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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재앙급 펫을 살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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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터]
작품등록일 :
2024.09.0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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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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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0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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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광증

DUMMY

SSS급 마수사냥꾼.

당연히 제목답게 주인공은 마수사냥꾼이며, 작중에서도 다양한 마수가 등장한다.

개중에는 태산을 무너뜨리거나 바다도 단번에 갈라버릴 초대형 마수들도 적잖은데.

그중에서도 단연코 손에 꼽는 재해 중 하나는 1막 최종보스인 ‘흑금룡’이었다.


‘현대에서 명줄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골드 에이션트 드래곤.’


물론 지금은 자신의 둥지에서 잠들어 있는 상태.

그러나 앞으로 고작 3년 뒤면 놈이 깨어나게 된다.


‘부패룡처럼 외견만 용인 언데드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 그야말로 진정한 용.’


고작해야 작중 1막의 최종보스치고는 지나치게 두려운 위용이었다.

그러나 흑금룡의 재림은 고작 시작에 불과하다.

2막부터는 이곳 대륙 말고도, 바다 건너 지역의 강자들도 등장하니까.

아무튼 현재 시점인 1막에선 가장 막강한 마수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왜 이런 곳에 흑금룡의 새끼가 있는 거지?’


원래 흑금룡에게는 단 한 마리의 새끼가 있었다.

그러나 작중 상황에선 예전에 사망한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런 영지에서 부패룡이란 오명을 씌며 활동 중이었다니.


‘이유야 모르겠지만 뭐 이런 우연이······.’


그때였다.


“윽!”


크라놀은 늘 지끈대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갑자기 머리가 쪼개질 것 같았다.


‘······점점 심해지는군. 이놈의 두통은.’


최근 들어서 광증 발작이 심해졌다.

얼른 품에서 약초를 꺼내 씹으며 크라놀은 고뇌했다.


‘아무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1막 최종보스의 새끼를 어쩌다가 살려버렸다.

크라놀은 이제는 편안히 숨을 몰아쉬는 황금색 새끼용을 내려다봤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튀자.’


그는 이 소설, SSS급 마수사냥꾼의 결말을 알고 있었다.

세계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실제로 인류도 꽤 많이 죽는다.

그러나 크라놀은 어디에 숨고 어떻게 해야만 살아남을지를 알고 있었다.


‘인류를 구하는 거창한 목표야 주인공 몫이고. 난 내 일하기도 바빠.’


광증을 완치하고, 배드엔딩을 피하는 것.

지금은 오직 그것만이 크라놀의 목표였다.

그러니 최종보스의 새끼와 연관되어서야 귀찮아질 것밖엔 없었다.

그의 목표와도 전혀 연관성이 없었고, 실수로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쓸데없는 적이 생길 터.


“캬아아아?”


그때 가쁜 숨을 내쉬던 새끼용이 몸을 일으켰다.

자신도 깜짝 놀란 듯이 앙증맞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까지 지옥 같던 몸의 고통이 씻은 듯이 사라졌으니까.

본래의 찬란한 황금빛을 되찾은 자기 몸을 살피고는 화들짝 아가리까지 벌렸다.


“캬아아아?!”


황금색 새끼용이 크고 영롱한 눈동자로 크라놀을 올려다봤다.

네가 날 치료해 준 거냐는 듯이.

그러거나 말거나 크라놀은 무시하고 길을 돌아섰다.


‘어쨌든 이곳에 부패룡은 없었군. 서둘러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해왔던 준비 작업이 죄다 헛수고로 돌아가 버렸다는 의미.

광증을 완치하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계획을 짜야 했다.

그는 깨질 듯한 머리를 감싸 쥐고 다급히 도망가 버렸다.


“캬야아아아?”


그리고 그런 그의 뒷모습을 새끼용은 갸우뚱하며 바라보았다.

이윽고, 날개를 살짝 펼치더니 곧 온몸이 투명해졌다.

작은 생명체가 크라놀의 뒤를 몰래 쫓기 시작했다.


***


“크라놀 녀석이 A급 의뢰서를 뜯어갔다고?”

“그냥 뜯어가기만 한 거 아니야? 종종 있잖아. 정보를 살핀다면서 정작 의뢰 수행은 없는 놈들.”

“아니야, 진짜라고. 그놈이 부패 중인 서쪽 숲으로 향하는 걸 봤다는 얘기가 들어왔다고.”


비르시 영지의 외곽 어귀.

벽에 기대고 팔짱 낀 용병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에서 최근 유명해진 어느 신인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를 부른 이유가 겨우 그거라고?”

“맞아. 크라놀 놈이 뒈지러 간 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


둘이 의문을 표하자, 나머지 한 사내가 혀를 찼다.


“이 멍청한 놈들. 너흰 아직도 미친개 크라놀을 모르냐?”


일명, 미친개 크라놀.

용병들 사이에서 불리는 놈의 별명이었다.

어느 순간 이곳 영지로 들어선 무시무시한 신참 녀석.


‘약해 보이는 초보자 놈이라고 방심했다가 다들 된통 깨졌지.’


