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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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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작품등록일 :
2017.08.19 15:44
최근연재일 :
2019.03.10 20:19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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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93
추천수 :
86
글자수 :
386,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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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2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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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월드 보스, 플레임 웨폰

DUMMY

<안자영 - 플레임 웨폰 사냥 경험 8회의 월드 보스 베테랑 공략가(자칭)>


“자, 자영 공. 이곳에 앉으십시오! 제가 식사를 가져오겠습니다.”


“어험! 그러거라! 어휴, 편하다 편···”


팍!


지난 정예 리자드맨들과의 첫번째 전투에서의 일이 있고난 이후로 그녀의 태도는 이렇게 바뀌었다. 처음엔 나도 당황스러워 거절하곤 했지만 몇 차례의 전투가 있어도 변하지 않자 이제는 받아볼 마음도 생기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호의를 거만하게 받기가 무섭게 날아드는 손이 있었으니 볼 것도 없이 예선이었다.


“실라한테 왜 그렇게 모지니 넌! 실라~ 여기 앉아 있어~ 실라 것도 내가 가져올게~”


“그러는 그쪽은 실라를 너무 좋아하시네.”


이곳에 들어서기 전 누군가의 ‘하루 이상 걸리겠습니까?’이란 발언에 대해서 나는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 벌써 아홉 차례에 걸친 리자드맨들과의 전투에 우리는 던전 진입 2일차에 접어들고 있었으니 이를 미리 알고 확답을 주지 않았던 나의 지혜! 그 사이 우리는 같이 하는 식사와 잡담 시간이 늘어 실라와도 많이 친해졌고 레오 1세가 실라에게 품었던 안좋은 감정들도 많이 사라져있는 시점이었다.

그렇게 식사과 휴식의 시간을 즐기던 가운데 루드릭의 목소리가 나에게 날아든다.


“안자영. 플레임 웨폰이 있는 본거지까지는 대략 얼마나 남았나?”


“세계 최고 현자들이라는 대마도사께서 제게 답을 구하다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단언컨데 우리들보다 네가 이 세계에 대해 아는게 더 많다. 헌데 왜 삐딱한가? 기분 상할 일이라도 있었나?”


“고의 하드 트롤이라니요! 제가 못들었을 줄 아십니까!?”


“클클클~ 들으라고 한 말이니 못들었을 리 없겠지~”


나는 볼을 부풀리며 볼멘 소리로 대답했다.


“바로 앞입니다. 거리로는 150미터? 플레임 웨폰이 우리를 눈치챘을 수도 있는 거리죠.”


벌떡!!



그러자 나를 빼고 일제히 기상하는 여섯을 발견하고 순간 반성할 뻔했다.

왜, 왜! 대답 잘 했는데 뭐!



“그럼 여기서 밥 먹고 나자빠질 때가 아니잖은가 아우여! 그 지고한 마물이 언제 기습을 해올지 모른단 소리지 않나!”


“예? 아아~ 플레임 웨폰은 반경 50미터 주위로 항상 뜨거운 필드를 전개하고 있어요. 그 필드 덕에 다른 리자드맨들을 같이 상대하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요. 플레임 웨폰을 제외한 리자드맨들은 그 필드에 얼씬도 못하건드요. 아직 바닥이 시원하잖아요? 괜찮다는 의미입니다.”


“.........아, 아우는 플레임 웨폰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모양이군. 혹시 싸워본 경험 또한 있는 것인가?”


“예? 말씀 안드렸습니까? 여덟번 잡았습니다 그 불돌이.”


쩍-


같이 세계를 건너온 친구들까지 얼어붙는 것을 보아하니 정말로 이야기한 적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그러지 않은 이가 있었으니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엘프 실라.


“자영 공~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거짓말을 누가 믿습니까~ 세계에 단 하나뿐인 마물을 여덟번이라니요~? 백번 양보해 자영 공이 잡았다고 하더라도 그럼 저희가 가는 곳에 플레임 웨폰은 없어야 정상이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유머가 재밌으십니다!”


