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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버터바 님의 서재입니다.

9클래스 대마법사 전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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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버터바
작품등록일 :
2024.01.15 17:35
최근연재일 :
2024.02.21 17:56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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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720

작성
24.02.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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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0화 – 자존심은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DUMMY

바지를 입고 온 바포메트가 짝다리를 짚고 섰다.


모양 빠지게 몇 대 얻어터지고 바지를 입고 온 그였지만, 마왕급 마족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 다소곳하게 서는 건 허락하지 않았다.


철수가 팔짱을 낀 채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괜히 찔린 바포메트는 아주 조금씩 발을 움직여 바른 자세로 섰다.


손에 초록색 기운을 두르고 마왕급인 자신을 거침없이 두들겨 팰 수 있는 인간.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초록손 배틀힐러 밖에 없었다.


‘질풍노도의 찰스 마이어스. 정말 그 녀석이라고?’


그는 저쪽 세계의 인물이다.


그런 재앙 같은 인간이 이 세계에도 있는 것일까?


바포메트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허리를 곧게 세우고 어깨를 쫙 폈다.


“이 몸은 바포메트, 마계의 마왕···.”


“...의 아들이지.”


철수의 말에 네모난 바포메트의 동공이 가늘게 떨렸다.


“너, 설마 질풍노···.”


“뒤의 말까지 하면 뒤진다.”


“.......”


바포메트는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


위대한 포메트 마왕의 아들, 12마왕에 공석이 생기면 다음 마왕으로 유력하다 점쳐지는 자신이었다.


감히 마계 왕족의 몸에 손을 대다니.


건방진 자식, 본때를 보여줘야겠네!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철수의 주먹이 너무 아팠다.


태어나서 그렇게 아프게 맞아본 건 처음이었다.


칼에도 찔려보고 도끼에도 찍혀봤지만, 저 인간의 주먹은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격통을 줬다.


바포메트가 숨을 고르고는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쪽 세계 녀석이 왜 여기서 이 몸의 일을 방해하는 거냐!”


순간, 바포메트의 눈앞에 별이 번쩍였다.


철수가 힘껏 그의 뺨을 갈긴 것이었다.


“마왕. 나에게 반말해도 되는 건 딱 거기까지야.”


“이 몸은 마왕자다!”


그의 외침에 철수가 한 번 더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


철썩.


바포메트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인간 주제에 감히 최고위급 마족인 왕족의 뺨을 때리다니.


와, 진짜 자존심 상하네.


초록손 배틀힐러건 뭐건 확 들이받을까?


그리 생각했더니 철수가 자신을 피투성이 될 때까지 두들겨 패고 치유 마법을 걸어준 다음 또 두들겨 패는 미래가 그려졌다.


‘아바마마의 명을 따르자. 무서워서가 아니다. 아바마마의 뜻을 거스르는 불효자가 되기 싫을 뿐. 뒤도 보지 않고 도망가긴 틀렸으니 일단 장단을 맞춰주지. 미천한 인간!’


자기 합리화에 성공하자 마음이 좀 편해지는 바포메트였다.

그가 이를 악물고 다시 물었다.


“이 몸의 일을 방해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철썩.


철수가 아까보다 더 세계 뺨을 후려쳤다.


“자, 잠깐만···요! 반말 안 했는데 왜···?”


“질문은 내가 하는 거야. 넌 대답하는 쪽이고.”


바포메트는 시큰할 정도로 이를 꽉 물었다.


‘아바마마 명만 아니었어도! 분하다!’


“알겠습니다. 질문이 무엇입니까?”


그의 태세 전환이 마음에 들었는지 철수의 눈빛이 살짝, 아주 살짝 누그러졌다.


“너 여기로 소환된 거냐?”


바포메트가 당연한 걸 묻느냐는 얼굴로 철수를 쳐다봤다.


“그렇습니다.”


‘그래, 이 새끼야!’


그는 비굴해 보일 만큼 정중한 존댓말로 답하고 있었으나 속으로는 반말에 욕도 섞어가며 정신 승리를 하고 있었다.


“왕족급을 소환하려면 마나가 꽤 많이 필요했을 텐데, 어떻게 마련한 거지?”


“모릅니다. 소환했으니까 응했을 뿐입니다.”


“소환사는 어디 있는데?”


“모릅니다. 소환했으니까 응했을 뿐입니다.”


철수는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는 바포메트 꼴에 화가 울컥 치밀었지만 한 번 참았다.


“그래. 그건 그렇다고 치고, 배유미는 왜 노리는 거야?”


“모릅니다. 소환했으니까···.”


철수가 바포메트의 턱을 움켜쥐었다.


“다음 말은 잘 생각하고 뱉어라.”


“.......”


바포메트는 이 상황에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수치스러워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


사기꾼 취급을 받긴 하지만 그는 마계의 왕자.


이쪽 세계에서 사탄숭배자들에게 신 비슷한 거로 받들어지기까지 하는 그였다.


‘이대로 당하기만 할 수는 없다!’


바포메트는 가만히 양 뿔에 마기를 모았다.


