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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버터바 님의 서재입니다.

9클래스 대마법사 전무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상큼버터바
작품등록일 :
2024.01.15 17:35
최근연재일 :
2024.02.21 17:56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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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06
추천수 :
383
글자수 :
168,720

작성
24.02.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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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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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25화 – 은둔현자 리제 마이트

DUMMY

EBB 본사 건물의 지하 10층에는 보안 최고 등급만 출입할 수 있는 연구소가 있다.


정회장이 철수를 만난 후 아주 비밀스럽게 만들어진 연구소였다.


공사 과정에서도 보안을 철저하게 따져서 공사에 동원된 인부나 중장비 기사들은 이곳을 전쟁이나 자연재해를 대비한 벙커로 알고 있었다.


외부적으로는 지하 5층까지 지하주차장으로 되어 있다.


지하 5층에서 계단으로 한 층 내려가면 지하 10층까지 갈 수 있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비밀 연구소는 ‘사람’을 경비로 세우지 않는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입이 무거운 사람을 구하기가 영 어려워서, 조금만 방심하면 이곳에 연구소가 있다는 게 알려질 테니까.


전용 엘리베이터 앞.


정회장이 문 앞에 서자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망막을 스캔해주세요.]


“흠.”


그가 센서에 눈을 가져다 대자 다시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반갑습니다, 정회장 회장님. 다음 보안 절차를 실행합니다.]


[정맥을 스캔해주세요.]


[음성 인식 중입니다. 정해진 문구를 정해진 높낮이에 맞춰 말씀해주세요.]


[동작 인식 중입니다. 정해진 동작을 정해진 박자에 맞춰 취해주세요. 준비가 끝나면 말씀해주세요.]


보안이 철저해도 너무 철저한 거 아닌가 싶을 만큼 출입 절차가 까다로웠다.


동작 인식이 시작되기 전, 정회장이 민망한지 콧등을 긁적였다.


“마 전무, 동작 인식은 자네가 하지.”


“앞에 절차를 다 회장님이 하셔서 제가 하면 오류나요.”


“아······. 그러면 처음부터 자네가 다시 해.”


“싫어요. 저 바쁘니까 얼른 마무리하세요.”


“이런 옌장! 처음부터 자네가 하게 뒀어야 했는데!”


평소라면 철수가 하게 뒀을 거다.


그러나 오늘은 나비가 함께였다.


나이를 먹어서일까?


내일모레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자 괜히 나비 앞에서 폼을 잡고 싶었다.


옛날 같았으면 정회장 나이에 나비 정도 되는 손녀가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터.


그리 생각해서 그런지 정회장은 나비가 꼭 제 손녀처럼 느껴졌다.


그 말인즉슨, 정회장은 철수를 아들처럼 아끼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째서 동작 인식 센서를 생각하지 못했던가.


정회장이 겉옷을 벗고 와이셔츠 단추도 하나 풀었다.


그러고는 겉옷을 철수에게 건네며 비장하게 말했다.


“박자라도 맞춰 줘.”


“그 정도는 해드릴게요.”


철수가 받은 옷을 한쪽 팔에 걸친 채 무표정하게 박수 칠 준비를 했다.


정회장이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준비됐다.”


[음악이 시작되면 동작이 기록됩니다.]


이내 밝고 명랑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이스크림 크림 크림처럼 달콤 달콤 달콤해~ 소오옴사탕 사탕 사탕처럼 달콤 달콤 달콤해~ 딸기요거트처럼 새콤 새콤 새콤해~ 마이 달링. 아잉~.]


몇 년 전 크게 히트한 최연소 아이돌 그룹의 노래로 귀여운 안무가 인상적인 그런 곡이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중년인이 추고 있음에도 ‘어? 조금 귀여운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마성의 안무였다.


[동작 인식에 성공했습니다. 평점은 55점입니다. 몸치에서 조금 벗어난 수준이군요?]


“AI 따위가 내 춤을 평가하지 마!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 거라고.”


[폐활량에 비해 근육량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술과 담배를 줄이고 유산소 운동을 통해 몸에 맞춰 폐기능을 끌어 올리십시오.]


정회장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와이프도 안 하는 잔소리를 하고 난리냐.”


나비가 아스모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눈을 반짝이며 박수를 보냈다.


