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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unsung 님의서재입니다.

계약자 가문의 검술 천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Hwansung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8
최근연재일 :
2023.05.18 18:0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92
추천수 :
9
글자수 :
62,207

작성
23.05.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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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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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6쪽

1. 환생

DUMMY

요 며칠 델하우드 가문의 저택은 적막이 감돌았다.

가주의 첫째 아들인 대공자가 낙마 사고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청소 중이던 한 시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첫째 도련님, 깨어나실 수 있을까요?”

“힘들지 않을까?”


그 말에 누군가 대답했다.

눈매가 날카로운 시녀였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유리창을 닦고 있었다.


“멀쩡한 사람도 죽는 부상이라는데, 첫째 도련님이 버틸 수나 있겠어?”

“아···.”


불경한 말이었지만 어린 시녀는 감히 대꾸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눈치만 살폈다.

날카로운 눈매의 시녀는 기세를 탄 듯 말을 이어나갔다.


“주인어른도 이번 기회에 둘째 도련님을 후계자로 선언하시면 좋을 텐데 말이야. 그럼 더 이상 시끄러울 일도 없고.”

“그, 그러면 첫째 도련님을 지지하시는 분들이 반대하시지 않을까요?”

“글쎄? 첫째 도련님을 지지하는 건 다 늙은 노인네 몇과 전속 시녀 하나뿐인데 문제가 될까?”


첫째 도련님의 전속 시녀 이야기가 나오자, 안 그래도 날카롭던 그녀의 눈매가 더욱 사나워졌다.

그 기세에 먼지를 닦던 어린 시녀는 손을 덜덜 떨었다.


“하루라도 빨리 둘째 도련님이 후계자가 되셔야 우리도 이런 고생 안 하지.”


그녀가 말한 고생이란 건 숨죽여야 하는 지금의 분위기를 말한 것이었지만, 어린 시녀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와 같은 아랫사람에게 제일 무서운 건 둘째 도련님과 그 파벌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녀가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하지만 첫째 도련님도 나쁜 분은 아니잖아요.”

“나쁜게 아니라 물러터진 거지. 제 전속 시녀가 허구한 날 사고 쳐도 웃으면서 넘어가잖아. 분명 제대로 화내는 법도 모를걸?”


말이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린 시녀는 차마 뭐라 반박하지 못했다.

눈앞의 시녀가 둘째 도련님 파벌이자, 둘째 도련님을 모시는 기사와 애인 관계인 걸 알기 때문이었다.

날카로운 눈매의 시녀는 음산하게 눈을 빛내며 키득키득 웃었다.


“두고 봐. 나중에 끈 떨어진 그 애가 어떻게 될지.”


그 악의를 느낀 어린 시녀가 침을 꿀꺽 삼키자, 날카로운 눈매의 시녀가 어린 시녀를 쳐다봤다.

그녀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어때? 너도 이쪽으로 올래? 에말 경에게는 내가 말해줄 수 있는데.”

“아하하···. 생각해볼게요.”


에말에 대한 소문은 그녀도 알고 있었기에, 어린 시녀는 애매한 말로 답을 회피했다.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날카로운 눈매의 시녀가 무어라 말하려 했으나, 그들의 대화는 거기서 끊겼다.


“도련님이 깨어나셨어요!”


방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더니.’


설마 그 말이 죽음 이후에도 적용되는 것일 줄은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주변을 살폈다.

생전 처음 보는 풍경과 사람들의 얼굴은 낯설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익숙했다.

스스로도 모순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나의 정신과 육체는 서로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설마 빙의··· 아니, 환생을 하게 될 줄이야.’


나는 전생의 기억을 자각하고 있었다.

계기는 죽음, 정확히는 죽기 직전의 상태까지 간 것이었다.


‘생사의 경계에서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면 정말로 죽었겠지.’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내 몸은 본능적으로 마나를 운용해 생명 활동을 도왔고, 그 덕에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다만 이번 생의 자아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어져, 그 기억의 대부분을 잃고 말았다.

그렇기에 현재의 내 자아는 전생의 것이었다.

그나마 상태가 호전되면서 천천히 기억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이었다.


‘믿기 힘든 일이군.’


나도 온갖 별난 일을 다 겪었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환생이란 것은 그 정도를 넘었다.

문득 옛 동료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불신자를 위한 사후 세계는 없다고 했던가?

그렇게 말하며 개종을 권유하던 동료를 떠올리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이런 사후 세계라면 오히려 환영이지.’


전생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물론 돌이켜보면 후회할 일이 잔뜩 남지만,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과정 또한 인생의 즐거움이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삶을 갈망하게 되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였으니, 그런 점에서 나는 지금의 상황이 썩 마음에 들었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까?’


그렇게 새로운 삶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도련님.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신가요?”


시녀 복장을 한 여인의 말이 나를 상념에서 끌어올렸다.

