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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터 님의 서재입니다.

귀여운 재앙급 펫을 살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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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터]
작품등록일 :
2024.09.0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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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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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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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최하급 악마, 모르곤

DUMMY

검은 뱀의 교단.

이들의 시초는 어느 작은 실뱀 한 마리로부터 시작됐다.

한낱 보잘것없던 미물이 금기된 열매를 먹고 흑룡이 되어 승천했다는 설화.

이 믿기지 않는 전설은 목격자들에게 그대로 경전으로 적혀 오랜 교리가 되었다.

그런 교리에 따라, 검은 뱀의 교단 일원들은 힘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설령 그것이 대륙에서 가장 금기하는 일 중 하나인 ‘악마의 강림’일지라도.


‘기필코 천계의 상위 종족을 소환하리라. 그러므로서 우리의 야망을 이뤄낼 터이니.’


물론 검은 뱀의 교단 사람들이라고 바보는 아니었다.

악마가 자신을 소환한 이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사례들은 너무나도 유명했으니까.

그랬기에 이들이 선택한 소환 생명체는 바로 ‘최하급 악마, 모르곤’이었다.


‘최하급 악마, 모르곤. 온몸이 불타는 사슬로 휘감겨 있다는, 천계의 하찮은 전투 노예.’


천계에서 가히 최하위 계층에 소속한다고 볼 수 있는 미천한 생명체.

지능이 낮다고 알려진 놈이라면 강림해도 분명 교단의 의지로 이끌 수 있을 터.

설령 갑작스레 복종을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없었다.


‘이 책이 바로 악마를 조종할 수 있게 해줄 테니.’


검은 뱀의 교단 사제는 낡은 양피지 서적을 손에 움켜쥐었다.

신성한 사슬 부림의 마도서.

오직 ‘최하급 악마, 모르곤’에 한해서만 행동을 옥죌 수 있는 서적.

이 보물을 오래된 유적에서 구하게 된 것이 이번 소환 의식의 서막이었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설령 최하급 악마일지라도 그 소환 의식은 만만찮았다.

이제껏 수없이 악마 소환에 도전했으나 모조리 실패로 돌아갔으니까.

심지어 개중엔 기분 나쁜 고사리 덤불이나 뭔지 모를 검은 찌꺼기, 더럽고 자그마한 부패룡이 소환되는 불상사까지 생겼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다르리라.’


검은 뱀의 교단 9지파의 사제, 니랄은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이번 봉헌물은 무려 나이와 인종이 각각 다른 4인의 머리통이었다.

얼핏 별거 아니라고 느낄 수 있는 이 제물을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랐다.


‘서부, 남부, 동부, 북부. 각지에서 여행 온 인간들을 선별해 죽여야만 했으니까.’


어디 그뿐일까, 이번 봉헌물은 신선도 또한 유지되어야 했다.

그렇기에 어느새 준비 기간만 반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간 소환이 실패할 때면 해당 악마의 불온한 마기만이 사방에 퍼뜨려졌다.

덕분에 이곳의 땅도 부패한 금지(禁地)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간의 수모조차도 바로 오늘로 끝이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교단의 야망을 위해 악마를 소환하고야 말지니.

사제 니랄은 진지하게 어렵사리 준비해 온 봉헌물 앞에 섰다.


“천계에서는 가장 낮은 직위지만, 저희에게는 제일 가까우신 모르곤이시여. 부디 여기 준비해 온 제물을 맛보시옵고, 이 미개한 현계에 그 장대한 위용을 강림하소서!”


그 기도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검고 사악한 기운이 제단으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니랄의 가슴이 찢어졌다.


“커헉!”


관용어구가 아니라, 실제였다.

기도할 자세를 취하고 있던 주변인들은 눈을 크게 떴다.

소환 의식을 끝마쳐야 할 사제가, 피와 장기를 쏟으며 쓰러졌다.


“사, 사제님?!”


검은 뱀의 교단 사냥꾼들과 신자들은 감히 자세도 가누지 못했다.

새까만 기운이 피어난 제단 일대가 갑작스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강렬한 힘이 제어되지 않고 폭주하듯 주변으로 뿜어져 나갔다.

다들 본능적으로 느꼈다.

지금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었다.


“어?”


모두가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때였다.