“와, 회장님! 진짜 귀엽고 멋있었어요.”


“크하하! 그러냐? 어이쿠, 그러고 보니 내가 용돈을 안 줬네.”


정회장이 주섬주섬 지갑을 꺼내자 철수가 그것을 낚아채 다시 주머니 속에 밀어 넣었다.


“용돈은 나중에요. 저 바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애 아빠가 그러는 거 아니다. 어른이 용돈을 안 주면 왜 안 주냐고 따지진 못할망정 주는 용돈도 못 받게 해?”


“이상한 말씀 하지 마시고, 얼른 사무실로 들어가시죠. 오늘 할 것도 많으시다면서요.”


“갈 거야. 나비야, 이따가 점심은 내가 사주마. 조사 잘 받고 있어.”


그는 천천히 걸어가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을 들어 보였다.


분명 멋있고 중후하고 분위기 있는 뒷모습이겠지?


안타깝게도 이미 철수와 나비는 엘리베이터에 탄 후라 그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


비밀연구소에 상주하는 연구원들은 조금 특이한 사람들이었다.


기본 옵션이 친구 없고, 집에 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지독한 일 중독이었다.


장점도 있었는데 대체로 순박했다.


‘사람이 너무 똑똑하면 어딘지 모르게 나사 빠진 사람 같다’라는 말을 이곳에 오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멀쩡하고 똑똑한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이곳에서 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연구소는 ‘마법’을 연구하는 곳이니까.


철수 일행이 한 연구실 문 앞에 섰다.


문 옆에 [수석연구원 리제 마이트]라는 명패가 붙어있었다.


나비가 아스모를 앉은 채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아빠, 아스모가 이상해요. 아까부터 부르르 떨려요.”


“오줌 지릴 수도 있으니까 안 묻게 앞으로 안아.”


“네.”


“도망칠 수도 있으니까 못 도망가게 꽉 잡고 있어. 뒷덜미 잡으면 좀 더 수월할 거야.”


나비는 아스모의 배가 정면에서 훤히 보이도록 자세를 바꿨다.


그러고는 한쪽 손으로 아스모의 뒷덜미를 움켜쥐었다.


[오줌 안 싸! 안 싸니까 똑바로 안아줘. 그 여자에게 내 땅콩이 보여진다고!]


노크하기도 전에 문이 옆으로 지잉 열리더니 뺑뺑이 안경을 쓴 적발에 적안의 여자가 튀어나와 철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안경을 벗어들고 철수 가슴팍에 볼을 부비적거렸다.


“주군, 오랜만이네요! 어째서 그동안 안 온 거예요?”


리제 마이트.


‘왼쪽 날개’의 한 명으로 아에로크 제국에서는 ‘은둔현자’로 불리던 여자였다.


그녀의 나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는데, 겉보기로는 20대 중반으로 보였다.


그녀는 고대 유물에 관심이 많았다.


1000년 전, 마황이 인계로 쳐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남기고 간 유물들을 찾아 연구하는 것이 그녀의 취미이자 일상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동그랗고 납작한, 생전 처음 보는 재질의 통을 발견한다.


한참 연구한 끝에 그것이 소환 버튼이라는 걸 알아냈다.


소환자의 마나 손실 전혀 없이 마족을 인계로 소환하는 엄청난 물건이었다.


리제는 안전을 위해 아에로크 제국 북쪽에 있는 갈색 산맥에 연구실을 만들었다.


그곳에는 몬스터가 워낙 많아서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었으니까.


여기서 대폭발이 일어나 봐야 본인과 몬스터들만 휘말릴 테니 최적의 장소였다.


그때부터 리제는 두문불출하며 버튼을 연구했고 마침내 고치는 데 성공한다.


고쳤으면 사용해 보는 것이 인지상정.


리제는 버튼을 작동시켰고 그때 소환된 게 마계 제2 마왕 아스모였다.


철수가 양손으로 리제의 머리를 잡고 옆으로 떼어냈다.


공포에 질린 아스모가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아까보다 더 난리 부르스를 췄다.


“꺄아아! 우리 마왕님! 너무 귀엽다.”


아스모가 달아나려고 바동거렸다.


그러자 나비는 느슨하게 쥐고 있던 목덜미를 더 세게 잡았다.


