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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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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작품등록일 :
2017.08.19 15:44
최근연재일 :
2019.03.10 20:19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6,499
추천수 :
86
글자수 :
386,280

작성
17.10.17 21:43
조회
200
추천
2
글자
22쪽

화합 또는 전쟁

DUMMY

<유소연 - 중급 이상의 마법사>


안자영이란 남자가 홀연히 집을 나서버린 새벽. 본래 모두가 잠드는 시간대이기에 평소처럼 조용할 뿐이었지만 유소연이란 여자에게 있어서는 그 고요함이 무서웠다. 단순히 누군가에 대한 걱정 때문이지 않겠는가. 결국 그녀는 자신의 방이 있는 층을 나서 친구 임예선이 있는 방문을 두드려 노크했다.


똑똑-


임예선이라고 다른 기분이 아니었는지 아직 깨어 유소연의 노크 소리에 금방 대답했고 방을 방문한 손님은 조심히 임예선이 누워있는 침대 머리맡에 걸터앉았다.


“......이상하게...무서워서 잠이 안와···”


“.........나도 그렇지 뭐. 얘는 왜 돌아오질 않는거야? 벌써 두신데···”


임예선은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고개를 돌린 채 누워있다. 평소 대화를 나누던 둘의 모습과 비교해 너무나 다른 그녀의 태도. 곧 유소연이 살짝 눈을 감으며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예선아~”


“.........왜, 왜-”


“나 지금 예선이한테 화가 많이 났어~”


벌떡!


유소연이란 친구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임예선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와 눈을 마주한다. 하지만 화가 났다고 하기엔 여전히 맑은 그녀의 얼굴. 임예선은 기어이 자신이 친구에게 속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치이...진짠줄 알았잖아!”


“그렇게 격하게 반응할 정도야? 내가 화나는게?”


“심각하지~? .........미안해- 눈도 안보고 얘기해서.”


임예선도 자신이 무얼 잘못하고 있었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던 모양인지 순순히 사과를 건넸지만 유소연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으으응~ 내가 화난건 그게 아닌걸~”


“......혹시 자영이 때문이야?”


“응! 자영이가 우리 위해서 얼마나 힘써주는지 예선이도 알텐데. 왜 그랬을까~ 이해가 잘 안돼서~ 자영이 마지막으로 나갈 때 속으로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답답해서 몸이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안될것처럼.”


울컥.


순간 임예선의 가슴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은 아주 복합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변명에 가까운 말들일 뿐.


“내가 못할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왜 나한테만 그래 다들?! 내가 심한 소리 한것도 아니고! 자기 멋대로 화가나서 나가버린···”


“예선아~ 내가 묻고 싶은건 그게 아니야~ 자영이한테 ‘왜’ 그랬는지. 예선이가 느꼈던 것들을 알고 싶은거라니까~ 오해하지 마~”


“.........나도 몰라. ......이제 잘래. 소연아 내일 얘기···”


“내가 첫날에 자영이한테 그랬던거랑 정말 비슷했거든~”


“--! 무, 무슨 소리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영이한테만큼은 자랑하고 싶고, 또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그런 마음에 내 뜻대로 안해주는 자영이한테 계속 삐져있고 그랬던거 기억나~?”


임예선은 스스로의 심장 고동 소리가 너무나 커져 당황하기 시작했다.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들켜버린 사람의 심정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삐진건...그 때랑 다르게 아주 정당하다고 생각해. 예선이는 내 친구인데 왜 나한테 숨길걸까? 나 몰래...자영이를 뺏어가려고 그런건 아닐까 싶고···”


“그, 그건 아니야!! 그냥 소연이가 알면 괴로워할거 같기도 하고...어,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아! 부정은 안하네~? 역시 자영이 좋아하는구나~! 그것도 많이~!”


“윽......! 유, 유소연 너 진짜!!”


과연 안자영이 보고 있던 유소연의 백치미는 어디로 간 것일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완전히 임예선의 머리 위에서 놀고 있는 유소연.

임예선이 얼굴을 크게 붉히며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을 때 그녀의 친구는 그 두 손을 부여잡으며 푸근하게 웃는다.


“괜찮아~”


“.........”