크라놀은 분명 단련된 근육조차 없이 허약해 보이는 약골이었다.

그러나 놈은 신기할 정도로 의뢰 달성률이 완벽했다.

뜯어간 의뢰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100%로 달성해 버렸으니까.


‘특히 ‘영주 부인 목걸이 찾기’ 의뢰 때는 모두가 놀랐지.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 혼자서 던전에 걸어 들어가서 버려진 목걸이를 혼자 되찾아왔으니까. ‘버려진 교회 탐사’나 ‘꼬리 다섯 개인 늑대 내쫓기’ 때도 그랬고.’


전부 하나같이 단서가 부족하거나, 성공할 길이 보이지 않아 미궁 속에 빠졌던 의뢰들.

그러나 크라놀에 손만 거치면 척척 의뢰가 깔끔하게 달성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심지어 때로는 이놈이 정말 약골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모하게 행동하며 의뢰를 성공시켰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미친개’였다.


이러니 당연히 주위 용병들한테서 질투를 살 수밖에 없었다.

자기들보다 힘도 약하고, 경력도 짧은 신참 놈이 잘나가는 상황이었으니까.

개중에서도 이들은 크라놀에게 열등감을 품은 용병들이었다.


“분명 크라놀 자식은 이번 의뢰 수행을 위해 히든피스들을 챙겨갔을 거야. 지난 의뢰에서 얻은 보상만 해도 전부 신성 관련 물품들이었으니까. 그러니 우린 녀석의 흔적을 따라가서 시체로부터 그 비싼 것들만 회수하면 돼. 부패룡과는 마주칠 일 없이 이득만 털자는 거야.”

“호오라.”

“손대지 말고 코를 풀자?”


그제야 이해한 두 용병이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버러진 교회의 ‘순도 높은 성수’나 ‘순은 십자가’, ‘천사의 눈물이 묻은 작대기’ 등등.

크라놀이 의뢰 달성으로 모았다고 추측되는 진귀한 보상품들만 해도 그 양이 상당했다.

아마도 이번 부패룡 처치 의뢰를 위해서 모아둔 것일 터.

그러니 크라놀의 뒤통수를 쳐서 털어도 꽤 한몫을 챙길 수 있을 것이었다.


“어? 야! 저기 봐!”


그때 대화를 나누던 용병 중 하나가 저편을 가리켰다.

저기서 영지 입구로부터 걸어오는 사내가 있었다.

크라놀 위자르.

그러나 뜻밖에도 안색이 창백하고 걸음걸이도 위태로워 보였다.


“허. 뭐야, 저 녀석이 살아서 돌아왔네?”

“그런데 별로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는데? 설마 부패룡한테 당했나?”

“이거 우습군! 천하의 미친개 크라놀도 이번 의뢰만큼은 달성할 수 없었나 보지?”

반면 크라놀은 비웃고 떠드는 용병들조차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이미 그럴 겨를조차 없어 보였으니까.

다크서클은 한층 깊어지고, 허옇게 질린 얼굴에선 코피가 줄줄 흘렀다.


‘아, 씨발.’


크라놀은 걸으면서도 쓰러질 것 같은 두통을 느꼈다.

원래 지금까지 광증 증상에 출혈까지는 없었는데.

예상보다 병세가 빠르게 심각해지고 있었다.


‘약초. 약초도 이젠 거의 없는데.’


입에서 쓴 내가 날 정도로 씹었던 약초도 이제는 바닥을 드러냈다.

어떻게든 지금 위기의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만 했다.


‘부패룡. 어떻게든 부패룡을 잡아야 해.’


원작 지식을 미친 듯이 뒤지며 걷다가.

갑자기 크라놀이 멈춰 섰다.


“얘들아.”


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말했다.

동시에 뒤를 치려고 접근하던 용병들이 움찔했다.


“너희는 전혀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제정신 아니거든.”


크라놀의 낮은 어조는 피로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니까, 꺼져라. 좋은 말로 해줄 때.”


그러나 세 용병은 코웃음도 치지 않았다.

도리어 무기를 꺼내 들고 상태가 안 좋은 크라놀을 겨눴다.


“이 씨발 새끼가 다 뒈져가는 몰골로 뭐라는 거야?”

“어차피 여기서 네놈이 뒈지더라도 서쪽 땅에 가서 던져놓고 오면 그만이야.”

“맞아. 이대로 네가 실종돼도 다들 부패룡한테 당했다고 여길 테니까.”


차후 계획을 발설한다는 것은 간단한 의미였다.

이걸 듣는 네놈은 반드시 죽게 될 거라고.

살벌하게 칼을 꺼내든 용병들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크라놀은 제자리에 서서 발도 떼지 않았다.

그저 손가락을 하나 휘저었다.


“어?”


한 번에 두 가지 일이 벌어졌다.

가장 가까이 있는 칼이 퍼석 부러졌다.

가장 가까이 있는 용병의 팔 한 짝이 터졌다.


“어! 어어?!”

“내, 내 팔! 내 팔!”

