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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unsung 님의서재입니다.

계약자 가문의 검술 천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Hwansung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8
최근연재일 :
2023.05.18 18:05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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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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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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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07

작성
23.05.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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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3. 수련(3)

DUMMY

새벽이 밝았다.

눈을 뜬 나는 몸의 상태를 확인했다.

전날 한계까지 혹사했던 몸은 하룻밤 만에 완벽하게 회복되어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예상 못 했던 수준의 회복력이다.

지난 한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수련을 해오며, 이 불가사의할 정도의 회복력 덕을 많이 봤다.


‘원래대로라면 이틀에 한 번씩 하는 것이 정상인데.’


본래 내가 선택한 수련법은 신체와 마나를 모두 소모하는 운동으로, 지금처럼 매일 이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체의 부담과 피로, 그리고 마나의 회복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나란 생명으로부터 비롯되는 힘.

태생적인 마나가 많다는 것은 반대로 말해 생명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마나가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 그 효능을 볼 수 없었지만, 마나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몸 상태의 확인을 마친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주 재능이 없진 않군.’


고강도의 운동과 특유의 회복력을 통해 만든 몸은 보기 좋게 단련되어 있었다.

괜히 무가의 혈통이 아님을 증명하듯, 원래부터 골격과 근육을 타고난 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재능이 없었다면 아무리 나라도 한 달 만에 이 정도의 몸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몸이 준비되었다.’


이 정도면 슬슬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풀고 있으니, 그에 맞춰 방문 너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도련님. 아침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내 기상 시간에 맞춰 준비해온 에밀리였다.

처음에는 내가 수련한다는 것을 듣고 사색이 되어 걱정하던 에밀리였지만, 이제는 완전히 적응했는지 이렇게 매일 새벽마다 아침 식사를 가져오고 있었다.

나보다도 일찍 일어나 준비했을 그녀에게 감사하며 음식을 입에 넣었다.


‘요리 솜씨만 조금 더 좋았으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고마운 마음과 별개로 음식은 에밀리 본인이 만든 것인지 맛이 굉장히 애매했다.

정성을 봐서 먹고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주방장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요리를 만드느라 손을 베이고 화상까지 입은 사람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저 말없이 음식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다녀오마.”


식사를 마친 이후에는 곧장 연무장으로 향했다.

지난 한 달간 변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원래는 사람 하나 없이 텅 비어있던 새벽의 연무장.

그곳에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허억! 허억! 퀘스트 취소···.”

“비, 빌어먹을! 이런 걸 대체 어떻게···. 웨엑!”


드러누운 채 숨을 헐떡이거나, 토사물을 쏟아내는 이들.

한산했던 새벽의 풍경이 연상되지 않을 만큼 연무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연무장다운 분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퀘스트 때문이라고 했었나.’


퀘스트는 성좌가 멋대로 부여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계약자 본인의 의지에 따라 생성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누군가를 향한 호승심에 불타오르는 경우에는 상대와 동일한 업적을 세우거나, 당사자를 꺾으라는 퀘스트가 생성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호승심을 느낀 대상은 다름 아닌 바로 나였다.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저게 뭐 어려운 거라고.’


허약한 도련님도 해낸 일이니, 보다 우월한 신체 능력을 가진 그들은 더욱 쉽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들에게 성좌는 기꺼이 퀘스트를 부여했고, 당연하게도 성공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신체와 마나를 소모하며 한계까지 몰아넣는 훈련이다 보니, 일정 수준을 넘으면 큰 영향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중요한 건 정신력이지.’


흔히 정신력이라 부르는 인내와 집중력.

그것들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한계를 넘어가며 기르는 후천적 요소도 대단히 중요했다.

퀘스트를 수행하고 얻은 스탯 포인트로 손쉽게 신체 능력을 키워 온 계약자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래도 저들은 가능성이 있군.’


지난 한 달간 도전했던 이들은 수두룩했으나,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은 건 저들뿐이었다.

저들도 알아차린 것이다.