“팔백번 양보할 각오는 하고 그런 말 하는거냐 이게!”


“우왁-!? 자, 자영 공?!! 자, 잘못했습니다~ 믿겠습니다! 부디! 꺄하핫!”


나는 실라에게 달려들어 걸친 플레이트 곳곳에 드러난 빈틈으로 간지럼 태우기 신공을 선보였고 곧 예선이 손에 뒷목을 잡혀 얌전히 다시 자리에 앉아야 했다.


“그, 그게 사실인가 아우여!”


“에이~ 그렇다니까요 형님~ 그래서 이 시간에 보스 공략 브리핑을 해두려고 합니다. 루드릭님도 들어놓으면 좋을 부분이니 안듣는척 하시면서 귀는 열어두십시오-”


“미안하지만 듣고 싶지 않아도 리치의 몸은 항상 귀가 열려있다.”


하긴 뻥 뚫려있으니까요. 소리를 듣는 기관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날이 많이 상해 버려야하는 단검 한 자루를 뽑아 바닥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그 단검으로 바닥을 긁어 먼저 그린 것은 플레임 웨폰 본체.


“체형은 레오 형님의 약 세 배 정도입니다. 꽤 거구죠. 하지만 리자드맨이라는 비늘 덮인 이족 보행 지능형 마물인만큼 날랩니다. 검술은 기가 막히고 창술은 코가 막혀요. 그렇다고 완력이 약하냐- 하면 절대 아닙니다. 제가 알기로 ‘폴리모프를 하지 않은 성인 드래곤’을 힘으로 들어올릴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정면으로 붙으면 그대로 가니까 조심하시고요?”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결코 가볍게 듣지 않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는 워커 부자. 저 둘에게 하는 이야기였던만큼 다행스러운 점이었다.


“가장 무서운 점을 설명드리자면, 녀석은 반격의 기회를 잘 노립니다. 일부러 헛점을 드러내 공격을 유도하고 피할 수 없는 일격을 찔러넣기도 해요. 거의 즉사 공격이니 절대로 말려들지 않아야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워커님이나 형님이면 반응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힘에서 밀릴테니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크흠···!””


“어쩜 그렇게 생각이 똑같으십니까······ 자! 아무튼 기본적인 부분은 다 설명드렸으니 패턴과 응용에 대해서 브리핑하겠습니다. 먼저 말씀드린 50미터 근방에 뜨거운 기운을 뿜는 능력을 먼저 보자면, ‘상당히 거슬리는 능력’입니다. 통칭 ‘플레임 필드’. 그 범위 안에서 평범한 사람은 숨을 쉬는 것만으로 폐가 타버립니다. 공기가 문제에요 공기가. 그래서 루드릭님의 화염 프로텍트 마법을 제각기 입고 들어가야 합니다만 거기서 필드에 대해 완전 해결이라 하면 또 아니에요. ‘화염 또는 전격’ 속성 마법을 사용하는 연쇄 폭발을 일으켜 범위 내 모두에게 큰 데미지가 들어와요. 루드릭이랑 소연이는 이점 유의하고~!”


“성가시기 그지 없군. 필드를 없앨 방법은 없는건가-”


“고유 능력으로 보호받고 있었어요. 실제로 없앨 수 있는지 어떤지는 루드릭님이 보고 판단하셔야할 것 같은데요?”


“고유 능력이라. 그럼 안될 것이다. 가능하다 하더라도 수 시간 동안이나 정신을 집중해서 잠시 없앨 수 있는 정도일터이니 사실상 무리일테지.”


“그럼 필드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하다고 판단하고. 그 필드의 무서운 점은 또 있습니다. 이건 히든 패턴인데 정말 소수의 확률로 발동하는 거에요. 범위 내의 모든 입자를 용암으로 바꿔 매워버립니다. 즉사에요 즉사. 드래곤도 피해야하는 기술입니다. 이건 제가 알아서 위험 신호를 드릴게요?”


