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fr**** 님의 서재입니다.

멸마학교의 대인기피학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frosis
작품등록일 :
2020.03.13 19:44
최근연재일 :
2020.03.21 19:0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41
추천수 :
9
글자수 :
39,137

작성
20.03.17 17:38
조회
27
추천
1
글자
10쪽

DUMMY

“일, 십, 백, 천...... 3000만원?”


이번 하급 악마 사건으로 통장에 입금된 보상을 확인한 나는 입이 떡 벌어져 쉽게 닫힐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무리 처리된 학생들도 많고, 악마라지만 스읍...”


입가로 흘러내리는 침마저 침대의 시트를 적실정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부모님이 각자 살던 동네에서 목사와 무당으로 꽤나 이름을 날렸지만 결혼생활부터 아이의 교육환경을 위해서 무리하게 서울로 온 것이 집안에 큰 빚을 만든 것이었다.


집값과 작은 교회, 점집까지 무리하게 세 곳을 동시에 지었고, 처음에는 무난하게 빚을 차근차근 갚아갔으나 서울에서 천정부지로 오르는 건물의 임대료가 그대로 빚 그래프를 수직상승 시킨 것이다.


“그래도 10억 정도는 남았겠지.”


다행히 부모님께서는 일상생활조차도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빚까지 지워주기는 싫으셨기에 말씀을 하지는 않으셨으나, 갑작스럽게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아들이 집에 몰래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부부싸움이 그에게 현실을 깨닫게 해주셨다.


남부럽지 않게 키우겠다며, 잠깐 유행하던 아웃도어 패딩이나, 운동복, 책가방, 교복 등을 사달라는 대로 다 사주셨지만, 그것은 철없던 그의 미성숙한 자아를 깨우기에 충분했다. 그대로 등을 돌려 국밥집에서 혼자 상병딱지가 붙은 군복을 입고 술을 마시던 그는 곧장 찜질방에서 하루를 묵은 뒤에 부대로 칼같이 복귀했다.


그리고는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빌어먹을 대인기피증이 있더라도 선택을 해야할 순간이 왔다고. 심지어 부대 내에서도 끝없는 토악질에 579군수계원이 되어, 부대 일정을 대부분 열외하여 일만해왔기에 매일같이 부대 창고에 박혀 눈물을 머금고 각오를 다졌다.


그가 가진 장점이라고는 기억에는 없지만 마왕을 없앤 전적이 있었고, 라이트포스조차 남들과는 달리 주황색이라는 특이점이 있었다. 이 두 가지사실만 있다면 충분했다. 그가 멸마학교로의 입학하기에는.


말년에 부대마다 정기적으로 작전사령부에서 찾아오는 라이트포스의 발현조사에서 자신에 대해 써놨고, 상부로 보고된 것은 그가 전역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국정원에서 파견되었다는 검은 정장의 아저씨와 함께 학교로 가게 된 것이었다.


어렸을 때 겁먹지 않고 바로 멸마학교로 가게 되었다면 사정이 달랐을까? 좀 더 당당하게 이런 사람들을 거부하는 몸이 아닌 진짜 부모님이 원하셨던 것처럼 남부럽지 않게 살게 되었을까? 하지만 그 당시의 그는 너무 어렸고, 이미 왕따라는 틀에서 마음이 파괴되었기에. 그리고 결정적으로 많은 시간이 지났고 되돌릴 수는 없기에 현재에 힘쓰는 것이 최선이었다.


“삽이 지금 나의 현실에 가장 맞아.”


삽을 고른 이유가 어쩌면 대인기피증이라는 깊고 어두운 동굴 속에서 자신을 꺼내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는지 헛웃음이 나왔다.


띠링


익숙한 메시지 수신음이 들려오고, 삽을 무기로 고른 청년은 휴대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멸마학교 행정반입니다.]


하지만 평소처럼 연락하던 그의 담당 선생은 아니었다.


