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플래터 님의 서재입니다.

귀여운 재앙급 펫을 살려버렸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플래터]
작품등록일 :
2024.09.04 19:18
최근연재일 :
2024.09.18 23:52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2,917
추천수 :
355
글자수 :
92,486

작성
24.09.15 23:16
조회
642
추천
21
글자
12쪽

흑뢰

DUMMY

‘재앙 친화력’은 재앙을 강하게 키울수록 힘을 얻는 특성.

그러나 이 특성을 적용하려면 처음 본 재앙과 가까워져야만 했다.


‘친분을 올리거나, 아니면 강압적으로 지배해 버리거나.’


크라놀은 선택한 것은 전자였다.

그것이 앞으로를 위해 결과적으로 나은 선택이니까.

다행히도 여자애와 함께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레 친분이 쌓였다.

크라놀은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없음]

[종족: 혼혈 천마]

[잠재력: SSS]

[전용 스킬: 별빛 치유(Lv2), 흑뢰(Lv2), 아공간 쉼터(Lv1)]

[보유 특성: 간식 애호가(일반), 악마의 혈통(전설), 천사의 핏줄(전설)]

[능력치: 근력(Lv1), 민첩(Lv3), 마력(Lv4), 행운(Lv3)]

[당신에 대한 감정: 고기 잘 굽는 아저씨!]


‘······이 녀석도 새끼용 못지않은 괴물이군.’


크라놀은 속으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이번에도 무려 잠재력이 SSS급이 떠버렸으니까.


‘아마 A+나 S급 수준일 거라고 내심 짐작했는데, 설마 새끼용과 동급이라니.’


새끼용은 알다시피 최종보스의 하나뿐인 핏줄.

그러나 여자애 역시 천계 악마와 천사의 순수 혈통 혼종이었다.

양측의 잠재력이 무려 동등하다는 수준.

크라놀은 좌청룡 우백호를 둔 것처럼 듬직하기 그지없었다.

사실상 1막에서 손에 넣을 수 있는 최강의 재앙 씨앗들을 손에 넣었다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하지만 잠재력이 대단하다고 지금 당장 무적인 것은 아니지.’


새끼용과 여자애 모두 미친 혈통을 타고났으나, 현재는 모두 어린 나이.

이 세계의 강자나 초대형 생명체들에게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몸이었다.

크라놀은 결코 이 어린것들을 죽지 않게끔 잘 키워내겠다고 다짐했다.


‘기껏 1등 복권을 뽑아놨는데, 휴지 조각으로 만들 순 없으니까.’


아무튼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여자애의 어느 스킬을 복사해 올지 결정해야 했다.


[재앙의 전용 스킬을 복사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스킬 레벨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현재 복사가 가능한 스킬은 ‘1개’입니다.]


크라놀은 먼젓번에 새끼용의 ‘투명화’를 복사했다.

적들을 교란하고, 기습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기에 적합한 상위 마법.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스킬을 베껴올 작정이었다.


[‘흑뢰(Lv1)’를 복사했습니다!]


흑뢰.

검은 번개란 의미.

이것은 특이한 상급 스킬이었다.

악마와 계약해야만 익힐 수 있는 마법이었으니까.


‘흑뢰는 강력한 공격 스킬이지. 어떻게 단련하느냐에 따라 광범위 재해가 되기도 하고, 참격에다가 제물을 바쳐 강화하는 버프, 짧은 시간 마비를 유발하는 저격 마법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일부 스킬은 레벨을 올리다 보면 다양한 방향으로 단련할 수 있다.

어떤 갈래를 택하느냐에 따라 활용도가 높아지거나, 무용지물이 되기도 했다.

크라놀은 이 흑뢰를 여자애와는 다른 방향으로 경지를 올릴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서로에게 효율적이었으니까.


‘스킬 육성은 본인에게 맞는 루트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강력하지.’


이번에도 크라놀은 자신의 선택에 전혀 후회가 없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전투 방식을 택했으니까.


‘한 번 시험해 볼까.’


크라놀은 머릿속으로 새까만 벼락을 떠올리며 손을 내뻗었다.


파직! 파지직!


그 순간, 손바닥을 중심으로 기묘한 스파크가 번쩍였다.

어두운 하늘에서 떨어질 것만 같은, 기이한 검은 번개가 손아귀에서 폭발적인 힘을 내뿜었다.

그 검은 번개는 마치 생명을 지닌 것처럼 손을 타고 오르며, 주위의 공기조차 일그러뜨렸다.

크라놀은 근처의 수목을 향해 흑뢰를 두른 손아귀를 내뻗었다.


쩌거걱!


굵직한 나무 한 그루가 기둥째로 파여서 쓰러져 버렸다.

흑뢰가 강타한 부분은 새까맣게 잿더미처럼 타 있었다.

크라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손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날로 먹었군.’


이만한 흑마법을 이렇게 쉽게 배워도 된단 말인가.