그 이후로 나는 하나 하나 단검을 그어 그림을 그려가며 패턴 하나 하나를 세세하게 설명했다. 공격 범위, 준비 동작의 차이, 패턴에 따른 공격 타이밍까지 아주 상세하게 말이다.

그렇게 20분에 걸쳐 쉬지 않고 내뱉자 입에서 단내가 나기 시작했고 수통에 담은 물은 한 모금 마셨을 때 엉덩이가 신호를 감지했다.

따스한 무언가가 엉덩이를 타고 올라오고 거슬리는 입자가 코를 간질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겁니다. 플레임 웨폰의 필드.”


““...............!!!!””


“오고 있나보네요. 전투 준비하죠? 브리핑은 끝입니다.”


“파이어 프로텍트.”


루드릭의 손에서 빛난 마법이 삽시간에 일곱의 몸을 감싸고 우리 7인의 파티는 곧 벌어질 필사의 전투를 각오한다.






<실라 - 파티원이 괴물들이어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매우 강한 여엘프>


‘진짜잖아···! 자영 공이 말씀하신 것들이 하나도 틀리지 않고 들어맞아!’


실라는 안자영이 미리 일러둔 것들을 반신반의 하면서도 계속 되내였다. 하지만 하나 둘 씩 들어맞기 시작하자 곧 안자영이 여덟번이나 싸워 이겼다는 말까지 믿을 수 있을 지경!


쐐하악!!

까하앙!! 까강--!!

츠화아악-!!



그렇다고 실라가 플레임 웨폰이라는 월드 보스에게 검격을 날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레오 1세와 리온 폴 워커. 그리고 간간히 신속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안자영만이 플레임 웨폰에게 접근해도 무사할 수가 있었지 실라가 플레임 웨폰의 공격범위 안으로 들어간다면 순식간에 당해버릴 것이다.


케에엑!!


“......!? 광역 공격입니다! 일반 공격 범위 밖으로 벗어나서 엎드려요!!”


“이크···!!”


쐐하아아아악-----!!!!!!


마치 랩을 하듯 빠르게 모두의 귀를 파고드는 남자의 지시! 하지만 레오 1세만이 플레임 웨폰의 공격을 감수하느라 일반 공격 범위 밖으로 벗어나지 못한 채 엎드렸고 광범위 횡베기를 날린 플레임 웨폰은 자신의 지척에서 엎드려 있는 레오 1세에게 창을 찔러박는다!


솨하악-!!


“레, 레오 폐하!!”


실라가 뒤늦게 몸을 날리려했지만 빛살과도 같은 빠르기로 위험에 처한 왕에게 쇄도하는 그림자가 있었으니 그 움직임은 안자영과 비슷할 정도로 빨랐다!


덥석-

콰직--!!!

테구르르--


“오, 오오-!! 예선...제수씨!”


“누가 제수씨에욧?!”


놀랍게도 민첩함에 특화된 임예선이 몸을 날려 레오 1세를 구해낸 것! 비록 급하게 몸을 감싸 함께 구른 것이 보기 좋진 않았지만 목숨을 온전한 것에 의미를 두어야했다.


“멍청한 것!! 정신 제대로 차리지 못하겠나 레오!!


“죄송합니다 아버지!!”


쩌어어엉---!!!!



강한 기합과도 같은 목소리와 함께 리온 폴 워커가 온 기술을 담아 리자드맨의 창을 쳐올린다. 완력의 차이는 심한 편이었지만 검술의 최고봉을 찍고 있는 리온 폴 워커만이 가능한 일합! 리자드맨의 창을 순간 허공을 향해 높게 치솟게 하여 일순의 허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스릉-


그 순간 실라는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나 단검만을 사용했으며 단검이 주무기고 단검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던 안자영이란 남자가 ‘긴 직검 한 자루’를 오른손에 쥔 것이다. 우수(右手)엔 긴 직검, 좌수엔 단검을 역수로 쥐고 일직선으로 플레임 웨폰을 향해 쇄도하는 안자영! 그가 먼저 찔러낸 검은 역수로 쥔 왼손의 단검이었다!


