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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unsung 님의서재입니다.

계약자 가문의 검술 천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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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sung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8
최근연재일 :
2023.05.18 18:0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85
추천수 :
9
글자수 :
62,207

작성
23.05.1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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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 수련(2)

DUMMY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상단전과 이어지는 통로를 뚫는 것은 성공했지만, 나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작업의 완료 시점이 예상보다 훨씬 늦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전생의 지식이 있다고 해도 새로운 마나의 맥을 뚫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지금의 몸도 내가 사용하던 것이 아니었기에 특히 그랬다.


‘배치고사까지 남은 기간이 석 달이라 했던가?’


첫 랭킹을 받기 위한 도전자들의 경합.

본격적인 랭킹전에 참여하기 위한 출발선이라 할 수 있었다.

석 달이라는 것도 내가 정신을 차렸던 당일 들었던 것이니, 지금은 그보다 더 적게 남은 상황.

절대 여유롭지는 않은 시간이었다.


“꾸물거리고 있을 틈이 없군.”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지난 며칠간 방 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기에, 지금 당장에라도 움직이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다.

그렇게 연무장으로 향하자 예상외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나의 검술 지도를 맡은 브론이었다.

브론이 의아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연무장에 오는데 다른 이유가 있는가?”


당연히 훈련하러 왔지.

그렇게 대답했으나 브론은 여전히 의구심이 가시지 않은 듯 재차 물어왔다.


“이 늦은 시간에 말이십니까?”

“아직 해가 떠있는데?”


그뿐인가?

기술이 어찌나 좋아졌는지, 연무장에는 어둠을 밝히는 마도구가 쫘악 깔려있었다.


‘그러고 보니 브론 외엔 훈련 중인 사람이 없군.’


얼마든지 야간 훈련을 할 수 있는 환경임에도, 이용하는 이가 전혀 없다.

나 때는 달빛 아래에서 훈련했는데.

요즘 것들은 참.

그렇게 투덜거리며 몸을 풀고 있으니, 브론의 말이 들려왔다.


“그렇다면 옆에서 보조하도록 하겠습니다.”

“말하지 않았나. 당분간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그런 말을 듣고도 먼저 손을 내밀어 준 브론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생각해놓은 일정을 맞추려면 다른 사람의 계획에 따르고 있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브론은 별 감흥이 없는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훈련의 방향이라도 공유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브론은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밖에 해본 적 없는 내가 세운 계획이란 것이 심히 우려되는지 그렇게 물어왔고, 차마 그것까지는 거절할 수 없었기에 순순히 대답했다.


“부족한 체력부터 기를 생각이네.”


내 말에 브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합격이었나 보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말한 그는 뒤로 물러나 나를 지켜보기 시작했고, 그 시선에 나는 브론을 돌아보며 물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그러고 있을 건가?”

“안될 이유라도 있습니까?”


내가 했던 질문을 똑같이 되돌려받자 할 말이 없었다.

한차례 고개를 저은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타닥 탁


조깅을 위한 속도가 아니었다.

온 힘을 다한 전력 질주였다.


‘우선 길러야 할 건 체력이다.’


만일 지금의 몸으로 제대로 된 실력자와 싸우게 된다면 몇 합 겨뤄보지도 못하고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갈 것이다.

아무리 마나로 신체 능력을 보강한다 해도, 기본적인 수준조차 갖추지 못한다면 한계가 있는 법이다.

검을 다루는 데 있어 힘과 속도가 전부는 아니지만, 최소한 출발선에는 서야 하지 않겠는가?


“후욱! 후욱!”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 새 해가 완전히 지고 마도구의 빛이 연무장을 밝히고 있었다.

연무장에 남아있는 사람은 브론과 연무장 관리인, 그리고 밝혀진 연무장을 보고 의아하게 여긴 병사 몇이었다.


“뭐야? 진짜야?”

“세상에···. 앗! 도련님을 뵙습니다!”


순찰중이던 병사들은 나를 보고 놀라며 인사했다.

허약한 체질 탓에 늘 방이나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던 내가 이 시간에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나는 바로 어제까지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던 몸이 아닌가?

그랬던 내가 이 시간에 뛰고 있다는 것에 놀라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인사를 받아줄 여유가 없었다.


“커헉! 헉!”


이 연약한 몸으로는 달리는 것만으로도 사력을 다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계획한 훈련은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는 만큼 상당한 고강도여서, 다른데 한눈을 팔 여유따윈 없었다.

속도를 높였다가 줄이길 반복하며 한계가 올 때까지 뛴다.

눈앞이 새하얗게 번지고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은 감각을 느끼면서도, 나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



“말려야하는 거 아니야? 저러다 쓰러지시면 어떻게 해?”


루카스의 뜀박질을 구경하던 이들 사이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루카스가 달리는 것을 봤을 때는 그저 놀라움을 느꼈을 뿐이다.

그 허약하던 도련님이 야밤에 달리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의외이기도 했고.

그러나 그 시간이 점차 길어지자 그들의 표정은 변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무리하시는 거 같기는 한데···.”


누가봐도 정상적인 운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루카스를 멈춰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면서도,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렇게 서로 눈치를 살피던 와중에도, 그들은 루카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니, 근데.’

‘어떻게 버티는 거지?’


곧장 숨넘어갈 것만 같은 몰골을 하면서도 계속 뛴다.

심지어 속도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것이 비정상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들은 그저 멍하니 루카스를 바라봤다.


“도련님께서도 생각이 있으시겠지. 일단 지켜보다 무리다 싶으면 나서자고.”


그렇게 말한 것은 선임 병사였다.

무예나 체력 단련에 조예가 없음에도 그가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당장 루카스의 검술 지도 대리인 브론이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저 양반이 먼저 나서겠지.’


