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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버터바 님의 서재입니다.

9클래스 대마법사 전무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상큼버터바
작품등록일 :
2024.01.15 17:35
최근연재일 :
2024.02.21 17:56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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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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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글자수 :
168,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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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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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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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26화 – 후원금을 빨아들이는 남자 황금조

DUMMY

루나 보육원 원장실.


후덕한 인상의 원장 황금조.


앞에 다리를 꼬고 제집 안방인 듯이 앉아 껌을 질겅질겅 씹는 젊은이 앞에 종이컵에 탄 믹스커피를 내려놓았다.


젊은이는 다른 상황이었다면 당장에라도 뺨을 올려붙이고 싶은, ‘싸가지 없는 놈’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고객.


황금조는 고객 앞에서는 간과 쓸개를 내어놓을 수 있다.


특히, ‘나 돈이 썩어날 만큼 많습니다’하고 자랑하듯이 온몸에 돈지랄한 고객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젊은 놈이 몸에 걸친 것만 해도 몇천은 되겠네.’


황금조는 그렇게 기관에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고 자잘한 실수와 허물에도 아직 버틸 수 있었다.


싸가지 없는 놈 철수가 종이컵을 힐끗 보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믹스커피? 허···.”


그러자 뒤에 서 있던 무영이 금테 안경을 치켜올리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원장님, 후원하려고 발걸음 하신 실장님께 믹스커피라니요. 조금 무례하신 거 아닙니까?”


초일류 암살자 출신답게 무영의 연기는 수준급이었다.


권력에 빌붙어 사는 비서 역할을 아주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황금조가 불룩 튀어나온 배를 밀어 넣으며 허리를 숙였다.


“이해해주십시오. 보육원 원장실에 너무 좋은 커피 머신이 있는 것도 고급 원두를 쓰는 것도 보기에 안 좋아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철수가 귀찮다며 손을 내저었다.


“사소한 걸 신경 쓰는 타입이시구나. 커피야 나중에 내 돈으로 사 먹어도 되는 거니까, 일 얘기나 해봅시다.”


“대범하게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황금조가 다이어리를 탁자 위에 올렸다.


겉표지에 ‘루나 보육원’이라는 글자가 잘 보이게 몇 초 정도 기다렸다가 다이어리를 펼쳤다.


모든 장에는 빼곡하게 무엇인가 기록되어 있었는데 황금조는 빈 페이지를 찾는다고 한참이나 페이지를 넘겼다.


중간중간 굵은 글씨로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기업이나 단체, 기관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봤냐? 이만큼 후원이 많이 들어오는 보육원이다, 이놈아.’


황금조는 의도적으로 큼직한 후원 약정금이 보이도록 천천히 뒤적이다가 마침내 빈 페이지를 찾아냈다.


그 뜻은 ‘한두 푼 후원할 거면 대충 믹스커피나 마시고 집에 가라’라는 뜻이었다.


상대가 의도한다면 넘어가 주는 게 인지상정.


철수는 조금 놀랐다는 듯 턱을 뒤로 빼고 ‘오-’하는 소리를 냈다.


“원장님, S그룹 회장님도 여기에 후원하나 봐요?”


“아, 예. 우리 루나 보육원의 큰 후원자 분 중 한 분이시죠. 그룹사에서도 후원하는데, 굳이 본인도 직접 후원자가 되고 싶다고 하셨답니다. 참 감사한 일이죠.”


철수가 다리를 꼰 채로 몸을 뒤로 젖혀 무영을 쳐다봤다.


“이야! 이거 봤지? 역시 노블레스라니까? 사회적 체면이 있는 사람은 돈을 써야 해.”


“예, 예. 실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두 사람을 보며 황금조는 속으로 혀를 찼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멍청한 놈아. 뜻도 제멋대로 알고 있네. 애비가 누군지 골치 좀 아프겠구만.’


그러나 그는 후원금을 빨아들이는 사나이.


표정이나 말투로는 절대로 티를 내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가 후원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그런 구조가 아니라서요. 일단, 후원 규모를 얼마나 생각하고 계시나요?”