파하아악!!!!

크에엑!!!


희귀한 광석으로 제작한 높은 공격력의 단검인만큼 플레임 웨폰의 가슴팍에 박은 채 두고 오기 아까울만 했지만 남자는 망설임 없이 버린다. 마치 괴성을 지르는 월드 보스가 어딜 어떻게 공격할 지 꿰고 있는듯한 움직임! 분노에 찬 마물이 검을 쥐고 내리는 종베기가 허공에 불길을 남겼지만 안자영은 비범한 움직임으로 그 불길에 조차 닿지 않으며 그 뒤를 잡는다.


“니가 생각하는 것 정도야 이제는 그림처럼 보인단 말이지-?”


쐐하악! 촤학!!

팟!

촤좌아아악--!!!!!!


플레임 웨폰의 종베기를 미리 알고 피해낸 안자영은 상대의 등을 향해 위에서 아래로 우수의 직검을 내려그었다. 회피에 이은 공격이 무시무시하게 빨랐음에도 월드 보스의 검은 즉각 반응하여 안자영의 목을 노렸지만 그 또한 읽었던 것일까- 직검을 내려그음과 동시에 몸을 깊게 숙여 그 공격마저 피해내고 크게 낮춘 자세를 기반으로 보스 거체의 머리 위로 뛰어오르는 도약까지 이어낸다! 남자가 도약했을 때는 이미 그 남자의 검이 플레임 웨폰의 목에 닿아있었고 공중제비와 함께 목선부터 길게 검상을 남기며 다시 보스의 몸을 넘어가는 신들린 묘기!

하지만 월드 보스라는 이름이 괜한 건 아니었는지 안자영은 짧은 신음과 함께 온 몸을 비틀어야했다.


“이런......!!”


케에에엑-!!!

채앵-!

파하아앙!!!!!!



안자영이 자신의 몸을 넘어 뒤쪽 허공에 자리하는 찰나의 순간 조차 플레임 웨폰은 캐치하여 창을 날린 것! 겨우 직검 한 자루를 들어 온 몸과 함께 그 공격을 빗겨낼 수 있었기에 남자는 터져나가는 공기와 같은 꼴을 면할 수 있었다.


‘이런 스케일의 전투라니···!’


실라는 침착하게 플레임 웨폰의 행동을 주시하면서도 그러한 생각이 끊임이 없었다. 세계수 마을에서 있을 때만 해도 대련으로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엘프는 거의 없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실라. 하지만 안자영이란 인물을 만난 이후로는 그 거만함이 계속 깨져나가고 있었다.


‘세상은 정말 넓구나···! 정말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어···!’


“실라!!!! 도마뱀이 널 주시한다!! 제대로 생각하고 움직여!!”


“예, 예! 자영 공!”


플레임 웨폰은 자신이 아무런 선전을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자 시야를 넓게 가질 생각은 하였다. 그 눈에 포착된 것은 검을 든 채 어느 정도 거리만 유지하던 실라! 멀찍이 빠져있는 루드릭과 유소연보다 그녀가 아무렴 맛있는 먹잇감일테니 말이다.


‘내가 만만해 보이겠지···하지만-!!!!’


이제는 태도(太刀)를 꺼내들고 그녀를 양단하기 위해 도약하는 플레임 웨폰! 순간 실라의 눈이 크게 빛났고 월드 보스가 공격에 성공했다는 착각을 할 때까지 인내하며 찰나의 순간 백스텝을 밟아보였다.


콰아아아앙---!!!!!


“나도 그리 녹록치는 않을 거다 도마뱀!!!!”


패기만큼은 일품. 아니, 패기 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갈고닦은 그 검술 또한 일품이었다.


째애앵!!!!

케엑? 케에엑!!



