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스토리공장 님의 서재입니다.

점소이의 탑 등반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새글

스토리공장
작품등록일 :
2024.06.25 19:01
최근연재일 :
2024.07.01 13:43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88
추천수 :
0
글자수 :
63,761

작성
24.06.25 20:31
조회
18
추천
0
글자
12쪽

4화, 어떻게 이름이 우현(2)

DUMMY

난 배를 부여잡고 뛰었다.

걸을 때마다 온몸에 가시가 찔리는 듯한 고통이 덮쳐온다.

그럼에도 난 뛰고, 또 뛰었다.


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생존본능이 계속 소릴 질러댔다.


달리고, 달렸다.

하지만, 정작 내 배에 구멍을 낸 스승이란 작자는 내 피와 살점이 묻어난 손을 든 채로 내게 다가왔다.


슈욱!


그의 인영이 또 사라졌다.


“어떤 기분이 드나?”


난 천천히 그 소리가 나는 곳.

바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작은 산맥처럼 솟아올라 있는 종유석들.

그 사이, 가장 큰 종유석 위에 그가 박쥐처럼 매달려 있었다.

정말 박쥐처럼 천장에 서 있었다!

오로지 그 비단결같은 수염만이 중력의 영향으로 내려가 있었다.


“괴... 괴물...”

“거참, 사형에게 못하는 말이 없도다.”

“대... 대체, 왜?”

“지금 자네가 죽으면 세 번째일 터. 맞나?”


난 그저 고개만 주억거렸다.


“그럼 슬슬 생각해볼 만하지 않나? 죽는단 건 무엇인가?”


그의 뜬금없는 질문에 내 눈이 동그래졌다.


죽음.

죽음이란 뭘까?

이 지옥에서 죽음이란 게 정말로 대단한 일인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벌써 난 세 번째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살고 싶은가?”


그가 이번엔 반대의 질문을 던졌다.

하필이면, 그때 찔린 배에서 다시 한 번 피가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내 입에서도 한 움큼 피가 쏟아져 나왔다.


“쿠, 쿨럭... 흐으으. 사... 살고.., 살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 지옥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하는 걸 기억해라. 올바르게 죽는 방법을 배워야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올바르게 죽어야 산다고?

대체 무슨 헛소리인가...?


그때, 그의 발이 종유석을 떠나 내 머리 앞에 닿았다.


“지금 네 놈은 도망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네. 네 선천진기를 노리는 모든 이들이 원하는 광경이지.”


푸캭! 콰드득!


그 말과 함께, 그가 또 다시 내 배를 찌르더니, 그대로 날 들어올렸다.


“크허억...”


이젠 숨도 못 쉴 지경이다!

너무하다!

찌른 곳을 또 찌르다니!


“올바르게 죽어야 하네.”


그가 다시 한번 말했다.

갑자기 그의 손에서 오색의 안개 같은 게 뿜어져 나왔다.

난 안다. 그 천년신장이 내게 보였던 그것.


바로 선천진기(先天眞氣)다.

한 생명의 근원이자, 모든 것.


“다시 한 번 말하지. 올바르게 죽어야 하네.”


그는 다시 말을 반복했다.

그 말과 함께, 그가 다른 빈손을 내 얼굴에 마주댔다.

그러자 그때 그 불쾌한 감정이 일었다.


구역질과 구토감.

다만, 그 원인이 그가 차려줬던 오곡밥과 거친 나물로 된 음식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가 지금 내 선천진기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말하겠네. 올바르게 죽어야 하네.”


그는 세 번째에서 이제 더는 기회가 없다는 듯 말했다.

곧, 내 입 안에서 오색의 빛이 발하기 시작했다.

내 선천진기가 목젖까지 차올랐다!


올바르게 죽어야 한다... 올바르게 죽어야 한다...

올바르게 죽는다는 것은...

난, 드디어 그 뜻을 알았다.


지금 내 몸은 움직일 수 없었다.

딱 한 곳만 빼고.

그곳은...


쩌억, 콱! 콰직!


내 혀였다.

곧, 내 입 전체에 비릿한 맛이 느껴졌고, 숨이 막혀왔다.


내 눈이 뒤집히고, 폐가 쪼그라들어 간다.

귀에선 이명만이 들린다.


그렇게 의식의 마지막 끈을 놓아갈 무렵.

그의 딱 한 마디만이 들렸다.

그가 꼭 들으라는 듯 내 귀에 대고 말한 것이다.


“내가 원한 바는 아니다만... 적어도 죽음과 자기 스스로를 속이는 법을 익혔구나. 오늘 훈련은 이것으로 끝이다.”


그 가르침과 함께... 난 세 번째의 죽음을 경험했다.


*


솔직히, 그의 의도를 지금은 안다.


그럼에도, 내 생전의 상식이 지옥의 상식으로 바뀌기 위해서 며칠이 걸렸다.

난, 두려움 반, 민망함 반의 기분을 가지느라, 우현과 제대로 말을 나눌 수 없었다.


그런데, 그는 그게 당연한 일이라는 듯 내게 어떤 비난이나 위로도 건네지 않았다.

