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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unsung 님의서재입니다.

계약자 가문의 검술 천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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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sung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8
최근연재일 :
2023.05.18 18:0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90
추천수 :
9
글자수 :
62,207

작성
23.05.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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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 배치고사 예선(1)

DUMMY

배치고사의 예선을 위해 고사장으로 출발하는 날이 되었다.

어느 날보다 훨씬 더 긴장한 에밀리의 도움을 받아 준비를 마쳤을 때쯤, 브론이 나를 찾아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도련님.”


레나와의 대련 이후 나를 대하는 브론의 자세는 한결 더 깍듯해졌다.

제대로 된 실전 경험조차 없는 내가 기재인 레나를 꺾어버렸으니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일이었지만, 너무나 깍듯한 그 태도에 오히려 내가 부담을 느낄 정도였다.

안 그래도 우직했던 브론이었기에, 나는 조금이지만 그때의 일을 후회했다.


‘적당히 할걸.’


오랜만에 다른 사람과 검을 나눈 탓에 흥이 너무 올라 생각해뒀던 것 이상의 수준을 보이고 말았다.

다행히 호감을 느낀 상대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의 특성상 내 재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나는 브론을 보며 쓰게 웃었다.


“같이 못 가게 되어 아쉽군.”

“다른 업무로 배정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렉이 돌아오면서 브론의 대리 역할은 끝났고, 본래의 임무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사실상 내가 랭킹전을 준비하면서부터 봐온 것은 브론이었기에, 그와 같이 가지 못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렉 경은?”

“도련님께서 이용하실 마차를 확인 중이십니다.”


제롬이 이번에도 무슨 수작을 부렸을지 모른다며 샅샅이 뒤지고 있다는 모양이다.

그는 저택으로 돌아온 내내 과하다 싶을 만큼 내 안전에 신경 쓰고 있었다.

좀 지나치다 싶은 때도 있었지만, 그만큼 내가 당했던 일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그 이해심은 그렉이 가져온 마차를 보자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조금 과하지 않나?”


마차가 화려해도 너무 화려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귀하신 분이 타고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

차마 이것을 타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소심하게 항의해보았지만, 그렉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뭐를 위해서?

위대하신 도련님의 품위를 위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브론이 설명을 덧붙였다.


“고사장에서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려면 저 정도 마차는 되어야 합니다.”

“어째서지?”

“참가에는 자격이나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자, 그렉이 브론에게 물었다.


“예선전에 대해 설명해 드리지 않은 건가?”

“도련님께서 시험의 기본적인 것 외에는 밝히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브론의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알고 있으면 재미가 없지 않나?”


석달 전에 같은 말을 했다면 아무리 그렉이라도 엄하게 나를 타일렀을 것이다.

제대로 뛰지도 못할 만큼 골골대던 내가 하기엔 너무나 오만한 말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미 나를 더없이 높이 평가하는 그렉과 브론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고사장으로 가서 확인하시죠. 직접 보신다면 곧바로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에 어쩔 수 없이 마차에 올랐다.

그렇게 하루 걸려 고사장에 도착할 때쯤,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그곳에 몰려있었기 때문이다.


“이 많은 사람이 모두 도전자라고?”

“그렇습니다.”


본선도 아니고 고작 예선을 구경하기 위해 여기까지 오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브론의 설명이었다.

나는 조금 질린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실력에 웬만큼 자부심이 있는 인간들은 죄다 참여한다더니, 설마 이 정도로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기야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면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지.’


퀘스트 몇 번만 수행해도 신체 능력이 쑥쑥 오르고, 거래를 사용하면 신체 능력이 몇 배는 뻥튀기되니, 자신 있게 랭킹전에 도전할 만도 했다.

그리고 자신감은 때로 자만이 되기도 했다.

비대해진 자존심에 여기저기서 서로 시비가 붙어 고성이 오갔고, 그 꼴을 보고 있자니 비싼 마차를 타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칫.”

“또 어딘가의 도련님이시군.”


마차를 본 도전자들이 투덜대면서도 알아서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귀족 가문에는 랭커가 소속되어있기 때문에, 괜히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불필요한 분쟁을 피한 것만으로도 마차를 타고 온 보람이 있었다.

