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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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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작품등록일 :
2017.08.19 15:44
최근연재일 :
2019.03.10 20:19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6,381
추천수 :
86
글자수 :
386,280

작성
17.10.1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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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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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21쪽

아 그거? 나도 있어. 요즘 하나씩 두잖아 그거?

DUMMY

<라이브 로더 - 엘븐 세력의 지배자 대장로>


“부디 이 망측한 일들을 경히 넘기지 말아주시지요 대장로!”


수많은 지혜와 타고난 선심으로 엘프 모두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아 ‘대장로’에 오른 엘프들의 지배자. 천년의 수명을 타고난 엘프 종족이면서도 그의 나이는 어느덧 900에 가까웠고 머리칼에 희끗거리는 흰머리가 상당했다.

대장로 라이브 로더를 포함해 장로 회의장에 모인 이들은 모두 셋. 대장로를 향해 언성을 높이고 있는 이 또한 엘프들을 대표하는 세 장로 중 하나인 셈이다.


“미르네. 우리가 감히 대장로에게 강요를 할 수 있는 입장이었던가요.”


“충분히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 일은 정말이지···!”


대장로는 두 장로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만 있었다. 두 장로는 ‘5인의 마도사’라는 세계 최고 마법사 그룹 중 두 자리를 맡고 있는 장본인들이기도 했으니 그만큼 존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샤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마도사 장로의 점잖은 말투에도 미르네는 다시 언성을 높여가며 재차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잊었습니까 장로들! 과거 엘프들을 몰래 납치해 강간하고 도륙한 그 ‘리온 폴 워커’란 말입니다! 과거의 만행에도 모자라 언데드로 다시 기어올라와 이번엔 엘프 수백을 도륙했습니다! 이걸 어찌 보고만 있으란 말입니까!”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세계수의 수호검이라 불린 그 남자가 어찌 그런 일을 했던 것일까...그리고 도대체 어떤 언데드로 일어났기에 정예 엘프 수백을···”


“샤론--! 그건 중요하지 않을터인데요!”


쿵-


대장로 라이브 로더는 크게 힘을 쓰지 않았다. 그가 움직인 것이라곤 지팡이를 쥐고 있는 오른손목 뿐. 지팡이가 바닥을 살짝 때리는 것만으로 대마도사라 칭송받는 두 엘프 장로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생명 피해요. ......레오 1세를 직접 만나보지 않으면 안될 건이니 이 이상 떠들지 말아주시오 미르네.”


“이번에도 발뺌할 것이 분명하잖습니까!”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을 답하는지는 내가 판단할 것이오. ......미르네. 미리 경고합니다. 만일 지난 워커 가문의 사건들처럼 내가 그들을 만나보기 이전에 손을 쓴다면, 대장로의 이름으로 문책할 겁니다.”


“크윽···!! 지금...지금 제가 했던 일들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겁니까 대장로!!”


턱-


미르네라는 이름의 장로는 상당한 다혈질이다. 대장로라는 이 앞에서 안광을 번뜩이는 행동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 하지만 그러한 미르네를 빠르게 말려주는 손길이 있었으니 바로 장로 샤론의 손이었다.


“맞는다.”


“......!! 윽...시, 실언했소.”


샤론이 무서워 미르네가 성깔을 죽인 것이 아니다. 둘은 똑같은 대마도사이며 그 힘 또한 비슷한 수준! 샤론이 ‘맞는다’한 이야기의 뜻이 ‘너 그러다 참교육 당한다’라는 의미는 맞지만 주체가 달랐던 것이다.


쿵-!


들어올려졌던 대장로의 아파보이는 지팡이가 다시 바닥을 때리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미르네. 그 때 다시 대장로의 얼굴은 인자한 그것으로 돌아왔으며 이어서 목소리를 흘려냈다.


“허튼 짓 하지 말라고 했소~? 미르네 장로~”


“익...아, 알겠습니다···”


두 장로가 대마도사건 엘프들을 대표하는 장로건 그건 상관 없었던 것. 아직 280세와 310세인 미르네와 샤론에게 있어 대장로 라이브 로더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미르네가 조심히 자리를 뜨자 샤론만이 대장로 앞에 남았고 곧 그들만의 대화가 이어졌다.


