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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공장 님의 서재입니다.

점소이의 탑 등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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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공장
작품등록일 :
2024.06.2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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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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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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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무한으로 죽어요~(1)

DUMMY


지금부터, 선택의 시간이다.


‘무엇을 해야 조금이라도 내 배에 구멍이 나지 않을까...’


배에 또 구멍이 나는 건 사양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배가 내공으로 가득하다면 쉽게 뚫리지 않겠지.”


물론, 도망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 존재한다.

가장 기본적인 삼십육계 줄행랑부터 함정을 놓을 수도 있고, 저 노친네, 아니, 어쨌든 내 첫 스승 겸 사형을 설득할 방법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그 어떤 방법도 저 인간에게 먹힐 리 없을 것 같아. 딱 한 가지 빼고.’


보통 무림에는 다양한 성격의 무인이 존재한다.

점소이인 난 그걸 무공 수위처럼 나눠 대응했다.

난 그걸 ‘진상 등급’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눈앞의 인물은 진상 등급이 ‘초절정’ 급인 ‘괴인(怪人)형 손님’.

갑자기 기분 좋아 웃다가도 내 몸에 검을 꽂아 넣을 수 있는 괴팍한 유형.

생전에 이런 괴인 손님들 때문에 얼마나 죽을 뻔했는지.


이런 괴인들을 진정시키는 방법은 딱 하나.


“바로, 무공의 대화지.”


제아무리 말이 안 통하는 괴팍한 무인이라도 꼭 무림에선 친구가 존재한다.

그건 ‘지음’과 같다.

거문고를 잘 타는 이들끼리 서로 소리를 알아주는 친구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처럼 괴인도 자신의 무공을 알아줄 수 있는 인물과는 친하게 지낸다.


한 마디로 지금 내가 조금이라도 살아남으려면.

지금 이 ‘선기근원심법(仙氣根原心法)’을 조금이라도 익혀야 한다.

적어도, 그의 무공에 얼마라도 받아낼 수 있을 만큼!


물론, 내가 무공 천재도 아니고, 이걸 하루 만에 익히는 건 불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하지만!


‘어차피 안 하면 죽는다. 무조건 죽는다!’


나는 내 생에, 아니, 생을 끝낸 뒤에 처음으로 무공 비급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식경(30분)이 지났다...


“뭔 개소리지...?”


난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최 이건 무슨 호랑이가 풀 뜯어 먹다가 정권 수련하는 소리라는 말인가?


한 가지 먼저 말하자면.

난 나름 공부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다.

아니, 애초에 공부머리가 아예 나쁘면 점소이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금 내 머리가 모든 비급 속 구결을 거부한다!

뭔가 읽으면 읽을수록 말이 되는게 하나도 없단 말이다!


“그렇게나 내가 생전의 상식을 버리라 가르쳤거늘.”

“응, 응핫!”


난 본능적으로 나려타곤을 선보였다.

뭐, 무림인에겐 수치스러운 동작이라는데. 어차피 난 점소이니까.


“뭐냐? 무슨 나찰이라도 본 것마냥?”

“소, 솔직히 다르진 않잖아요, 사형?”

“거참, 사형보고 나찰이라니 버릇이 참 없도다. 됐고. 한 번 봐라.”


그가 자신이 적은 글귀를 살폈다.


“음, 그러고 보니 내가 이 비급을 읽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군.”

“예? 읽는 방법이 따로 있다고요?”

“먼저, 심법부터 익혀야 이걸 익힐 수 있다.”


그가 수염을 쓸며 내 몸을 살폈다.


“뭐, 들은 건 많던데. 그럼, 무림 놈들이 심법 수련을 어떻게 하는지 아느냐?”

“아! 예! 압니다, 사형!”

“그럼 해봐라.”

보통 문파의 장문인이나 장로급 손님을 맞다 보면 무공의 기본을 엿듣게 된다.

물론 워낙 단편적인 정보라 쓸모없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하지만, 그 정보가 하나둘 모이면 나름 쓸 만해지는 법이다.


나는, 가부좌를 틀며, 내 자신도 이해 못 하는 손 자세를 보였다.

내 꼬라지를 보니 무슨 사기꾼 도인이 할법한 자세가 되었다.

그는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좋다. 솔직히 자세는 뭐 아무렇게나 해라. 집중만 잘 되면 장땡이다.”

“예...? 보통 무림인들은 이러던데.”

“그러던가. 난 보통 누워서 한다만. 네가 편한 자세를 해봐라.”

“어... 이렇게요...?”


난 예전 무림 영웅전기를 볼 때처럼 몸을 반쯤 뉘었다.


“뭐, 훨씬 낫군. 그대로 숨을 들이쉬어봐라.”

“스으으읍-”

“그리고 내쉬어라.”

