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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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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v
작품등록일 :
2011.05.22 08:07
최근연재일 :
2011.03.2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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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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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2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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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3화 - ' 그날이 오면 … ' [ 2 ] [ 끝 ]

DUMMY

해가 떨어지고 병실의 전등이 창백한 빛을 으스스하게 발산하고 있었다. 한기처럼 차가운 병실의 촉감이 나를 점점 죄여오고 있었다.


아홉시가 지나자, 간호사가 약을 들고 들어왔다. 소설은 아직도 책을 읽고 있었고, 그녀는 나를 바라보는 척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계속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물과 함께 놓여있는 두알의 약을 바스러질정도로 바라보았지만, 약은 바스라지지 않았고 결국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간호사는 열쇠를 가져와서 내 양 팔을 하나하나 묶고는 소설에게 말했다.


"환자분이 너무 힘들어하고 괴로워해도 절대 풀어주시면 안되요, 혹시나 피를 흘리거나 다급한 상황이 되면 여기 버튼 눌러주시면 바로 대기하고 있는 간호사가 올거에요 아셨죠?"


"네"


소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간호사가 나가고 소설은 나를 바라보면서 말을 걸었다.


"어때, 좀 졸려?"


"바로 졸릴리가…, 그냥 이렇게 기다리다보면 잠이 와"


"그래… 그렇구나"


소설은 그렇게 말하고는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또 다시 나도 모르는 곳으로 와버린 것 같다.


너무나 익숙한 길, 나는 혼자 걷고있었다. 머엉 하는 소리가 계속 귓전을 울리고 있어서 살짝 답답하기는 했지만 버틸만 했다. 시계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정을 넘긴 시간인 것 같았다. 내가 왜 이 길을 걷고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차 한대 지나가지 않는 인적드문 사거리를 걸어가는 내가 나도 모르게 쓸쓸해질 뿐 이었다.


6월의 날씨는 후텁지근했다. 그래도 시간이 시간이라 그런지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그 바람이 서늘한 정도가 아니라 싸늘할 정도로 내 몸을 후벼파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한이 들었나…'


혼자 생각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 발이 움직이는 대로, 그대로 나는 걷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쪽에서 차량 한대가 어둠속을 뚫고 가고 있었다. 은빛의 차량이 가로질러 가고 있었고, 처음으로 본 차량에 그냥 잠깐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저 차량은 어디선가 많이 본 차량 같았다.


'워낙 많이 팔렸던 차량이니까… 뭐, 이상할게 있나…?'


그리고 잠시 후 갑자기 끼익 하는 브레이크 소리가 정적을 깨고 귓가를 찌르듯이 파고들었다. 브레이크 소리와 동시에 쾅! 하는 파열음이 같이 들렸고, 나는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찾기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핸드폰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흘리고 왔었나? 하고 생각해보았지만, 원래 들고나오지 않았던 것 같았다. 나는 일단 사고현장을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뛰었다. 100m도 되지 않아보이는 거리가 이렇게 길어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나가는 행인은 나밖에 없었던 듯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승용차와 트럭이 서로 충동한 상태였고, 승용차는 찌그러져서 형체만 차량으로 구분될 정도였다.


나는 혹시나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까, 승용차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비명을 질러버렸다.


비명을 지르기 위해서 입을 벌렸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익숙한 차량이었다. 너무나 익숙한 차량이어서 나는 이런 차량이 많으니까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차는 나의 가장 최악의 가정이 되어버렸다.


뒤에 있는 차 번호, 그 번호가 내가 알고 있던 그 숫자와 같았다.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같은 번호가 또 하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차 안을 바라보았다. 차량안은 모두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갑자기 차량안의 사람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차안의 시체 세구가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피눈물을 흘렸다.


무릎에 힘이 풀렸다. 내 두 다리로 서있을 만큼 난 굳건하지 못했다. 익숙한 사람, 너무나 익숙한 얼굴, 오늘 아침에도 보았던 그 얼굴들이 나를 바라보면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나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모두 나를 보면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쉬움의 눈물일까, 아니면 살아남은 나에대한 증오의 눈물일까.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게 꿈이라면 깨어나고 싶을 뿐 이었다.


'꿈?'


'꿈?'


