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더블 스코어 - 2
1.
선을 넘은 자를 상대한는 건 언제나 쉽지 않은 법이었다.
그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신 아래 최강이라 불리며 질서의 수호자라 불리던 집정관이라면.
"하하! 어떤가 파프날, 정말 놀라운 힘이지 않은가? 이 해방감, 이 자유로움. 하아~ 정말 중독 될 것 같군."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영감. 이제 그 잘난 혀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데?"
"후후, 위대한 발견에는 언제나 희생이 따르는 법이지. 이정도의 희생이야, 어쩔수 없지 않겠는가?"
발견을 위해 지능을 포기했다는 간웅의 말에 나는 상대가 진짜로 맛이 갔다는 걸 체감했다.
항상 지혜야 말로 사람이 가진 가장 뛰어난 무기라 칭송하던 인간이, 힘을 위해 지능을 바쳤다고?
"심연에 중독돼도 단단히 중독됐군."
자신이 원해서든, 아니면 타의적으로든 힘을 갈망한 끝에 심연에 까지 손을 댄 인간들 모두 불행한 최후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심연에 손을 댈 만큼, 심연이 주는 힘과 보상은 달콤했다.
쾅!
"하하! 어딜 그리 도망치냐!"
아까까지만 해도 간신히 개천의 힘에 맞서던 무스카의 몸은 이제 개천의 포위 공격조차 무시한 채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물론 여전히 정면 돌격 밖에 모르는 멍청이인데다, 심연에 오염된 탓에 정교함이 더욱 떨어진 공격들이었으나 어둠 속에서 내 뒤를 노리는 나자립과 연계되자 그 위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정면에서 큰 공격을 통해 움직임을 제한하고, 그 빈틈을 나자립이 노려온다.
한층 강해진 상대의 공격에 양측의 균형은 상대 쪽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아마 심연으로 적들의 지능이 떨어진 상태가 아니었다면 위험했을지도 몰랐고.
"쯧."
내 얼굴로 향하는 무스카의 주먹에 마누엘의 검날이 부딪히자 강한 충격과 함께 무스카의 몸이 밀려났고, 내 등 뒤를 노리려는 나자립의 칼날 위로 8개의 개천이 막아섰다.
아까 전이었다면 이미 그의 몸이 갈라지고도 남을 충격이었으나, 심연에 오염된 그의 몸은 마누엘의 검에 베이고도 약간의 상처만 입었을 뿐이었다.
심연에 오염된 간웅의 축복 역시 전보다 더욱 강력해진 탓에, 정면에서 나와 맞서는 두 집정관의 몸은 개천을 몸에 두르고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슬슬 올라올 때가 됐는데.."
전보다 더욱 위협적으로 변한 나자립의 칼날을 막는 동시에 달려드는 무스카로 부터 뒤로 물러나자, 이번에는 간웅의 소환수가 나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귀찮게 굴기는!"
내 발목을 붙잡으려는 적을 쳐낸 순간, 소환수의 몸이 폭발하며 아주 잠깐 시야가 흐려졌고 그 틈을 나자립은 놓치지 않았다.
스으윽-
공간을 가르며 나타난 나자립의 검은 칼날이 내 미간에 꽂히려던 절체절명의 순간, 폭발음과 함께 푸른 물길이 나자립의 몸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아!
"커억!"
바닥을 뚫고 터져나온 물길에 강타당한 나자립의 몸이 형편없이 천장에 부딪혔다.
"물이라고? 지하수인 건가, 비겁한 놈. 이런 수를 쓰다니."
"글쎄, 최소한 누구처럼 목이 잘리고도 부활하는 것 보단 나아 보이는데."
쓰러진 동려를 구하기 위해 곧바로 무스카가 내 앞을 가로막고, 간웅이 움직여 나자립의 몸을 고쳤으나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내 권능의 지배 아래 끝도 없이 오르고 있는 지하수의 물결이 손길을 따라 내 몸을 휘감쌌다.
"자아, 이제 퍽 동등해진 것 같은데. 다시 시작해보자고."
비록 얼굴 한 번 제대로 비춰주지 않은 매정한 부모님이지만, 남겨주신 유산이 있다면 알뜰하게 사용해야 하는 법이다.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와 지하의 거대한 방을 가득채운 지하수를 감싼 용의 권능, 그리고 그를 보조하는 개천의 힘.
물과 권능, 그리고 개천의 날개 12개가 결합한 끝에 만들어진 9개의 머리와 12개의 꼬리를 가진 거대한 빙하 괴물이 집정관들을 향해 울부짖었다.
- 작가의말
나도 친구 있다. 얼음 친구..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 분들에게 감사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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