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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 님의 서재입니다.

검정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gargang1
작품등록일 :
2017.06.26 15:34
최근연재일 :
2017.08.04 15:36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109
추천수 :
77
글자수 :
186,575

작성
17.07.07 14:40
조회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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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검정 # 19

DUMMY

바다까지 이제 4일정도면 도착한다. 하지만 난 그녀에게 알려줄 것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루트를 변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도를 보니 우리유통이라는 큰 물류창고가 구봉산 앞에 보였다.


“은지야. 이번엔 지도를 보는 방법을 알려줄게. 식량을 구하는 방법도.”

나는 은지에게 말했다.


“나중에 배우면 안 돼? 나 지금 화장하고 있는데.”

은지는 거울을 보고 립스틱을 바르며 말했다. 아. 그게 중요한가. 나는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흔들었다. 그래도 그녀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바다로 갈 때까지 그녀에게 화를 내지도 않고 최대한 잘 해 줄 것이다.


물론 자연스럽게 그럴 것이다. 그녀에게 화 낼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녀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그녀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은지가 나를 붙잡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또다시 들었다.


은지는 화장을 끝내고 둥그렇게 만들어진 집을 빙 둘러보며 천천히 나에게 왔다.

나는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소파 앞에 있는 테이블에 지도를 펴고 나침반을 올렸다.


“이것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배운 거야. 독도법이라고 하는 건데.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서 내가 갈 곳의 위치를 찾는 거지.”

나는 말을 했지만 은지는 집중을 하지 못한 채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을 입김을 불며 말리고 있었다.


“집중해.”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하면 되잖아.”

은지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왜 항상 안 배우려고 하는 거야? 만약이라는 게 있어. 내가 못할 경우가 있을 수가 있잖아. 그럴 때 네가 할 수 있어야지.”

나는 차분하게 은지에게 설명했다. 그녀는 마지못해 자세를 바로 했다.

집중하는 척을 하는지, 정말로 집중을 하는지 사실 잘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나는 말을 이었다.

“금속이 없는 곳에서 이것을 해야 해. 금속이 있으면 나침반이 이상한 방향을 가리킬 수 있어.”


나는 은지가 이해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은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나를 보지도, 지도를 보지도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나침반은 항상 북쪽을 향하지. 지도에도 방향이 표시되어 있어. 나침반의 북쪽과 지도의 북쪽을 맞춰 놓으면 독도법의 기본은 끝나.”


나는 간단하지 않냐는 듯 쳐다보았다. 하지만 은지의 시선은 천장을 향해 있었다.


“제발 집중해.”

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은지는 뾰로통하게 나를 보며 말했다.


“설마 바다로 가면 자살할 생각이야?”

은지의 말에 나는 식은땀이 났다.

그녀에게 나의 숨겨진 생각이 읽힌 것 같았다.


“왜 그렇게 생각해?”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를 우습게 보지 마. 여자의 육감은 무서워. 네가 그런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지 못한 것을 나는 느낄 수 있거든.”

은지는 심각하게 말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아냐. 안 죽는다고 했잖아. 어머니의 유골만 바다에 뿌릴 거야. 걱정하지 마.”

나는 당황하며 말했다. 은지는 정색을 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띠우며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이내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정말이야.”


“그래. 알았어. 그리고 사실 나 독도법을 할 줄 알아. 예전에 배운 적 있어. 이런 세상에서 그것을 못한다면 살아갈 수 없잖아. 물론 내가 백화점 근처에 살면서 돌아다니는 곳이 별로 없으니까 배워놓고 딱히 독도법을 할 필요는 없었어.”

은지는 의심을 풀지 않고 말했다.


“그래. 다행이다. 이곳에서 쉰 다음에 우리가 갈 곳은 구봉산이야.”

나는 말했다.


“왜?”

은지는 물었다. 나의 마음을 읽으려는 눈빛으로.


“아. 그곳에 우리유통이라는 물류창고가 있는데 뭔가 필요한 게 있을 것 같아서.”

나는 지도를 정리하면서 말했다.

나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돈이 없어서 당황했다. 이곳에 돈을 두어야하는데.


“뭐해?”

은지는 물었다.