“샤론 장로.”


“둘이 있을땐 편하게 부르십시오 아버지-”


“......미르네 저 아인 언제쯤 철이 들지 궁금하구나.”


“글쎄요. 철이 덜 든 것일지. 그게 아니라면 다른 흑심이 있는 것일지. 저로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욘석...동족을 의심하면 못 쓴다.”


“허나 아버지. 아버지 명을 무시하고 혼자 나서 워커 가문을 쓸어버린 것이 미르네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따각!


샤론은 순간 머리 위에 별이 반짝이는 착각을 느끼며 정수리를 부여잡아야했다. 이번에는 라이브 로더가 예고 없이 지팡이를 날렸기 때문이다.


“의심하지 말래도.”


“예, 예···”


그리고 이어지는 대장로의 굵은 목소리에 샤론은 아픔을 호소할 틈도 없이 부복하여 고개를 수그려야했다.


“당장 레오 1세의 왕성으로 한 명을 보내거라. 내 홀 몸으로라도 직접 만나볼 의향까지 있으니 꼭 성사시키도록. 믿을만한 인재가 있는가?”


“직접···”


“대마도사가 직접 가면 전쟁 선포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크음......믿을만한 아이로 보내겠습니다.”


“매번 이야기하지만 믿음을 주는 이는 곧···”


“올곧은 아이입니다. 제가 아는 아이 중 가장.”


그제서야 대장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의자 등받이에 붙이고 편하게 앉았다.


“어깨 좀 주물러라.”


“......제, 제가 요즘 학구열에 빠져 몸이 영···”


“용돈준다.”


파앗-


평소 대장로에게 받아왔던 용돈의 금액을 궁금하게 만드는 장면. 샤론은 용돈이란 소리에 빛살처럼 달려들어 라이브 로더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대마도사들은 돈 많이 안받냐?”


“자선단쳅니다 거의.”






<실라 - 기사 꿈꾸는 엘프>


그녀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가슴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아 그렇게라도 안심을 시켜보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험해본 이라면 누구나가 알듯 고조감을 그런 행위로 사라지지 않는다.


스륵-


“어깨를 펴거라 실라.”


“예, 예!!”


얇고 맑으면서도 우렁찬 목소리. 목소리는 물론 백옥과도 같은 피부나 눈부시고 화려한 미모도 그녀가 걸친 플레이트 아머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걸친 장비에 자부심을 느끼고 어깨를 폈다.

그녀의 양어깨를 살포시 만지며 이야기하는 남성 엘프는 30세 초반 정도의 외모를 하고 있었으니 수 시간 전까지만 해도 대장로의 어깨를 주무르던 엘프였다.


“인간은 그렇게 악하지 않다. 네 스스로의 주관으로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거라 실라.”


“아, 알겠습니다 장로님!”


장로 샤론이 생각하고 임무를 맡긴 이가 바로 엘프 실라. 활과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엘프와는 다르게 기사를 꿈꾸는 여엘프가 바로 그녀였다. 샤론이 챙겨준 여러 물품들을 배낭에 가득 넣고 마을을 나서려는 실라의 뒷모습을 샤론이 잠시 지켜보고 있을 때 멀리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샤로오오온!! 미쳤니!?’


다급한 것은 발소리뿐만이 아니었다. 앙칼진 목소리나 달려오는 행색 또한 매우 다급해보이는 한 여성 엘프. 실라가 놀라 뒤를 돌아보니 차려입은 로브나 지팡이들 또한 범상치 않았다.


“미, 미르네님?!”


“애를 혼자보내는거야?! 인간들이 한 짓을 보고도!”


실라라는 이름의 꽃만큼은 아니었지만 상당한 미인의 엘프. 그녀는 대장로 앞에서 화를 주체하지 못했던 장로였으니 바로 미르네였다.