니랄의 쓰러진 품으로부터 피로 흠뻑 젖은 마도서가 두둥실 떠올랐다.

깜짝 놀란 눈으로 그곳을 바라보니, 방금까지 없었던 웬 무심한 남자가 나타나 있었다.


“다, 당신 뭐야?”

“치, 침입자다! 투명화로 우릴 훔쳐보고 있었어!”

“감히 악마의 소환 의식에 끼어들다니!”

“우릴 본 이상 감히 살려둘 순 없다!”


악마 소환은 교단에서만 비밀리에 진행되던 의식.

당연히 침입자를 허용할 리가 없었다.

곧장 검은 뱀의 교단 일원들이 적을 차단하기 위해 칼을 꺼내 들었던 찰나.


“시끄럽고.”


마도서를 든 크라놀은 아주 간단히 이들을 입 닥치게 했다.

그의 다른 한 손에서 검은 번개가 일궈지고 있었으니까.


“······!”

“다들 싸울 준비를 해라. 난 저 악마에게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있다.”


***


흑뢰.

앞서 말했다시피 악마와 계약해야만 쓸 수 있는 상급 흑마술.

당연히 검은 뱀의 교단 사람들이 이 스킬의 가치를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저, 저건 검은 번개?!”

“······흑뢰! 악마와의 계약자다!”

“어, 어째서 저런 강자가 이런 곳까지······!”


악마와 계약해 강력한 흑마법을 얻어냈다.

이미 그것 자체가 이미 강자라는 증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천계의 상위 종족들은 절대 아무한테나 유리한 계약을 맺어주지 않으니까.

무엇보다 이런 불법적인 이단에선 더더욱 그 권위를 인정받을 수밖엔 없었다.


“다, 당신이 강한 건 알겠어. 그런데 저 악마에게서 살아남는 방법도 알고 있다고?”

“멍청한 놈들. 나는 흑마도사다. 악마와 직접 계약했으니 너희보다 잘 알 수밖에.”


크라놀은 무심한 얼굴로 뻔뻔스럽게 사기를 쳤다.

그러나 여기 있는 그 누구도 그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광증 탓에 늘 피곤하고 초췌한 그의 얼굴은, 악마에게 영혼까지 판 흑마도사처럼 보였으니까.


“일단 너희 거기 셋. 앞장서라.”

“예, 예?”

“최하급 악마 모르곤을 공략하려면 대열을 맞추는 편이 낫다.”


무기를 든 세 신도는 얼결에 흑마도사(?) 크라놀의 말을 들었다.

그는 무심한 목소리로 이들의 대열을 재정비했다.

이윽고, 흔들리는 제단으로부터 검은 기운이 폭주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신도 한 명이 주눅 들어서 물었다.


“······그, 그냥 도망치면 안 되는 건가?”


그러자 크라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래봐야 어차피 멀리 못 가고 죽는다. 상대는 악마니까.”

그의 대답이 옳았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증명되었다.

검은 기운이 한 곳으로 뭉치더니, 이윽고 어느 형상을 이뤘다.

그것은 어느 흑색 균열로부터 삐죽 나와 있는 팔 한 짝이었다.

굵은 털이 부숭숭 나 있는 데다, 거인의 신체 기관처럼 거대했고, 활활 빛나고 타오르는 기이한 사슬에 휘감겨 있었다.


‘역시 역부족이었군. 최하급 악마의 본체가 강림하진 못했어.’


지금 이곳에 강림한 것은 오직 모르곤의 왼팔 한 짝뿐이었다.

본연의 힘이 아닌, 지극히 일부만을 발휘할 수 있는 제약 상태.

그러나 저것조차도 1막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이었다.

방금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사제의 가슴을 찢어 죽여버렸지 않은가.


따악!


최하급 악마의 왼팔이 털이 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가장 앞장서 있던 세 명 중 한 명의 가슴이 찢겨 쓰러졌다.


“커헉!”

“미, 미친! 이런, 젠장!”


다들 깜짝 놀라 이를 악물고 말았다.

그야말로 무력하기 짝이 없는 죽음.

하지만 크라놀은 무정하게 명령했다.


“다들 겁먹지 마라. 저 팔의 공격에는 제한 시간이 있다. 범위는 도망쳐도 피하지 못할 만큼 넓지만, 한 번 쓰면 오랫동안 무방비야.”