철수가 대답은 하지 않고 무영을 쳐다봤다.


“야, 나가 있어.”


“예? 하지만 어르신께서 끝까지 있으라고···.”


“끝까지 있었다고 해줄 테니까 나가. 너 있으면 나 말하는 게 불편해.”


그가 눈을 한 번 째려주자 무영은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더니 밖으로 나갔다.


무영이 나가서 문을 닫은 후에도 철수는 한참이나 그쪽을 쳐다봤다.


[무영아, 감시하는 사람 있나 확인 잘하고, CCTV있으니까 더미 만들 때 신경 쓰고.]


[네, 주군.]


[확인할 거 1순위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공간 확인이야. 있는 거만 확인하면 되니까 무리하지 말고.]


[네, 주군! 목숨 바쳐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목숨은 바치지 말고 걸릴 거 같으면 바로 빠져.]


철수는 다시 황금조를 쳐다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거 무슨 말이에요? 금액이 작으면 거절할 수도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어우씨, 아랫사람 데리고 왔는데 그런 말을 막 하시면 어떻게 해요? 쪽팔리게.”


황금조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그리고 후원 금액이 작다는 이유로 거절할 일은 없습니다. 소액 후원자분들도 많이 계시니까요. 다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나 범죄 이력이 있는 개인의 후원은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습니다.”


“어? 우리 꼰대 전과가 좀 화려할 건데···. 갑자기 총에 맞았는지 이미지 세탁하고 정치 한 번 해보겠다고 하시는 거라서.”


이런 사람을 많이 상대했는지 황금조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우선 금액을 알려주시고, 후원자분 성함이나 기업명을 알려주시면 저희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허..... 기분 더럽네. 돈 주겠다고 해도 이렇게 나오니까.”


“저희 사정 좀 봐주십시오. 보건복지부랑 여성가족부에서도 저희 루나 보육원에 관심이 많으셔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철수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받아준다는 보장도 없는데 우리 꼰대 이름을 까기는 그렇고, 대충 1년에 2억 정도 하실 생각이라니까 방법이 있으면 나중에 연락해 줘요.”


황금조도 따라 일어서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연에 2억. 정말 큰 결단이신데 결실을 이루도록 저희도 최선을 다해 알아보겠습니다.”


“그래요. 뭐, 이렇게 뵌 것도 인연이니 악수나 한 번 하시죠.”


철수가 대뜸 손을 내밀었고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던 황금조가 그 손을 맞잡았다.


“좋은 인연이 되면 좋겠습니다, 실장님.”


***


원장실 밖으로 나온 무영이 기감을 넓혔다.


딱히 감시하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 두 대.’


별 특이할 게 없었다.


무영은 화장실로 들어가 주머니에서 작은 캡슐을 꺼냈다.


그러고는 손가락 끝에 피를 내 캡슐에 발랐다.


구명보트가 펴지는 것처럼 캡슐이 급격하게 부풀어 오르더니 발가벗은 무영의 모습이 되었다.


“으···. 내 나체를 이렇게 보는 건 기분이 썩 좋지 않네.”


일명 카피 더미.


리제 마이트가 개발한 것이었다.


피 한 방울만 있으면 자신의 모습과 똑같은 더미를 만들 수 있다.


어떤 원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개발자만 알고 있는데 그녀가 설명하는 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


원래 천재란 그런 것이니까.


어쨌든 마나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마법사나 마나 감지기를 피할 수 있다.


간단한 명령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자기만 아는 이야기를 해도 이해하기 때문에 ‘딴짓’할 때 상당히 용이했다.


애초에 리제가 카피 더미를 만든 이유가 수업 땡땡이를 위해서였다.


무영이 더미 귀에 대고 명령을 입력했다.


“원장실 문 앞에서 가만히 서 있어. 주군이 나오면 그분이 가는 곳까지 따라가. 나를 다시 만나면 다시 캡슐로 변환하고.”


“주군! 그분은 내 삶의 목적! 태양이자 달!”