본래 상급 흑마법은 기존 마법과 다르게 배우기도 쉽지 않다.

물론 ‘투명화’ 수준의 마법도 바닥부터 시작해서 배우려면 4년은 잡아야 했다.

그러나 흑마법을 습득하는 과정은 단순히 기간이 문제가 아니었다.


‘강력한 흑마법일수록 신체 부위나 자신의 소중한 제물을 악마에게 바쳐야 익힐 수 있으니까.’


어디 그뿐일까, 힘을 얻으려 악마와 거래했다가 속아서 죽거나 노예가 되는 일도 부지기수.

결론은 이만한 흑마법을 단숨에 습득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득이었다.

크라놀이 앞으로 이 흑뢰를 어떻게 육성할지 전략을 짜고 있었을 때였다.


“어? 아저씨.”


갑자기 여자애가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아주 조그만 손가락으로 저편을 가리켰다.


“저기 좀 봐요. 누가 오고 있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몸을 움직였다.

크라놀은 재빠르게 여자애를 품에 끌어안았다.


“읍읍!”


놀란 그 애가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입을 막았다.

그대로 나무 뒤편으로 숨은 채로 숨을 죽였다.

귀를 기울이니, 어떤 목소리들이 들렸다.


“뭐야? 여기 나무가 왜 이래?”

“설마 우리 말고 누가 있는 건가?”


크라놀은 살짝 고개를 내밀어 저편을 엿봤다.

새까맣게 태워진 나무 주위에, 새빨간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대화하고 있었다.


“그럴 리가. 이곳은 마기가 가득한 숲이라고. 부패룡 사건으로 죽은 용병들도 많았고. 어떤 미친놈이 함부로 오겠어?”

“그렇지만 지난번에 비해 마기가 옅어져 있어. 군데군데 정화된 부근들도 눈에 띄었고. 이건 불길해. 지금, 이 숲에서 우리가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제기랄. 하루빨리 거사를 치르는 것이 좋겠군. 다들 어서 움직이자고.”


크라놀은 한쪽 눈썹을 올렸다.

부패한 영역의 심부.

그곳으로, 적색 로브를 걸친 사람들이 몰려가고 있었다.


***


크라놀은 골몰히 생각했다.

같은 복장을 착용한 사람들이 어딘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도, 마기가 가득한 이 영역에서.


‘그런데 왜 저 사람들은 멀쩡하지?’


마기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물질.

오래 접촉하고 있으면 끔찍한 전염병이나 저주에 걸린다.

성수처럼 축복받은 물질이나, 특별한 장비 없이는 대부분 사망에 이르게 될 터.


‘아무래도 나와 비슷하게 대처하고 있는 건가.’


크라놀은 마기의 장갑으로 마기를 흡수해서 생명력 감소를 막고 있었다.

저들의 붉은 로브도 마기를 막거나 차단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즉, 이곳이 마기가 가득한 땅임을 알고 의도적으로 대비해 왔다는 것.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들은 이 부패한 영역에서 거사를 치러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적이 없는 이곳에서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건데.’


그러나 원작에서도 이에 관련한 사건은 딱히 읽은 기억이 없었다.

즉, 비중도 없는 별것 아닌 일이거나 원작에도 없었던 변수인 것.

이건 뭔가 신경이 쓰였다.


‘만에 하나 후자라면 괜스레 방치했다가 피를 볼지 모르니까.’


크라놀은 한 번 저들을 쫓아가기로 했다.

한 번 뒤쫓아 보고 별일이 아니라면 그냥 돌아오면 그만일 터.


“아저씨.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넌 일단 아공간 쉼터로 돌아가 있어라. 필요하면 부르겠다.”


크라놀은 여자애를 돌려보내고 혼자가 되었다.


“후.”


숨을 가다듬으며 온몸에 힘을 줬다.

곧 그의 형체가 발끝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새끼용에게서 복사해 왔던 전용 스킬, 투명화였다.


[‘투명화(Lv1)’를 시전합니다.]

[큰 소리를 내거나 타인을 공격하면 곧바로 해제됩니다.]


크라놀은 투명해진 상태로 저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바스락거리는 잎사귀나 나무뿌리를 밟지 않도록 주의했다.

곧 얼마 되지 않아 저들이 도착한 곳은 부패한 숲답지 않은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검은 양초가 잔뜩 놓여 있는 제단,

그곳에 붉은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제단 중앙에 핏물로 그려진 마법진과 균일하게 널브러진 각종 눈알, 장기, 뼛조각.

상당히 끔찍한 광경이었으나, 크라놀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답이 보였다.


‘저것들, 검은 뱀의 교단 놈들이었군.’


온갖 불법적인 일을 거행해 야망을 이루려는 사이비 단체.

범죄자나 흑마도사가 다수 포함된 일종의 이단이었다.

특히나 불길한 소환 의식은 저 교단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었다.


‘악법은 법이 아니요, 도덕은 위선적인 겉껍질이로다.’


