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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재앙급 펫을 살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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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터]
작품등록일 :
2024.09.0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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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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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2,486

작성
24.09.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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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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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대형 마수

DUMMY

다들 등골이 섬찟했다.

이미 보스 마수가 죽어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훨씬 강력한 생명체가 앞서 이곳을 지나갔다는 것.


“저것 봐요. 살이 썩고, 피가 말라 있어요. 죽은 지는 꽤 된 것 같아요.”

“으윽. 외피는 부패한 살점과 독니의 독이 옮겨져 있어서 채집하기 어렵겠는데요.”

“설마 보스 마수를 죽인 존재가 아직 근처에 있을까요?”

“글쎄요, 일단 좀 더 내부로 진입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다들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가 끄덕였다.

이곳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거기다 어차피 ‘보상의 방’에 도달하려면 보스룸을 지나야 하기도 했고.


“안이 어둡군요. 다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요.”


보스룸.

모든 던전마다 반드시 존재하는 우두머리의 서식처.

상위급으로 갈수록 내부 공간이 넓어지며, 환경도 가지각색이었다.

심지어 때로는 자연법칙을 위배하는 룰이 추가되기도 했다.

바로 지금 이곳처럼.


“어? 이상하다? 기름도 충분한데 랜턴 불빛이 너무 약해요.”

“아무래도 이 공간의 특이점인 것 같습니다. 빛이 어둠에 먹히는군요.”


랜턴으로 밝혀서 볼 수 있는 범위가 크게 줄어들어 있었다.

저 너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뿐.

그 탓에 보스룸 내부 환경은 한층 음산하고 위험했다.


“최대한 조심히 움직입시다. 다들 긴장 풀지 마세요. 크라놀 씨도 전투를 준비해 주시고요.”


앞장선 비르그의 말에 크라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천천히 보이지 않는 어둠을 미약한 랜턴 불빛으로 밝히며 나아갔다.

모두가 긴장한 상태로 숨을 죽이고 있었다.

흙으로 다져진 공간이 어찌나 광활한지,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다들 답답할 만큼 숨이 막혔다.

일리아가 속삭이며 놀랐다.


“세상에. 정말로 넓네요. 이렇게 큰 보스룸은 처음 봐요.”

“하기야 개미잖아요. 불빛도 없이 이 토굴에서 오래도록 살아온 마수일 테니까요.”

“원래는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보스 마수와 싸워야 했었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요.”

“아무튼 이곳저곳 랜턴으로 계속 비춰보죠. 보상의 방이 어딘가 통로로 이어져 있을 겁니다.”


보스룸은 외관에서 보이는 것보다 내부가 훨씬 넓었다.

그 탓에 일행은 어둠 속을 무려 30분 가까이 헤매야만 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 흙의 비린내와 서로의 땀 냄새가 진하게 느껴졌다.


톡톡.


그때 투명화한 새끼용이 뭔가 있다는 듯이 크라놀의 허벅지를 앞발로 두드렸다.

이 녀석은 남들보다 어둠 속을 멀리,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암시야’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비르그. 지금 왼쪽에다가 랜턴을 비춰주시겠습니까?”


크라놀의 말에, 비르그가 랜턴을 아주 가까이 가져갔다.

희미한 빛무리 끝에서 무언가 지형지물이 보였다.

그것은 다른 방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어, 저건?”

“틀림없어요! 보상의 방이에요!”

“세상에. 크라놀 님! 어떻게 아신 거예요?”


크라놀은 남들이 하는 오해에 맞춰서 적절하게 핑계를 댔다.


“그냥 마법사의 감입니다.”


다들 서둘러 이어져 있는 문을 열고 입장했다.

흙으로 다져진 공간이 아니라, 석벽으로 이뤄진 또 다른 밀실.

물론 어둠이 빛을 빨아먹는 공간의 특이점은 여전했기에 어두웠다.

