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fr**** 님의 서재입니다.

멸마학교의 대인기피학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frosis
작품등록일 :
2020.03.13 19:44
최근연재일 :
2020.03.21 19:0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40
추천수 :
9
글자수 :
39,137

작성
20.03.15 23:17
조회
31
추천
1
글자
11쪽

첫 과제는 마귀부터

DUMMY

재개발공사단지인 만큼 저녁이 되니 사람 한명 없이 스산한 공기만이 그곳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심지어 마귀가 출몰한다는 소문에 현재 공사단지로의 출입은 공사를 진행하는 밝은 대낮을 제외하고는 엄격히 금지가 되어있기에 더욱더 기운이 짙어져 있는 것 같았다.


[상급 마귀 멸마 과제입니다. 어떠한 무기를 사용해도 좋습니다만 가급적이면 이목을 끌 수 있는 화기류는 사용을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멸마학교 행정반]


마(魔)라는 존재가 세상에 드러난 이후 그들을 강함에 따라 단계를 정하여 배정자를 정해왔었다. 우선 마는 크게 4단계로 나뉘게 되는데, 최강급의 마왕, 마왕의 바로 밑의 힘을 가진 악마, 그 밑으로는 마수, 마귀의 4단계로 이루어진다. 물론 개체별로 강함이 나뉘기에 상중하로 총 12단계까지 구별이 가능하다.


각 학년별로 담당할 수 있는 평균치 값이 존재했는데, 기본 교제로 보급된 책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

마왕 상 - ???

중 - ???

하 – 글로벌 대외활동 탑100 순위권 6인 이상 조별

악마 상 - 6학년 클래스 조별

중 - 5학년 클래스 조별

하 - 4학년 클래스 조별

마귀 상 - 3학년 클래스 개별

중 - 2학년 클래스 개별

하 - 1학년 클래스 조별

-------------------------



마귀 상급의 의뢰를 맡은 정찬에게는 첫 임무부터 3학년 개별과제를 맡은 셈이었다.


“마귀면 다행히 사람형태는 아니니깐.”


자신의 위장이 난리가 난다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하지만 상상만으로도 그의 위장에서는 강한 위액을 내뿜고 있었다.


“속쓰려......”


그가 멈춰선 곳은 아직 건물의 틀 정도만 세워진 앙상한 건물들의 한 가운데 부지였다. 현장의 경비를 맡았던 이들부터 주변을 지나가던 행인까지 피해자가 되었기에 마귀는 이 어두운 곳 어딘가에 숨어서 반드시 자신을 지켜볼 것이란 생각에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거참 그놈의 망할 학교에서 보낸 건가? 차림새는 영락없이 초짜인데 말이지 키키키킥.>


정찬의 뒤쪽 건물에서 붉은빛으로 빛나는 눈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기습하지 않은 것은 그의 모습이 강자인지 약자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였다.


“......후우 다행이다.”


마귀의 생각과는 반대로 정찬은 진짜로 사람모습이 아닌 것에 기뻐하고 있었지만.


<안도하는걸 보니까. 내가 그리 쉬워보였나 보지? 키키키킥>


그의 붉은 빛을 내던 눈이 어둠에 가려져 없어짐과 동시에 정찬의 코앞에서 불길한 기척이 느껴졌다.


“이런!”


다급히 뒷걸음질 친 덕에 어리석게 방심하던 청년은 순식간에 죽지는 않았다. 다만 옷이 찢어짐과 동시에 가슴에서 핏물이 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키키키키. 지금까지 너 같은 녀석들을 수십도 넘게 먹어치웠다. 너희들의 측정수치는 종족의 값을 따지지 각 개체의 값을 모르니까.>


마귀가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주변의 땅이 파이며, 거리를 벌린 정찬에게로 자신의 접근을 알려오고 있었다.


“그럼...... 악마 하급 정도로 보면 되겠지?”


첫 과제에 죽어버린다는 일은 멸마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들 대부분이 겪는 일이었기에 경각심이라는 마음의 스위치를 눈앞의 마귀가 자극하였다. 스스로 자신의 강함의 수준도 알려왔으니 더 이상의 분석은 필요 없었다.