그것이 검은 뱀의 교단이 첫 번째 율법이었다.

이들이 어떤 단체인지 정확히 보여주는 한 문장.

그런데 왜 하필 마기가 들끓는 영역에 저 녀석들이?


“아무래도 거사를 앞당겨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분위기가 심상찮아요. 우리도 이곳에서 오래 작업하다 보면 들킬 확률도 늘어날 테고.”

“하지만 소환 의식을 재촉하다가 또 저번처럼 실패작이 소환되면 어쩌려고요?”

“우리가 잡으려고 하자마자 도망쳐 버린 시체 같은 용 말입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엔 훨씬 큰 봉헌물을 챙겨왔으니.”


제단에 모인 검은 뱀의 교단 신자들이 술렁댔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소환하려다가 실패했었던 모양.

그러나 저 ‘시체 같은 용’이란 말이 마음에 걸렸다.


‘설마 시체병에 걸려서 죽어갔던 새끼용을 말하는 건가?’


그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어째서 최종보스의 둥지에 있어야 할 녀석이 이런 곳에서 발견됐는지를.

설마 검은 뱀의 교단에 의해서 이런 곳에 강제 소환이 됐었던 것이라니.


‘도대체 뭘 불러내려고 했기에, 새끼용 같은 잠재력이 뛰어난 마수가 잘못 소환된 거지?’


소환 대상이 혼동됐다는 것은 그만큼 격이 높은 존재를 불러들이려고 했다는 것.

크라놀은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곧 교단 놈들이 준비한 봉헌물을 보았을 때, 눈살이 찌푸려졌다.

커다란 헝겊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젊은 청년들의 머리통이었다.

총 네 개의 목통은 각기 다른 인종과 나이였고 모두 눈알이 빠져 있었다.

봉헌물을 보면 그 소환 대상을 이해할 수 있는 법.

이것은, ‘최하급 악마’의 소환 의식이었다.


‘정신이 나갔군. 설마 현계에서 악마의 본체를 소환하려고 하다니.’


악마와 천사들이 본격적으로 위용을 드러내는 것은 3막부터였다.

그런데 그런 상위 존재들을 현계에서 지금 1막 시점에서 강림시키려고 한다니?

당연히 대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악마 소환은, 현 대륙에서도 가장 금기적인 의식 중 하나였다.


‘저것들 때문이었군. 이곳에 마기가 넘치게 된 이유도.’


어쩐지 이 땅에 마기가 지독할 만큼 올라왔다 싶었다.

고작 소환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한 영역이 죽음의 땅으로 변모하다니.

설령 최하급일지라도 악마가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조용히 빠져나가야겠군. 1막부터 악마와 연관되어서 좋을 게 없다.’


크라놀은 곧장 뒤돌아섰다.

악마는 지금으로선 함부로 사냥하거나 대적할 수도 없는 막대한 거물.

아마도 원작에서도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던 것은 저 의식이 대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리라.

본인들의 욕망을 위해서 악마를 소환하는 사건은 가끔 있었으나, 대부분 끝이 나빴으니까.

분명 작중 간략하게 언급됐던 무수한 악마의 참극 사례 중 하나가 여기서 펼쳐지게 되리라.


‘······잠깐만.’


그러다가 크라놀은 문득 발걸음을 멈춰 섰다.

갑작스레 생각이 바뀌었다.

잘하면, 오히려 이 참극을 역이용할 수 있겠다고.


‘한 번 지켜봐 볼까, 소환.’


최근 크라놀은 날로 먹는 것에 푹 빠졌다.

가성비 있게 최고의 결과치를 뽑을 수 있다면 뭐든 이용해야 했다.

그것이 설령 저 눈앞의 흉악한 악마 소환 의식일지라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여운 재앙급 펫을 살려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1화, 14화가 조금 수정됐습니다 24.09.18 23 0 -
공지 매일 연재, 업로드 시간은 미정입니다 24.09.12 374 0 -
15 NEW 16시간 전 304 15 13쪽
14 영주의 보상 +2 24.09.17 490 20 15쪽
13 최하급 악마, 모르곤 +2 24.09.16 575 24 18쪽
» 흑뢰 +2 24.09.15 643 21 12쪽
11 사기적인 혈통 24.09.14 739 22 14쪽
10 두 번째 재앙 +1 24.09.13 769 23 12쪽
9 재앙의 알 +2 24.09.12 767 21 15쪽
8 대형 마수 +1 24.09.11 796 24 13쪽
7 던전 보스 24.09.10 842 21 15쪽
6 마수사냥꾼들 24.09.09 885 22 13쪽
5 소용돌이 토굴 던전 +1 24.09.08 1,003 24 15쪽
4 첫 번째 재앙 24.09.07 1,109 26 11쪽
3 히든 특성 +1 24.09.06 1,192 30 12쪽
2 광증 24.09.05 1,242 31 12쪽
1 A급 의뢰 +2 24.09.04 1,558 3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