무거운 태도가 살벌하게 지면에 꽂히는 순간 동시에 태도를 때리는 실라의 중검! 태도의 무게와 실라의 검격이 이룬 상승효과가 태도를 동굴 바닥 깊숙이 박히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플레임 웨폰은 자신의 세 무기 중 하나가 쉽사리 빠지지 않자 힘을 주기 위해 자세를 낮췄고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동료들 또한 아니었다.


“아주 잘했다 실라!!”


“엘프가 아주 멋지구만 그래!!”


워커 가문의 두 남자는 동시에 내달려 보스를 향해 맹렬하게 쇄도한다. 물론 두 종류의 무기가 더 남은 보스가 그들의 공격을 쉬이 허용할 리도 없지만 어느샌가 반대쪽에서 두 마법사의 빙계 마법과 화살비와 함께 쇄도하는 안자영이 허용하게 만들 것이다.


파바바바박!!

키에엑! 챙강-!! 쇄하아악!!!!


등을 때리는 화살과 얼음의 비. 그 고통에 괴성을 지르며 뒤늦게 날아든 안자영을 향해 도검을 신경질적으로 휘두르는 보스! 애시당초 공격할 생각이 없었던만큼 안자영은 보스가 빠르게 반격을 해와도 쉽사리 피할 수가 있었고 결국 워커 가문의 두 남자가 휘둘러내는 살벌한 검격을 성공시키고야 만다.


촤하아아아악!!!!

쐐하아아아악--!!!!


두 남자가 그려낸 커다란 X자 크로스 검격! 처음으로 월드 보스 플레임 웨폰이 경직하게 만들어낸 공격이며 그 사실이 파티원들의 기분을 고조시킨다.


“피가 반절 이하입니다! 이제부턴 주의해야합니다 다들~! 제가 미리 말씀드렸던 난해한 패턴들이 나올 거에요!”


과연 어떤 공격부터 선보일까. 더욱 빨라지고 피하기 어려운 공격들을 대비해 바짝 긴장을 하고 있던 안자영은 ‘큰 실수’를 범하고야 만다.


‘왜, 왜 가만히 있는거지? 도대체 왜···’


너무 긴장해서 가장 눈치채기 어렵고 가장 위험한 패턴을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것’이 안자영의 실수.


‘움직이지 않아...? 설마---!!!! 안 돼!!’


“히든 패턴입니다!!!! 지금 당장 범위 밖으로 도망가아---!!!!!”


그는 다급한 마음에 그렇게 밖에 외칠 수가 없었다. 약 10초에 가까운 준비 시간! 2초 안에 눈치를 채고 8초 안에 어떻게든 반경 50미터 밖으로 벗어나야 살 수가 있는 월드 보스의 히든 패턴! 하지만 그의 실수 때문에 패턴 파악에는 벌써 5초가 지난 시점이었고 그가 다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루드릭! 공간 전이 마법을...!”


“급히 40미터가 전부다! 어서 모이기나 해!!”


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그들은 삽시간에 루드릭 주위로 모여들었다. 플레임 웨폰의 몸에서는 태양빛의 금색 오오라가 빛나기 시작했고 루드릭은 겨우 40미터 정도의 공간 도약을 해낸 다음 ‘자리에 무릎을 꿇어버린다.’ 월드 보스의 광역 마법이 펼쳐지는 가운데 급하게 공간 전이 마법을 준비하느라 크게 무리를 한 것이 원인!

필드 범위 밖으로 벗어나기 위해 쏜살같이 내달리던 여섯명의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크윽···! 가라!!! 이미 죽었던 몸이야!!”


“......뒤 돌지마!! 무조건 뛰어!!”


남은 시간은 껏해야 2초 정도! 여섯이 전력질주한다면 무사히 필드 범위 밖까지 벗어날 수가 있는 시간이었지만 정작 뒤돌지 말라고 외친 안자영은 루드릭 옆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해골이라 가볍겠네요.”


“안자영···? 네, 네놈 무슨···!”


꽈악-

부웅!

휘이익!!!!



