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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재앙급 펫을 살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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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터]
작품등록일 :
2024.09.0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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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86

작성
24.09.0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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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첫 번째 재앙

DUMMY

영주 성을 나온 크라놀은 가장 먼저 약초 가게부터 들렀다.

그에게 광증을 잠재울 비상 약초는 언제나 필수였다.

약초상이 단골손님이 구매하려는 묵직한 약초 묶음을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런 미친. 고요초, 이완풀에 평온의 꽃샘까지······. 우리 상점에 있는 약초는 다 털려고?”

“많이 팔면 좋잖습니까. 뭐가 걱정입니까.”

“아니, 당신은 항상 배합률이나 복용량도 다 무시하고 생짜로 씹어먹잖아! 괜찮긴 한 거야?”


크라놀은 더 대꾸하지 않고 돈주머니를 내밀었다.

그가 항상 지출이 많은 이유였다.

언제나 수입의 90%는 약초값으로 나가니까.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어. 광증은 내게 최악의 약점이다.’


당장은 황금 엘릭서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언젠가 광증은 또 악화할 것이다.

저번처럼 미쳤다가는 결국 통제 없는 학살을 벌이게 될 터.

크라놀은 본인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싫었다.


‘보는 사람이 없었기에 다행이었지.’


오늘만 해도 무려 용병을 셋이나 고깃가루로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다행히 인적이 없는 길이라서 목격자는 없었다.

물론 그래서 녀석들도 자신을 습격했던 것이겠지만.


‘아무튼 조금 먼 길을 떠나야겠군.’


크라놀은 비르시의 영주와 거래했다.

부패한 서쪽 영역을 완벽히 정화하는 A급 의뢰!

당연히 부패룡 퇴치 이상으로 까다로운 내용이었다.

그랬기에 영주는 하늘 장화는 물론이고, 그가 원하는 바를 한 가지 더 들어주기로 약속했다.


‘물론 미심쩍은 영주이긴 하지만, 서로 별의 맹세까지 걸었으니까.’


별의 명세.

해당 안전지대의 수호성(守護星)을 걸고 하는 약속이었다.

이 맹세를 하고서 어겼을 시엔, 별이 내리는 ‘천벌’을 받게 된다.

대뜸 날벼락이 떨어진다든지, 온몸이 활활 불로 타오른다든지.

별의 맹세가 걸린 거래에서는 최소한 사기당할 걱정은 없었다.


‘그 영주, 어지간히도 빨리 무역로를 개척하고 싶은 모양이군.’


원래 크라놀은 광증 완화를 위해 부패룡부터 사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상 밖의 변수들로 인해 상황이 이래저래 꼬였다.

우선은 당장 목표로 향하면서, 바닥난 자금부터 벌기로 했다.


‘소용돌이 토굴. 그 상급 던전에도 부패룡이 한 마리 숨어 있지.’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여행길이었다.

일단, 최종적으로 영주에게서 보상을 뜯어낼 것이다.

그리고 부패룡을 사냥해 광증 완화에 필요한 아이템도 구할 수 있으리라.

물론 절대로 쉽지 않은 여정이 되겠지만 말이다.


‘소용돌이 토굴까지 가려면 맨몸으로는 힘들지.’


크라놀은 비르시 영지의 상점들을 돌았다.

여정에 필요한 건조식량과 수통, 랜턴, 담요 등의 장비들을 구매했다.

그러고 나니 그야말로 돈주머니가 텅텅 비어버렸다.


‘역시 돈이 필요하겠군. 내가 맨정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크라놀의 온건한 생활을 위해서는 자금력은 필수였다.

평상시 광증을 막기 위한 약초값만 해도 엄청난 지출이 나가니까.

오죽하면 미친개라고 불릴 만큼 무모한 의뢰들을 해결했는데도 금세 자금난에 허덕이겠는가.


‘이제 마지막으로, 동료를 구해야 하나?’


보통 던전을 무모하게 혼자서 돌파하는 인간은 거의 없다.

대부분 팀을 짜서 들어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니까.

방어, 정찰, 척후, 회복, 함정 해제 등등 역할도 세부적으로 나뉜다.

최하급 마수들이나 나오는 하류 던전이라면 몰라도, 상급 던전은 파티 결성이 필수였다.


“흠.”


원래 크라놀은 협력적인 활동은 잘 하지 않았다.

애당초 용병들도 그에게 선뜻 다가오지 못했으니까.

이상하게도 성적이 좋은 신참이었지만, 약골이었기에 무슨 역할을 맡기기도 애매했다.


‘뭐, 어차피 누굴 고용하려 해도 남은 돈도 없고.’


그렇다면 방법이야 간단했다.

크라놀은 허공을 향해서 말했다.


“너, 나랑 여행 좀 가자.”

“캬아아앙?”

