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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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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작품등록일 :
2017.08.19 15:44
최근연재일 :
2019.03.10 20:19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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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97
추천수 :
86
글자수 :
386,280

작성
17.10.0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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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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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리온 폴 워커

DUMMY

콰하아아앙---!!!!!



오랜 잠에서 깨어난 리온의 눈동자를 마주하자 주변의 사물을 침착하게 살펴볼 겨를 같은건 없었다. 괴형으로 일그러진 오른팔이 천천히 천장을 향해 솟아오르고 그 느린 움직임이 유리관의 일면을 쉽사리 뚫어버렸을 때. 마치 참아왔던 것을 터트리듯 리온의 오른팔은 지면을 강하게 두드렸다.

나란히 늘어선 유리관들을 물론이고 가벼운 사물들은 온데로 정신없이 흩날렸으며 심지어 우리가 딛고 있는 바닥까지 크게 부서졌다. 그 어마어마한 괴력을 실감하고 나서야 나는 ‘아차’하는 심정으로 루드릭을 돌아보아야했다.


“뭘 보고만 있나!! 당장 이곳에서 나가지 않으면 산채로 묻힐게다!”


우리가 있는 곳은 거대한 폐성을 받치고 있는 작은 지하공간! 언제 천장이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나는 두뇌를 맹렬하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스릉-

키이익!



주로 사용하는 철제 단검. 인벤토리에서 하나씩 꺼내어 허리에 맨 띠에 주륵 매어보이자 24자루나 되는 단검이 순식간에 허리에 걸린다. 허나 이 하나같이 생김새가 비슷한 단검들은 내가 근접전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들이 아니다. 손잡이 끝에 달린 자그마한 고리에 단단하고 얇은 ‘와이어’를 정성껏 묶어놓은 특수단검.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소연이도 예선이도 눈치채지 못했는지 루드릭만이 내 허리츰의 단검들을 보며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고정은 나에게 맡겨라!”


“믿고 맡깁니다 루드릭!”


쉭- 쐐하악!! 척!!


나는 와이어가 이어진 단검들 중 첫번째에 해당하는 것을 지하 공간 한쪽 귀퉁이로 날렸다. 내가 부릴 수 있는 손기술과 힘을 모두 담아 쏘아낸 단검인만큼 살벌한 소리를 내며 벽 귀퉁이에 틀어박혔지만 고작 벽에 박힌 깊이는는 5센치 정도. 하지만 내 옆자리에서 장담한 인물은 자신의 말을 확고히 지켜주었다.


“바인딩 오브젝트.”


키이익-


루드릭이 뻗은 앙상한 손아귀가 빛을 뿜으며 단검을 벽에 단단하게 고정시켰다는 것을 깨닫고 와이어를 팽팽히 당긴 다음. 곧바로 다시 두번째, 세번째 단검을 멀리 멀리 던졌다. 서로 연결된 와이어가 천장을 지그재그로로 덮을 수 있게!


피잉-! 파바앗!

척- 처저적-


와이어가 천장을 빼곡하게 매우기 위해 내가 날린 단검은 23자루. 단 5초 안에 이루어낸 기적이라 스스로 기뻐하기도 바쁘기에 서둘러 24번째 단검을 바닥에 내리꽂을 뿐이었다.


우르르르......

키기기기--


“후우···! 하아......!!”


“숨 돌릴 틈이 있나? 저 변종이 땅을 한 번 더 내려친다면 모든게 끝날텐데-”


“---!! 그, 그럼 무슨 수라도 내보십시오 루드릭!”


이제는 양 손을 고이 모아 기도하듯 땅을 내려치려는 리온 폴 워커의 모습에 기겁하며 소리쳐야했다.


“바본가? 이곳에서 나가면 되지.”


척-


루드릭의 앙상한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우리가 들어온 계단. 이 와중에도 그 좁던 계단이 멀쩡한게 신기했지만 루드릭의 말대로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다, 다들 달려! 스방이가 전방에 서고!”


“알겠습···!”


쿠르르르-!!

와르르르!!

쿠르릉-!



루드릭은 “으음.”하며 짧은 신음을 흘렸고 스방이는 말을 잃었으며 이세계에서 온 우리 세 명은 반달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이 타이밍에 무너져버리는 계단 통로를 본다면 누구나가 그러지 않을까.


“루드릭. 대마법사인데 공간 이동같은것도 못씁니까?”