“당연한 마음인데 왜 그렇게 힘들어해야 돼? 내 친구가~? 애초에 누가 먼저고 누가 나중이고 할 것도 없잖아~ 내가 자영이 애인도 아니고~”


“소, 소연아···”


“편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서로 신경쓰지 말고 하고~ 하고 싶은게 있으면 눈치보지 말고 하자~ 그리고 마지막 선택은...자영이에게 맡기는 것으로. 어때?”


말로는 정말로 쉬워보였지만 그 과정은 실로 복잡할 것이다. 때로는 기뻐 내일이 기대되는 순간도 있을테고 때로는 기뻤던만큼 착잡하고 괴로울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느 한 사람을 동시에 좋아해버린 순간부터, 그리고 그것을 같이하는 이가 깊은 친구인 이상 피해갈 수 없는 것. 서로 헐뜯을 바에야 유소연이 꺼낸 방안이 아무렴 최선일 것이다.


“미안해 소연아......그리고 고마워···”


“으으응~~ 아마 반대 입장이었어도 예선이는 똑같이 했을껄~? 분명히!”


조용히 임예선이 유소연의 작은 체구를 끌어안자 그녀도 힘을 빼며 품에 안겨든다. 비록 그 과정이 괴롭고 결말이 슬플 수도 있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 서로가 안도할 수 있는 순간이었기에.






<안자영 - 혼자 551레벨을 찍고 온 비겁한 남자>


마음의 정리를 끝마치고서야 집으로 돌아온 나는 동 터오는 아침해를 바라보고 무지막지한 피로를 느꼈다. 스스로의 마음에 대해 눈치챘을 때 겨우 싸워왔던 수많은 마물들을 떠올릴 수 있었고 이제는 정말 돌아가지 않으면 친구들이 걱정할 것이란 생각에 서둘러 돌아온 것.

그런데 왜 스방이네 두 여엘프가 이 이른 아침에 밖으로 나와있는 것일까. 날 발견하고 달려오는 것 같으니 물어보자.


“이 시간에 왜 안자고 나와있어?”


“스, 스방이랑 실라는요? 호, 혹시 미행했다고 버리거나 하신건···!”


미행? 버려? 스방이?

......오호라. 그러했단 말이지?


살짝 눈을 흘겨 뒤쪽 수풀을 살피니 그 속에 숨은 무언가가 움직이는게 보였다. 너무 자신과의 싸움에 심취해 저 둘의 미행도 눈치채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럴리가~ 내가 걱정돼서 따라온건데 그런 못된 짓을 했겠어? 보아하니 서방 걱정에 잠도 못잤겠군~? 내일은 아무 일도 하지 말고 푹 쉬어. 낮잠을 자던가 피크닉을 가던가~”


“서, 서방님이라니요~! 무, 무무, 무슨~~’


“서, 서방님이래~ 꺄......!”


스방을 살짝 서방으로 바꿔보니 아주 좋아 죽으려하는 두 엘프. 손가락을 펴 뒤쪽 수풀을 가리키자 두 엘프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가기 시작했고 나는 얼른 내 방으로 올라가 잠을 청할 생각만을 했다.


“우웃차-!”


털석!


계곡물에 몸을 씻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곧바로 방으로 올라가 장비를 해제하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모르는 새 피로가 얼마나 누적되어있었는지 몸을 누이기가 무섭게 전신을 짓누르는 수면감. 임예선이란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숨 자고 나서 해야지- 하고 잠에 취하기 시작했을 때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잡니다-”


-“자면서 어떻게 대답을 합니까. 할 얘기가 있으니 문을 열어주십시오 안자영.”


대답의 마지막으로 ‘안자영’이란 이름을 부르자 진짜 안자려한 것 같지 않은가. 그냥 대답을 하지 않을까 했지만 혹시 소연이나 예선이일까 하는 생각에 대답한 것이 실수였던 모양이다.

무거운 몸을 다시 일으켜 문을 열어주자 방문한 손님은 다름아닌 ‘실라’. 내 방에 있는 의자 하나를 내주며 나는 침대에 턱을 괴고 누웠다.


“정말 매너 하나는 끝내주는군요.”


“이 늦고 피로한 새벽에 문 열라고 강요하는 손님보다야.”


“............뭐. 그렇네요. 사과드리지 못한 부분이 있어 사과를 드리러 왔습니다. 전날은 정말 죄송했습니다. 저라는 엘프.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불의는 결코 넘기지 못하는 병과 같은 성향이 있어···”


“그건 정말 말그대로 병이네 병. 다른 사람 말다툼에 칼까지 휘두르니.”