5초.


5초면 눈앞의 건방진 인간을 터트려 죽일 만큼 충분한 마기가 모일 터였다.


이 정도로 가까운 거리라면 피하지도 못하고 절명할 터.


철수는 여전히 그의 턱을 움켜쥐고 짜증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천 년 같은 5초가 지났고 바포메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죽어라, 늙어빠진 사춘기 마법사 새끼야!”


[검은 벼락]


꽈르릉.


그의 뿔에 강한 기운이 응축되며 불길할 정도로 검은 벼락이 철수 얼굴을 향해 뻗어나갔다.


순간, 바포메트는 당황했다.


철수가 그의 턱을 쥔 채, 다른 손으로 벼락을 낚아챈 것이었다.


“어···. 그걸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건가?”


바포메트가 묻자 철수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러게. 이게 되네?”


회심의 일격, 검은 벼락이 번개 모양의 창이 되어 철수 손아귀에 붙들려 있었다.


파지직.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검은 벼락이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려는 듯 마구 요동쳤다.


태어날 곳으로 돌아가려는 본능, 철수는 그런 연어의 모습이 싫지 않았다.


그래서 검은 벼락을 태어난 곳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그가 검은 벼락 끝으로 바포메트의 뿔 사이를 푹 찔렀다.


파지직.


검은 전기 다발이 살아있는 촉수처럼 바포메트의 전신을 휘감았다.


“끄아아! 왜! 왜 너는 멀쩡한데에에에!”


아파 죽을 것 같았지만 도대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감전되어 몸 안의 피가 끓는 기름처럼 튀고 있는데, 자기 턱을 잡은 철수는 그저 평온하기만 했다.


제한된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이었다.


철수를 죽일 생각으로 쓴 마법이니 그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덕분에 바포메트는 겉은 물론이고 내장까지 새카맣게 탔다.


피가 끓어오른 터라 혈관인들 온전할까?


아무리 마족이 튼튼하다지만 이 정도 망가졌으면 곧 죽는다고 봐야 했다.


그가 왕족급이 아니었다면 벌써 몇 번이나 죽었을 거였다.


스르륵 눈이 감기려는데 초록색 희뿌연 것이 눈앞을 왔다 갔다 했다.


그러고는 철수의 목소리가 그의 고막을 파고들었다.


“멋대로 죽는 건 곤란해. 아니, 소환된 거니까 송환되고 말겠구나. 그럼 더 곤란하지.”


[힐]

초록색 기운이 바포메트 몸으로 스며들었다.


찢기고 터져나간 혈관이 재생되었고 새카맣게 탄 내장과 피부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고불고불 아프로 가발처럼 볶아진 하반신의 털과 대가리의 털들도 스르륵 펴지며 윤기가 흘렀다.


철수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바포메트의 네모난 눈동자를 응시했다.


“다 나았네?”


“그, 그러네요. 하하.”


바포메트는 너무 무서웠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그의 자랑스러운 사타구니의 그것도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아까 잘못 들은 건지 모르겠는데 ‘죽어라, 늙어빠진 사춘기 마법사 새끼야!’라고 했던 거 같은데. 맞지?”


토씨 하나 빠지지 않고 정확히 들어 놓고 능청이라니.


“아, 아니 그게.....”


문득, 철수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하아···. 너 바지 입고 오라고 했는데, 또 벗고 있네?”


“예? 아니, 아니. 아까 전격에 감전되면서 바지가 타버린 건데요?”


“그 전격은 누가 쏜 건데?”


“그거, 제가 쐈네요?”


사기꾼은 어지간해서 굴복하지 않는다.


두들겨 팬다고 해서 사실을 말한다면 가짜 사기꾼이다.


진정한 사기꾼은 목이 떨어질 때까지 사기를 친다.


“개인적으로 참 고맙다. 영역 결계를 쳐줘서 말이야. 마음껏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몰라.”


철수의 손끝으로 마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무슨 마법을 쓰려는 건지 몰라도 치유 마법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바포메트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방어해? 막았다고 더 때릴 거 같은데! 피해? 피할 수나 있나! 그냥 맞아? 그 방법 밖에 없나!’


그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어째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허공에서 새된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까지만 하시죠, 찰스 마이어스 씨.]


갑자기 바포메트의 몸이 고운 입자가 되어 사라락 흩어졌다.


송환된 것이었다.


철수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이 목소리를 어찌 잊을까.


엘리스가 죽던 날, 그 영혼이 갈기갈기 찢겨 사방으로 흩어졌던 그때 들었던 목소리였다.


“너, 여기에 와 있었구나!”


[이거 참 반갑습니다. 아주 오랜만이지요? 차원을 왔다 갔다 하느라 시간 개념이 좀 혼란스럽긴 하겠지만.]


“여기서 또 무슨 짓을 꾸미는 거야?”


[글쎄요. 제가 워낙 꾸미는 일이 많아서 어떤 걸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철수는 대화를 이어가며 최대한 기감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도대체 어디에서 들리는 소리인지 잡아낼 수가 없었다.