내가 깨어났을 때부터 곁에 있던 여인이었다.


‘이름이 에밀리였던가?’


그녀의 이름은 기억해냈지만, 자세한 기억까지는 떠올리기 힘들었다.

그래도 그녀의 눈빛이나 목소리, 그리고 태도 등을 보아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제라면 그런 관계이기에 내 이상을 알아차릴 것이 분명하단 점이었다.

그렇기에 고민하던 나는 눈가를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구나.”

“...네?”


여러 방안을 떠올렸지만, 기억을 잃었다는 것만큼 적당한 거짓말이 없었다.

물론 이쪽도 이쪽대로 소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겠지만, 괜히 멀쩡한 척 행동하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는 것보다는 나았다.

내 말에 에밀리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 것이 보였다.


“이곳이 어디인지,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모르겠군. 팔다리가 앙상한 것이 내가 꽤 오랫동안 깨어나지 못한 건가?”

“그건 원래 그랬습니다.”

“그렇군.”


연기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말의 반쯤은 진실이기에 어색함이 없었다.

옆에서 내 상태를 살피던 노인 또한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는 의사였는지 내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도련님의 이름은 기억하십니까?”

“루카스라는 것은 기억한다.”

“이곳이 어디인지는요?”

“말했듯이 모르겠다.”

“델하우드라는 단어를 듣고 떠오르는 것은 없습니까?”

“전혀.”


여러 문답을 거칠수록 그의 표정은 심각해졌고, 에밀리는 다급한 얼굴로 의사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건가요?”

“아무래도 낙마 때의 충격으로 기억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구나.”


그는 내 머리를 이리저리 만지기 시작했다.

미약한 마력이 머리 안을 훑어내듯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한참을 살핀 뒤 의사가 조금 밝아진 표정으로 말했다.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어 보이는군요. 일시적인 문제일 수 있으니, 경과를 지켜봐야 할 듯싶습니다.”


당장 큰 문제가 될만한 것은 없다는 말에 에밀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곧바로 무언가를 떠올린 듯 의사에게 물었다.


“그럼 랭킹전은···.”

“아무래도 힘들겠지.”


의사의 말에 그녀는 어쩐지 기쁜 얼굴로 내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 리 없는 나로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랭킹전?’


어쩐지 신경 쓰이는 단어에 의아해하고 있을 때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방안으로 들어와 큰 소리로 외쳤다.


“가주님께서 행차하십니다!”


느닷없는 인물의 등장에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의사와 에밀리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가까이 붙었다.

그들의 표정이 굳은 것을 보아,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저벅 저벅


잠시 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방 안에 들이닥쳤다.

그 중심엔 누군가 서 있었다.

건장한 체격에 푸른 눈을 가진 중년의 사내였다.

몸에 흐르는 피 때문일까?

나는 본능적으로 그가 이번 생의 아버지임을 알 수 있었다.


‘사실 가주라는 것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조금 전 문답을 주고받으며 들었던 이름을 떠올렸다.

베람 델하우드.

델하우드 가문의 주인이자, 이번 생의 부친이었다.

혈육의 존재에 왠지 모를 반가움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가지가지 하는구나.”


차가운 목소리에 나는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어라?’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베람을 쳐다봤다.


“네 추태 때문에 바쁜 내가 이리 움직여야겠느냐?”


베람 또한 나를 보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차가운 시선으로.

그 눈동자에 담긴 것은 명백한 멸시였다.


‘아버지가 아니었나?’


순간 내가 뭔가를 착각한 건가 싶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눈앞의 사내는 내 부친이 맞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세상천지에 중상을 입었다 깨어난 아들을 저런 눈으로 쳐다보는 아버지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 내 생각이 표정에 드러났는지, 베람이 차게 웃으며 물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게냐?”


공기가 얼어붙었다.

시종과 가신들은 숨을 죽인 채 가주의 눈치를 살폈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베람 델하우드는 폭군이다.

그에게 직언할 수 있는 자는 아마 이 저택 내에 없을 것이다.

설사 그게 배우자나 자식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깨어난 아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도 못 해줍니까?”


그러나 내 알 바는 아니기에 퉁명스레 대꾸했다.

내 말에 사람들이 경악한 표정을 짓는 것이 보였다.

누군가는 놀라움을, 그리고 어떤 누군가는 곧 이어질 상황에 두려움을 느끼며 미리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만은 내게 걱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흐음.”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베람은 의아함이 담긴 표정으로 의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 부상으로 머리에 이상이라도 생긴 건가?”


달리 말하면 정신이 나갔느냐는 의미였고, 사실이었다.

루카스라는 정신 대신 내가 들어와 있었으니까.

의사는 급히 머리를 끄덕였다.


“충격으로 기억에 혼선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 하지만 곧 회복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의사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베람은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는 오히려 다른 것에 관심이 갔는지 턱을 쓸며 중얼거렸다.