“지금이라면 쓸 수 밖에 없겠다만...상황이 바뀌었다. 바깥으로 나가면 안될듯 해.”


“다 깔려 죽을텐데도 말이에요?!”


방금전까지 나가자고한게 누군데 이제와서!

하지만 이어진 대답에는 인상을 찌푸리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잔뜩 깔렸더군. 엘프들이 말이야. 리온 폴 워커가 일으킨 충격이 바깥에서도 큰 소리를 만들어낸 모양이야.”


그러자 옆자리에 있던 스방이가 스스로의 가슴을 손으로 짚으며 외쳤다.


“제, 제가 가서 설명하겠습니다! 그래도 엘프이니 바로 죽이려하진···!”


“아니다 제자야. 이 근방에서. 이리도 빠르게 반응하여 찾아온 엘프들이란다. 무조건 ‘변종 실험에 관련된 이들’이라고 봐야하지 않겠느냐.”


“크윽···! 아무리 동족이라 하더라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저희를 죽이려한다면 저희 또한!”


“주제를 알거라. 지상의 적은 수 백이다.”


밖으로 나가도 죽음. 이곳에 머물러도 죽음.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황이었다.

나는 긴 한숨을 입으로 내리쉬며 근접전에서 쓰는 단검 두 자루를 각각의 손에 말아쥐었다. 지금의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다하기 위해.


‘스방이도, 루드릭도 이 세계에서는 살아있는 생명이며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이들이야. 절대로 죽게할 수 없지.’


우리 셋이야 올 인 원 마법 시스템으로 죽음에서 다시 복구되겠지만 둘은 아니다. 루드릭이야 초월적인 대마도사라하지만 최소한 스방이는 무사할 수 없다는 이야기.

나의 전의를 느끼고 지금껏 함께한 두 여인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인지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며 자세를 크게 낮추었다.


“가보자. 리온 폴 워커. 저 분이 한 번 더 지면을 내리치지 못하게하면서. 제압하면 되는거야! 어렵지 않잖아 그치~?!”


“참 나! 무슨 자신감이니 정말~!”


“볼케닉 스피어!”


나와 임예선이 각오를 한 번 더 다지는 사이 유소연은 이미 마법을 손에 올리고 그것을 날리고 있었다.


휘릭- 콰악!


인간의 변종형 적. 지금껏 상대해본 전투 경험에는 없는 적이다. 가끔 조우한 변종들처럼 아무런 공량법을 알지 못하기에 크게 고전하겠지만 그렇다고 질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지루했지. 가끔 다른 유저들이 내 세계에 침범해 PVP를 걸어올 때마다 정말 지루했어. 패턴도 너무 단조롭고 생각하는게 너무나 뻔했거든.’


하지만 드래곤은 아니었다. 위대한 종족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그들의 전투 패턴은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최강의 인간이라는 ‘레오 1세’ 또한 마찬가지.

과연...과연 리온 폴 워커는···


“나를 지루하게 않게 해주려나-”


단언컨데 PVP에서 인간형 적과 싸웠을 때만큼은 패배해본 적이 없었다.

단 한번도.






“예선아! 마나 회복해야 돼! 3초만 벌어줘!”


“어, 어?! 나도 지금 화살 꺼내야되는데···! 자영아!!”


파밧!


나는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리온 폴 워커를 향해 몸을 날렸다. 마법과 화살. 그 둘의 맹렬한 공격들이 리온 폴 워커가 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하게 쉴새없이 쇄도했었기에 나 또한 지루했던 참이었던 것이다.


부우욱!!


“자영아--!!?”


“조심해!!”


스스로도 자부하는 신속. 그 바람과도 같은 빠르기에 반응하며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러오는 리온 폴 워커! 그 묵직한 공격에 금방이라도 내 얼굴이 수박처럼 깨부숴질것만 같았지만 아쉽게도 나란 남자는 스스로의 움직임을 주체못할만큼 바보가 아니었다.


우득-

부화악!


배가 천장을 보도록 몸을 180도로 뒤집고 허리를 활대처럼 뒤로 젖혀 그 공격을 피해낸다. 공기마저 터트릴법한 살벌한 주먹을 스치며 리온 폴 워커의 지척까지 다다른 나는 몸을 살짝 허공에 띄우고 두 다리로 리온 폴 워커가 내지른 오른팔을 옭아맨다.


휘웅! 촤하악!!