촤르르르륵


정찬의 가장 큰 문제였던 대인기피증도, 첫 과제라는 방심과 예상을 뛰어넘는 돌발상황에 대한 걱정도 사라진 지금 그는 거칠게 전혀 없었다. 꼬맹이 선생의 단검을 막았을 당시보다 더욱 밝은 주황빛의 라이트포스가 전신을 불꽃처럼 감싸 타오르기 시작한다.


<라이트포스? 아니아니야 이건 뭣이냐!>


일반적인 라이트포스라면 자신도 이미 상급 마귀까지 다다르면서 흔히 접해봤다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주황색의 찬란한 빛은 몰랐기에 무서웠다. 심지어 무색의 라이트포스와는 달리 그가 마(魔)이기에 느껴지는 열기가 마음속에서 도망치라고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뭐긴 라이트포스지”


정찬의 몸에서 나온 주황색의 불빛이 주변을 밝히자 상급 마귀의 모습이 드러났다. 갈고리가 얽혀서 만들어진 듯한 기괴한 모양의 살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사람의 생리적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 모습이 그에게 대인기피증이라는 현상을 없애는 좋은 치료제였지만.


“하압!”


그의 주먹이 처음 겪는 일에 당황해 굳어있던 마귀의 복부에 닿았다.


퍼엉


살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주먹이 그의 중심부를 뚫고 튀어나왔다. 마귀의 불길하고 냄새나는 보라색의 피가 뒤쪽의 건물골재까지 튀어서 잔혹한 현장을 만들어내었다.




재개발 공사지역의 골재건물 사이에서 정찬을 지켜보던 담당 선생은 곧장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현수씨. 단 한 방에 깔끔히 끝났어요. 설마 악마 초급정도의 힘을 숨기고 있었을 줄은 저도 몰랐지만요. 당신의 안목은 확실히 인정할 수밖에 없겠는걸요?”


[도박이 제대로 먹힌 것 같아 다행이군.]


그녀의 전화 상대는 특기시험장에서 피어싱을 한 선생인 장현수였다.


“확실히 이번 결과가 보고된다면 불편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요.”


[그건 내 걱정거리가 아니니 상관은 없고. 조만간 저 친구에게 무기도 지급하도록.]


“네네~ 회장님.”




“진짜 이 정도나 받아도 되는 건가?”


그가 뚫어져라 보고 있는 휴대폰에는 500만원이 입금되었다는 은행어플의 글귀가 적혀져 있었다.


띠링!


[특수반 담당 선생인 조미나입니다. 이번 과제의 상급마수의 힘이 악마 하급까지 미친다는 사실을 학교에 보고한바, 기업에서 사례금과 더불어 학교에서 추가로 돈을 넣어드렸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정찬씨를 위해 학교에서 무기를 드릴 예정이니 편할 때에 학교로 방문해주세요.]


또다시 학교를 방문하게 생겼다. 그리고 면담과 첫 과제를 마칠때까지 이름을 확인할 수 없었던 특수반 담당 선생의 이름까지도 알게 되었다.


“미나 쌤이구나......”


이름을 듣고 얼굴을 떠올리려하자 다시금 구토감이 목 끝까지 차오르기 시작해 황급히 무기에 관해 생각을 돌렸다.




멸마학교의 학생, 선생을 포함한 기관의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만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입학하기 전에도.


하지만, 정찬에게는 라이트포스의 기운이 담긴 무기를 일체 소유하지 않고 있었다. 집안의 재력으로는 도저히 그 값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걱정을 덜어드리려다가 빚만 오히려 지게 생겼잖아.”


학창시절의 트라우마로부터 비롯된 대인기피증 때문에 대학진학도 취직도 하지 못했던 그에게는 멸마학교로의 입학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무기 마련으로 생기게 될 빚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무기를 준다는 이야기는 곧 그것이 대여일 확률이 높기에 돈 걱정부터 앞서게 되었다.


교보재 창고


나름 학교의 컨셉에 충실해서인지, 행정반에서 알려준 장소는 교보재 창고라는 곳이었다.


꿀꺽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무기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몇 없는 직업중 하나를 다시 실감하게 되니 긴장감이 한가득 치솟아 오른다. 문을 열어 내부를 온몸으로 느낀다. 곰팡이와 먼지로 인해 눅눅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여오고 있었다.


선반과 아무렇게나 바닥에 굴러다니는 박스들이 정찬에게 다시금 너는 멸마학교의 학생이라고 자각시켜주며, 그를 더욱 안쪽을 향해 불러온다.