그러나 이곳에 고스란히 잠들어 있는 궤짝을 발견했을 때 모두가 안도했다.


“보상 상자가 그대로 있어요!”

“보스 마수가 죽어서, 진작 누군가한테 털렸을 줄 알았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크량!”


투명화한 새끼용도 칭찬해 달라는 듯이 크라놀의 한쪽 팔에 엉겨 붙었다.

어지간히도 복덩이나 다름없는 녀석이었다.

덕분에 더 길게 헤매지 않고 보상의 방에 도달할 수 있었으니까.


끼익.


다들 기대를 품고 보상의 방에 있는 궤짝을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두 개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

꽤 고급스러운 양식의 ‘검은 가죽 장갑’.

그리고 보랏빛 기운을 내뿜고 있는 ‘큼지막한 알’이었다.


[명칭: 마기의 장갑.]

[등급: ★★]

[성능: 하급 악마와 대적하려 했던 성기사가 제작한 특수 장비. 사악한 힘을 빨아들여 능력치로 변환하는 기능을 지녔다. 전용 스킬, ‘마기 흡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마수사냥꾼들의 눈이 확 커졌다.

2성급 장비 아이템.

앞서 발견했던 1성 전리품들보다 훨씬 가치 있는 장비였다.

거기다 성능 또한 뛰어나기 그지없었다.

무려 ‘능력치’를 올려주는 장비였으니까.

앞서 설명했듯이 단 1의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지독히 고생해야 한다.

자기 한계를 돌파하는 경험을 해야 간신히 올라가는 수치이니까.

그래서 대부분 차선책으로 강력한 스킬을 익히는 걸 선택하는 편.

그러나 이 마기의 장갑은 그 능력치를 올려주는 옵션을 지녔다.

당연히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을 수밖에 없는 아이템.


“꿀꺽.”


다들 절로 군침이 넘어가는 보상품이었다.

그러나 감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로 다음 보상이 존재했으니까.


[명칭: 재앙의 알.]

[등급: ★★★]

[성능: 규격 외의 생명체가 잠들어 있다. 겉껍데기에는 불온한 기운이 흘러내린다. 재앙 그 자체가 될 잠재력을 지녔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니, 와.”

“세상에, 맙소사······.”

“이거······ 정신 나간 거 아니에요?”


무려 3성급 아이템!

상급 던전에서도 무척 진귀한 부류에 속하는 보상.

이만한 등급은 한 국가를 통틀어서도 흔치 않은 수준이었다.

종류나 용도에 따라서는 성 한 채도 살 수 있는 귀중품도 있으니까.

그러나 아이템 설명만큼은 불온하기 그지없었다.


“와, 외관이 장난 없네요. 새알보다도 크네.”

“그런데 재앙이 된다면 절대로 부화시키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상태창 글귀에 겁먹은 이들을 향해 크라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은 지독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였다.

재앙이 반드시 ‘인류’를 대상으로 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종의 말장난입니다. 재앙이란 것이 꼭 인류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니까요.”


실제로 이 설명문에서 뜻하는 ‘재앙’은 인류가 아닌, 악마들을 향한 것이다.

그래서 고대 문헌을 조작한 마수가 이 알을 깨부수길 유도했던 거고.


“음. 뭐, 불안하긴 하지만 크라놀 씨의 말이니까요. 일단은 부화시켜 볼까요?”

“그런데 이걸 태어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따뜻하게 품어줘야 하려나?”


그렇게 다들 재앙의 알 처우에 관해 의논하고 있을 때였다.


쾅!


갑작스러운 소음에 다들 고개를 돌렸다.

대뜸 보상의 방을 나가는 문이 닫혔다.

그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왜 부수지 않는가.


어디선가 낯설고 음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흠칫 놀라서 황급히 무기를 쥐고 진형을 갖췄다.

헛것을 들었나 싶었지만, 그 기분 나쁜 음색은 계속 들렸다.