“충분하다 미르네. 실라가 얼마만한 실력자인지 알잖나-”


“알지! 나도 실라 밖에 없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래도 혼자는 아니지 않아?!”


“......대장로께서 한 명만 보내라 하셨다.”


“아, 아버지도 참...!! 실라! 잠깐 이쪽으로 오거라!”


실라는 토끼눈을 한 채 쭈뼛쭈뼛 자신이 왔던 곳으로 걸음을 돌렸다. 평소에는 보기도 힘든 전 엘프들의 대표자가 둘 씩이나 앞에 있으니 어안이 벙벙할만도 한 것이다.


“예, 예! 부르셨습니까 미르네님!”


“......이거. 소중한 거니까...잘 쓰고.”


“이, 이건···! 상급 소환석 아닙니까! 소, 소중히 잘 쓰겠습니다! 그리고 꼭 무사히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네 생명 보다 중한 것은 아니니 잘 쓰기만 하거라.”


샤론은 한발짝 떨어져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의심해선 안되는 것이었나. 그 착한 미르네의 심성은 사라지지 않은 것 같지만···’


“기다리겠다 실라. 네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조심하거라.”


실라는 무려 10초 동안이나 그 둘을 향해 허리를 굽힌 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자면 10초는 물론 10분 동안이나 그렇게 있고 싶었지만 맡겨진 임무가 가볍지 않은 이상 한시라도 빨리 출발해야했기 때문이다.






실라가 길을 나선지도 벌써 열흘. 그간 그녀가 만난 마물만 해도 수십 종류가 넘었다.


‘정말 많은 경험이 되는 것 같아.’


그녀가 걸친 플레이트 아머에 남겨진 전투의 흔적들. 그 흔적이 플레이트 곳곳을 가득 매운 것만 보아도 그녀가 얼마나 많은 마물종과 전투를 치뤄왔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돌아갔는데 장로 호위 기사로 임명되거나 하면 어쩌지~? 나 엄청 강해진 것 같은데~!’


맑은 하늘을 향해 헤벌쭉한 표정으로 숲길을 걷는 실라. 엘프들에게 호위 기사같은 직위는 없었지만 그런 것은 중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단순한 자아도취일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얼빠진 멍청이가 아니었다. 그러한 망상에 빠져있는 순간에도 감각의 끈은 넓게 펼쳐 놓았고 곧 그 망에 무언가가 잡힌 것이다.


‘누군가 있다···! 세 명...인간?’


그녀는 덜그럭거리는 무거운 플레이트 갑옷을 걸치고도 암살자라도 되는 마냥 큰 나무 사이로 움직였다. 그렇게 수 십미터를 나아가자 곧 그들의 대화가 그녀의 귀에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상하잖아! 왜 맨날 나만 앞에 세우고 그러는건데!”


-“이, 이 중에서 체력이 가장 많은게 너잖아~ 그럼 앞으론 내가 설테니까···”


-“됐거든?! 아직도 내가 그냥 남자 같은거지 그치?! 맞아도 찢어져 피가나도 맨날 실실 웃으니까 내가 철인처럼 보이고 그렇지?!”


쩔쩔매는 한 명의 남자. 그리고 화를 내는 쪽은 여자였으며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키 작은 여자가 마지막이었다.


‘성인 인간 남자 한 명. 그리고 여자 둘......장비는 모두 경갑이고 무기는 지팡이, 활, 단검? 마물을 사냥하는 부류들인가-’


-“그렇게 안보인다고 말했잖아! 왜 또 그러는거야! 절대 그렇게 생각 안한다니까?!”


-“왜, 왜 너가 화를 내고 난리야?!! 진짜 어이 없다 정말!!”


-“예, 예선아? 어디가 야! 위험하다니까!”


-“따라오지 맛!!’


울컥-


악한 인간들로는 보이지 않았기에 은신을 풀고 모습을 당당히 드러내려던 실라는 순간 가슴에서 치고 올라오는 감정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저 인간 남자가 상당히 재수없군!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듣자하니 여자에게 애꿎은 일을 시킨 모양인데, 적반하장도 적당히 해야지!’