순식간에 적의 팔에 매달린 나는 몸을 크게 움직여 반원을 그리며 리온 폴 워커의 뒤로 돌아갔고 그와 동시에 단검 한 자루로 긴 혈선을 그려낸다. 그 뒤 추가로 단검을 휘둘러볼까도 생각했지만 예상 외로 빠른 반격에 그저 다리를 튕겨 벗어나기만을 선택.


그흐으으......!!


나의 미꾸라지와 같은 움직임이 상당히 거슬렸는지 뒤를 돌며 나를 무섭게 노려보는 리온 폴 워커. 하지만 나는 그를 놀리듯 단검을 쥔 양팔을 크게 벌리며 비웃어보였다.


“너무 잤던거 아니에요~? 움직임이 많이 느리신데~”


빠르게 적을 제압해야하는 긴박한 상황에도 내가 느긋한 도발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물론 있다. 내 도발에 넘어와 몸을 던지고 있는 리온 폴 워커. 바로 그 뒤를 덮치고드는 또 한 명의 동료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파이언 인챈트! 에어 슬레쉬!!”


초라한 기술명을 입으로 외치며 검으로 큰 원을 그리는 우리 스방이! 허공에서 공격하며 리온의 머리 위를 넘어간 스방이었기에 리온 폴 워커가 괴로워하며 몸을 휘둘러도 스방이에게는 전혀 닿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너무 쉬운데···? 내가 알고 있는 리온 폴 워커의 무위랑은 너무 달라. 변종으로 변하면서 더 퇴보한 수준이잖아···!’


하지만 그러한 안심은 언제나 그렇듯 더욱 안좋은 상황을 불러일으켰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 또한.

리온 폴 워커는 아주 잠깐 행동을 멈추더니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이 꽂힌 곳은 바로 지하공간 구석으로 튕겨져 나간 검 한 자루! 그 장면에 나와 루드릭이 거의 동시에 외쳐야 했던 것이다!


“검을 줍게 해선 안된다!!!”


“절대로 막아야 돼!! 워커 가문은 검의 가문이라고!!”


변종으로서의 그가 이성을 찾았건 그렇지 않건 그것은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가 검을 줍는 순간 우리가 그를 제압할 수 있는 확률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직감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파바앗-!!

쇄하아악!!!



하지만 우리는 그의 움직임을 막지 못했다. 지금껏 그의 막강한 공격을 회피하며 얕은 데미지만을 반복해왔던 우리가 그의 움직임을 어찌 막겠는가! 그는 자신의 걸음을 유지하며 우리들의 접근할 때마다 반격! 결국 우리는 리온 폴 워커가 녹슨 롱소드 한 자루를 줍는 것을 막지 못하였다.

그리고 이변은 또 한 번 일어났다.


“인...간......엘프......그리고...언데드......”


“마, 말을 하잖아...! 리온! 리온 폴 워커님!!”


“......어찌...적이 나의 이름을...부르는가......”


‘자아가 있다! 이대로 무작정 싸우기보다 대화를 시도하는게 값어치 있겠어!’


“당신을 찾으러 왔습니다! 리온 폴 워커님!!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믿지......않는다......비겁한 공격만을 해오는...적의 말 따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여길 무너트리려한 건 리온님이셨잖습니까!!”


그러자 그는 침묵. 따로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는지 그저 검을 바닥에 세워 꽂으며 신음을 흘릴 뿐이었다.


“......화풀이었다. 망할 엘프놈들이...내게 어떤 꼴을 먹였는지 안다면...너 또한 이해하리라.”


“이해하죠! 이해하고 말고요! 레오 형님에게 귀가 뚫리도록 들었습니다! 리온 폴 워커님...이성을 가지고 계신 겁니까!?”


정말로 기적과도 같은 상황! 적으로서 사생결단을 내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 생각했던 리온 폴 워커가 이성을 가지고 우리의 대화를 받으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이다···정말 다행이야. PVP로 진 적은 없다지만 능력수치 차이가 너무 심했어!’


검을 들어버린 리온 폴 워커를 상대로 단 일도 선전할 자신이 사라져버린 나라는 남자. 싸우기 전 가슴에 깃들었던 오만함은 사라진지 오래였고 그저 열성을 다해 대화를 시도하고 싶은 마음일 뿐이었다.


“레오......? 나의 아들 레오 폴 워커 말이느냐!! 그, 그 녀석은 무사하더냐!! 당장 안내하라!!”


쿠릉-!