덕분에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밖을 살피던 나는 뒤늦게 한가지 걱정이 들었다.


“예선이 끝나려면 며칠은 걸리겠군.”


어림잡아도 천 단위는 되어 보이는 인파다.

아무리 시험 감독관이 많다고 해도, 이만한 규모의 인원을 단시간 내에 소화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지루한 시간만큼은 보내고 싶지 않았기에 걱정했으나, 그렉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확신에 찬 그렉의 답변에 나는 시험의 내용이 그런 종류의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하기야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닌데, 다 대책이 있겠지.’


대체 그 수단이라는 게 무엇일지 벌써 기대가 되는 가운데, 소란스러움을 뚫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선에 참가하실 분들은 모두 이쪽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리 큰 소리로 외친 것이 아님에도, 그 내용은 외부의 소리와 섞이는 일 없이 머릿속에 그대로 들어왔다.

심지어 나는 마차에 있었음에도 그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어느 곳으로 향했고, 거기엔 깃발을 들고 있는 사내가 서 있었다.


‘이런 종류의 권능도 있군.’


나는 조금 전의 그 목소리가 권능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마법사의 텔레파시와 같은 효과를 가졌지만, 성좌의 마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알면 알 수록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이만 가보겠네.”

“도련님.”


마차를 내려 시험장소로 향하는 나를 그렉이 불러세웠다.


“이걸 받으십시오.”


그렉이 건네준 것은 한 자루의 검이었다.

명품임을 증명하듯 무기고에서 대충 집어온 내 것과는 때깔부터가 달랐다.

검날을 꺼내 확인해 본 나는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좋은 칼이군.”

“리안 공방의 물건입니다. 어지간해서는 부러지지 않을 겁니다.”


그렉의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칼의 품질은 대단히 훌륭했다.

내가 활동했던 시기의 명검들이 볼품없어질 만큼.


‘세월이 흐르며 발전한 것은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겠지.’


허리춤에 검을 매자, 그렉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좋은 결과를 바라고 있겠습니다.”

“다녀오겠네.”



*



예선에 도전하는 도전자들은 깃발을 든 사내를 따라 걷고 있었다.

대략 천여 명은 될법한 인파를 따라가면서, 나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이대로 시험을 치를 셈인가?’


많아도 너무 많다.

이만한 규모라면 사고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어떻게 시험을 치를 것인지 더욱 기대가 증폭되었다.

깃발을 든 사내를 따라 계속 이동하자, 어느새 우리는 언덕 앞에 도착해 있었다.

사람들이 멈춰 서자, 다시금 예의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첫 번째 시험입니다. 저 언덕을 넘어 다음 시험 장소로 도착하면 됩니다. 다만 언덕을 넘지 않고 우회하는 것은 실격 사유에 해당합니다.]


시험의 내용을 들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언덕은 제법 높이가 있는 편이긴 했지만, 그 경사가 완만하여 넘는 것 자체는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계약자는 커녕 평범한 사람이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그렇기에 배치고사의 시험이라기엔 너무 간단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던 나는 주변의 분위기를 보고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뭔가 있나 보군.’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벌써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개중에는 숨을 고르며 정신을 집중하는 이도 있었다.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10초간 움직이지 않는 분은 실격처리됩니다.]


감독관의 말과 함께 시험이 시작되었다.

도전자들이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지만, 선착순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 누구도 서두르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주저하며 발이 느려지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언덕을 올라 그 너머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을 때,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쿠오오


산과 같은 크기의 인간이 이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원초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인간.


‘거인족?!’


깜짝 놀라며 검을 잡았던 나는 곧바로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멀리서 보아도, 그 모습은 살아있는 생물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석상···?”


거인의 정체는 원본의 모습을 본떠 만든 석상이었다.

다시 보니 그 크기도 거인족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정교한 모양새는 물론이고, 실제 거인족의 것과 같은 기운까지 뿜어내고 있었다.

피식자였던 인간의 본능 깊숙이 내재된 근원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기운.


‘저건 대체···.’