철럭-

저벅저벅-


그 인간 셋의 일행은 다름 아닌 안자영네 삼인방이었다. 루드릭과 리온 폴 워커를 레오 왕성에 데려다 준 후 새로 얻은 장비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자신들의 집이 있는 근방까지 나와있던 셋. 엘프 실라가 발견한 무리는 바로 그들의 무리였던 것이다.

따라오지 말라는 임예선의 말에 선듯 따라가지 못하고 자리에 남은 안자영. 하지만 유소연은 곧바로 그녀에게로 달려갔고 결국 실라가 씩씩 거리며 나아가는 곳에는 남자 혼자만이 남아있었다.


철컥- 저벅!


그리고 허리에 양 손을 얹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엘프의 모습에 안자영은 얼이 완전히 빠져버렸다.


“.....................”


“당신 왜 그런겁니까? 양심이 있습니까!”


“............하아.”


꿈틀.


실라는 자신을 발견하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인간 남자에게 한쪽 눈썹이 꿈틀거리기까지 했다. 남자의 태도가 상당히 신경을 거스른 것이다.


“지금 저보고 한숨을 쉬신겁니까? 완전히 덜 된 인간이로군!”


“그래 그래...나 좀 덜 된 모양이다...그래서 잘 된 엘프님이 홀로 이런 곳에 어인 일이실까요.”


“내 목적은 알 것 없다! 그저 이런 해괴한 일을 보고도 지나칠 수 없어 왔을 뿐이다!”


“충분히 지나칠 수 있어요...가세요···”


휘익휘익-


심지어 자신을 향해 손을 내젓는 남자! 실라는 가슴에서 치고오르는 감정을 참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으며 곧 신념을 머리 끝까지 터트렸다.


“당신. 건달이로군!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에엥?!! 내가?! 건달!? 어디가! 침을 뱉었어 여자를 희롱하길 했어 주먹을 휘둘렀어?! 아줌마 그냥 가라니까?!”


건달이란 소리를 들어서일까. 안자영의 말투는 정말로 건달의 그것과 아주 흡사해보였다. 적어도 실라의 귀에는 말이다. 하지만 실라에게 있어 가장 거슬린 것은 방금 뱉어낸 안자영의 한마디.


“아...줌마? ......까득···!”


“......엄마야. 내, 내가 또 말실수를 했나? 이, 이봐요- 미안···”


처컥-


엘프의 입 안에서 살벌한 소리가 들려온 것을 듣고 금방 사과를 건네려던 안자영. 하지만 하늘을 향해 곧게 치켜올라간 실라의 검은 아주 정의로워보였다.

정의롭게 악을 처단하기까지 절대로 굽혀지지 않을 것처럼.


“악은 처단한다!!”


“미, 미친 아줌마!?”


스릉!

부화아악!!


실라는 무서운 속도로 남자에게 달려들어 자신의 무거운 중검의 검면을 내리쳤다. 아무리 봐도 비실비실해보이는 남자에게 날을 세웠다간 살인밖에 더 될게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행동.

하지만 삽시간에 단검 두 자루를 양손에 쥔 남자는 단 한 발자국 뒤로 움직인 것만으로 그 공격을 회피한다.


‘......?! 어떻게...피한거지? 분명 빠르지 않았는데···!’


“이, 이봐요. 진정하고 말을 들으라니까···”


“시끄럽다!! 어디서 굴러본 몸놀림이군 그래! 오늘 싹수를 제대로 고쳐줄테니 각오하도록!”


“아니 애시당초 기사 코스프레한 엘프는 금시초문이다 정말!”


부욱!

부우우우웅-!!



실라는 자신의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상대가 상당히 재빠르다는 것을 느끼고 피할 수 없게 여섯 번 검을 휘둘러 검풍을 만들어냈지만 상대는 공격에 맞기는 커녕 검풍에 휘청거리지도 않았던 것.


‘간발의 차로 피해내고 있어...!! 내 생각을 완전히 읽고 있다고 밖에···!’