갑자기 내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너무나 익숙했던 그 거리, 너무나 익숙했던 장면, 계속해서 나를 압박해오고 있었다. 착각하는 것 일까? 너무나 혼란스러워서 분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것이 사라진다는게 이렇게 허망한 일인지 알 수 없었기에 더 그랬다.


처음으로 보는 이별, 그래서 난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나도 눈물이 흘렀다.


일어설 힘조차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죽었다는 것을 아직도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에 나는 찌그러진 차체를 지면서 울고있었다.


꿈이라는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죽었다는거, 나의 가장 근처에 있던 그들이 모두 나를 떠나갔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울부짖었고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흐느끼고 있었다.


혹시 꿈이라면 깨버리라고 나는 깨진 유리로 내 팔을 긁어보았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그들의 눈에서 흐르던 피가 내 팔에서도 흐르고 있었다.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따뜻해지고 있었다.


이유는 몰랐다. 6월의 날씨가 원래 이렇게 따뜻했던 것일까? 그리고 갑자기 나를 덮고있는 따뜻함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나는 귀를 울리던 멍한 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지막하게 나의 귓가로 들리는 그 소리.


'일어나…'


'울지말고 일어나… 한솔아…'


'혼자 괴로워하지 말라고 바보야…'


목소리가 들리고 갑자기 눈 앞에 비추는 강렬한 하얀 불빛으로 순간 멍해졌다.


잠시 뒤, 하얀 불빛이 모두 지나가고 나는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는 순간, 나는 그 곳에 있지 않았다.


그곳과 다른 세상, 병실에 있었다. 시계는 아침 9시를 넘기고 있었다. 손목이 결박되어 있어서 그런지 갑갑했지만 참을만했다. 그런데 결박되어있던 내 손에 무언가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소설의 손, 그리고 얼굴의 촉감이었다.


살짝 축축한 것을 보아서는 소설의 입에서 침이 살짝 흐른 것 같기도 했다. 그것을 보고는 소설이 나를 기다리면서 얼마나 수면을 하지 않았는가를 알 수 있었다. 나는 상체를 올려서 내 손을 바라보았다. 왼손에는 주먹을 강하게 쥐면서 상처가 나있었다. 저번처럼 피가 흐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생채기가 나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 오른쪽 손은 아무런 상처가 나지 않았다. 대신에, 소설의 손등에 무언가 밴드와 같은 것이 붙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내가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나 대신 아파했다는 거 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내 손등에 얼굴을 대고 자고 있었다. 그 촉감이 너무나 부드러워서 그런지 그녀를, 소설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작년과는 다른 그날이었다.


버틸만 했다. 정신적으로는 살짝 피폐해졌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작년과, 재작년과 비교해서는 너무나 좋았다. 소설이 나 대신에 상처를 입은 것은 좋은일이 아니였지만… 그래도 6월 13일의 악몽이 이렇게 지나가버렸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나중에 선물이라도 하나 해줘야지…"


나는 소설의 손등을 보면서 작게 혼잣말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설 역시 잠에서 깨어났고, 다크서클이 좀 져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나의 모습을 보고 만족해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말했다.


"왜, 겨우 이런거 가지고 나를 너무 걱정시키는거 아냐…?"


"그래, 원래는 안그랬는데… 누구랑 같이오니까, 그러니까 너무나 쉽게 버티는거 같아…"


나는 그러면서 소설을 안아주었다.


소설을 안아주면서 말했다.


"손등은 미안해"


소설은 아무말 하지 않았다.


퇴원수속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과 면담을 조금 하고는 바로 나올 수 있었다. 병원문을 나서면서 소설이 말했다.


"자, 이렇게 무사히 퇴원했으니까 나 밥사줘!"


"응…?"


"아까 그랬잖아, 나중에 선물이라도 하나 해줘야지… 라고"


"들었냐?"


"너무 분위기에 취해있는거 같아서 자는척좀 했사와요"


"그래…"


"그럼 사주는거지?"


"네~ 네 알겠습니다"


소설이 먹고싶다던, 한정식을 먹고 집에 돌아갔다. 소설과 같이 다니면서 내가 가장 좋아진 점 중 하나는, 사람이 몰리는 곳을 그닥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아직도 그런면에서는 좀 거부감이 들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가 원한다면 가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가게되었다.


