정 # 27 +1 17.07.19 34 1 8쪽
27 검정 # 26 +1 17.07.19 36 0 11쪽
26 검정 # 25 +1 17.07.18 35 0 8쪽
25 검정 # 24 +1 17.07.18 33 0 8쪽
24 검정 # 23 17.07.12 41 0 14쪽
23 검정 # 22 +2 17.07.12 44 0 8쪽
22 검정 # 21 +2 17.07.10 41 0 10쪽
21 검정 # 20 +1 17.07.10 47 0 7쪽
20 검정 # 19 +2 17.07.07 43 0 8쪽
19 검정 #18 +1 17.07.06 40 2 10쪽
18 검정 #17 +1 17.07.05 41 1 8쪽
17 검정 #16 +1 17.07.05 46 1 12쪽
16 검정 #15 +1 17.07.04 4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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