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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 님의 서재입니다.

멸마학교의 대인기피학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frosis
작품등록일 :
2020.03.13 19:44
최근연재일 :
2020.03.21 19:0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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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수 :
39,137

작성
20.03.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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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악마는 삽질로

DUMMY

[새로운 과제가 내려왔어요. 하급 수준의 악마인데, 이번 녀석은 4학년 조별과제로도 해결이 어려운데 정찬씨에게 임무가 내려왔습니다. 4학년 생존자들이 하나같이 강하진 않은데, 이상한 힘을 쓴다더군요.]


“이상한힘?”


메시지에 적힌 이상한 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문자로 그 힘에 대해 물어봤지만 답장은 간단했다.


[모두 자세한 기억이 없다네요? ^^]


만나자마자 구토감이 치솟기에 면전에 대고 말은 못하지만, 목숨이 걸린 일이기에 화가 치솟는 부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우웁! 얼굴만 떠올려도 토할 것 같아.....”


첫 만남 때의 모습에서는 저런 이모티콘 따위는 쓰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간단한 질문에 웃음으로 넘어가니 사무적인 모습과는 정반대의 행실이었다.


[2월 8일 남구로역 주변 빌라촌에서 심야에 습격이 일어난다는군요. 연령은 주로 30대 남녀불문하고 모두 덮쳤습니다. 특이사항으로는 취한 사람들은 습격하지 않은 듯해요.]


“취한 사람들은 습격하지 않았다라...... 술 냄새를 싫어하나?”


갑자기 인간 세상의 표면위로 떠오른 마족. 그들도 나름 지성생명체이기에 좋고 싫음의 개성이 있었다. 마족들 대부분이 인간을 습격하기에 대적하는 것이지만, 그들도 각자 지향하는 삶과 목표가 있기에 인간과 거래하는 자들도 소수지만 존재했다.


“그럼 편의점먼저 들러야겠어.”


적과 싸울 때 약점을 공략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 이거 진짜야?”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는 이는 장현수가 장으로 있는 동아리 deny의 사무지원담당 신동현이었다. 그는 정찬에 관한 프로필을 살피던 도중 이상한 과거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 7세에 마왕 토벌. 부모님 증언은 있으나, 본인의 기억이 불확실함과 더불어 정부기관에서 해당 기록 확인 여부 불가.]


마왕 토벌은 대외활동 랭킹에 드는 인물들도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한 업적이었다. 그런데 고작 만 7세의 초등학생이 해냈다는 사실은 동현의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설명에서 신뢰도가 떨어졌지만 이미 혼자서 하급악마를 일격에 해치웠다는 첫 과제의 보고서와 특이한 라이트포스, 특기시험에서의 수치 에러같은 일들이 그 사실을 점점 믿게끔 만들고 있었다.


“현수형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늦은 밤 전등이 모두 꺼진 사무실에서 그의 혼잣말이 어두운 사무실에 조용히 퍼져나갔다.




‘참자참자.... 참아야해.’


정찬은 지하철역으로 가야만하는 과제내용과 자신의 주머니사정을 고려하여 지하철을 타고 남구로역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며칠 동안은 지하철 개찰구 안쪽 화장실이 있는 역을 찾아서 목표를 정해 휴식과 이동할 계획까지 다 세워놨을 정도였다.


하지만 계획은 항상 차질이 있는법.


“청년 괜찮아요?”


구석지에 박혀 창백한 얼굴의 정찬을 본 아주머니가 그에게 말을 건넴과 동시에 그의 내부에서 대진동이 올라왔다.


스르르륵


동시에 문이 열리고 입안에 토사물을 가득 머금은 청년은 빠르게 화장실을 찾아 계단위쪽으로 사라져버렸다.



“에에에엑! 투!”


위장의 끈적하고 시큼한 액체와 침이 뒤섞여 지하철 화장실변기를 노랗게 물들였다.


“하아...하아..... 차를 빨리 구해야겠어.”


과민한 위장을 걱정해서 굶었지만 이렇게 과제가 있을 때마다 일을 치른다면 식도가 다 녹아버릴 지경이었다.


“일단 남구로역까지는 왔으니까 편의점부터.”


변기의 물을 내리고 그는 화장실에서 사람이 아무도 없어질 때까지 나가지 못했던 이야기는 그를 관찰하던 조미나에게서 비롯되어 훗날 널리 퍼지게 된다.




“후우.... 마음이 놓이는구만.”


어둠이 내려앉은 심야의 남구로역 빌라촌은 최근의 마족사건과 어우러져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대인기피증이 있는 이 남자한테는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술도 안취했고...... 나이는 뭐. 나름 30대처럼 보이게 옷을 입었으니 괜찮겠지.’


그의 차림새는 이곳에서 사건을 일으키는 악마의 주요 타겟인 30대처럼 보이기 위해 나름 샐러리맨의 모습으로 한껏 꾸몄다. 교통비는 지원을 해주지 않았지만, 코스프레만큼은 지원해주는게 어째 그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했지만 일개 국민과 국가기관의 싸움은 결과를 볼 필요도 없이 정답이 나온 부질없는 생각이기에 고이 접어 버렸다.