“네, 네놈...이름이 뭐지! 레오 왕성의 기사급인가! 그런 기사가 어찌 이런 곳에서 건달 짓을···!”


“기사도 건달도 아니라니까?! 아줌마 진정하고 사람 말을 들으라고!”


“...까득.”


안자영도 이만하면 눈치챘을 것이다. 그녀의 안광에서 살기가 번득거리는 이유. 그 원인이 되는 단어가 어떤 것이었는지 겨우 눈치챈 것이다.


“아...아름다운~ 아가씨~? 우리 진정하고 이야기를···”


“이미 늦었다. ......망할 인간!! 미르네님이 말한 인간의 악함은 진짜였군 그래!!”


“다, 당신 지금 조금 이상한 판단을 내리진 않았어?!!”


처컥!

......쐐하아아아악!!!!


하지만 안자영 또한 이번만큼은 여유롭지 못했다. 실라가 들고 있던 중검을 돌려세우더니 날카로운 날을 그에게로 향한 것이다. 이번엔 벨 각오로 덤비겠다는 태도! 곧 이어지는 거대한 검격엔 안자영이라도 여유로울 수가 없었다.


“라이트닝 소드!!”


파바아앗!!!!

솨사사사사사삭----!!!!


누군가 옆에서 보았더라면 기술명 하나는 참으로 잘 지었다고 감탄했을 것이다. 실라가 외치며 펼쳐내는 빛무리들은 그야말로 번개와도 같은 검격들! 도무지 사람의 동체시력이 반응해낼 수가 없을 정도의 쾌검이 안자영의 신형을 덮친 것이다.


쉬하아악!!

콰아아!!!


그 검술의 마무리는 강력한 종베기였다. 번개와 같은 현란한 검부림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한 다음 양단해버리는 강력한 기술.

하지만 엘프의 눈엔 자신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보다 불신의 빛이 어렸다.


‘안...맞았다고···?’


꽈악-


“----!!!! 이, 이건 대체···!!”


자세를 가다듬기 위해 내려찍은 중검을 갈무리하려 했던 실라는 심지어 자신의 검 조차 꼼짝도 않자 더욱 당황했다. 흔들리는 그녀의 눈이 발견한 것은 자신의 중검을 옭아맨 얇은 와이어와 그 와이어에 연결된 단검들이 지면 곳곳에 박혀있는 모습.


‘나, 난...대체 누구랑 싸우고 있는거지? 기사? 건달?’


압도적인 실력차이에 생명이 위험할 것이라는 겁까지 먹은 실라. 그리고 곧 그녀는 자신의 중검이 만들어낸 먼지구름 사이로 팔짱을 끼고 평온하게 서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그것도 정면에서 말이다.


“후우~ 아가씨. 엘프 중에 그만한 검솜씨를 가진 이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네.”


“크윽......! 네놈 대체 정체가!”


“그걸 알려주고 말고는 내 마음이겠지? 중요한건 그게 아니야.”


스하아아-


지금까지 평범하게만 보였던 남자의 눈이 한 순간 가늘어지자 실라는 죽음과 직면한듯한 공포를 느꼈다.


“당신. 날 죽이려했지? ......그럼 어떠한 꼴을 당해도 억울해하면 안되는 것도 알겠지.”


“.........”


“양심이 있어야지 그치? 나처럼 덜 된 인간도 아니고. 된 엘프님이 그것도 모를까-”


안자영의 눈과 마주한 뒤 고개를 푹 숙여버린 실라. 하지만 안자영은 뱉은 말과는 다르게 그녀를 해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지난번이야 소중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쳐서 그랬던 것 뿐 지금은 그때처럼 행동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적어도 안자영에게는 그랬다.


툭- 데구르르르···


적당히 그녀를 기절시킨 뒤 단검과 와이어를 회수하고 자리를 뜨려 했던 안자영. 하지만 그녀가 조심히 주머니에서 꺼내 떨어트린 물건이 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상급 소환석......인가.”


“이것만큼은 쓰지 않으려했지만...어쩔 수 없군.”


파아아앗!!

쿠오오오오오오오----!!!!