순간, 아스모는 입을 떡 벌린 채 얼음처럼 굳었다.


‘이상하다. 어째서 뒷덜미가 잡히면 이렇게 무력해지는 걸까? 제기랄!’


리제가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발그레한 얼굴로 활짝 웃었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에 광기 비슷한 것이 맺혔다.


“어머, 우리 마왕님. 땅콩도 너무 귀엽다.”


그녀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분명히 목표는 아스모의 땅콩이었다.


[시, 싫어! 고소할 거야!]


다행히 알맞은 타이밍에 철수가 그녀를 제지했다.


“리제, 메인은 여기 있는 나비야.”


“안녕하세요?”


리제가 얼른 안경을 쓰고는 나비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살폈다.


“오호. 신기해. 으흠. 이런 게 가능하구나. 오오, 좋아. 좋아.”


그녀는 혼자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문득 철수를 쳐다봤다.


“얘 조사해봐도 돼요?”


“어, 그러라고 데려온 거야.”


“조사하다가 죽으면요?”


철수가 엄지와 검지로 자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죽이면 안 돼. 아프게 해서도 안 돼.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 실험도 안 되고.”


“주군! 그래서 무슨 조사가 되나요?”


“명심해. 얘 죽으면 나 화낸다.”


“쳇, 알겠어요.”


리제는 아쉽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고는 수첩을 꺼내 뭔가 끄적이며 중얼거렸다.


“그럼 이것도 못하고. 이것도 못하고. 이건 해도 되나? 안 죽으면 그만이잖아.”


철수가 무표정한 얼굴로 나비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쟤는 보기에 저래도 생각보다 덜 이상해. 안 이상하단 말은 못 하겠고.”


“네······.”


“난 잠시 다녀올 데가 있으니까 여기 있어.”


***


루나 보육원이 보이는 골목.


철수가 팔짱을 낀 채 무영이 정리한 자료를 살폈다.


“건물이 생각보다 깔끔하네.”


“네, 주군. 들어오는 후원 금액이 상당한 것 같았습니다. 현물 후원도 많고요.”


“요즘 같을 때 후원이 쉬운 게 아닐 텐데······.”


무영이 원장 신상이 나온 페이지로 직접 넘겨주고는 다시 한걸음 물러섰다.


“황금조 원장이 후원받는 능력 하나는 탁월한 것 같습니다. 누구든지 원장실에 가서 대화만 조금 하면 그날 바로 후원금을 쏜다더라고요.”


폐지 주워 생활하는 할머니도 황금조와 이야기를 나눈 뒤 전 재산인 30만 원을 후원했다는 건 동네 사람들 모두 잘 아는 이야기였다.


“흑마법사 같지는 않은데······.”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검은 아이들의 관리자이니 뭔가 있긴 할 겁니다.”


“그렇겠지. 뭐, 직접 보면 답이 좀 나오지 않겠어? 시간 얼마나 남았지?”


“네, 주군. 약속 시간 5분 전입니다.”


철수는 무영과 자신에게 인식저해 마법을 걸었다.


현대 사회에 맞게 개량한 것으로 사람에게보다 기계에 더 영향을 주는 마법이었다.


보육원까지 가는 동안에도, 그 안에서도 CCTV에 두 사람의 모습은 잡히지 않을 터였다.


철수가 갑자기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더니 포장을 벗겨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와이셔츠 단추를 두어 개 풀고 겉옷을 벗어 팔에 걸친 다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어때? 졸부 양아치 아들 느낌 나?”


“네, 주군. 완벽합니다. 돈만 안 많았다면 줘패고 싶다는 마음이 몽글몽글 솟습니다.”


딱 원하는 인상을 주는 것 같지만 어째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흠······. 뭐, 일단. 가자.”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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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028화 – 격돌, 0번 경호팀 VS 경호 3팀(1) 24.02.09 150 5 10쪽
27 027화 – 현대의 마법사 24.02.08 184 5 11쪽
26 026화 – 후원금을 빨아들이는 남자 황금조 24.02.07 175 6 11쪽
» 025화 – 은둔현자 리제 마이트 24.02.06 191 6 11쪽
24 024화 – 철수, 득녀 24.02.05 22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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