그의 머릿속은 멸마학교에 대한 원망에서 악마에 대한 생각으로 빠르게 바뀌어 나갔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는 점과 30대만을 노린다는 점. 그리고 마족들이 인간을 습격하면 대부분 먹어치우는 일이 다반사지만 이번 과제의 녀석은 강제로 계약을 한다고 했다. 계약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기에 기관에 요청이 들어왔지만, 기관의 입장에서는 시민들을 보호해야하기에 그들의 불안을 없애줘야만 했다.


“악마에 과제 달성율도 낮으니까 보수를 기대해볼만 하겠어.”


해당과제를 지금껏 성공한 사람들이 없기에 현 상태는 0이었다. 그만큼 추가보수도 들어올 예정에. 저번 보수도 집안의 빚을 변제하기 위해 다 써버렸기에 실패해서는 안됐다.


‘내 위장한테도 보상을 해줘야 하니까.’


30분 동안 5번에서 6번 출구주변까지 돌아다녔지만 정찬은 이번 사건의 주인공과는 만나지 못했다.


“남은 곳은 1234번 출구 쪽이군.”


12시가 훌쩍 지나 날짜가 바뀌었다. 곧 지하철이 끊기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궁핍한 이 청년은 귀가에 대한 생각을 버렸다. 그리고 3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걷다보니 그가 원하던 만남이 성사되었다.


“이봐 자네. 퇴근하는 길이신가?”


“......”


모두 잠에 들었는지 주변 빌라에서 비쳐주던 불빛마저 사라진 거리에 검은 인형이 나타났다. 얼핏보면 인간의 형상이지만 머리의 뿔과 뒤로 길게 이어진 꼬리가 인간이 아닌 악마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누구.....시죠?”


정찬의 발연기가 시작되었다.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저는 당신의 편입니다. 하하하”


“이런 야심한 밤에 무섭네요. 특히 요즘 동네에 무서운 소문도 있는데 말이죠.”


대놓고 당사자에 관한 소문을 입에 담았지만 그는 괘의치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소문이라...... 딱히 피해는 없었다는 것으로 압니다만?”


“그래도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는 마가 무섭거든요. 그렇죠?”


“네 무섭구 말고요. 당신은 전혀 안 그래 보이지만.”


허접한 연기이기에 금방 들통나버렸다. 그의 목적을 확인하고 원만하게 끝내려던 계획이 곧장 수포로 돌아가버린 셈이었다.


“그 멍청한 기관에서 보낸 것이겠지요.”


“잘 알고 있네. 그래서 목적이 뭐 길래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30대 직장인을 연기하기 위해 썼던 싸구려 뿔테안경을 옆으로 벗어던진 정찬은 표정이 곧장 바뀌었다.


“별 건 없어요. 저는 이 암울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직장인들을 위해 불안과 피로라는 감정만을 주기적으로 받았으니까요.”


어둠속에 모습을 숨기고 있는 악마의 목적을 들었으나 정작 중요한 내용은 듣지 못했다.


“그건 뭐 우리에게 좋겠지만 그 사람들이 치를 대가가 있겠지.”


먹어치우는 것쯤이야 간단하지만 굳이 인간과 계약을 한다는 것은 갑의 입장인 그들에게 분명한 이득이 있어야만 했다.


“그건 영업 비밀입니다.”


손톱이 날카롭게 벼려진 검지손가락을 입 앞에 세움과 동시에 그의 주변에서 어둠에 몸을 숨긴채 무언가가 정찬을 향해 쇄도했다.


“주민분들 죄송합니다.”


그의 몸에 주황색의 빛이 번쩍임과 동시에 어둠에 몸을 숨기며 다가오던 날카로운 물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촉수?”


“아 참...... 이 전 녀석들은 눈치도 못 챘는데 이번 분은 확실히 다르군요. 또 하나 서비스 해주자면 그들도 이런식으로 저와 계약을 맺었답니다? 크크크큭”


말투는 신사다웠지만 그의 웃음소리만큼은 천박하기 짝이 없었다.


“일단 너를 처리하면 계약은 파기되니까. 상관없어”


정찬이 순식간에 배낭을 벗어 바닥에 내리며, 그 속에서 창고에서 꺼내온 무기를 꺼내들었다.


“자 데뷔전이야. 삽돌아!”


그의 손에는 라이트포스를 잔뜩 머금은 삽이 들려있었다.


“크크큭. 무슨 개그입니까? 그런 보잘 것 없는 무기로 저를 혼자서 상대하겠다구요?”


“그건 해봐야 아는 거지!”


삽의 중간과 손잡이 끝을 붙잡고 정찬은 아직도 어둠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악마에게로 돌진했다.


그리고 온몸에서 주황색의 라이트포스가 둘러진 정찬이 다가가면서 보인 악마의 모습은 생리적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형태였다.