그 둥그런 소환석이 빛을 발하며 쏟아낸 거대한 마물! 그것의 체구는 2층짜리 집채만했으며 등장과 동시에 실라의 중검을 묶어두고 와이어를 느슨하게 풀어버렸다. 와이어 단검이 박혀있는 지면 자체를 박살내버렸으니 말이다.


“인간! 아무리 대단한 인간이라 한들 이 강한 마물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겠나!! 지금이라도 바닥에 넙죽 엎드려 잘못을 빈다면 너그럽게 넘어가겠다!”


“......비는거야 어렵지 않은데. 뭘?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했던가?”


“............양심이 없었잖나! 여자에게 애꿎은 일을 시켰던 것 같은데 사과는 못할 망정 그 적반하장 태도는 뭐란 말이냐!”


“그, 그래서 그렇게 화가 나셨던 거냐?”


“...............그리고 내가 어딜봐서 아줌마냐!”


“역시 그거지?! 아까부터 그거 때문에 정신 나간거 맞지 이 아가씨야!”


“흐, 흥···!! 어쨌건 빌어라! 그리고 내 앞에서 그 여자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할 거야!”


안자영은 슬슬 눈 앞에 있는 엘프가 신기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란 말인가. 안그래도 심정 복잡해 죽겠는데 난데없이 눈 앞에 나타나 지적질을 하질 않나 아줌마라 불렀다가 칼부림을 당하질 않나.


“......하지만 그래도. 그냥 시비는 아니었던 모양이군? 착한 마음에 저지른 행동이라 이건가-”


“뭘 중얼거리나! 넌 나의 이 마물이 무섭지도 않은 것이냐!”


“너. 이름은 뭐지? 내 이름은 ‘안자영’이다. 참 재밌는 엘프를 알게되어 기쁜데-”


“......‘실라’다.”


“오케이 땡큐 실라.”


스륵-


실라는 남자가 단검을 손에서 놓아버리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라 생각한 것.

하지만 남자는 천천히 왼손을 올려보이더니 곧 자신의 입술 가까이에 놓았다.


휘이이익!!!


남자가 불어낸 것은 바로 휘파람! 그 행동이 지원을 부른 것이라 판단한 실라는 다시 중검을 고쳐잡았고 언제든 마물을 이용해 남자를 공격할 준비를 해야했다.


“미안하지만 넙죽 엎드려 사과할 이유는 여전히 느껴지지 않는군. 내 친구 임예선에겐 내가 알아서 사과할거야. 하지만 네게 그래야할 이유는 정말 손톱만큼도 없어.”


“정녕···!”


“실라- 아줌마라 불러서 미안하다! 그리고......그 마물 있잖아. 사실 전혀 안무섭거든?”


“......?! 허, 허풍은!”


다다다-

쿠구구구-!


“나도 있거든 걔. 요즘 하나씩 장만해두잖아 그거.”


실라는 땅을 울리며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맹렬하게 달려오는 ‘빅대디’를 발견하고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수 초 뒤, 소환석에서 나온 빅대디보다 덩치가 1.5배나 거대한 동종이 안자영의 뒤에 섰고 어마어마한 소리를 터트렸다.


쿠웅!


크워어어어어어어----!!!!!!!


“가라 빅대디. 이번엔 너로 정했다?”


“마, 말도 안 돼......!!”


‘대체 정체가 뭐야 이 인간!’


실라는 기어이 무력해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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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거? 나도 있어. 요즘 하나씩 두잖아 그거? 17.10.10 175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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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뭐든 말하고 합시다 17.08.25 487 4 20쪽
6 세력을 늘리자 +2 17.08.24 594 5 21쪽
5 토끼 가라사대 가진걸 내놓으라 (2) +2 17.08.23 713 4 15쪽
4 토끼 가라사대 가진걸 내놓으라 (1) 17.08.22 842 5 21쪽
3 제로(Zero)에서부터! +4 17.08.20 1,126 6 17쪽
2 그 남자의 인생게임 +4 17.08.20 1,502 7 14쪽
1 출발 17.08.19 1,94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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