“쓸데없는 말 금지.”


단점이 하나 있다면 가끔 대상자의 속마음을 증폭해서 말하곤 한다는 것이었다.


더미가 밖으로 나가고 무영이 스르륵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었다.


***


더미를 데리고 밖으로 나온 철수.


[무영아, 뭐 좀 있어?]


[네, 주군. 주방 뒤쪽으로 계단이 있습니다. 철문이 하나 있는데 보안 코드를 입력해야 열리게 되어 있네요. 들어가 볼까요?]


[아니. 철수해.]


[철수, 아니 주군합니까?]


무영은 하늘 같은 주군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는 없었다.


철수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빠져나와.]


[쉐도우 워크로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만.]


[아니. 황금조 그 새끼, 마법사야. 들어가면 백 퍼센트 걸려.]


***


날개 전무실.


똑똑.


들어오라고도 안 했는데 문이 열리고 비서 김민지가 들어왔다.


“민지 왔어요.”


언제쯤 그만할까?


아니, 이제는 ‘민지 왔어요’를 안 하면 서운할 거 같다.


“왔어요?”


“왔다고 말씀드렸는데.”


“네. 흠흠.”


민망함에 헛기침하는 철수 앞에 민지가 서류를 내밀었다.


“정춘복 대표 경호 일정입니다.”


“고마워요.”


정춘복 대표. 세계적인 재활용 기술 보유사인 퓨쳐리사이클링의 대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재활용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플라스틱이라 환경 단체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몇 달 전, 아마전에서 고립된 정춘복과 날개 경호팀을 철수가 구해온 적이 있었다.


민지가 나가고 서류를 검토하던 철수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 이 양반 경호는 좀 껄끄러운데···.”


마법 혹은 흑마법과 관계도 없는데 마법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


아마존에서도 게릴라들이 쳐들어오는 바람에 마법을 썼었다.


물론, 쓸 때는 좋다.


스트레스도 풀리고.


문제는 뒤처리를 위해서 목격자들의 기억을 조작하거나 죽이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정춘복은 경호 대상이었으니 죽이진 못하고 기억을 조작했었다.


게릴라들은 모두 언데드가 되어 마왕의 보고를 지키고 있었고.


정춘복은 아마존 게릴라 사건 후로 경호에 엄청나게 신경을 썼다.


죽을 뻔했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스케줄 상의 이유로 다른 업체에 계속 경호를 맡겼는데, 이번 업무 협약식은 반드시 날개에 경호를 맡겨야겠다며 회장실에 가서 드러누웠다는 후문.


정춘복의 일정을 살피던 철수가 눈매를 좁혔다.


[루나인더스트리 연구소 방문]


나비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딱히 신경 쓰이지 않을 이름이었다.


“아, 뭔가 찜찜한데···.”


철수가 인터폰을 눌러 민지를 호출했다.


똑똑.


“민지 왔어요.”


“네, 민지 씨. 여기 루나인터스트리라는 회사 자료 좀 모아줄래요?”


“네, 알겠습니다. 아까 들어왔을 때 시키셨으면 더 좋았겠지만요.”


그게 비서가 할 말입니까!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철수는 자기 사람에게는 상당히 너그러웠다.


“그때는 일정표 보기 전이었으니까요.”


“어쨌거나요. 아, 맞다. 조금 전에 회장님이 연락오셨습니다.”


민지는 깜빡하고 말을 전하지 않은 것치고는 전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뭐라고 하시던가요?”


“이번 퓨쳐리사이클링 업무 협약식에 회장님도 동행하신답니다.”


“예?”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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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028화 – 격돌, 0번 경호팀 VS 경호 3팀(1) 24.02.09 154 6 10쪽
27 027화 – 현대의 마법사 24.02.08 186 6 11쪽
» 026화 – 후원금을 빨아들이는 남자 황금조 24.02.07 178 6 11쪽
25 025화 – 은둔현자 리제 마이트 24.02.06 195 6 11쪽
24 024화 – 철수, 득녀 24.02.05 225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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