단순히 말만 꺼내는 것이 아니었다.

뒤에 있던 크라놀이 가장 앞장서며 달려가더니, 그 팔에 검격을 퍼부었다.

멈칫하던 다른 신자들도 그 앞선 행동에 용기를 갖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으, 으윽! 어떻게든 싸우자!”

“어차피 폭주한 악마를 못 죽이면 다 죽은 목숨이야!”


사실 일부러 첫 희생양을 피하려고 신도들을 앞장세웠던 것이지만, 이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다들 전력을 다해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 거대한 팔은 무슨 강철 피부로 만들어진 것처럼 긁히기만 할 뿐이었다.

사람들이 일제히 공격을 퍼부어도, 살짝 까지며 피가 한두 방울 흐르고 끝날 뿐.

하지만 제아무리 얕더라도 상처는 상처였다.


[독니검으로 인해 상대방의 팔 부위가 독성에 먹힙니다.]


크라놀이 착용 중인 독니검의 중독 효과가 터졌다.

그러나······.


[실패!]

[상대방의 면역으로 인해 중독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악마에게는 독니검이 전혀 먹히질 않았다.

원래 이들 족속은 독이나 화염 면역이 강력했으니까.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가 노렸던 이득은 전혀 다른 것이었으니까.


‘스킬 경험치는 자기보다 강력한 생물을 대상으로 삼을수록 크게 올라간다.’


최하급 악마일지라도, 천계의 상위 종족.

본래 3막에서나 대립했어야 할 미래의 생명체였다.

그러나 지금 1막의 크라놀은 놈을 향해 검술을 마구 퍼붓고 있었다.

천무지체를 이용해 배워놨던 마수사냥꾼들의 검술!


[마수사냥검의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Lv.1 → Lv.2)]

[마수를 내리치거나 베어 가를 때 힘의 효율이 상승합니다.]

[마족사냥검의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Lv.2 → Lv.3)]

[마수들의 약점을 조금 더 쉽게 타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두 눈이 번뜩 뜨이는 상태창 문구였다.


‘경험치 효율이 완전히 미쳤군.’


스킬 경험치는 무조건적인 노가다로 올려야만 하는 것이 대부분.

특히나 육체적인 행동과 관련된 기술은 숙련치를 쌓는 수련은 고역이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제아무리 경지가 낮더라도, 검술 스킬의 경지가 순식간에 2레벨이나 올라갔다.

하기야 지금껏 제대로 육신을 단련한 적조차 없던 크라놀이, 무려 ‘3막 생명체’에게 연속 공격을 성공시키고 있으니 숙련도가 쑥쑥 오를 만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 죽기 살기로 칼만 휘두르기 바빴으나, 그는 달랐다.

저 팔 한 짝이 경험치 꿀통임을 알아챈 이상, 검으로만 패기는 아쉬웠다.


‘내놔라. 더 많은 스킬 경험치를.’


크라놀은 영지에서 사 온 활을 꺼내서 팔을 향해 쐈다.

쏘는 족족 화살은 튕겨 나가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칼로 까인 상처들 틈에 약간 파고들거나 꽂힐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거침없이 상태창 메시지가 떠올랐다.


[일반 궁술의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Lv.1 → Lv.2)]

[화살의 파괴력과 명중률이 약간 증가합니다.]

[일반 궁술의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Lv.2 → Lv.3)]

[화살의 장전 및 연사 속도가 상승합니다.]


일반 궁술도 순식간에 3레벨 달성!

새끼용이나 여자애를 꺼내도 됐지만, 이번만큼은 스킬 경험치를 독식하기로 했다.

이제껏 자동사냥만 실컷 해댔던 크라놀이었다.

그러나 전리품은 쉽게 얻을지언정, 정작 본인은 스킬 레벨을 올리지 못했다.


‘광증 완치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모든 부분에서 강해져야 한다.’


고작 자동사냥만으로 그의 욕심은 그치지 않았다.

효율적인 진짜 사냥으로도 꿀을 빨아야 했다.

그렇게 크라놀은 악마를 경험치 샌드백으로 쓰는 미친 짓을 벌이고 있었다.


‘짭짤하니, 최고군.’


그러나 모르곤의 팔도 마냥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굵은 팔에 힘줄이 거세게 서더니, 부르르 떨렸다.