레슬링의 한장면을 연상시키는 장면! 루드릭의 앙상한 양쪽 발목뼈를 강하게 부여잡고 빠르게 두바퀴 회전하는 안자영! 그리고 그대로 안자영의 손이 그 뼈를 놓자 루드릭의 몸은 십 수 미터를 날아 범위 밖으로 떨어져내렸다.


‘내 욕심에서 시작된 건데 루드릭이 죽으면 마음 꽤나 아플테니까. ......용암에 녹아 죽는게 좀 아픈게 아니겠지만 그래도 난 살아나잖아!’


남은 시간은 채 1초도 되지 않았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살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았던 안자영은 무사히 범위 밖으로 나간 ‘다섯’의 파티원들을 바라보고 눈을 감아버린다.


‘.........다섯?’


꽈아악!

휘이잉--!!!


남자가 의아함에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누군가가 자신의 멱살을 강하게 잡고 있었고 곧 그 손이 누구의 것인지 조차 깨닫기 전에 몸이 허공을 나는 감각부터 느껴야 했다!


타닥-

사르륵-

화르르륵!!!!

쿠구구구구구구구--!!!!


루드릭과 나란히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안자영은 어깨 한쪽이 용암에 짓이겨진 고통보다 뒤부터 돌아야했다.


‘도대체 누구야···! 어떤 바보가......!!!!’


“시, 실라......?!”


“세, 세상에 실라가···!!! 자, 자영아···! 시, 실라가......!!!”


그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용암에 녹아내린 어깨의 살점과 자신의 손을 번갈아 바라본다. 자신과 유소연, 임예선은 올 인 원 대마법 때문에 다시 부활한다 하더라도 실라는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이 이런 곳에 오자고 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녀는 죽지 않았도 됐을텐데 하는 생각 때문에. 안자영은 이가 다물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내가......죽였어......내가 죽인 거나···”


““...............””


기회는 많았을 것이다. 안자영이 이곳에 오자고 하지만 않았더라도. 자신이 이 세계에 어떠한 존재로 있으며, 죽어도 죽지 않는 다는 사실만 비밀로 하지 않았더라도 그녀는 이런 희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생각들이 안자영을 지배하자 가장 연장자인 리온 폴 워커와 루드릭 조차 침묵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겠나 안자영. 플레임 웨폰과의 전투를 속행할 수 있겠나?”


“...............”


스릉-

처걱.


루드릭의 물음에 안자영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붕대로 일그러진 살점 부위를 싸매고 우수에 쥔 직검과 똑같이 생긴 긴 직검 한 자루를 더 꺼내어 좌수에도 쥐어보였다. 그에게 있어 대답할 가치도 없는 무의미한 질문.


“당연히...죽입니다. 이토록...저 도마뱀이 신경 거슬렸던 적이 없는데, 이참에 주제를 알게 해줘야겠어요.”


쇄하앙!!!!


순간 검의 대가, 리온 폴 워커는 안자영이 늘어트린 검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떠야했다.


‘지금껏 단검만을 사용하는 줄로만 알았거늘, 검에 정통한 남자였는가......검에 의지를 담을 경지라니.’






<플레임 웨폰 - 세계의 절대 마물 중 하나>


플레임 웨폰은 고등 수준의 지능을 가진 월드 보스급 몬스터다. 그렇기에 자신을 향해 긴 직검 두 자루를 늘어트리고 다가오는 인간이 분노했다는 것 또한 충분히 알 수가 있었다. 자신의 지고한 마법으로 결국 누군가가 당했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자신을 농락했던 안자영이란 남자에게 통쾌한 기분까지 느꼈다.


“단검은 말이야.”


마치 말을 건네듯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걸어오는 인간. 월드 보스는 너무나 평온해 보이는 목소리 톤에 자신이 착각한것일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분노한 인간 치고는 너무나 목소리가 평온했기 때문에.


“불편하기 짝이 없어. 분명 내가 속력을 중시하는 쪽은 맞는데 말이지.”