단검, 장검, 권총, 철퇴 등 다양한 무기들이 먼지를 한가득 품은 모습으로 선반과 박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띠링


[도착했다는 연락받았어요. 교보재 창고는 거의 쓰이지 않으니까. 원하는 무기를 아무거나, 양껏 꺼내가도 좋아요. 아참. 비용은 다 처리 되었으니 걱정마세요.]


유일하게 정찬만이 소속된 특수반의 담당 선생인 조미나 선생의 메시지였다.


“비용문제가 없다고?”


분명 창고에 널린 무기들이 라이트포스의 힘이 담긴 무기이기에 비쌈에도 불구하고 비용문제가 없다니 수상한 부분은 많았지만, 그는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저번 의뢰의 보수도 부모님이 어느새 다 사용해버렸고 그의 나라사랑통장에는 그의 교통비나 식비 등 자잘한 용돈정도만이 들어있을 뿐이기에. 후에 어떤 리스크가 밝혀지더라도 일단 직진이었다.


‘좋아 보인다고 다 가져가도 분명 사용하지 않을 것들이 있을 텐데......’


그렇다고 가져다 파는 것도 양심과 후에 불법무기 반출 등의 이유로 퇴학당하는 일 등이 있을 수 있기에 당연히 배제시켰다.


그는 학교의 무선인터넷을 휴대폰에 연결해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창고에 있는 무기들을 사용한 과제영상들을.


“단검은 투척용도 좋지만 내 자본으로 소모성 무기 사용은 미친 짓이지.”


꼬맹이 선생이 사용했던 투척용 단검들도 생각났지만 후에 돈이 생기면 몰라도 현재 자신의 주머니 사정으로는 불가능한 선택이기에 곧바로 다음무기로 넘어갔다.


“장검, 대검 같은 것들도 허리나 등에 매고 돌아다니다간 시선을 끌겠지.”


아무리 학교가 마족의 특성상 밤에 과제를 해결한다지만, 사람이 없는 곳만 가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의 울렁증을 가속화시킬 무기는 정신 나간 선택이었다.


“그런 이유로 메이스, 도끼, 둔기도 제외”


하나하나 무기들을 자신의 처지에 맞게 후보군들을 지워나갔더니 그의 앞에는 몇 개의 물건만이 놓여있었다. 무기다운 면모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었지만.


“단검, 톤파 그리고......”


그에게 가장 안성맞춤인 ‘필기구’가 눈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삼각형의 구멍이 뚫려있는데다, 길이도 모양도 차림새만 잘 맞춘다면 후에 차를 뽑을 때까지는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장비였다. 무기라고하기에는 전혀 파괴력이 없어보였지만 도구는 쓰기 나름이기에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지이잉


“오호? 정말 상식 밖의 선택이군.”


창고에 위치한 카메라 한 대가 정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찍어 휴대폰 너머로 지켜보는 남자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하핫. 당분간 인재육성으로 길을 돌려야겠어. 이봐, 머저리.”


“아니! 쫌 현수형. 저도 동현이라는 이름이 있다구요!”


장현수는 주변에서 문서작업을 하고 있던 안경을 쓴 남자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무튼. 정찬이라는 친구한테 다음 과제를 전달하자고. 이번엔 무기도 생겼으니 악마 하급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녀석으로다가.”


“도대체 왜 그 녀석한테 관심을 주는 거예요? 프로필상 그놈의 울렁증 때문에 어디 써먹지도 못하겠더만.”


정찬에게 무기가 무상으로 제공된 이유는 대외활동 랭킹 3위인 장현수와 그가 장으로 있는 세계 탑 순위 동아리 ‘deny’에서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었다.


씨익


장현수는 정찬의 라이트포스처럼 주황색의 빛으로 물든 노을이 세상을 가득매운 창밖을 바라보며 웃을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멸마학교의 대인기피학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조별과제2 20.03.21 14 1 10쪽
8 조별과제1 20.03.20 12 1 10쪽
7 동아리 20.03.19 12 1 9쪽
6 ray 20.03.18 19 1 9쪽
5 20.03.17 27 1 10쪽
4 악마는 삽질로 20.03.16 33 1 13쪽
» 첫 과제는 마귀부터 20.03.15 31 1 11쪽
2 특수반 배정 20.03.15 43 1 10쪽
1 토가 쏠리는걸 20.03.13 49 1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