바포메트가 마계로 돌아갔는데도 아직 영역 결계가 작동하고 있었다.


그건, 영역 결계를 친 게 바포메트가 아니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소리의 주인이 마족이라고 확정지을 수는 없었다.


영역 결계는 철수 본인도 할 수 있는 마법이니까.


“너, 내가 반드시 찾아낸다.”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거, 찰스 마이어스가 이 세계에서 와 있다니 너무 좋습니다. 슬슬 지루해지고 있던 참이었거든요.]


“나 찰스 마이어스야. 내가 너 못 찾을 거 같아?”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당신이 절 찾아내는 날을 진정 기쁨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철수가 슬쩍 아스모를 쳐다봤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아스모 역시 철수와 마찬가지로 목소리가 나는 곳을 찾고 있었으나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오해는 하나 풀고 가시지요. 배유미 씨의 일은 저는 물론이고 바포메트 왕자도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위해 일하는 친구가 꾸민 일이지요. 물론, 저를 위한 일이기도 했습니다만.]


“그걸 믿겠냐?”


[믿지 않으셔도 어쩔 수 없지요. 그래도 사실입니다. 찰스 씨가 개입한 이상 아무 진전도 없을 듯하니 친구에게는 이쯤에서 손을 떼라고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우에게 주는 선물이랄까요?]


“친우라니, 그런 역겨운 소리 집어치워.”


[하하하! 찰스 씨는 한결같아서 참 좋습니다. 어쨌든 약속드리지요. 배유미 씨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촬영은 말 그대로 강행군.


다음 날 새벽까지 촬영이 이어졌다.


유미는 RT엔터의 간판 스타답게 배역을 잘 소화해냈고 촬영을 마쳤을 때 감독이 ‘판타스틱’이라는 말을 연발하며 그녀를 칭찬했다.


촬영장 뒷정리는 제작사가 할 일.


유미는 복귀를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대기실에 들어갔고 철수와 아스모는 차를 가지러 가는 길이었다.


아스모가 폴짝 뛰어 철수 어깨에 올라탔다.


[정말 그 후로는 아무 일도 없었네. 자기가 한 말은 지킨다는 건가?]


“모르지. 그래서 손을 뗀 건지, 원래 계획이 발터까지였는지.”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일단 좀 쉬자. 그다음에 흑마법사들을 찾아내서 족쳐보자고. 뭐 하나는 나오겠지.”


철수가 차에 시동을 거는데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무영이었다.


“어, 무영아.”


[충성! 주군, 무영입니다.]


“내가 ‘어, 무영아’하고 받았잖아. 에휴, 아니다. 어쨌든 왜 전화했어?”


[저한테 맡기신 아이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나비 말이야?”


[네, 주군. 좀 와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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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031화 – 찰스 마이어스 VS 아스모데우스(1) 24.02.16 108 5 12쪽
30 030화 – 아주 성실한 9클래스 대마법사 24.02.15 128 5 12쪽
29 029화 – 격돌 0번 경호팀 VS 경호 3팀(2) 24.02.14 138 4 11쪽
28 028화 – 격돌, 0번 경호팀 VS 경호 3팀(1) 24.02.09 155 6 10쪽
27 027화 – 현대의 마법사 24.02.08 186 6 11쪽
26 026화 – 후원금을 빨아들이는 남자 황금조 24.02.07 179 6 11쪽
25 025화 – 은둔현자 리제 마이트 24.02.06 195 6 11쪽
24 024화 – 철수, 득녀 24.02.05 225 6 11쪽
23 023화 – 모기 잡아라 24.02.04 224 8 12쪽
22 022화 – 이상한 포로 +2 24.02.03 245 8 11쪽
21 021화 – 검은 아이들 24.02.02 282 10 12쪽
» 020화 – 자존심은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1 24.02.01 287 11 12쪽
19 019화 – 최면 전문가의 위엄(2) 24.01.31 302 11 11쪽
18 018화 – 최면 전문가의 위엄(1) 24.01.30 338 11 11쪽
17 017화 – 청순미 넘치는 심판의 천사 +3 24.01.29 391 11 10쪽
16 016화 – 갑질 혹은 음모 24.01.28 403 12 11쪽
15 015화 – 영혼의 회수꾼 리퍼(2) +1 24.01.27 448 11 12쪽
14 014화 – 영혼의 회수꾼, 리퍼(1) 24.01.26 479 11 11쪽
13 013화 - 아에로크 제국, 최고 암살자 쉐도우(2) 24.01.25 481 11 11쪽
12 012화 – 아에로크 제국, 최고 암살자 쉐도우(1) 24.01.24 571 13 11쪽
11 011화 – 중대장은 실망했다 24.01.23 574 13 10쪽
10 010화 – 잭 더 리버 24.01.23 589 14 10쪽
9 009화 – 엄마는 흑마법사 24.01.22 614 13 12쪽
8 008화 – 배틀힐러의 기술은 고문에 최적화되어 있다 24.01.21 639 15 11쪽
7 007화 - 마나의 흔적이 느껴지는 평범한 여자 24.01.20 664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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