움찔-


약 10미터 가까이까지 남자가 다가왔을 때 보스는 살짝 몸을 떨었다. 신체 능력면에선 자신이 밀릴 요소가 전혀 없지만 도대체가 남자의 전신에서 뿜어나오는 기세며 흔들리지 않는 두 자루의 검 또한 아주 이질적이었기 때문! 그에 보스는 그가 분노한게 맞다고 다시 생각을 고친다.


“단검과 직검 무게가 다르게 느껴지지도 않는데 왜 굳이 그 짧은 걸 써야했던걸까. 와이어를 이용해 보다 많은 걸 해보려했던게 스스로도 바보스럽게 느껴져 정말.”


스륵.


그리고 한 번의 보폭으로 자신의 턱 밑에서 등장한 남자의 모습에 보스은 전신을 찌르는 위협감을 느꼈다.

월드 보스의 턱 밑에서 살기로 번득이는 안광을 뿌리는 안자영은 이내 두 자루의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도마뱀 고기는 칼로 썰어야 제맛인데 말이지.”


쐐하아악--!!!!


그 무시무시한 살기 때문일까. 플레임 웨폰은 순간 인간이 뿌려내는 검격들이 매우 강력할 것이라 생각하고 무기를 무겁게 쥐었지만 정작 닿는 충격은 벌레만도 못한 수준! 그에 상대를 조롱하며 힘으로 내리누르려는 보스였지만 이상하게도 상대는 그곳에 없었다.


촤좌하악!!!!


어째서 자신의 등이 피를 터트리는 것일까. 그리고 남자는 왜 자신의 눈 앞에서 사라진 것일까. 그러한 알 수 없는 의문이 지능을 가진 마물의 머릿속을 가득 채워버렸다.

도대체 자신은 인간과 싸우고 있는 것인가.


“타하아압!!!”


“차합!!!”


쐐아아악!!!! 솨하아악!!

까가앙!!!!

푸우욱!!


전투에 가세한 워커 가문 두 남자의 합격(合擊). 높게 도약한 이들의 검이었던만큼 무거웠지만 플레임 웨폰은 도검을 들어 그것을 가볍게 막아버린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아니라 귀신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이검(二劍)을 쓰는 존재’. 지금도 보스가 워커 가문의 검들을 막는 순간 그 귀신은 이미 그 허리에 검을 찌르고 다시 사라진 후였다.


키에에엑!!!

쐐하아아아아!!!


분노에 찬 창을 넓게 휘둘러 허리를 양단하려 해도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등 허리를 피가 튀어오르고 어떻게든 그 귀신부터 잡으려 고개를 돌리면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가진 검들이 뒤를 노린다.

마물은 정말 귀신과 싸우는 심정일 것이다.


크에에엑···!!


그 절대적인 불리함은 보스의 피가 10% 아래로 내려갈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그 오랜 전투에 한 번은 전황을 뒤집을 찬스가 오리라 생각하고 천천히 방어해나갔지만 ‘결국 오지 않았다.’ 그로기 상태에 접어든지는 오래였고 분노에 찬 공격들이 더욱 빠르고 살벌하게 적들을 찾아 그었지만 여전히 귀신은 핏방울 하나 흘리지 않은 상태.

하지만 마물에게 있어 기적 같지 않은 기적이 일어났으니, 그 체력이 1%가 채 남지 않았을 때 일어난 것이다.


키야아악!!!!

쇄하아악!!!

쿠후웅!!! 핏-!



발버둥치듯이 찍어낸 도검에 드디어 안자영이란 이름의 귀신이 어깨를 빗겨 맞은 것! 겨우 귀신을 잡았다는 생각에 비릿한 미소로 그 도검을 더 찍어내리려 했지만 플레임 웨폰은 한쪽눈이 일그러지는 고통과 함께 마지막 찬스 마저 잃어버렸다. 남자는 플레임 웨폰을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일부러 한쪽 어깨를 내주며까지 검으로 상대의 눈을 찌른 것이다.


푸화악!!!

캬하아아악-!!!!