-네놈들은 글귀도 읽을 줄 모르는가. 왜, 그 알을 깨부수지 않느냔 말이다.

“어? 저기 좀 봐!”


부넷이란 이름의 마수사냥꾼이 어둠 속을 가리키며 랜턴을 들었다.

천장에 웬 큰 짐승의 사체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길쭉하고 썩어있는 박쥐 같은 자세.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것은 어떤 생물의 형체를 하고 있었다.

이윽고 불빛이 닿은 순간, 그 징그러운 괴물이 날개를 펼쳤다.


화아아아악!


“큭!”

“뭐, 뭐야! 아악!”


그것이 날개를 휘두르자 엄청난 강풍이 휘몰아쳤다.

소규모 폭풍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의 강속.

준비했던 진형이 허무하게 무너지고, 다들 바람에 휩쓸려 무게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그러는 동시에, 뭔가 기시감이 느껴졌다.


“뭐, 뭐야?! 이 소용돌이는! 뭔가 익숙한데?”

“이 토굴 주위에 몰아쳤었던 소용돌이예요!”

“서, 설마 저 녀석이 그 재해의 원인이었던 거야?”


사체 같아 보이는 괴물이 천천히 일행에게로 다가섰다.

온몸에 썩어있는 살점이 붙은 형체.

손상된 비늘 틈으로 군데군데 살벌하게 드러나 있는 뼈.

자세히 보니, 그것은 영락없는 ‘용’이었다.


“부, 부패룡이다!”

“제기랄, 저딴 게 왜 이런 던전에 들어와 있는 거야!”


부패룡.

물론 성체에 비하면 작은, 황소만한 몸집이었다.

아마도 완벽히 성장하기 이전에 죽었던 사체가 되살아난 듯했다.

그러나 엄연히 용은 용.

상위종답게 수십 명을 동원하더라도 결코 잡기가 쉽지 않은 대형 마수였다.


-한없이 미개했던 인간 놈들이 꽤 명석해졌구나. 늘 상태창 글귀라면 철석같이 맹신하던 것들이었는데. 설마 그 알을 부화시키려고 들 줄이야.


단순히 위용만이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저 대형 마수는 고급스러운 어휘까지 구사할 줄 알았다.

노련한 마수사냥꾼들조차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마수가······ 인간의 말을 내뱉고 있다고?”


그만큼 지능이 높고, 변이 개체란 의미.

분명 고대 문헌을 이용해 사냥꾼들을 이곳까지 이끈 흑막이 분명했다.

그리고 크라놀은 부패룡이 굳이 그런 귀찮은 짓을 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마수는 보상 상자를 열 수 없다. 그래서 모험가들을 속여 이곳에 불러들인 거지.’


부패룡의 오만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 눈에 너희는 개미와도 다르지 않다. 한낱 미물들 따위가 불필요하게 현명할 필요는 없는 법.


뼛속으로부터 시퍼런 안광이 번뜩였다.


-나의 이름은 기로그날. 이 내가, 너희에게 천벌을 내리리라.


마수사냥꾼들은 소리 없이 경악했다.

심지어 자기의 이름까지 갖추고 있는 ‘네임드’.

이건 도무지 상급 던전에서 나올 법한 괴물이 아니었다.

야생에서 어느 한 지대의 우두머리로서 활동해도 전혀 무리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혼란에 빠진 이들 가운데에서도 유일하게 침착한 사람이 있었다.


‘일단 투명화로 내 몸을 감춘다. 그리고 내가 가진 히든 피스와 새끼용까지 총동원해야겠지.’


크라놀은 머릿속으로 이미 수 싸움을 시작하고 있었다.

과거에 용병 의뢰를 해결하며 모았던 히든 피스들이 아직 조금 있었다.

물론 성수는 새끼용을 살리느라 전부 써버렸지만.

‘순은 십자가’, ‘천사의 눈물이 묻은 작대기’ 따위는 아직 사용 횟수가 남아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절대로 쉬운 싸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크량.”