“······흠. 뒤에 있었군.”


뭣 하러 사람을 쓰겠는가.

이미 있지 않은가.

온종일 자신만 졸졸 따라다니는, 사기급 동료가.


***


크라놀은 영지 어귀를 나와서 걷고 있었다.

인적이 없는 곳이었기에 새끼룡도 투명화를 풀고 그를 졸졸 따라왔다.

이 조그만 녀석은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지 이곳저곳을 신기하게 돌아봤다.


“캬아아아앙.”


크라놀은 이 새끼용에 관해서 관심이 좀 생겼다.

세계관에서 단 두 개체뿐인 골드 에이션트 드래곤.

1막 최종보스의 새끼.


“흐음.”


일단 외견 자체만 보면 정말 앙증맞고 귀여웠다.

아직 어린 새끼답게 아기고양이처럼 몸집이 작고 여린 비늘.

거기다가 꽤 통통한 뱃살(새끼용은 격렬히 부정하지만).

특히나 살짝 난 네 개의 뿔과 감정에 따라 달싹이는 꼬리는 마치 인형 같았다.


‘도무지 어딜 봐도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그러나 저런 어여쁜 외견에 속아서는 안 됐다.

이 녀석은 훗날 엄청난 재앙 그 자체로 성장할 마수.

1막의 흑금룡만 해도 원작에서 한 대륙을 파멸시킬 뻔하지 않았던가.


‘뭐, 그 덕분에 내 숨겨진 특성이 개방된 거였지만.’


히든 특성, 재앙 친화력.

크라놀을 사기캐로 만든 1등 공신인 이 특성은, 특수한 조건에서만 개방된다.

바로 막대한 재앙을 직접 마주하고 그것 자체를 지배하는 것.


‘원작에서는 광증이 터진 크라놀이 혼자 화산으로 걸어 들어가며 능력이 해금되지. 온몸이 거의 반쯤 불태워지면서도 광기에 젖어 화산 활동을 자기 마음대로 일으키게 됐으니까.’


당연히 자기 목숨마저 걸어야 하는 미친 짓.

실제로 원작에서 광증 터진 크라놀도 뒈질 뻔했다.

그래서 지금의 크라놀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이 새끼용이 복부에 부딪혀 그 개방 조건이 해방될 줄이야.


‘이렇게 어린데도 재앙 판정을 받다니. 그만큼 잠재력이 파괴적이라는 의미겠지.’


어디 그뿐인가?이 새끼용 덕분에 황금 엘릭서까지 복용했다.

그 덕에 약골이었던 몸뚱이가 천무지체 특성마저 획득했다.


‘그야말로 순 복덩이가 따로 없지.’


그러나 크라놀은 의심을 풀지 않았다.

그는 먼저 다가오는 이를 함부로 믿지 않았다.

설령 이런 어린 새끼 마수일지라도 말이다.


‘나한테 확실하게 복종하는 게 맞긴 하나?’


철저한 크라놀은 한 번 시험해 보기로 했다.


“심심하군. 자살해야지.”

“캬아아아아앙!!!”


그 말을 내뱉자마자, 새끼용이 황급히 날아와선 그의 옷깃을 뜯어말렸다.

그의 가슴에 울며불며 대가리를 콩콩 박으며 엉엉 울기까지 했다.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크라놀은 우는 새끼용을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난 안 죽는다니까. 울지 좀 마.”

“캬아아아앙!”


그렇게 몇 번이고 신신당부하고 나서야 새끼용은 겨우 울음을 그치며 진정했다.

크라놀의 죽지 않겠다는 맹세가 마음에 들었던 걸까?

방금까지는 그렇게 울던 녀석이 양날개를 활짝 펴고 신나게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앙!”

‘나참.’


크라놀은 참 어이가 없었다.

울었다가 웃었다가 희한한 놈이었다.

자신이 안 죽는 게 뭐가 저렇게나 기쁘단 말인가?


‘기껏해야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이인데.’


아무튼 참 이상한 새끼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래도 날 배반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군.’


일단 데리고 다닐 일행으로서는 합격.

그러나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있었다.

원래라면 새끼용은 부모의 둥지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왜 이 녀석은 시체병에 걸린 채 엉뚱한 곳에서 죽어가고 있었을까.


“넌 어쩌다가 혼자 있게 된 거지?”

“캬아아아앙.”


새끼용이 앙증맞게 발짓을 해가며 열심히 설명했다.

크라놀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는 거야.”


전혀 이 녀석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거, 대화가 안 통하니 뭘 알 수가 있나.


‘어쩌면 시체병에 걸린 탓에 부모의 둥지에서 쫓겨난 것일지도.’


시체병은 인간도 그렇지만, 용들 사이에서 특히 기피되는 질병이다.