괜히 전문가도 아닌 그들이 지레짐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브론도 심히 우려되는지, 한참 전부터 심각한 얼굴로 루카스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이미 루카스는 본인이 수행할 수 있는 운동량의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였다.

언제 갑자기 쓰러질지 모르는 일이기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후욱! 후욱!”


달려도 달려도 루카스가 쓰러지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병사나 관리인은 혀를 내둘렀다.


“도련님이 생각보다 체력이 좋으신데?”

“역시 델하우드의 피는 뭐가 다른가 봐.”


그들은 눈앞의 불가해한 일을 신비의 영역으로 넘기기로 했다.

그것이 평범한 사람의 반응이었다.


“어떻게 저런···.”


그러나 브론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루카스가 하는 것이 육체와 마나를 한계로 몰아넣는 훈련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체력과 마나를 가진 초인이라 해도 끝내는 지칠 수밖에 없는 소모성 훈련.

그것은 전문적인 지식과 충분한 체력, 그리고 마나가 뒷받침되어야만 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체질인 루카스가 그것을 하고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다.’


만일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힘든 일이었다.

마나는 어디까지나 신체의 활동을 보조하는 역할일 뿐,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마법사들부터가 그렇지 않던가?

그런데 그런 훈련을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게다가 평생 제대로 된 수련도 해본 적 없는 루카스가 하고 있다니?


‘분명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브론은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칼날을 삼키는 듯한 고통 속에 허덕이면서도, 루카스가 끝내 그날의 목표를 달성해냈기 때문이다.


“....”


숨을 몰아쉬고 있는 루카스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병사들과 시종은 물론이고, 브론마저도 불가사의한 생물 보듯 루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시선을 뒤로하고 루카스는 비척대며 방으로 돌아갔다.



*



방으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자리를 잡아 눈을 감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피로감이 몰려들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마나를 필사적으로 운용하며 버텼다.

지금 잠이 들어버리면 본래 목적의 절반밖에 달성하지 못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성공했군.’


마법사를 방불케 하던 막대한 마나가 한 줌밖에 남지 않았다.

그 정도로 혹독한 훈련이었다.


‘이게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


일반적이라면 불가능했던 훈련.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상단전을 통해 끌어낸 마나였다.

상단전을 통해 끌어낸 마나에는 사용자의 의지가 깃든다.

사용자의 의지를 발현시키는 고차원적인 마나.

그것이 바로 마스터 클래스의 전유물인 오러였다.


‘엄밀히 따지자면 오러는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사용한 것은 오러가 아니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통로이다 보니, 마나를 오러로 전환하는 기능까지는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효력은 마스터 클래스가 사용하는 진짜에 비하면 조악하기 그지없는 수준.

그럼에도 일반적인 마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능력을 갖고있었다.

그 증거로 내 몸으로도 오늘의 혹독한 훈련을 견디는 데 성공하지 않았던가?

그런 생각을 하며 마나를 운영하던 나는, 확인을 마치고 힘겹게 미소 지었다.


‘좋아. 역시 이 정도는 문제가 없군.’


조금 전 내가 한 마나 운용은 상단전을 통한 것이 아니었다.

하단전과 이어진 마나의 맥을 통한 것이었고,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마나를 다 쓴 보람이 있어.’


그렇게나 무리하게 수련을 한 것은 신체를 단련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마나를 소진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지금껏 내 몸을 헤쳐온 것은 너무나 많은 마나와 약한 마나의 맥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마나를 거의 소진한 상태라면 마나의 맥에 전혀 무리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었다.


‘항상 마나를 줄인 채로 있을 수는 없으니, 마나의 맥을 강하게 만드는 수밖에.’


지금처럼 마나의 양을 줄여놓은 상황이라면 안전하게 마나의 맥을 단련할 수 있었다.

나는 눈을 감은 채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마나의 맥은 근육과 같아서, 적당한 자극을 주며 사용할수록 그 한계치가 오른다.

내가 가진 마나의 맥은 얼마 남지 않은 미량의 마나를 무리 없이 받아들였고, 나는 그것을 천천히 움직이며 마나의 맥을 단련하기 시작했다.

길고 지루한 시간이었고, 그 작업은 밤새도록 이어졌다.



*



루카스가 야밤에 보였던 불가사의한 훈련은 순식간에 저택 내에 알려졌다.

순찰 교대를 마친 병사와 병사, 그리고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기사들과 연무장 관리인의 대화를 통해서였다.

그리고 당연히 아무도 믿지 않았다.


“무슨 미친 소리야?”


병약한, 게다가 얼마 전까지 병상에 누워있었던 도련님이 몇 시간을 내리달았다니?

그것도 전속력으로?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왜 굳이 이런 티 나는 헛소문을 퍼트리는 거지?’


오죽하면 둘째 도련님이 루카스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해 퍼뜨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날의 일을 직접 본 이들은 가슴을 치며 답답함을 호소했지만, 아무런 수확도 없었다.

그렇게 그날의 일은 거짓말로 치부되는듯했다.

그러나 다음날이 되자 루카스는 연무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보다 이른 시간이었기에 이번에는 몇 명 더 남아있었다.

연무장 관리인과 수다를 떨던 이들이 루카스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어, 설마?”

“진짜로?”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루카스는 또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한계임이 분명한 상태임에도 절대 멈추지 않고 달렸다.

그런 루카스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와···.”

“저게 가능한 건가?”

“분명히 권능은 아닌데.”


사람들은 루카스의 불가사의한 운동 능력에 대해 떠들었지만, 그 진상을 알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루카스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았다.

가끔 물어오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후욱! 후욱!”


그저 달릴 뿐이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때, 루카스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확실하게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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