점점 내가 변하고 있는 것을 나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외적으로도, 그리고 내적으로도.


올해의 그날은 너무나 평안하게 지나갔다.


작가의말

13화 - ' 그날이 오면 … ' 이 끝났습니다.
원래 외전식으로 만들까 생각했었는데, 그것보다는 좀 더 이야기 진행상에 필요한 것 같아서 넣어보았습니다.
다음연재부터는 14화 - ' 임작가님과 함께한 레이드 ' 가 시작됩니다.

p.s. :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타인의 글, 그리고 타인의 노력을 무시하는 사람과는 상종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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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14화 - ' 임작가님과 함께한 레이드 ' [ 1 ] +11 11.03.24 1,087 10 9쪽
» 13화 - ' 그날이 오면 … ' [ 2 ] [ 끝 ] +8 11.03.23 874 8 10쪽
94 13화 - ' 그날이 오면 … ' [ 1 ] +8 11.03.22 1,093 18 10쪽
93 12화 - '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 [ 10 ] [ 끝 ] +12 11.03.21 972 15 9쪽
92 12화 - '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 [ 9 ] +13 11.03.19 1,034 8 10쪽
91 12화 - '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 ' [ 8 ] +12 11.03.18 835 5 10쪽
90 12화 - '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 ' [ 7 ] +7 11.03.17 1,019 10 10쪽
89 12화 - '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 ' [ 6 ] +12 11.03.16 1,030 10 10쪽
88 12화 - '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 ' [ 5 ] +5 11.03.15 1,061 5 9쪽
87 12화 - '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 ' [ 4 ] +6 11.03.14 963 9 9쪽
86 12화 - '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 ' [ 3 ] +6 11.03.12 1,018 7 10쪽
85 12화 - '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 ' [ 2 ] +7 11.03.11 1,030 9 13쪽
84 12화 - '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 ' [ 1 ] +8 11.03.10 1,022 5 10쪽
83 11화 - ' Professional VS Amateur ' [ 10 ] [ 끝 ] +7 11.03.09 1,100 7 10쪽
82 11화 - ' Professional VS Amateur ' [ 9 ] +6 11.03.08 1,099 8 9쪽
81 11화 - ' Professional VS Amateur ' [ 8 ] +9 11.03.06 959 5 8쪽
80 11화 - ' Professional VS Amateur ' [ 7 ] +17 11.02.07 1,317 16 13쪽
79 11화 - ' Professional VS Amateur ' [ 6 ] +15 11.02.06 1,214 9 13쪽
78 11화 - ' Professional VS Amateur ' [ 5 ] +13 11.02.05 1,303 8 9쪽
77 11화 - ' Professional VS Amateur ' [ 4 ] +7 11.02.04 1,090 7 10쪽
76 11화 - ' Professional VS Amateur ' [ 3 ] +3 11.02.02 1,280 14 10쪽
75 11화 - ' Professional VS Amateur ' [ 2 ] +4 11.02.02 1,152 6 12쪽
74 11화 - ' Professional VS Amateur ' [ 1 ] +3 11.02.01 1,385 10 9쪽
73 10화 - '그림자의 숲과 도플겡어 그리고 소환사' - 2부 - [ 14 ] ( 끝 ) +1 11.01.31 1,091 5 10쪽
72 10화 - '그림자의 숲과 도플겡어 그리고 소환사' - 2부 - [ 13 ] +6 11.01.31 1,098 8 8쪽
71 10화 - '그림자의 숲과 도플겡어 그리고 소환사' - 2부 - [ 12 ] +3 11.01.30 1,133 6 8쪽
70 10화 - '그림자의 숲과 도플겡어 그리고 소환사' - 2부 - [ 11 ] +2 11.01.30 1,210 6 8쪽
69 10화 - '그림자의 숲과 도플겡어 그리고 소환사' - 2부 - [ 10 ] +4 11.01.29 1,122 8 9쪽
68 10화 - '그림자의 숲과 도플겡어 그리고 소환사' - 2부 - [ 9 ] 11.01.29 1,199 5 10쪽
67 10화 - '그림자의 숲과 도플겡어 그리고 소환사' - 2부 - [ 8 ] +1 11.01.29 1,140 1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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