“씨발, 뭐야! 이 새끼 약골 아니었어?”


약골은 맞다.

다만 지금은 마법적 힘이 강화됐을 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크라놀이 앓고 있는 광증의 증상이었다.


‘광증이 심해질수록, 각종 마법적 위력이 세지니까.’


크라놀 위자르는 광증이 심해질수록 여러 능력치가 일괄적으로 상승한다.

그러나 문제는 두통이 격해지고, 몸에 오는 고통도 심해진다는 것.

거기다가 통제력을 잃고 타인을 잔혹하게 죽이는 막장 짓도 잦아지게 된다.

피에 젖은 크라놀은 터뜨린 팔을 내려다보며 나른하게 중얼댔다.


“이거 고추도 가능한가?”

“어어? 미, 미친! 아아아악!”


이날, 세 용병은 뼈저리게 깨달았다.

왜 그가 미친개라고 불렸는지를.


***


크라놀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어느새 눈앞에는 세 구의 시체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이제 누구도 시체라고 볼 수 없었다.


“하아! 하아!”


그것도 잔인하게 사지가 쪼개지고 촘촘하게 분쇄된.

이제는 인간이라는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이 핏물과 고깃가루들.


“죽일,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크라놀은 구역질이 나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제 겨우 빙의한 지 석 달 차였다.

제아무리 가차 없더라도 명색이 현대인.

그러나 광증은 그의 관념 자체를 무너뜨렸다.

“아, 머리, 머리. 머리가 너무 아파.”


시체들의 피가 묻은 채로 크라놀은 비틀대며 계속 걸었다.

피를 맛봤더니 광증이 점점 더 격해졌다.

자꾸만 살육이 마렵고 심장이 격렬히 뛴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자꾸만 쏟아졌다.

그러다가, 눈앞이 점점 흔들렸다.


‘하, 씨발.’


결국 크라놀은 얼마 걷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이대로 의식을 잃었다가는 분명 또 누군가를 죽이려 들 게 분명했다.

광증에 잡아먹히면 자아를 잃고 결국 원작대로의 루트를 타게 될 것이다.


‘결국, 노력했는데도 여기까지인가.’


크라놀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뭔가를 꺼냈다.

평소에 씹는 약초와 달리, 적갈색 독초.


이것은 자결용 도구였다.


한 움큼만 집어삼키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서 품에 지니고 다니던 것이었다.


‘결국 재앙이 되어서 무고한 수백만 명을 학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금······.’


당연히 망설여졌다.

그러나 곧 결단을 내렸다.

크라놀이 독초를 잔뜩 입에 넣고 씹었다.


“컥. 커컥.”


비교도 할 수 없는 아릿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서서히 두통이 느껴지지 않으며 온몸에 힘이 빠졌다.

조금씩 붉었던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 한 점 없는 어둠으로 물들어 간다······.


“캬아아아아!”


그런데 그때 뭔가 익숙한 울음소리가 울렸다.

크라놀은 몽롱해지는 눈을 비볐다.

대뜸 눈부신 황금색 비늘의 새끼용이 날아들었다.


“커헉! 컥! 우욱!”


조그만 녀석이 어찌나 재빠른지 순식간에 날아들어 복부에 부딪혔다.

뒤로 쓰러진 크라놀은 입에 넣었던 독초를 토해내고 말았다.

난데없이 자살을 방해한 이 새끼 마수를 노려보았을 때였다.


“캬아아아아!”


울먹이는 새끼용이 자그마한 머리통을 그의 가슴에 꼭 파묻었다.

미쳐서 자결하려는 자신을 허겁지겁 뜯어말리려는 듯이.

그리고 그 순간, 눈앞에 뭔가가 떠올랐다.


[골든 에이션트 드래곤이 당신에게 복종합니다.]

[숨겨진 특성의 잠재 조건이 해금됐습니다.]

[새로운 힘, ‘재앙 친화력’이 개방됐습니다.]


“······뭐야.”


크라놀은 핏물과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최후반에나 각성해야 하는 히든 특성.

크라놀 위자르가 최종장 보스에 버금가는 막장 사기캐로 진화한 이유.


그 힘이 바로 지금, 이 순간 깨어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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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최하급 악마, 모르곤 +2 24.09.16 575 24 18쪽
12 흑뢰 +2 24.09.15 642 21 12쪽
11 사기적인 혈통 24.09.14 739 22 14쪽
10 두 번째 재앙 +1 24.09.13 768 23 12쪽
9 재앙의 알 +2 24.09.12 767 21 15쪽
8 대형 마수 +1 24.09.11 796 24 13쪽
7 던전 보스 24.09.10 842 21 15쪽
6 마수사냥꾼들 24.09.09 885 22 13쪽
5 소용돌이 토굴 던전 +1 24.09.08 1,003 24 15쪽
4 첫 번째 재앙 24.09.07 1,109 26 11쪽
3 히든 특성 +1 24.09.06 1,192 30 12쪽
» 광증 24.09.05 1,242 31 12쪽
1 A급 의뢰 +2 24.09.04 1,558 3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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