그저 다시 글쓰기에 매진하느라 날 내버려 두었다.


한 칠 주야가 지나니, 그제야 우리 둘은 다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정확히는 내가 먼저 항의 섞인 말을 꺼냈다.


“훈련이라면서요?”

“그래. 훈련이다.”

“절 죽였는데요?”

“잘 죽는 것과 잘 살아남는 것이 첫 훈련이다.”


거기에, 그는 이번 한 번의 죽음으로 훈련을 퉁칠 생각 따윈 없었다.

그는 가능하면 수도 없이 날 죽일 생각이었다.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너 하기에 달렸지.”

“절 가르쳐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지금 하고 있잖나?”


난 어이가 없다는 표정과 함께 벌떡 일어났다.

지금 사람을 일방적으로 죽여버리곤, 뭐?


“무공을 가르쳐 주는 것 아닙니까?”

“지금 네게 중요한 건, ‘죽음’과 ‘살아남기’다. 그것만 익혀도 무공은 알아서 따라 올 게다.”

“이제 알았습니다, 알았다고요! 전 이미 알아요! 결국 어쩌지 못할 때 자살하라는 거잖습니까!”

“거보거라. 아직 반밖에 모르잖느냐?”

“반이요?”

“혀 깨물어서 자살하는 거? 점혈 한 번이면 못하게 할 수 있다. 지옥 놈들은 네 생각 이상으로 영악하다.”

“저... 그럼 이빨에 독을 심든다거나...”


난 마교의 첩자나 살막(殺幕)의 방식 몇 개를 들먹였다.

그러자 그가 코웃음 쳤다.


“그래도 점소이라고 들은 건 있구나. 하지만, 앞으로 네가 마주할 놈들은 그 살막이나 마교에서 평생을 살았다. 거기에 이 지옥에 떨어져 수백 년을 살아남은 괴물이지. 네가 상상하는 상식 안의 방식 따위... 얼마나 버틸 거라 생각하나?”


그 말에 난 놀라 입을 다물었다.

이제야 지옥의 상식에 적응했다고 생각 했는데...

이곳에서의 상식은 애초에 현세와 완전히 다르다.

거기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우현의 말대로 난 얼마 못 가 소멸할 것이다.


난 인정했다.


“배우겠습니다. 이 지옥에서 살아갈 방법을 가르쳐주십시오. 무공은 그 뒤에 배우겠습니다.”

“아니, 그 둘은 존립해야 한다. 아무런 힘도 없이 계속 죽어봐야, 그게 무슨 쓸모가 있겠더냐?”

“그럼, 어떤 수련을?”

“옛다.”


퍽!


“쿠엑. 이, 이게 뭔...”


그가 그 말과 함께 내 얼굴에 뭔가를 던졌다.

생각보다 딱딱하지 않지만, 그래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물건.


“이건... 책?”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끄적거렸던 그 책이었다.

그 책 앞엔 ‘선기근원심법(仙氣根原心法)’이라 적혀있었다.


“선기의 근원... 심법...?”

“말 그대로다. 뭐, 내게 그토록 아는 거 많다고 자랑했으니 심법이 뭔지 굳이 설명할 필요 따윈 없겠지?”

“다, 당연하죠. 심법이 뭔진 알죠.”


심법(心法)

더 정확히 풀이하자면 ‘내공심법(內功心法)’으로 보통 무림인의 무공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보통 검술처럼 병장기를 다루거나, 권법처럼 신체의 힘 자체를 나타내는 외공(外功).

다른 하나는 기(氣)라는 몸과 자연에 있는 근원의 힘을 이용해 보통 인간은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는 내공(內功)이 있다.


당연하겠지만, 무림인들은 내공 자체를 더 중시한다.

외공이야 아무리 수련해도 바위를 부수는 게 끝이지만,

내공의 극의에 다다르면, 천지를 흔들고, 수천의 인간들을 상대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내공을 사용하려면, 기(氣)라 불리는 내공(內功)이 필요하고,

그 기를 얻으려면 심법을 배워야 한다.


“심법을 배워 몸속에 내공을 축적하는 법을 배우죠. 거기에 심법에 대성할수록 몸속에 쌓을 수 있는 내공의 양은 점점 커지고요.”

“아주 헛똑똑이는 아니군. 그래, 맞다.”

“그럼, 이건 어디 명문의 심법인가요? 아니면 설마... 사형의 독문무공?”


대박이다.

내가 아무리 상해 최고의 점소이였다 해도 무림세가나 문파의 심법을 알진 못한다.

심법은 그만큼 문파의 최고 극비였으니까.

심지어 자기 수련을 봤다는 이유로 상대를 죽이는 경우도 다반사인 게 무림이다.

하다못해 이게 삼류심법이거나 우현이 스스로 만든 독문심법일지라도 매우 귀한 정보다.


하지만 우 사형은 심드렁한 표정이다.


“명문은 개뿔. 그리고 내가 무슨 대종사라도 되는 줄 아느냐? 난 뭐 만드는 취미는 없다.”

“아... 그럼 삼류심법인가요...”


살짝 실망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지.