“그, 그건 당신 실력이 높아서입니다! 처음엔 검면으로 때리려하지 않았습니까! 여차하면 역으로 당할텐데 전력으로 싸워야죠!”


“그럼 그냥 사과하고 물러나지 그랬냐.”


“그건 제 ‘기사도’가 용납치 못합니다!”


엘프가 기사도는 얼어죽을. 레오 1세도 모르는 기사도를 너란 엘프가 논하기 있냐.


“아무튼. 정말로 잘못된 행동을 하였다 생각합니다 안자영. 사과를 받으십시오.”


“강요는 안받아.”


“그리고 또 한가지 드릴 말씀이···”


“너 사과하러 온거 아니지···?!”


사과를 받는것엔 크게 신경도 쓰지 않는 쿨내. 실라의 당당한 얼굴에서 그 냄새가 향긋하게 풍겼기에 나도 모르게 태클을 걸어버렸다.


“저는 레오 1세의 왕성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당신도 인간이라면 알고 있겠지요.”


알기만 할까. 호형호제 하는 사이인데.


“헌데, 지난 당신과의 대련과 수 시간 전의 모습을 엿보고 새로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저라는 검 밖에 모르는 엘프가 과연 엘프를 증오하는 레오 왕성으로 발을 들여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죠. 죽음을 두려워하는 부끄러운 엘프는 아니지만......저를 기다리는 분들이 계십니다. 대장로님도, 두 대마도사 장로님들도 제가 무사히 귀환하기만을 바라고 계십니다. 가능한한...무사히 돌아가고 싶습니다.”


“라이브 로더님과 미르네, 샤론을 이야기하는건가? 음. 아무렴- 그 둘은 충분히 그럴만하지.”


“세, 세 분을 아십니까?!”


“그럼~! 샤론은 모를만해도 미르네 같은 미녀엘프를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


꼬옥!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대답. 하지만 나는 내 손을 부여잡고 밀착해오는 실라의 모습에 고개를 뒤로 쭉 빼야했다.


“뭐, 뭐야! 왜! 뭐뭐!”


“부디 부탁드립니다!! 이 대장로님의 전언이 무사히 레오 1세의 손에 건너갈 수 있도록···! 그 지고한 무위로 저를 도와주십시오! 사례는 톡톡히 치르겠습니다!”


멈칫-


“사례? 얼마.”


움찔.


순간 눈 앞에 금이 번쩍거리는 환영을 보고 진지하게 목소리를 깔았다. 그러자 상당히 부담이 되었는지 조금 몸을 움찔거리는 실라.


“그, 금화...일천개···”


‘오, 오백 골드?! 그렇게나?!’


이 세계가 허구의 세계가 아님을 깨닫고 루드릭에게 물어 알게된 사실 하나. 이 세계에서의 재물을 내가 살던 현실로 가져갈 수도 있다는 아주 환호할만한 사실! 지금껏 모아온 금화는 레오 왕성에서의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데 사용했지만 오백 금화나 되는 재물을 현실로 가져간다면 한 밑천 제대로 깔 수 있으리라!


“그, 그 뿐입니까! 대장로님께서 그 외에도 크게 사례하실 겁니다! 순금으로 된 동상이라던가···”


‘미친! 한 밑천 정도가 아니야!’


이럴 때일 수록 거래는 침착하게 진행해야 하는 법.


“크흠. 실라- 나 정도나 되는 인물이면 그런 금 정도는 쉽게 벌 수가 있어. 리치들의 던전 열 개만 털어도 금방 금방 나온단 말이지? 나는 너의 그 숭고한 의지를 존경해 이 부탁을 받는다.”


“무보상으로 말입니까?! 정말 당신이란 인간을 못알아본 저를 용서하십시오! 자영 공으로 부르겠습니다!”


“아, 아니 무보상은 조금...정성을 안받을 수야 있나~”


“예? 예, 예......그럼 일 천 금화와 금 동상을 드리는 걸로···”


“크흠! 정성이라면야 기꺼이 받도록 하지! 실라, 스방이네 세 엘프를 지금 이곳으로 데려와줄 수 있겠나?”


“무, 물론입니다!”