“아쉽군. 차라리 두려움을 느끼는 기능이 없어진 것이라면 조금은 쓸만해 졌을 텐데.”


아들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기를 바라는 그 모습에 나는 피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베람은 그런 내 시선에 비릿하게 웃었다.


“차라리 기억을 찾지 못하는 편이 네게는 나을지도 모르겠구나. 적어도 랭킹전에서 볼썽사나운 꼴을 보일 일은 없을 테니까.”


베람은 그 말을 끝으로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그와 함께 왔던 사람들까지 우르르 나가자, 방은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것처럼 엉망이 되어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의사 또한 주섬주섬 짐을 챙겨 일어났다.

진료도 다 마쳤겠다, 오래 머물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도련님.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모셔다드리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의사와 에밀리마저 나서자 방은 조용해졌고, 나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뉘이며 눈을 감았다.


‘집안 꼴 한번 끝내주는군.’


새로운 삶도 그리 순탄치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버지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 걸 보아, 이곳에 오래 있어 봐야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이후의 일들을 곱씹던 나는 문득 한가지 단어를 떠올렸다.


‘랭킹전이라···’


에밀리와 베람이 공통적으로 언급했던 단어가 신경 쓰였다.

처음 듣는 단어임에도 이리 반응하는 것을 보아, 이번 생의 내게 무척이나 의미 있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형님. 깨어나셨군요.”


새로운 손님이 방문했다.

베람을 연상시키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소년이었다.

내 시선에 소년은 활짝 웃었다.

선한 인상에 마음이 놓일 만도 하건만, 나는 어째서인지 속이 뒤집히는 것을 느꼈다.

그 위화감의 원인을 찾으려 노력하던 나는 한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제롬.”

“아, 역시 기억을 잃었다는 건 거짓말이었나 보네요. 기억에 이상이 있으시다기에 걱정했는데···.”


그새 기억을 잃었다는 것이 알려졌는지, 제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에요. 혹시라도 기억 못 하시면 어디부터 설명해 드려야 하나 걱정했거든요.”


제롬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 다가왔다.

내 옆에 선 제롬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게 왜 이제 와서 랭킹전에 참가하려고 해?”


그제야 내가 느꼈던 불편함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을 멸시하는 아버지에게서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제롬의 이름만은 떠올릴 수 있는 이유.


“그리고 낙법 정도는 배워두지 그랬어? 적당한 부상 정도로 끝내려고 했던 건데, 머리부터 떨어지는 걸 보고 내가 얼마나 난감했는지 알아?”


그것은 바로 분노와 원망이었다.

나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흉.

새카만 감정을 억누르며 제롬에게 물었다.


“네가 한 짓이었나?”

“뭐야? 설마 몰랐어?”


이것 참. 순진한 것도 정도가 있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머리를 저은 제롬이 나를 보며 말했다.


“계약도 맺지 못한 형님이 랭킹전에 참여해봐야 집안 망신만 될 텐데, 그 꼴을 내가 어떻게 봐? 그냥 포기하고 얌전히 방에 처박혀 있어.”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제롬의 태도에 나는 어처구니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 그런 이유로 이런 일을 벌였단 말인가?

내가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도련님. 처방받은 약을 가져왔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제롬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사납게 번뜩이던 눈빛이 사라지고 다시 온순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에밀리가 들어왔다.

제롬은 그녀의 인사를 받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럼 몸조리 잘하세요, 형님. 랭킹전 힘내시고요.”


제롬은 그렇게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그 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처신 잘해.’


나는 허탈하게 웃는 것으로 대답했다.

제롬이 방을 나가는 것을 보며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대체 뭐하는 집구석인지.’


아비나 동생이나 내가 죽든 말든 신경 안 쓸 인간들이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었다.


‘기껏 새로운 삶을 얻었나 싶었는데 이래서야.’


그냥 떠날까? 어차피 신경도 안 쓸 것 같은데.

머릿속에 간단한 해결책이 떠올랐다.

저들에겐 애물단지가 사라지는 것이고 나는 나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으니,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러자니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나는 방을 청소 중이던 에밀리를 바라봤다.


“에밀리···라고 했던가?”


베람과 대치했을 당시 유일하게 나를 걱정하던 모습이나, 처방받지도 않은 약을 핑계로 제롬을 내보내는 일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에밀리는 확실히 내 편이었다.

어설프게 가구를 정리하던 에밀리가 고개를 들었다.


“네, 도련님. 뭔가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나는 잠시 망설였다.

쉽고 편한 선택지를 두고도 굳이 귀찮은 길을 걸어가야 하나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겠지.’


그냥 모두 잊고 떠나기엔, 이번 생의 자신이 불쌍했다.

한평생 멸시받다가 별것 아닌 이유로 죽어버린 자신을 애도하지 않으면 새로운 삶을 즐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현생의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랭킹전이란 것에 대해 묻고 싶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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