[저번 특기시험에서 라이트포스 계측기가 오류가 나서요. 능력은 이전에 있던 두 번의 과제에서 확인했습니다. 특수반이지만 학년은 특수하게 5학년으로 배정되었습니다. 다만 상층부에서 꼭 정찬씨의 수치를 확인해야겠다고 해서 다시 학교로 와주세요. 2월 20일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만 없다면 가겠지만, 배려해주겠지?”


그의 하루는 이전까지 컴퓨터로 시작해 침대로 끝났으니 습관처럼 다음의 행동은 정해졌다. 메시지를 확인한 후 곧장 컴퓨터 앞으로 가서 시중에 공개된 학생들의 영상을 찾아봤다. 장인들이 솜씨를 한껏 발휘한 세련된 무기를 들고 라이트포스처럼 빛나는 비주얼의 학생들이 영상 속에서 대규모의 마족들과 싸우고 있었다.


퍼펑 펑펑


힘과 힘, 기술과 기술이 맞붙는 전장 속에서 여유 넘치게 걸어서 적진을 뚫고 있는 사람은 특기시험장에서 잠깐 봤던 피어싱을 걸친채 관심조차 주지 않던 장현수였다. 그는 사방에서 기괴한 모습으로 비명을 지르는 하급악마들을 보지도 않고 맨손으로 죽이며, 포효를 지르는 상급악마를 향해 올곧게 걸어갔다.


“괴물이군. 그리고 선생은 보조인가?”


그 옆으로 조미나도 은색으로 빛나는 채찍을 휘두르며, 그의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꿀꺽


자신은 갈비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겪고서야 몰래 인간들과 강제 계약을 체결하던 쩌리 악마를 잡았는데, 이들은 고작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조로 길을 뚫고 있었다. 그리고 상급악마가 자신에게 접근한 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보라색으로 일렁이는 불길한 불길을 쏘아내며 영상은 끊겼다.


“몸이 너무 굼떠서 그런 건가......”


라이트포스의 출력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그야 선생의 단검을 온몸에서 라이트포스를 뿜어낸 것만으로 차단했으니까. 하지만 영상속의 그들처럼 해낼 자신은 없었다.


“우선 당장은 휴식에 전념하자.”


자신의 대인기피증이 치료조차 병행하기 어렵게 만들기에 저번에 부러진 갈비뼈조차 치료하지 못한 상태로 혼자 대충 붕대를 둘러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잠자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사흘간은 고통에 잠도 쉽게 들지 못했으나, 어째서인지 지금은 완전히 회복된 느낌이 들었다.


“......학교는..... 우웁!”


특기시험장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에게 관심이 쏠렸던 광경이 떠오르자 위장이 급격히 진동했고, 점심에 먹은 덩어리들이 노랑색의 시큼한 위액을 가득 머금은 채로 식도를 하이패스통과 하고 있었다.


덜컥 팅


“우에에엑”


정찬의 부모님 모두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지만 토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것은 당연했기에 습관적으로 문을 닫고 잠그는 모습까지 완벽했다. 소리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마왕은 아니더라도 상급악마까지는 잡았겠어요. 아직까지 마왕은 믿기 어렵습니다.”


“네, 위원님 말씀이 맞습니다. 아직까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마왕이라고는 단 넷뿐이니까요.”


“그렇지만 고작 이런 허접한 삽으로 악마의 공격을 쉽게 막고 반격한다? 가능성은 없잖아 있습니다.”


“그래서 상급악마까지라 했잖소!”


자신의 말이 무시당한건가 싶어 언성을 높이자 점차 탁자에 모인 중년인들의 언성이 서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모두 고정도만 해주시죠.”


“.....”


40대의 대머리 중년. 멸마학교의 교장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을 상대로 말하자 모두가 침묵했다. 학교에서 정찬의 앞에서 보인 모습습과는 정반대로 진지함과 엄숙함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번에 LFI (light force instrument)의 국내 최신 기기로 확인할테니까요. 정부의 승인도 받았습니다.”