거인족 석상에 반응을 보인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다만, 적개심을 느낀 나와 달리, 주변의 다른 이들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으···으아아···.”

“크윽···!”


겁에 질려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위축되어 떠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나온 것이다.

거인족을 마주했던 사람들이 보였던 공통적인 반응이었다.

그것을 본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좋지 않은데.’


이만한 규모의 인원이 모여있는 곳에서 대규모로 혼란에 빠졌을 경우,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제아무리 신체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밀집된 인파는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슨 수를 써야겠다 생각하며 마나를 끌어 올리던 중, 이변이 일어났다.


“나, 나는 그만두겠어!”


눈물까지 흘리며 덜덜 떨던 사내였다.

그 외침과 함께 그의 몸에 푸른 기운이 어리더니,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내의 주변을 감쌌던 마력의 흐름이 이동한 곳을 쫓아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우리를 인솔했던 감독관이 서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옆에 사라졌던 도전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사라지고, 그곳에 나타나길 반복했다.

눈 깜짝할 사이 절반 이상의 인원이 그곳으로 이동해있었다.


‘텔레포트?’


아니, 다르다.

멀리 있는 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저만한 규모로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는 단언컨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떠올릴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하하.”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권능이라···. 이 시대의 주류를 차지할 만하군.’


텔레파시 정도라면 모를까, 다수를 대상으로 한 텔레포트는 대마법사라 불렸던 내 동료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성좌의 힘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


깃발을 든 감독관과 눈이 마주쳤다.


[포기하시겠습니까?]


내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던 것이 어느새 10초가 되어가는지, 감독관은 그렇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언덕을 넘어 다음 시험 장소에 도착한 인원은 고작 1할도 되지 않았다.

여전히 백 명 가량 되기는 했지만, 숨 막힐 듯했던 인파에 비하면 대단히 많이 줄어든 것이었다.


“...우윽.”

“젠장! 가까이서 보니 더 죽겠군.”


그래도 한 번 걸러낸 덕분인지, 거인상과 가까이 붙어있음에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쓸만한 이들만이 남아있었다.


‘확실히 이런 방식이라면 일일이 검사하지 않아도 되겠지.’


실력이 부족한 이들은 단번에 걸러낼 수 있는 효과적인 시험이었다.

아직 저 석상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것은 나중에 천천히 알아가면 될 일이었다.

첫 번째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 대상으로 한 신원 증명이 끝날때쯤이었다.

다음 시험을 기다리며 서 있자, 새로운 감독관이 나타났다.


“다음 시험을 위한 준비물을 나눠 드리겠습니다.”


감독관이 자루를 펼친 뒤 손을 휘젓자, 그 안에 담겨있던 내용물이 날아올라 도전자들에게로 향했다.

그것은 숫자가 적혀있는 번호표였다.


“파손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파손되어 신원을 증명할 수 없게 되더라도, 본 시험장에선 책임지지 않습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주변을 살피자,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 채 벌써 번호표를 내려다보는 참가자들이 보였다.

심지어 누군가는 두 손으로 꽉 쥐기까지 했다.

마치 번호표에 발이라도 달려 도망갈까 걱정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아무래도 이것이 다음 시험 내용과 연관이 있는 듯했다.


‘뭔가 특별한 거라도 있나?’


그렇게 생각하며 번호표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달그락


“...어?”


분명 손가락으로 집고 있던 번호표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감독관의 말이 들려왔다.


“시험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다음 시험이 시작될 때까지 번호표를 손에 넣으십시오”


그 말이 신호라도 되는 듯, 번호표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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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5. 배치고사 예선(2) 23.05.17 1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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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4. 대련(2) 23.05.15 23 0 14쪽
7 4. 대련(1) +1 23.05.14 25 1 14쪽
6 3. 수련(3) 23.05.13 25 1 14쪽
5 3. 수련(2) 23.05.12 27 1 12쪽
4 3. 수련(1) 23.05.11 24 1 12쪽
3 2. 랭킹전 23.05.10 30 1 14쪽
2 1. 환생 +1 23.05.10 39 2 16쪽
1 프롤로그 +1 23.05.10 44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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