걸리는 것만으로도 언데드처럼 보이게 되는 끔찍한 피부질환을 동반하니까.

그래서 오만한 용들에게는 종족의 고결함에 해를 끼친다고 여겨졌다.

더군다나 전염까지 되는 고질병이니 어느 용이라고 좋아하겠는가.


‘용 중에서도 모성애가 부족한 경우가 더러 있지. 드물지만 자기 새끼를 잡아먹는 일도 있고.’


그제야 얼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새끼용은 자기 부모에게 버림받았으리라.

그렇다면 크라놀에게 유독 매달리는 것도 이해가 갔다.

유일하게 죽어가는 자신을 거두어 준 존재일 테니까.


“흠.”


그럼 크라놀마저 죽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새끼용은 또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리라.

그마저 없으면 아무도 자기하고는 살아주지 않을 거라고 여기는 걸지도.


“넌 귀찮은 놈이구나.”

“캬아아앙!”


크라놀이 쓰다듬어 주려고 하자, 새끼용이 앞발을 들이밀며 경계했다.

자길 감히 애완동물 취급하지 말라는 듯이.

아까까지는 울며불며 죽지 말라고 애걸하더니, 또 이런 자존심은 또 드센 녀석이었다.

역시 용은 용이란 걸까.

고심하던 그는 배낭에서 말린 육포를 꺼냈다.


“배고프지 않아?”

“캬앙!”


병에 걸렸던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한 것일까.

새끼용이 침을 질질 흘리며 눈을 반짝였다.

크라놀은 육포를 휙 던져줬다.


“네 밥이다. 먹어라.”


군침을 흘린 새끼용은 그가 내민 육포에 바로 달려들었다.

걸신들린 듯이 우물우물 덜 자란 이빨로 잘도 씹어먹었다.

크라놀은 그런 녀석을 바라보다가 픽 웃었다.


“크랴아아앙.”


손을 내밀었다.

이제는 거부하지 않았다.

크라놀은 새끼용을 쓰다듬어 주었다.


“오.”


생각보다 훨씬 기분 좋은 촉감이었다.

아직 덜 자란 황금색 비늘은 딱딱하기보다는 살짝 보들보들했다.

녀석은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고로롱대며 허리를 길게 쭉 폈다.


“넌 보면 볼수록 오동통한 아기고양이 같군.”

“크랴아아아앙?!”


크라놀이 무심히 평가하자, 경악한 새끼용이 마구 화를 냈다.

아무튼 그렇게 둘은 티격태격하며 여행길을 함께했다.

식량도 들어가고 좀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덕분에 혼자 다닐 때처럼 외롭지는 않았다.


‘이 세계에 적응하는 석 달 동안은 솔직히 괴로웠으니까.’


그는 여러 일을 겪었다.

빙의 이후로는 말투도 변하고, 성정도 예민해졌다.

단 한 번도 편하게 잠들지 못해 다크서클도 깊어지고 말았다.

24시간 함께하는 두통은 그의 성격을 개차반으로 만들었다.


‘그래도 이 녀석이 생기니 그나마 좀 낫군.’


졸졸 따라오는 새끼용을 보고 있자니 피폐함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괜히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주인한테 득이 되는 것이 많다니.

그래서 크라놀은 이 복덩이한테 뭔가를 더 뜯어내고 싶었다.


“네 아공간에는 황금 엘릭서 말고 다른 건 없는 건가?”

“키양!”


새끼용이 고개를 도리도리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아공간에 뭔가 더 가치 있는 아이템이 있진 않은 모양.

크라놀이 적잖이 아쉬워하고 있을 때였다.


[새끼 마수, 『버림받은 새끼용』과 친분을 쌓았습니다.]

[해당 재앙에 히든 특성, ‘재앙 친화력’이 발동합니다.]

[재앙의 전용 스킬을 복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떠올랐군.’


크라놀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없는 사정에 귀한 육포를 내어준 것이 아니었다.

이 새끼용은 자신과 함께 성장하는 첫 번째 재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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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흑뢰 +2 24.09.15 642 21 12쪽
11 사기적인 혈통 24.09.14 739 22 14쪽
10 두 번째 재앙 +1 24.09.13 768 23 12쪽
9 재앙의 알 +2 24.09.12 767 21 15쪽
8 대형 마수 +1 24.09.11 796 24 13쪽
7 던전 보스 24.09.10 841 21 15쪽
6 마수사냥꾼들 24.09.09 884 22 13쪽
5 소용돌이 토굴 던전 +1 24.09.08 1,002 24 15쪽
» 첫 번째 재앙 24.09.07 1,108 26 11쪽
3 히든 특성 +1 24.09.06 1,191 30 12쪽
2 광증 24.09.05 1,241 31 12쪽
1 A급 의뢰 +2 24.09.04 1,558 3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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