후두둑-


“지, 진정하세요?! 아까 화풀이하신거 때문에 여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란 말입니다~! 꼭 만나게 될테니 우선 상황부터 어떻게든 해야죠 네?”


“............그러도록 하지. 그래, 자네들은 적이 아니라는 말이로군. 그쪽에 있는 언데드 또한···”


저벅-


리온이 루드릭을 향해 눈살을 찌푸리자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던 그 리치는 살짝 울컥했는지 한발자국 크게 딛으며 언성을 높였다.


“이봐 리온! 네놈이 언제부터 이 몸에게 그리 쉽게 말을 할 수 있는 위인이 되었지? 내 이꼴이라고는 하나 정말로 나를 못알아보았다고 말할 셈이냐!”


마치 구면인 마냥 이야기하는 루드릭! 어쩌면 대화가 조금 더 잘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만드는 순간이었지만-


“........................누구냐 저 말하는 리치는.”


리온 폴 워커 씨는 정말로 모르나보다.


“네, 네 이놈···! 은혜도 모르는···!”


“지, 진정하세요 루드릭···! 초 치지 말고요!”


“초를 쳐? 이몸이?! 안자영 네놈! 크흑...아무리 내가 썩어문드러진 해골로 전락했다 하거니와···!”


우뚝-


바로 그 때 리온 폴 워커의 몸이 경직되며 바로 섰다.


“루, 루드릭...님? 루드릭님이란 말씀이십니까! 어찌 그러한 사자(死子)의 모습을 하고 계신겁니까!! 설마 엘프놈들이 내 가문으로 모자라 루드릭님에게까지!! 이이이익.........!!”


“............기억은 건재한 모양이군. 그 불같은 성격도 여전하고 말이야. 허나 리온. 네 도움을 받아야할 것 같구나.”


리온 폴 워커. 워커 가문의 가주이자 검술 하나만으로 모든 세력의 칭송을 받던 남자는 곳곳에 썩어버린 스스로의 몸을 살피며 귀를 기울였다.


“이 위에 네 가문을 이 꼴로 만들어버린 장본인들이 수 백 널려있다. 미리 말하건데, 엘프들은 그들에게 이용당했을 확률이 높아. 네 원수들은 바로 이 위에 있는 놈들이란 말이지. 그래서 제안이네만-”


루드릭은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나와 함께 올라가 모조리 쓸어버리는 것은 어떠한가? 나 혼자라면 다소 무리가 있다만 자네와 함께라면 충분하고 남을 것 같단 말이지.”


“............아주 감사한 제안입니다 루드릭님.”


마치 우리 넷은 그냥 이곳에서 잠시 기달려달라는 손이었다.






<리온 폴 워커 - ‘세계수를 수호하는 검(劍)’으로 불리었던 워커 가(家)의 가주>


“헌데...저 이국적인 인상의 사내는 누구이옵니까 루드릭님?”


“음? 안자영을 말하는겐가 리온?”


“분명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군요. 같이 있던 엘프 검사 또한 비범한 능력을 가지긴 했지만, 그 청년의 전투방식은 너무도 정확했습니다. ‘반격을 허용하지 않는’ 정확함은 수 천 번의 전투 경험에서 나오는 것인데...참으로 정체가 궁금한 인간이더군요.”


“그런가- 나 또한 같은 의견이라네 리온.”


루드릭의 근거리 공간 왜곡 마법을 통해 같이 지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리온 폴 워커와 루드릭. 그들의 대화내용은 아주 평화로운 상황임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 둘을 향해 겨누어진 세자릿수의 활들은 언제든 그들을 벌집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고 도무지 그러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쯤은 누구나가 느낄 수 있는 상식.

하지만 한 자루의 롱소드와 지팡이를 각각 쥔 그 둘에게만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저벅-


그러한 둘에게 흑색 로브 차림의 인물이 발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후드 속으로 비치는 길쭉한 귀가 ‘엘프’라는 종족이었다.


“리온 폴 워커......어째서 살아 이 땅을 밟고 있는 것이지. 네놈은 실패작으로 이미 죽었을터인데.”


“실패작이라- 어떠한 실험을 했던 것인가 엘프.”


“......리치 따위가 말을 섞어오다니. 불쾌하기 짝이 없군. 그 뚫린 뼈 사이로 화살을 가득 매워줄테니 조금은 다물고 있어라.”


그러자 루드릭은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 리온 폴 워커에게 맡기겠다는 표현 중 하나이리라.