파밧-


활짝 갠 얼굴로 빠르게 튀어나가는 실라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노예 아닌 노예가 하나 더 느니 썩 기분이 좋은 것이다.

잠시 후 스방이네 세 엘프를 데리고 내 방으로 돌아온 실라. 나는 그녀에게 점잖게 이야기하여 자리를 비워달라 부탁하였다. 정의심 투철한 그녀가 알았다간 귀찮은 이야기들일터이니 말이다.


“어어~ 스방아. 실라가 아주 특별한 일을 진행하고 있더구나.”


“흐아암~ 아아...죄송합니다. 너무 졸려서. 특별한 일 말씀입니까?”


“대장로의 중요한 명을 받고 레오 1세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어. 우리도 내일 그 일을 도우러 출발할 예정이고.”


벌떡!


아까까지 하품을 늘어트리고 있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바닥에 얌전히 앉아있던 스방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절대로 안됩니다. 지금 레오 왕성이 어떤 상황인지 아시잖습니까!! 실라를 죽일 셈입니까!”


“물론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을거야. 레오 형님이랑 리온 폴 워커의 엘프에 대한 인식을 새로 심을 계기기도 하고. 잘만 된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더욱 좋게 바뀔거다.”


루드릭이 레오 1세에게 엘프 모두가 악은 아니라 설명을 하여도 엘프를 향한 증오심은 쉽게 지워질만한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변종의 몸으로 돌아온 아버지의 모습을 본 직후 어찌 엘프를 앞에 두고 검을 뽑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엘프 대장로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 서로 간의 오해를 풀고 어디서부터 잘못되기 시작했는지 알게된다면 필히 상황은 좋게 바뀔 것이다.


“......주인님의 뜻이 그러하다면. 알겠습니다. 내일을 위해 저희 또한 준비를···”


“아니. 너희는 따로 행동해주었으면 한다.”


스방이는 물론 같이 자리한 두 여성 엘프 또한 고개를 올려 내 눈을 마주했다. 지금껏 없었던 경우라 어안이 벙벙한 것이다.


“무슨...뜻입니까. 저희는 주인님의 노예로서 주인님을 옆에서 돕는 것만이···”


“그게 끝이라고. 지난번에도 말했지? 곤란하지 않을 때가 되면 너희를 그냥 놓아줄 생각이라고. 지금이 바로 그 때인거 같아. 너희가 곤란하기는 커녕 오히려 내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노예...해방이라......하하...노예 같지도 않은 생활이며 참으로 편하고...즐거웠는데 말입니다. 약간 아쉽군요.”


“네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싶어. 이대로 너희들만의 자유로운 삶을 찾아 떠날지. 또는 그러기 전에 나를 한 번 도와주고 갈지.”


“어떤 것인지···”


나는 눈을 잠시 감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흑막. 과거 워커 가문을 그 꼴로 만들고 아직도 ‘변종’과 ‘마물의 왕’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흑막이 존재한단 말이지. 그리고 그 흑막의 존재는 우리를 아주 신경쓰고 있을 거다. 우리가 5인의 대마도사가 만들어낸 대마법으로 인해 이 세계온 구원자인만큼. 리온 폴 워커를 깨운 장본인들이기 했고 말이야. 그리고 루드릭은 5인의 대마도사 중 엘프 둘 중 하나가 배신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했지만, 내가 아는 샤론과 미르네는 그럴만한 엘프가 아니야. ‘흑막이 엘프 사이에 개입하였고 엘프가 아닌 대마도사 중 한 명 내지 두 명이다’라는 것도 나쁘지 않은 가정이야.”


“꽤 복잡한 이야기들입니다.”


“아직 흑막에 대해 드러난게 별로 없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확실한건 엘프 사이에 흑막의 세력들이 퍼져 있고 흑막은 우리들을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 이쯤되면 내가 네게 부탁하고자 하는게 뭔지 눈치챘겠지? 루드릭의 제자니까~?”


“......흑막의 접근을 유도해보란 말씀입니까?”


“우선 엘프들의 중심지이자 장로들이 있는 세계수 마을로 가. 그리고 그곳의 가장 높은 사람과 이야기부터 터라. 아무도 옆에 두지 말고 라이브 로더와 단둘이. 모든 사실을 대장로에게 터놓고 흑막을 유도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이야. 일이 빨리 풀리면 레오 형님과 엘프측은 함께 그 흑막을 덮칠 수도 있을거야.”