스탯 포인트로 손쉽게 성장하는 것과 스스로의 의지로 한계를 넘어서는 것 사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비록 퀘스트를 통한 성장이 훨씬 빠르고 확실하게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이런 방식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앗, 도련님이다.”

“도련님을 뵙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루카스 도련님!”


나를 발견한 이들이 몸을 일으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지난 한 달간 함께 고된 훈련을 해왔다는 동질감 때문일까?

그동안 무시당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저들은 나를 따르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승계 구도에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오셨습니까, 도련님.”


브론 또한 그런 인물 중 하나였다.

매일같이 새벽 연무장에 나오는 그는 저들처럼 도전하는 대신 가볍게 몸만 풀곤 했는데, 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나의 훈련을 보조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브론은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브론이었지만, 한 달간 보다 보니 그의 감정을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평소보다 진지한 얼굴인 그에게 물었다.


“내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제대로 된 수련을 시작한 이후, 브론은 내게 별다른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본인이 했던 말이 있기 때문인지, 그저 뒤에서 나를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내게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를 바라보던 브론이 고개를 숙였다.


“사죄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제 생각이 틀렸습니다.”

“....”

“도련님의 말씀대로였습니다. 옳고 그름은 제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한 달간 나를 지켜봤던 브론.

그 고된 훈련을 하루도 빠짐없이 해낸 나를 보며, 그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확률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내게서 가능성을 보았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내 선택을 따르고 돕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것이다.

나는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내 어찌 경의 마음을 모르겠는가? 나는 전혀 개의치 않으니 고개를 들게.”


내 말에 브론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보면 제롬의 제안에도 넘어가지 않았다고 했지.’


에밀리에게 전해 듣기에는 얼마 전 제롬에게 불려 가 어떤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 이후 브론에게 불합리한 조치가 내려졌다는 것 보면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던 모양.

그럼에도 전혀 내색하지 않는 것을 보면 브론이란 인물을 신뢰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에게 다음 단계에 대한 것을 말하기로 했다.


“마침 잘됐군. 수련에 관련하여 경에게 상담하고 싶은 것이 있었거든.”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이제 슬슬 다음 단계로 나아갈까 하네.”


내 말에 브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검술 말씀이시군요.”


지난 한 달간 체력은 충분히 길렀다.

이젠 검술을 익힐 때가 된 것이다.


‘이 정도면 그릇은 어느 정도 준비되었다.’


혹독한 단련과 풍부한 마나의 공급으로 완성된 육체는 놀라울 정도였다.

지금의 나를 보고 예전의 비실비실하던 도련님을 연상할 수 없을 정도.

물론 전생의 내 몸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그렇게 생각했다간 끝이 없었다.


‘3년 정도만 더 훈련에 매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당장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겠지.’


육체는 어느 정도 합격점을 줄 수 있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출발선에 서기 위한 준비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능력, 바로 검술과 전투 경험이었다.


‘제대로 알아봐야 해.’


내가 죽은 지 자그마치 수백 년이나 지났다.

그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내가 알던 모든 것들이 무의미해졌을지도 모른다.


‘내가 검술을 배우던 시기에도 수백 년 전 고수가 썼던 무예서를 읽을 일이 있었지.’


당대 최고 수준의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검객이 남긴 비급이었다.

그렇기에 무척이나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실망이었다.

무예서가 써진 시기는 무도가들간의 교류도 없이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던 시절.

기술의 유출은 죽음으로 이어지는 시기였기에, 지금은 별것 아닌 기본적인 기술조차도 비기라 불리던 때였다.

그렇다 보니 수백 년 전 최강자의 비전도 내가 활동하던 시기엔 그리 특출날 것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또 어떨지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수백 년 전 시대를 풍미했던 검술이 아니었다.

비주류로 밀려나 클래식 검사라고 불리는 이들이 계약자를 상대하기 위해 갈고 닦은 검술이었다.


‘나 혼자서도 가능은 하겠지만, 굳이 그럴 이유는 없지.’


전생의 기억이 있으니, 이 시대에 맞는 전투법은 어떻게든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수백 년간 수많은 인재가 닦아놓은 길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브론에게 상담한 것이었으나, 브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도련님께 가르칠 수 있는 것은 극히 기본적인 단계의 검술뿐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현재 델하우드에는 제대로 된 클래식 검술이 없기 때문입니다.”