월드 보스는 자신의 생명력이 바닥에 치닫는 것을 알고 다가오는 죽음에 마지막까지 저항한다. 자신은 절대적인 존재이며 누군가에게 당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 마물의 그러한 생각이 마지막 남은 한쪽 눈을 움직여 남자를 노려보게 만들었고 안자영 또한 지긋이 그 눈을 바라본다.


‘......Hp가 제로인데 움직인다고?’


정말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지만 안자영은 왠지 모르게 ‘꼭 그럴 것이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동료들 모두가 각자의 눈을 의심하며 승리감에 취해있을 때도. 안자영은 쓰러져가는 플레임 웨폰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번쩍!

쇄하아악!!!!


“----!!!! 안 돼! 자영아-!!”


남자의 우뚝 선 모습이 이상하여 그쪽을 주시하고 있던 유소연은 Hp 0이 된 월드 보스가 다시 창을 들어 안자영에게 날리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비명과도 같이 튀어나오는 그녀의 단말마.


“...끝까지 손바닥 안에서 노는군. 그만 처죽으란 말이야-”


피해냈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고 있을 수 없는 공격을 미리 알고 피해낸 것이다. 놀라운 이변에 놀라운 반전극. 공기를 찢는 창을 빗겨피하고 그대로 발을 쭉 뻗어 월드 보스의 몸을 차버린 극의 주인공은 드디어 죽는 플레임 웨폰을 확인하고 그제서야 한숨을 푹 내리쉰다.


“주제를...알란 말이야.”


월드 보스 사냥에 성공하는 어마어마한 업적을 달성한 파티였지만 그 모두는 하나같이 환호도 지르지 않았고 낯빛 또한 어두웠다. 7명이 이제는 여섯이 되어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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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스카이 로드 (2) 17.10.25 173 1 18쪽
27 스카이 로드 (1) 17.10.24 181 1 23쪽
» 월드 보스, 플레임 웨폰 17.10.21 211 1 25쪽
25 욕심은 트롤링의 지름길입니다 17.10.19 204 2 23쪽
24 화합 또는 전쟁 (2) 17.10.18 180 1 16쪽
23 화합 또는 전쟁 17.10.17 200 2 22쪽
22 절대자의 면모 17.10.14 218 1 26쪽
21 아 그거? 나도 있어. 요즘 하나씩 두잖아 그거? 17.10.10 176 1 21쪽
20 리온 폴 워커 17.10.07 188 1 20쪽
19 세계를 위해 희생한 마도사 & 킹 갓 스방이 17.09.28 248 1 32쪽
18 이상징후 17.09.26 239 1 13쪽
17 가라 물(水)제왕! 너로 정했다! 17.09.24 294 1 13쪽
16 기다려 우리 형 데려간다 17.09.14 299 1 13쪽
15 오랜 친구 17.09.07 322 1 13쪽
14 스방이의 일상 17.09.06 297 2 12쪽
13 자연을 사랑하는 보쌈맨들 17.09.03 396 2 11쪽
12 [정보] ALL IN ONE! 「상태 이상」과 「상태 이상 회복」에 관해! 17.08.30 341 3 5쪽
11 너무 큰데? 17.08.30 361 3 11쪽
10 이제 좀 '큰 놈'을 잡아봅시다 +2 17.08.29 403 3 11쪽
9 쓰레기 주지 말라고 17.08.27 468 3 10쪽
8 착한 우리 레오야 부탁인데 17.08.26 459 3 6쪽
7 뭐든 말하고 합시다 17.08.25 488 4 20쪽
6 세력을 늘리자 +2 17.08.24 594 5 21쪽
5 토끼 가라사대 가진걸 내놓으라 (2) +2 17.08.23 716 4 15쪽
4 토끼 가라사대 가진걸 내놓으라 (1) 17.08.22 844 5 21쪽
3 제로(Zero)에서부터! +4 17.08.20 1,129 6 17쪽
2 그 남자의 인생게임 +4 17.08.20 1,505 7 14쪽
1 출발 17.08.19 1,94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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