스방이는 어느 새 다시 바닥에 앉아 자신의 손가락을 매만지고 있었다.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키며 내가 설명한 계획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 이해했으며 그렇게 할 의향 또한 많습니다만...한가지만이 걸립니다.”


스방이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바로 그의 양옆에 자리한 두 엘프들은 스방이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이나 다름 없는 엘프들이었으니 말이다.


“내 옆보다는 안전할거야. 그러니까 안전한 장소는 스방이 너가 찾아야할 것 같다.”


“......그렇게나 위험한 일이 될 것 같습니까? 실라가 가져온 일이···”


“.........하나라도 어긋나면 곧바로 엘프와의 전면전이 되어버릴테니까. 그 때가 되면 너도 곤란하고 네 부인 둘은 더 위험하잖아~?”


“주인님께서...저희를 보내시는 이유는 그저 그것이었군요. 그 마음에 다시 감명받았습니다.”


스륵-


두 엘프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스방이. 곧 그는 허리를 깊게 숙여보였고 양옆의 엘프 또한 똑같이 그것을 따라해보인다.


“그렇기에 맹세합니다. 주인님께서 바라시는 일을 완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잊지 마. 너희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보다 너희들의 삶을 위해서야. 그러니......무리해서 명을 재촉하지 말고. 무리다 싶으면 적당히 빼. 현명하게 잘 처신하리라 생각한다 스방아~”


“누구 밑에 얼마나 있었다고 생각하시는겁니까. 세계의 구원자를 주인님으로, 세계 최고의 대마도사님을 스승으로 두었던 스방입니다.”


그렇게 등을 돌리고 두 엘프와 함께 방을 나가버리는 스방이. 그 옆으로 보이는 그의 미소가 내 입에서 이 말을 흘리게 만들었다.


“......스방 새끼. 좀 멋있어져서 가네. 잘 살았으면 좋겠어 정말.”






“이제 일어난 거야~? 피곤해서 가는 길에 졸지 않을지 걱정이네~”


잠에서 깨어 1층 홀로 내려왔을 때는 벌써 해가 중천에 뜬 정오. 그리고 나를 반겨 먼저 입을 연 것은 임예선이었다. 전날 밤 내 언행으로 상당히 기분이 나빴을텐데 이렇게 대답해주는 그녀가 왜 이리 고마운지.


쿡-


나는 검지 손가락으로 아이템을 챙기고 있던 그녀의 팔을 조심스레 찌르며 대답했다.


“고마워. 항상.”


“.........나야말로. 어제 정말 미안했어 자영아. 괜히 또 심술이 나서···”


“응. 나도 심술이 많이 났었어. 너가 날 ‘친구’라고 부른게 엄청 싫었나봐.”


“......에?”


내 말에 머리가 마비라도 된듯 나를 멍하니 올려다보는 그녀. 그 말에 담아낸 의미는 분명했지만 나는 혹여라도 그녀가 오해할까 스치며 한마디를 덧붙인 뒤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이젠 친구로 볼 수가 없나보다.”


파아앗-


쨍쩅한 햇살을 받으며 세 필의 말에 한 명씩 올라 배웅을 받고 있는 스방이네 세 엘프. 이미 실라에게 이야기를 모두 들었던 모양인지 소연이도 물건 하나 하나 챙겨주며 그들을 향해 걱정 어린 시선을 올려보내고 있었다.


“오- 푹 잤냐~?”


“음......그게...자, 잘 못 잤습니다 사실~”


쿡!

짝-!


놀랍게도 내 질문에 대답하는 스방이의 허리와 등을 때리는 두 엘프의 손길!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누구든 모를 수가 없었다.


“모, 몰라! 그걸 이야기하고 그래~!”


“치- 중간부터 열 올라서 안재운건 스방이면서···”


절레절레-


이제서야 이루어진 모양이다. 그것도 아주 가깝고 농밀하게. 살짝 붉게 물든 스방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어보인 나는 손을 올려 악수를 청했다.


“잘 살아라. 지금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보이지만, 앞으로도 무리하는 일 없이 잘 살아야하는거다 임마.”


“......언젠간 주인님 곁으로 돌아올 겁니다. 그 때를 기다리시면 됩니다 주인님은.”