델하우드는 지난 수백 년간 계약자를 배출해온 집안이다.

클래식 검사가 계약자를 상대로 갈고 닦은 검술이 있을 리 없었다.


‘이런 간단한 맹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하도 정신없이 지내서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브론이 말했다.


“제대로 된 검술을 익히시려면 외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순수한 검술을 익힌 검사를 스승으로 초빙하거나, 직접 가서 익혀야 한다는 것이 브론의 설명이었다.


“어느 쪽이건 지금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군.”


내 말에 브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단순하다.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외부에서 초청 강사를 초빙하던, 직접 찾아가 검술을 배우던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았다.


“기초 검술이면 충분하네.”


그런 내 말에 만족한 듯 브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나는 검 한 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생초짜다.

그런 내게 수준 높은 검술은 과분했다.

어디까지나 '루카스'에게 그렇다는 말이지만, 내게도 손해인 일은 아니었다.


‘기본기는 실력과 무관하게 아무리 연습해도 모자란 것이니까.’


게다가 아무리 전생의 지식이 있다고 해도, 손에 굳은살조차 박히지 않은 상태로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욕심이었다.

그렇게 검술 수련을 시작하기로 하자, 브론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이전에 도련님께서 계약자가 한 일을 클래식 검사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십니까?”

“그랬지.”


같은 기간이라면 계약자가 더 큰 성취를 얻을 수 있다던 말도 기억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검술에 재능이 있다고 가정했을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그저 마나를 바치기만 하면 되는 계약과는 다르다.

재능이 없다면 수십 년을 수련해도 경지에 오르지 못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열심히 연습한다 해도 재능의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다.

그렇게 말하는 브론을 보며 나는 능청스레 답했다.


“혹시 모르지. 내게 검술의 재능이 있을지도.”


나름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브론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말씀대로입니다.”


제대로 된 검술 수련을 해본 적이 없으니, 내 재능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베람이나 제롬을 생각하면 내게도 재능이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게 홀로 납득한 브론을 보며, 나는 이 우직한 기사에게 농담을 삼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검술 수련이 시작되었다.

그토록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기초 자세는 변치 않고 그대로였다.

방향에 따른 베기와 찌르기, 흘려내기와 막기.

너무나 기초적인 것들이었지만, 동시에 검술의 궁극이기도 했다.

그 어떠한 고급 기술이라도, 그 끝은 결국 베기와 찌르기로 끝나기 마련이니까.


‘아무리 반복 숙달해도 끝이 없는 것들이지.’


그렇게 나는 검술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고작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오랜만에 검을 휘두르는 느낌이었다.



*



루카스의 달리기에 관한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그를 구경하는 이들은 천천히 사라졌다.


“....”

“미쳤다.”


그러나 다시 루카스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 무리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이가 물었다.


“언제부터 시작했다고?”

“해가 뜨기 전부터.”


그 말에 몇몇 이들이 하늘을 바라봤다.

어느 새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루카스는 식사와 잠깐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마저도 손아귀가 찢어져 붕대를 감기 위함이었다.

사람들은 불가해한 것을 보는 얼굴로 루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러나 이것은 루카스에게 있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무엇을 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적성.

어떠한 행위를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가를 정하는 소질.

루카스는 그 모두가 최고 수준이었다.


좋아하는 일인데, 잘하기까지 한다.

즐겁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상황.

지루하고 때로는 괴롭기까지 한 반복 행위에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그걸 어떻게 하고 있어요?’


기인이어서도, 괴짜여서도 아니다.

그냥 할 만하니까.

혹은 재밌으니까 하는 거다.


루카스에게 있어선 검을 휘두르는 행위가 그랬다.

아직 부드러운 손바닥이 까끌까끌한 목검 손잡이에 벗겨져 피가 흘러도.

과한 운동량에 몸이 비명을 내질러도.

버틸만하다.

재미가 있다.


“....”


그렇게 루카스는 계속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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