“이 사람을 위해 줄 돈이 없어.”

나는 대답했다.


“이 사람이라니?”

은지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 집의 주인.”

나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어차피 주인은 없잖아. 지나가던 사람이 머물면 그게 주인인 집일뿐이야. 돈은 중요하지 않아. 그냥 가자.”

은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아냐. 중요해!”

나는 소리치며 서성였다. 내 소리에 은지는 당황해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보답을 하는 것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예의라는 것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은지는 고개를 저의며 말했다.


“이해를 바라지 않아. 하지만 그래야 해!”

나는 그녀를 보지도 않고 소리쳤다. 아, 은지에게 화내지 않기로 마음먹었지. 나는 조금 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


“소리쳐서 미안해.”


“돈, 그게 무슨 소용이야?”

은지는 버럭 화를 냈다.


그 소리에 나의 다짐은 다시 한 번 무너졌다.


“네가 화장을 하는 건 무슨 소용인데?”

나는 그녀를 보고 그녀보다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은지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는 듯이 굉장히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한번 흘겨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일어나 성큼성큼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녀가 화가 나서 나를 피하기 위해 방에 들어간 줄 알았지만 그녀는 종이와 펜을 가지고 나왔다.


“뭐 하는거야?”

나는 짜증스럽게 물었다.


“돈 대신할 것을 주려고.”

은지는 지지않고 거칠게 말했다.


“뭐?”

나의 말에 은지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종이 위에 글을 적었다.



집 주인에게

당신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저희는 당신이 살던 이곳에서 잠시 머물렀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가 이곳에 머문 것에 대가를 지불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돈을 드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찾아보니 저흰 돈이 없었답니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해도 그게 무슨 소용 있겠어요? 그렇지 않나요?

(나는 그 글을 보자 얼굴을 찌푸렸다. 은지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에 쓴 것이다.)

그래도 감사한 마음은 전하고 싶어 편지로 남깁니다.

덕분에 편히 쉬다가 갑니다.

어디에 계시든 행복하길 기도할게요.


“이정도면 되지? 어때?”

은지는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생각이었다. 검은 세상에서 돈 대신에 편지로 예의를 표명한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 편지에 글을 쓰고 나왔다.


당신도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아니, 은지만이라도 행복할 수 있게 기도해주세요.


나는 왜 그렇게 썼는지 모르겠다. 그냥 머리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는 왠지 어머니의 기억 한 조각을 버리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은지는 우리유통으로 향해가는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그리고 나보다 앞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은지야. 왼쪽으로 가야해.”

나는 지도를 보며 은지를 향해 외쳤다. 그랬더니 은지는 대답 없이 왼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에게 화난 것이 분명했다. 아. 무슨 이유일까. 항상 밝았던 그녀가 왜 그런 것일까. 화나게 하고 싶진 않은데. 뭐 때문에 화가 난건지 알아야 내가 풀어주지. 나는 안절부절못하면서 그녀를 쫓을 뿐이었다.


구봉산은 그렇게 큰 산이 아니었다. 아닌가? 물류창고가 너무나도 커서 구봉산이 작아 보이는 것인가? 우리유통이라는 물류창고의 크기는 미르백화점만큼이나 컸다.


“들어가자.”

은지는 웃지도 않고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세상이 고요하지 않다면 내가 들을 수 없을 정도의 크기로.


“그래.”

나는 은지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집에서 말다툼을 했던 그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을 했어야 했나? 그렇다면 표현할 시기를 놓쳤다. 지금 입 밖으로 꺼내기 너무나 힘든 말이었다.


작가의말

또 비가 왔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31 토이월드
    작성일
    17.07.09 17:57
    No. 1

    잘 읽고 갑니다. 좀 더 공포스럽길 바랐는데... ^^
    그리고보니 밤에 읽는다 하고 낮에 읽었네요.
    어제 술이 과해서... ㅎㅎㅎ 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5 희망녀
    작성일
    17.07.22 05:11
    No. 2

    네이게이션에 모든 것을 의지하고 사는 우리들 세상에서 독도법은 너무 낯서네요. 그래도 서바이벌 상태에서는 생존지식으로 유용해 보여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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