더그덕-

터덕터덕-


대답 한 번 멋드러지게 남기고 가는 스방이. 나는 우리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여보이는 두 엘프에게 손을 흔들었고 나도 모르게 새오나오는 짧은 한숨을 느끼며 멋쩍게 웃었다.


“꽤 아쉽네. 정 많이 들었는데.”


타닥-

파앗! 와락!!


소연이와 눈을 마주하며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등허리가 휘청거려 꽤 당황스러웠다. 누군가가 집 현관에서 번쩍 날아들어 내 등을 덮치고 안긴 것이다.

누구라고 해봐야 집 쪽에 있던 이는 한 명 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야, 야! 아까 한 말 무슨 뜻이야! 내가 친구로서 싫다 이거야?!”


“그래! 싫다!! 이, 이거 안 놔?!”


“이익-! 소연이가 있는데도 아주 잘도 말해요 이게~!”


다행히 내 말을 오해하진 않았는지 내 주둥이를 손으로 잡으며 떨어질 생각을 않는 임예선. 곧 옆에서 소연이의 웃음이 터지면서 출발의 첫날은 꽤 화창했다.


“소연이도 준비 끝났어?”


“그럼~~ 자영이만 일어나면 바로 출발할 수 있게 미리 끝냈지~?”


나는 우리 셋을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라보는 실라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왜 그런 눈으로 봐? 원래는 이렇게 친한 사이야~ 괜히 오해해서 칼부림친게 더 후회되지~?”


“아, 아...물론 그런 마음도 있습니다만...세 분이 모두 연인 사이인 줄은 생각치 못해서 말입니다.”


““.....................??””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나는 얼굴은 물론 임예선이 업힌 등언저리까지 뜨겁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시야에 보이는 소연이의 얼굴마저 붉게 타오르자 더욱 머릿속이 하얘졌다.


퍽!


“뭐, 뭐야! 왜 아직 잡고 있는거야 변태야?!”


“추, 출발! 출발이다!! 레오 왕성으로!”


이 화끈거리는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나는 출발을 서두르기로 했다.






아쉬움과 즐거움이 가득했던 출발의 날. 레오 왕성으로 향했던 길 내내 화사했던 분위기는 레오 왕성 알현실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사라져버렸다.


쿠오오오오오......!

사하하......!


왕좌에 앉아 무서울 정도로 살기를 내뿜고 있는 인간들의 왕. 레오 1세. 그리고 그 옆에 우뚝하게 선 리온 폴 워커. 내 옆에 자리한 실라를 향해 쏟아지고 있는 살기만큼 풀 플레이트를 걸친 실라의 두 다리는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우여. 그대는 내 분노를 알고 싶어 이러는 것이더냐···!”


스방이네를 데리고 처음 방문했을 때보다 더욱 짙어진 살기에 나는 신중하게 말을 뱉어야함을 한 번 더 숙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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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세계를 위해 희생한 마도사 & 킹 갓 스방이 17.09.28 248 1 32쪽
18 이상징후 17.09.26 23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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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기다려 우리 형 데려간다 17.09.14 299 1 13쪽
15 오랜 친구 17.09.07 322 1 13쪽
14 스방이의 일상 17.09.06 297 2 12쪽
13 자연을 사랑하는 보쌈맨들 17.09.03 397 2 11쪽
12 [정보] ALL IN ONE! 「상태 이상」과 「상태 이상 회복」에 관해! 17.08.30 341 3 5쪽
11 너무 큰데? 17.08.30 361 3 11쪽
10 이제 좀 '큰 놈'을 잡아봅시다 +2 17.08.29 403 3 11쪽
9 쓰레기 주지 말라고 17.08.27 468 3 10쪽
8 착한 우리 레오야 부탁인데 17.08.26 459 3 6쪽
7 뭐든 말하고 합시다 17.08.25 488 4 20쪽
6 세력을 늘리자 +2 17.08.24 594 5 21쪽
5 토끼 가라사대 가진걸 내놓으라 (2) +2 17.08.23 716 4 15쪽
4 토끼 가라사대 가진걸 내놓으라 (1) 17.08.22 844 5 21쪽
3 제로(Zero)에서부터! +4 17.08.20 1,129 6 17쪽
2 그 남자의 인생게임 +4 17.08.20 1,505 7 14쪽
1 출발 17.08.19 1,94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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