‘촉수로 이뤄진 몸이군.’


달려오는 정찬에게로 여섯 가닥의 얇은 촉수가 좌우에서 쏟아졌다.


챙챙 챙챙챙 챙


삽의 널따란 면으로 여섯 가닥의 촉수를 전부 튕겨내었다.


“칫!”


“하압!”


촉수 악마가 혀를 차고 정찬이 머리 위로 삽을 높게 쳐들었다.


“텐타클 호라이즌”


악마가 외침과 동시에 튕겨나갔던 촉수들이 보라색 기운을 머금으며 순식간의 정찬의 양옆을 강타했다.


“커헉!”


삽으로 일격에 끝내기 위해 높이 쳐든 것이 악수였다. 튕겨낸 촉수가 튕겨난 반동을 무시한채 그를 때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직 경험이 많이 모자라 보이는군요.”


그는 학년의 절차를 무시하고 특수반에서 과제를 수행중이기에 상위의 마족들이 어떠한 힘을 사용하는지 알턱이 없었다.


“커...큽 허억! 허억.”


‘갈비뼈가 부러진 건가’


숨이 잘 쉬어지질 않았다. 부러진 뼈가 폐를 찌르지는 않았지만 폐를 쌔게 누른 탓인지. 고통이 숨을 호흡할 때마다 찾아왔다.


“고작 혼자서 저를 상대하려 하다니 이르디 이릅니다. 이제 요 근방을 떠날 때겠군요. 저를 죽이기 위해 매번 조금씩이지만 강한 녀석들을 보내오니까요. 그리고......”


정찬의 라이트포스가 어쩐지 그의 마음속에 숨어있던 불안감을 증폭 시키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금씩 정찬에게로 걸어가며 여섯 가닥의 촉수를 날카롭게 만들었다.


“자아, 끝을 내볼까요?”


“넌 인간이 아닌 것에 감사해라.”


촤악!


다가오던 촉수의 악마에게 소주가 잔뜩 뿌려졌다.


“이게 무슨!”


“히힛. 소주야 임마.”


역시 소주가 약점이었다. 온통 검은색이던 그의 촉수 몸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젠장, 어떻게!”


“보고서에 네 녀석이 취한 사람들은 건들지 않는다고 적혀있었다. 하아 하아...”


“더 할리 떴어야핬운(빨리 떴어야했군).”


그의 혀가 술에 취한 사람처럼 꼬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도망치려는 순간 정찬의 삽이 주황색 빛을 한껏 머금으며 그의 다리를 찢어버렸다.


“케흑!”


딸꾹질과 고통에 찬 신음이 같이 튀어나왔기 때문일까 목소리 톤이 기괴하게 흘러나왔다.


“스페이드(spade)맛 좀 봐라!”


마치 쓰러진 취객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바닥에 엎어져있는 신사였던 촉수 악마에게 정의 삽질이 가해졌다. 양손으로 찍는 주황빛의 삽이 붉은색의 촉수들을 갈가리 찢어발겨버린다.


“안애(안돼)! 딸꾹!”


그리고 혀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촉수만이 남았을 때, 그의 몸은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려 사라졌다.


“사람 없는 찜질방은 없겠지?”


아직도 고통스러운 옆구리를 붙잡으며 정찬은 삽을 접어 가방에 고이 넣어두었다.




“음...... 삽은 정말 의외였어요.”


[그런가? 나도 군필자라 야전삽은 정이 있는데.]


‘남자들이란....’


이번에도 건물의 옥상에서 조미나는 정찬의 과제해결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찬이 이를 봤다면 싸우는 도중 긴장감에 구토를 휘날리며 싸웠을지도 모르지만. 아니 나름대로 웃기는 장면이었지만 끼어들거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특수반 담당 선생의 목적에 어긋났다.


“아무튼 차량은 지원 해줘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뭐. 면허가 있다면야 지원해줬겠지만, 그 친구 면허도 없더군.]


“진짜요? 매번 차 뽑는다고 중얼거렸는데.”


[담당 선생이라는 자가 관심도 없군.]


조미나의 입장에서는 억울했다. 자신도 6학년의 학생인데, 갑작스럽게 선생으로 바뀌었으니, 과제는 과제대로 선생의 일은 일대로 투잡을 뛰고 있으니, 시간을 쪼개며 감시하는 것도 남에게는 칭찬받을 일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대외활동 랭킹 3위의 괴물인데다, 동아리 직책도 장을 맡았으니 반박할 말이 없었다.


“미안하네요.”


[그건 대학 개강하고 한가할 3월 중으로 머저리한테 부탁해보라고.]


“아니 그건!”


뚜뚜뚜


대인기피증 때문에 수시로 구토를 하는 그를 어떻게 시험을 치르게 할 것이냐 따지려했지만 이미 통화가 끊겨있었다.


“하아...... 치료도 해야될 것 같은데 말이지.”


그녀는 양 옆구리를 감싸 안으며 엉거주춤 걸어가는 정찬의 모습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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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특수반 배정 20.03.15 4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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