“후으으으- 다음은요?”

“뭔 다음? 계속해라. 눈을 감고 잡념을 없애.”

“근데... 왜 갑자기 도와주시는 겁니까?”


내 질문에 그가 ‘뭐 그런 머저리 같은 질문이 있느냐.’하는 얼굴이었다.


“스승이 제자에게 가르침을 주는 건 당연한 것이지 않더냐?”

“사시진 뒤에 절 죽이겠다면서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나참, 생전에도 무척 많은 괴인을 만났었는데.

이 인간은 그중에서도 최고의 괴인일 것이다.


일단, 심법으로 돌아가서.

자세를 빼곤 정석적인 심법을 배우는 게 맞는 것 같다.


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다만, 잡념을 버리는 건 쉽지 않았다.


지금 사시진(24시간)이 지나면, 지금 스승이라는 인간이 천하의 살인귀로 변해 날 죽이려 들 것이다.

그런데도 난 그저 숨만 들이쉬었다 내쉬기를 반복해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시진... 두 시진이 지났다.


여전히, 암흑만이 가득한 눈앞.

그곳에서 점점 잡념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때.


[무엇이 느껴지느냐?]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현이었다.


마침, 온몸의 감각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기분.


[이상한 기분입니다. 뭔가 공중에 붕 뜬 느낌 같습니다.]

[그러냐? 그거 기분이 아니다.]

[예?]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그런데...


[여, 여긴 어딥니까?]


눈앞의 장면은 바뀌지 않았다.

눈을 떴는데도, 여전히 모든 곳에 암흑이 가득했다.


[무아다.]

[무아?]


우현이 설명했다.

무아(無我)

무의식의 공간.

천계와 지옥을 아우르는 곳.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구역.


[그냥 더 쉽게 말하자면 네 머릿속이다.]

[제 머릿속이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인간의 정신이 합친 곳이라 보면 되겠군. 한번 네 몸이 있다고 상상하고 집중해보거라.]


그 말에 따라 난 내 몸을 상상했다.

그러자, 어디서 나타난 건지 옥색의 빛줄기가 모여들더니, 그것이 모여 내 몸을 만들어냈다.


[우와...]


난 내 몸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진짜 내 몸 같은데!

그렇게 내가 감탄을 하려던 찰나.


내 몸이 다시 산산히 부서져 흩어지기 시작했다.


[네 단전 쪽으로 집중해라! 당장!]

[네, 네?]

[내가 네 몸에 구멍 낸 곳 말이다!]


거참 말을 해도! 사람 아픈 데를 또 찌르네.

나는 내 아랫배에 집중했다.

그러자 옥색 빛의 원기(元氣)가 모여들었다.

그건 오색 빛의 선천진기와는 좀 달랐다.


그 원기를 중심으로 오색 빛의 선천진기가 들러붙었다.

꼭 그 원기가 선천진기를 붙잡고 있는 모양새였다.


[느꼈지만 그건 선천진기가 아니다. 그건 네가 가진 선기(仙氣)다.]

[선기요...? 이게?]

[원래 이 무아에 함부로 들어온 자는 흩어져 소멸한다. 무아가 그 사람의 선천진기를 흡수해버리기 때문이지.]

[예? 지금 그런 곳에서 절 데려왔다고요?]

[선기가 필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그가 무아에 대해 더 설명했다.

무아는 사람들의 정신세계임과 동시에 선천진기(先天眞氣)의 원류가 흐르는 강.

말 그대로 모든 선천진기의 근원이 되는 곳이다.


[이 무아와 자신을 연결해, 무아의 선천진기를 끌어오는 것. 그것이 신선과 신들이 가진 힘의 근원이다. 그... 생사경이었나? 그런 초월적인 무림인이 자연에서 내공을 무한히 끌어오는 것과 비슷하지.]

[그게 무슨 뜻이죠?]

[천하제일 점소이라더니. 생사경이라는 것도 모르는 것이더냐?]

[천하제일이라고 말한 적 없어요!]


억울하다.

내가 아는 최고의 경지는 ‘화경’이다.

그나마도 ‘천하십절’처럼 평생에 한두 번 본 고수였다.


근데, 그보다 위의 경지가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냔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내 마음속이 고동쳤다.


그렇다면 지금 난 천하십절,

아니 천하제일인을 뛰어넘는 가능성을 가지게 된 것 아닌가!

그렇다면 난 정말로 천하제일 점소이가 될 수 있다!


[이 정도면 됐다.]


그 말과 함께, 내 몸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갔다.


“헉!”


내가 눈을 떴을 땐, 그릇에 물이 거의 차있었다.


“제길... 사형. 얼마나 남은 겁니까?”

“이 정도면... 일각(15분)정도 남았구나.”

“헉...!”