“끄응...... 수치가 높게 나온다고 쉽게 6학년 자리를 내어줄 수는 없지. 그는 병자가 아닌가!”


찌릿!


교장의 두 눈이 날카로워지고 방금 흥분해 소리친 중년인을 향해 고개가 돌아갔다.


“분명 저는 흥분하지 말라는 뜻으로 방금 얘기를 드린 것 같습니다만?”


“자자, 그쯤 하시고들 결과가 나온다고 6학년으로 올리는 것이 어려운 것은 맞는 말이긴 하니 다른 조건을 걸어보도록 합세.”


그의 말에 따라 중년인들은 각자 의견을 내고 있었다.


“이번 계측 또한 오류가 난다면요?”


“그건 생각해보지 못했군요.”


“맞아맞아. 그는 확실히 주황색의 특이한 라이트포스를 가지고 있으니까.”


이전에 없던 사례의 케이스였기에 경우의 수는 점점 늘어가기만 했다. 그러던 중 원탁의 중앙에 영상이 켜졌다.


[영감들 안녕?]


“이런 일을 벌여놓고도 자네는......!”


영상의 주인공은 이들에게 정찬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내준 장현수였다.


[아무리 이사회여도 그 친구 건드리면 가만 안 있겠다.]


“자네 국적은 결국 한국이야!”


[아무리 자기네 자식들이 6학년에 진학하기 어렵다고해도 그렇지 인류의 미래가 걸린 일에 인재를 끌어내리지 못해 안달이라니. 그런식이면 나도 러시아나 미국 같은 대우 잘해주는 곳으로 가버린다고?]


“이 건방진 자식이!!”


“선을 기어코 자네가 넘는구만!”


이들이 지금까지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재화를 바탕으로 멸마학교의 후원을 해왔고, 자식들까지 학생으로 전선에서 싸우며 차후 정치 후계의 포석으로 발을 뻗었으나, 마족과 관련된 멸마학교의 현실은 철저한 실력과 실적주의였다. 역시나 한국의 토속적인 문화를 없애지 못해 지금과 같은 사단이 일어난 셈이지만 이번 안건에 관련한 싸움의 결과는 보나마나였다.


“우리의 후원이 없으면 이깟 학교쯤이야!”


[키키키킥. 할배들 웃겨주시는군. 이미 이 학교는 너무 커져버렸어. 당신들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아무리 당신들이 국내 정치 당원의 중요 인사들이어도. 이미 마족과의 전쟁은 커져버렸고, 세상은 당신들처럼 욕심만을 쫓는 돼지들보다 나같은 영웅을 원한다 이 말이야.]


오기만이 남은 싸움은 순식간에 결판이 나버렸다.


“그럼 오늘 안건은 올해 교장인 내가 차후 계측상황을 보고 결정을 내리도록 함세.”


“아니! 자네 독단으로 말인가?”


“끙....”


교장의 돌발행동에 자리에 모인 인사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장현수의 말마따나 이미 시대의 흐름은 정치인들보다 전장에 나서는 영웅들을 원했다. 아직 와 닿지 않는 민간인들도 있지만, 바다너머 타국은 이미 전쟁에 돌입했기에 한국도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멸마학교의 대인기피학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조별과제2 20.03.21 14 1 10쪽
8 조별과제1 20.03.20 12 1 10쪽
7 동아리 20.03.19 12 1 9쪽
6 ray 20.03.18 19 1 9쪽
» 20.03.17 28 1 10쪽
4 악마는 삽질로 20.03.16 33 1 13쪽
3 첫 과제는 마귀부터 20.03.15 32 1 11쪽
2 특수반 배정 20.03.15 43 1 10쪽
1 토가 쏠리는걸 20.03.13 49 1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