심법이 아주 없는 것과 삼류라도 있는 건 개방거지와 무림맹주만큼 차이가 난다.

그렇게 나 자신을 다독일 때.

그는 청천벽력 같은 말로 날 놀래켰다.


“천상계 신선 놈들의 심법이다.”


쿠궁...!


난 순간 멍해진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천상계(天上界)...?

참고로 내가 심판받아 떨어진 곳은 천하계(天下界)다.


“저, 사형... 좀 바보 같은 질문이지만 해도 되나요?”

“뭔데?”

“천상이 천하보다 높은 거죠?”


그러자 그는 날 미쳤냐는 눈빛으로 흘겨봤다.


“네 놈은 한자도 못 읽는 게냐?”

“그건 아닌데...”

“당연히 천상이 위지! 뭐 그런 머저리 같은 질문이 다 있더냐.”

“제가 이걸 배울 순 있는 겁니까?”

“당연히 안 되지! 보통이면 안 되어야 하는 법이다!”

“잠깐만요, 그 뜻은 일단 제가 할 순 있다는 거죠?”

“그래. 이 심법을 익히려면 원래 신선이어야 가능하다. 왜냐하면 신선이나 신들만이 선기(仙氣)를 가지고 있으니까.”


순간 난 내 머리가 다시 한번 멍해졌다.

난 가까스로 내 머리를 툭툭 쳐대며 정신을 차렸다.


“자, 자, 잠깐만요, 사형.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그 ‘선기’라는 게 있다고요? 신선이나 신들만 가진걸요?”

“그러게나 말이다! 처음엔 나도 내 눈을 의심했다.”

“허...”


난 놀란 나머지 주저앉았다.

한낱 점소이인 내가 정작 저승에 오니 신선이나 신과 동급이라니.

뭔가 믿기 어려운 일이다.


“어차피 네가 말한 생전의 심법들은 아무 쓸모 없다!”

“예...?”

“그 선기근원심법만이 자연적으로 선천진기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다른 건 그저 쇠뭉둥이나 좀 잘 휘두르는 만드는 게 고작이지.”

“다른 심법은 불가능하단 겁니까?”

“있었다면 다 같이 수련이나 하지 뭣하러 서로 선천진기를 빼앗으려 들겠느냐? 당연히 안 되지!”


내 가슴이 뛰었다.

다른 이를 해치지 않아도 내 노력 여하에 따라 강해질 수 있다!


“뭐, 이제 궁금한 건 없겠지? 아니, 궁금해도 이제 물어보지 마라.”

“아, 예... 사형 감사합니다.”

“참고로 당장 시작하는 게 좋을 게다.”

“예?”


그가 내 배를 꿰뚫었던 손을 내보였다.

그 손에서 하늘색의 내공이 솟아올랐다.


“아직 죽음의 수련은 끝나지 않았다.”

“맙소사...”

“그래도 처음 네가 한 짓이 나쁘지 않았으니 기회를 주마. 지금부터 딱 사나절(24시간)을 주지. 그 심법을 익히든, 아니면 도망갈 길을 만들든 맘대로 해라. 허나...”


그의 표정이 사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뒤부터 난 널 계속 추격할 거다. 그리고 죽일 거다. 죽은 뒤에 살아나면? 그럼 또 죽일 것이다. 단, 이나절(12시간)까지 살아남는다면 합격이라 쳐주마.”


그가 뭔가 떠올린 듯 말을 덧붙였다.


“아, 만약 내 숨통을 한 번이라도 끊는다면. 내 특별히 선물 하날 주마. 뭐, 그거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다만...”


갑자기 그가 그 푸른색으로 빛나는 손으로 벽을 쳤다.

벽이 무슨 내 배처럼 쑥 들어갔다.

그러자...


쿠르르르르릉!


그대로 천장이 무너졌다.

그때 내게 아귀를 보여주기 위해 내보냈던 그 입구였다.


동시에, 그가 그릇 하나를 꺼내오더니 그걸 물방울이 떨어지는 종유석 앞에 두었다.


똑 똑 똑 똑


굳이 안 물어도 알 수 있었다.

저 그릇에 물이 다 찬다면.

그때부터 난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것이다.


“자, 시작이다.”


이번엔 다른 의미로 내 가슴이 뛰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점소이의 탑 등반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10화, 장송의 운도명(2) NEW 18시간 전 5 0 14쪽
9 9화, 장송의 운도명(1) 24.06.29 8 0 14쪽
8 8화, 막대기 구멍에서 힘이 솟아난다. 그리고 난 충만한 기분이 든다. 24.06.28 16 0 12쪽
7 7화, 무한으로 죽어요~(3) 24.06.27 15 0 15쪽
6 6화, 무한으로 죽어요~(2) 24.06.26 14 0 12쪽
5 5화, 무한으로 죽어요~(1) 24.06.25 15 0 12쪽
» 4화, 어떻게 이름이 우현(2) 24.06.25 19 0 12쪽
3 3화, 어떻게 이름이 우현(1) 24.06.25 23 0 15쪽
2 2화, 부정한 재판과 지옥 탑 24.06.25 26 0 20쪽
1 1화, 특급 점소이 24.06.25 48 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