누가 봐도 미친 듯이 화가 끓어오른 모양.


파앗!


최하급 악마 모르곤의 팔이 손을 활짝 폈다.

거센 에너지가 터지며 다들 튕겨 나와 칼을 놓쳤다.

잔뜩 힘을 준 팔이, 주먹을 꽉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거기에선 무언가 시커먼 에너지가 모이더니 둥그런 구슬을 소환했다.

크라놀은 눈매가 좁아졌다.


‘저건 위험하다. 제대로 진노했나 보군.’


분명 팔 한 짝만 소환된 상태에서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기술을 쓰려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면 모조리 가슴이 박살 나서 전멸을 피할 수가 없는 상황.

그랬기에 크라놀은 재빨리 아까 훔쳤던 마도서를 손에 들었다.

이 낡은 양피지 서적의 정체를, 그는 알고 있었다.


‘신성한 사슬 부림의 마도서. 모르곤을 제압하기 위해 고안된 책이지.’


이것으로 모르곤을 옥죄고 있는 사슬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몰랐겠지만, 이 한 권만으로는 모르곤의 행동을 통제하긴 역부족이었다.

해당 서적으로 사슬을 부리기 위해서는 더더욱 많은 신성력이 필요로 하니까.

그 신성력을 강화할 물건들을 크라놀은 이미 갖고 있었다.


‘순은 십자가, 그리고 천사의 눈물이 묻은 작대기’.


일전에 부패룡 사냥을 위해 획득했던 성스러운 히든 피스들을 책 위에 올렸다.

강력한 신성력을 머금은 물건들이 불타며 스러졌다.

그리고, 마도서에 적혀 있던 글자들이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크라놀이 정면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모르곤. 여긴 아직 네가 등장할 무대가 아니야.”

“······!!!”


마도서의 빛이 거대한 팔을 강타했다.

구슬에 불길한 에너지를 모으고 있던 악마의 왼팔이 불현듯, 자세가 꼬였다.

팔을 옥죄고 있던 사슬이 지나치게 강력해져 균열 속으로 그것을 다시 끌어들였다.

흑색 균열로 빨려 들어간 팔은,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수상한 어둠의 기운이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끄, 끝난 건가?”

“······서, 성공했어!”

“이런, 씨발! 뒈지는 줄 알았네!”


악마 퇴치와 함께 주위의 마기가 깨끗이 사라졌다.

크라놀은 책을 던지고 악마가 사라진 자리로 다가갔다.

거기엔 웬 보석 같은 검은색 구슬이 남겨져 있었다.

모르곤의 왼팔이 뭔가를 하려다가 실패하고 남기고 간 전리품.

크라놀은 그것을 주워 들었다.


[명칭: 모르곤에 의해 봉인된 $@#@$.]

[경고! 해당 아이템은 정보 열람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정보를 읽을 수 없는 의문의 아이템.

거기다 당장은 봉인되어 있다는 제약까지 있었다.

그러나 크라놀은 미친 성과에 감탄했다.


‘······대박이군.’


이건 결코, 현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훨씬 미래에서만 얻을 수 있는 습득물.

본래 3막에서 등장했어야 할 물건이니까.


‘이것까진 예상 못 했었는데. 설마 현재 시나리오에선 갖지 못하는 아이템이라니.’


그동안의 얻었던 이익들과는 수준 자체가 달랐다.

제아무리 미친 효율이었어도, 지금껏 얻었던 보상들은 이론상 1막에서 가능했던 수준.

그러나 이 습득물은 달랐다.

원작을 아는 크라놀조차도 설마 벌써 3막의 아이템을 얻을 줄은 몰랐다.


‘모르곤이 이 아이템을 내놓는 건 굉장히 낮은 확률인데, 이렇게 얼결에 성공하다니.’


만일 봉인만 풀 수 있다면, 1막 한정으로 밸런스 붕괴 이벤트들을 벌일 수 있을 터.

하지만 그때였다.


“아니, 잠깐만? 살아난 건 다행인데, 저 사람이 왜 저 악마의 전리품을 갖는 거야?”


이 결과물의 독점은 모두에게 합의된 것이 아니었다.

크라놀이 구해준 검은 뱀의 교단 사람들이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악마로부터 살아남고 나니 본격적으로 전리품부터 눈독을 들이는 것.