새끼용도 잔뜩 비장하게 그의 곁에 으르렁댔다.

크라놀이 복사했던 투명화를 사용하려고 할 때였다.

바로 그때, 그조차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일어났다.


“어?”


부패룡 기로그날이 공포의 화신처럼 뼈밖에 없는 날개를 펼쳤다.

그러고는 썩어가는 아가리를 벌리며 크게 포효했다.


-크롸롸라라라라라라-!


웅장한 굉음이 쩌렁쩌렁 보스룸을 울렸다.

귀를 막아도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한 수준.

다들 전의를 상실하고 공포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유독 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피해였다.


“······!”

“어어? 크라놀 님이 피를 흘리세요!”


바로 곁에 있던 일리아가 당황했다.

그에게서 코피가 터져서는 줄줄 흘렀다.

그런데 그 출혈량이 보통 수준을 넘었다.

얼굴이 흠뻑 다 젖어갈 정도였으니까.


“······크라놀 씨? 괜찮은 겁니까!”


비르그가 차마 고개를 돌리지도 못한 채 소리쳤다.

다들 크라놀의 출혈이 부패룡의 스킬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이것은 크라놀만이 앓는 광증이었으니까.

덜덜 떨리는 손이 강박적으로 품 안을 뒤졌다.


“윽, 어억, 윽.”


크라놀이 충혈된 눈으로 약초를 퍼먹기 시작했다.

멎지 않는 코피를 흘리며, 약에 절은 중독자처럼.

어딜 봐도 정상인 상태가 아니었다.


-크롸롸라라라라라라-! 이 나를 만난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너희 중 몇 명은 특별히 살려서 고문실에 가둬두도록 할 터이니! 크롸롸라라라라라라-! 알의 파괴 임무를 맡은 이 위대한 나의 여흥 거리가 되어라! 크롸롸라라라라라라-!


그런데 약초를 퍼먹고 났는데도 저 개 같은 굉음이 멈추지 않았다.

머리가 깨질 듯한 크라놀은 피로 물든 얼굴을 구겼다.

그러고는 눈치 없이 포효하는 부패룡을 노려보며 손짓했다.


“씨발, 닥쳐.”

-억?!


부패룡 기로그날이 멈칫하더니 벌려진 아가리가 꿈틀했다.

곧 전신 뼈가 갈라지더니······.


-컥!


퍼석-!


······호쾌하게 뼛가루를 흩날리며 산산조각 나 터졌다.

‘일격’이라고 할 수도 없는, 고작 손가락 긋기 한 번.

겨우 그걸로, 전부 끝이었다.


“어?”


일순간 적막이 흘렀다.

널브러진 뼛조각들을 내려다보며 마수사냥꾼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직접 자신들의 눈으로 지켜보고도 감히 믿을 수 없었다.

엄청날 것처럼 출현했던 대형 마수가, 한순간에 즉사했다.


겨우 크라놀의 손짓 한 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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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영주의 보상 +2 24.09.17 491 20 15쪽
13 최하급 악마, 모르곤 +2 24.09.16 575 24 18쪽
12 흑뢰 +2 24.09.15 643 21 12쪽
11 사기적인 혈통 24.09.14 740 22 14쪽
10 두 번째 재앙 +1 24.09.13 771 23 12쪽
9 재앙의 알 +2 24.09.12 770 21 15쪽
» 대형 마수 +1 24.09.11 799 24 13쪽
7 던전 보스 24.09.10 845 21 15쪽
6 마수사냥꾼들 24.09.09 886 22 13쪽
5 소용돌이 토굴 던전 +1 24.09.08 1,003 24 15쪽
4 첫 번째 재앙 24.09.07 1,109 26 11쪽
3 히든 특성 +1 24.09.06 1,192 30 12쪽
2 광증 24.09.05 1,242 31 12쪽
1 A급 의뢰 +2 24.09.04 1,559 3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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