“내게 무슨 짓을 했나. 이 몸은 대체 뭐지?”


“변종 실험이다. 지고한 마물의 왕을 만들어내기 위한 숭고한 실험이었거늘. 네놈은 그 기대를 배신하고 실패하고야 말았어. 헌데 이렇게 살아 멀쩡한 이성까지 유지하고 있으니...참으로 기괴하군. 망령 주제에 말이야.”


“변종......마물의 왕......엘프들은 그런데에 관심이 있었던가?”


“없다. 멍청한 ‘라이브 로더’는 세계수를 지키겠다는 바보같은 일념만을 지키고 있을 뿐이야. 그 강성한 세력을 가지고도 더러운 인간과 드워프, 마물들에게 당하며 살 생각 뿐이라고. 오로지 이 몸만이 그 위대한 계획에 동조하고 이 사백의 엘프들이 귀를 기울였다.”


루드릭이 살짝 고개를 저어보이자 흑색 로브차림의 엘프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곧 리온 폴 워커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폭소에 신경이 쏠렸다.


“크하하하하하하~~!!”


“......왜 웃나 리온 폴 워커.”


“아니- 이거 낯익은 면상이 누군가 했더니. 우리 가문에 말도 안되는 누명을 씌우려 찾아왔던 그 멍청한 낯짝이 아니던가!! 설마 그 얼굴 그대도 내 앞에 다가올줄은 상상도 못해서 말이야~ 정말로 멍청하군.”


“뭐라···?! 한 번 죽더니 제대로 실성을···!”


“목숨이 아까웠더라면 얼굴 반쪽을 짓뭉개서라도 얼굴을 바꿨어야지. 안그러나? ‘말리온’.”


처컥-

쐐하아아악!!!!!

쿠오오오오.........!!


‘말리온’이라는 이름의 엘프는 자신이 무슨 짓을 당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리온 폴 워커가 오른손에 쥐고 있던 롱소드를 길게 내리더니 자신의 두 사이로 긴 선을 그어냈다는 것 뿐.


“......? 지금 무얼한게냐-”


“그건 다른 곳에서 지켜보던 이들에게 묻도록. 아- 하긴. 더 이상 묻고 싶어도 물을 수 없겠지만 말이야.”


말리온이 자랑한 사백의 엘프들은 기어이 보고야 말았다. 리온 폴 워커가 아래로 늘어트린 롱소드의 끝자락부터. 드높은 창공까지 다다른 거대한 검격이 구름까지 갈라버린 것을 말이다.


쩌억-!


“으···? 크허어억.........!”


푸화아아악!!!

철퍽-!



리온 폴 워커의 망설임 없는 검격은 말리온의 몸을 아주 깔끔하게 양단하여 반으로 나눠버렸다. 사타구니에서부터 코를 가르고 미간을 지나 정수리까지. 완전하게 양단된 엘프의 몸에서 곧 피분수가 튀어오르고 그 피로 적셔진 살덩어리가 끈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부딪혔다.

리온 폴 워커의 그 압도적인 무위가. 지하에서 안자영이란 청년이 내렸던 판단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쏴, 쏴라!!”


“고슴도치로 만들어버려!!”


파바바바바바바----!!!!!

쐐학! 솨사사사사사사!!!!!


그 때부터 쏟아져내리기 시작한 화살비는 천하의 리온 폴 워커라도 기가 질릴 정도였다. 도저히 쳐내거나 피할 수 없는 간격으로 공간을 가득매우는 화살비. 자신이 변종으로 실험을 당하기 위해 패배했을 때도 이러한 물량에 당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와 다른게 있다면 바로 리온 폴 워커가 혼자가 아니라는 점. 그의 옆에는 5인의 대마도사로 자리하던 ‘루드릭’이 함께있었다.


“앱솔루트 배리어.”


쩌엉-!

따다다다다닥--!!



고작 철로 이루어진 화살촉들이 수 백, 수 천을 두드린다 한들 루드릭이 만들어낸 마법 방패벽에 흠집이라도 줄 수 있을까. 하지만 리온 폴 워커라는 절대자를 앞에 둔 엘프들에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여유가 있을 리 만무했고 그저 정신없이 화살을 시위에 걸어 쏘아낼 뿐이었다.


“도륙이다. 추악한 엘프들-”


세상을 긴 선으로 양단시켰던 리온 폴 워커의 검이 이번에는 횡으로 일대를 덮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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