이들은 기본적으로 이단이자, 악한들이었다.

애당초 자기들 목숨을 구해줬다고 해서 고마워하기만 할 족속이 아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악마가 흘린 보석이잖아? 우리 교단에서 뭔가 쓸 가치가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우리가 힘들여 소환했던 악마라고!”

“맞아!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 당연히 우리가 챙겨야지!”


크라놀은 대놓고 불평하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말이 많군.”


그의 왼손으로부터 흑뢰가 번뜩이기 시작했다.

그제야 다들 움찔하며 물러나기 시작했던 그때.


“큭!”


크라놀이 갑자기 코피를 확 쏟았다.

그러더니 몸을 반쯤 구부리며, 창백한 얼굴로 기침을 퍼붓기 시작했다.

방금까지의 무시무시한 강자의 면모는 없고 누가 봐도 환자 같은 모습.

하필이면 지금 광증의 발작이 터지고 만 것이다.


“뭐, 뭐야? 저 인간?”

“갑자기 몸 상태가 나빠진 것 같은데?”

“흑마법의 부작용이라도 온 것 아니야? 그냥 죽여버리고 저거 뺏을까?”


검은 뱀의 교단 신자들이 수군댔다.

그러더니 하나둘씩 아까 놓쳤던 칼을 줍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적들에게 몰려서 개죽음을 당하고 3막 아이템을 뺏길 처지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화아아아악!”


균열이 열리더니, 갑자기 웬 조그만 용이 나타났다.

그러더니 크라놀의 앞을 막아서며 숨결을 내뿜었다.


“어? 아아아악!”

“뭐, 뭐야?! 저 용은!”

“뭔가 익숙하게 생겼······ 아악! 뜨거워!”


아가리로부터 내뿜어진 하얀 불길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가까이 있는 신자들을 모조리 불태워 버렸으니까.

화들짝 놀라서 멀리 도망치는 신자들도 있었으나, 살아남지 못했다.


“아저씨를 해치려고 했었죠? 난 안 놓쳐요!”


균열을 열고 나타난 여자애의 손으로부터 검은 벼락이 쏟아져 도망자들에게 적중했다.

결국 두 어린것에 의해 살려준 사람을 처단하려던 악인들은 죗값을 치렀다.

그렇게 악마를 소환하려던 검은 뱀의 교단 9지파 신도들이 깔끔히 전멸했다.


“억, 윽, 으윽.”


한편 크라놀은 어질어질한 정신을 붙잡고 약초를 퍼먹었다.

그제야 겨우 피가 멎고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여자애가 자랑스럽게 양팔을 허리에 올렸다.


“히! 내가 악당들을 처치하고 아저씨의 목숨을 구했어요! 난 엄청난 은인이에요!”


크라놀이 파리한 얼굴로 그 아이를 내려다봤다.


‘사실은 비상 약으로 부패룡의 심장이 있어서 죽진 않았겠지만.’


가만히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럼 뭘 원하지?”

“음, 아저씨는 나한테 예쁜 옷과 달콤한 디저트를 사다 줘야 해요!”

“알았다.”

“히야!”


여자애가 기뻐서는 날개를 퍼덕이며 폴짝 뛰었다.

그걸 본 새끼용도 얼른 크라놀의 종아리에 매달렸다.


“크량! 크랴아앙!”

“······그래, 너한테도 새 육포를 사주지.”


두 어린 것이 기뻐하며 잔뜩 매달리고 안겼다.

돈이 꽤 들겠지만, 상관없었다.

이제 영주에게서 약속된 보상을 받으러 갈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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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두 번째 재앙 +1 24.09.13 768 23 12쪽
9 재앙의 알 +2 24.09.12 767 21 15쪽
8 대형 마수 +1 24.09.11 796 24 13쪽
7 던전 보스 24.09.10 842 21 15쪽
6 마수사냥꾼들 24.09.09 885 22 13쪽
5 소용돌이 토굴 던전 +1 24.09.08 1,002 24 15쪽
4 첫 번째 재앙 24.09.07 1,109 26 11쪽
3 히든 특성 +1 24.09.06 1,192 30 12쪽
2 광증 24.09.05 1,241 31 12쪽
1 A급 의뢰 +2 24.09.04 1,558 3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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