난 일단 뛰었다.

뛰면서 동시에 생각했다.

앞으로 어떡해야 하는가?


그때, 난 한 가질 떠올렸다.

난 급히 품속에 있던 비급을 꺼냈다.


“헉, 헉... 아직, 안 왔지?”


이제 일각만 지나면, 지금까지 나의 성장을 도왔던 은인이 천하의 살인귀가 되어 날 쫓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어떡해야 하는가?


일단 나는 비급을 꺼내들었다.

여전히 알아듣기 어려운 글귀들.


하지만 이제 난 달랐다.

난, 내 단전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몸속의 뭔가 뜨거운 것이 요동쳤다.


‘느껴진다. 느껴져. 이것이... 내공이란 것인가? 아니, 선천진기구나.’


난, 지금 여타 무림인과 다르다.

생명의 원천인 선천진기.

그게 내 내공이다.


처음으로 난 내 힘만으로 선천진기를 느꼈다.

그러자 비급의 글자들이 빛이 되어 떠오르더니 내 눈과 머리, 귀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비급의 내용이 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이 비서는 선기를 가진 이들을 위해 존재하며, 신선의 길을 걷는 자에게만 부여되는 가르침이노라. 선신들의 가르침과 노고에 집중하여 높은 경지에 이르라 수도자여.]


-선기무공-


-격투술

-무기술

-음공

-독공

-경공

-은신술


-선기내공-


-진법

-도술

-법술

-요술

-퇴마술


다양한 가르침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지금 내가 읽은 부분은 목차로 보였다.

아마도 이 목차를 통해 이 책에서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부분으로 옮겨지는 듯 했다.

수많은 선택이 내 앞에 놓였다.


‘당장 내가 살 수 있는 방법과 관련된 걸 얻어야 해.’


무기나 격투술? 맞서 싸울까?

아니, 또 배에 구멍이나 생기겠지.

그냥 함정을 팔까?

아니, 애초에 함정을 만들 지식이나 재료도 없다!

은신술? 그럼, 숨을까?

아니, 애초에 이 동굴의 주인을 상대로?


뭘 생각하든 저 괴물, 아니 스승은 날 죽일 것이다.

그렇다면 유일한 방법은.

삼십육계 줄행랑.


원래였다면 이것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분명 이거라면...


[시간이 됐다. 널 찾으러 가마.]

동굴 전체에 울리는 소리.

아니.

나한테만 들리는 소리다.


“이게 생전에 말로만 듣던 전음이구나.”


신기했다.

보통 전음은 내공 자체가 없는 인간은 들을 수 없다는데.

정말로 내 몸 속에 이제 내공이란 게 존재하긴 하는구나.


다만, 아직 내 몸 속의 내공이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에이, 이판사판이다!

어차피 죽게 생겼는데!


그렇게 결론을 내고, 난 한 가지를 생각했다.

그러자, 내가 고른 가르침이 머릿속으로 조금씩 들어왔다.


“너무 성의없지 않더냐?”


어느새, 그는 내가 숨은 바위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쩌저적. 쩌적.


바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본능이 말했다.

이대로 있으면 저 바위와 함께 운명을 맞는다!


바위의 금은 점차 커지고. 내 머릿속에선 지식이 계속 들어왔다!

이 사이의 간격.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결국 바위가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콰과과광!


수많은 바위 파편 속에서 푸른색의 내공을 담은 손이 검처럼 들어왔다!

예전에 어떤 남궁세가 소협이 객잔에서 저런 푸른 검을 내보였는데.

그것도 저 손에 비하면 아이의 재롱이 따로 없다!


“되...됐다! 선운보(仙雲步)!”


내 발에 한 줄기의 오색구름이 생기더니 그대로 내 몸이 그대로 튕겨나갔다!

역시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써 보는건 반대인가 보다!


“으아아! 필살! 나려타곤!”


난 몇 번이나 굴러댄 뒤에야 간신히 내 보법을 멈출 수 있었다.

거참, 개똥밭을 굴러서도 이승이 낫다던데, 난 저승인데도 구르고 있다, 제기랄.

그 꼴을 보고선 빌어먹을 스승이 껄껄대며 웃었다.


“푸하하하! 그래도 제법이구나. 생각보다 빨리 배우는군!”


그 칭찬에 나는 순간 그가 봐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최소한 시간이라도 더 준다면...


“하지만 봐줄 거라 기대하진 마라!”


그럼 그렇지.

나는 그렇게 수련을 가장한 무한의 생사결(生死決)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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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어떻게 이름이 우현(2) 24.06.25 19 0 12쪽
3 3화, 어떻게 이름이 우현(1) 24.06.25 24 0 15쪽
2 2화, 부정한 재판과 지옥 탑 24.06.25 27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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