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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하
작품등록일 :
2019.04.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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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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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계획의 함정

DUMMY

불사의 회람 정성철 회장이 나에게 준 골든 키 카드는 끝장나는 것이었다.

길드 내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곳은 무조건 프리패스였다.

임페리얼 테크노트리아에서 줬던 골든 키 카드는 사용할 일이 없었지만, 불사의 회람 골든 키 카드는 남달랐다.


문제도 있었다. 내가 골든 키 카드를 사용하자 그것을 본 사람들이 경악의 표정을 지으며 이어링으로 호출을 해 됐다. 그것은 자신의 상관에 보고하는 거였다.


이 카드는 회장의 장남만 가진 것으로 파악되어 있는데 또 하나를 평범한 내가 들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존재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진필현의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여러 곳을 다녀야 했다. 출근하지 않은 그의 사무실을 몰래 방문하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물론 언노운이 감시카메라를 해킹하고 아무도 모르게 숨어들었지만.

진필현은 다른 사람과 다르게 철두철미한 놈이다. 자신이 있는 곳에 단 하나의 증거자료도 놔두지 않았다. 언노운이 그의 사무실을 통으로 스캔했지만 이렇다 할 자료는 찾지 못했다.


어제의 일을 곰곰이 생각했다. 최우신과 진필현 그리고 또 하나의 인물. 군복을 입은 그는 분명한 마인이다. 그들 세 명의 관계를 알기 전까지. 아니 그 군복 사내의 정체를 알기 전까지 그들을 덮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최우신을 잡아서 반강제로 입을 열게 할 수도 있으나 며칠을 더 두고 보고 그의 모든 동선과 그와 접촉하는 인물을 다 알아낸 후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데드 페이스를 잡기 위해 모종의 준비를 한다고 하니 그것도 즐겨볼 참이다.

그들은 내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내 주변에 스토커가 두 명이 붙었다. 그들은 불사의 회람에서 나에게 붙여준 감시자일 거다.


아침 불사의 회람 기숙사를 나설 때부터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놈들은 내가 어디를 가든 철저히 따라붙을 것이다.


정성철 회장도 나의 말을 듣고 어떤 조처를 하려 할 것이다. 불사의 회람이 끼어들기 전에 그 군복의 정체를 완전히 밝혀내야 한다.


어제의 이야기로는 그가 마루한 연합인지 테라노바 자치령인지 알 수 없었다.

최우신의 안전가옥과 그의 동선은 언노운에게 계속 모니터링되고 있다. 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을 먹고 쓸데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까지.


언노운은 한번 지시한 일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잠을 잘 필요도 휴식할 필요도 없다.

자가 증식 복제의 기술은 너무나 대단하다. 내 몸에 깃든 마이크로 로봇들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정보실에 들러 버둥거리고 있었다. 딱히 최우신을 미행할 필요도 없으니.


전화가 왔다. 나는 의자에 편안히 기대있다가 황급히 상체를 바로 세웠다.


"어, 박정아씨···."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머리가 새까매졌다.


"네, 지금요? 전 불사의 회람 본삽니다."

"이곳으로 오겠다고요. 제가 가겠습니다."

"아, 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그녀가 직접 이곳으로 온다고 하니 게이트로 마중을 나갔다.

내 얼굴에 최우신을 쫓는 것보다 더 많은 고민이 스며들었다.


"동혁씨 안녕."


어라? 그녀는 의외로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아, 네."


나는 얼떨떨한 기분에 그녀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말았다.


"풋"


그 모습에 그녀는 입을 가리고 웃음을 흘렸다.


"어디 조용한 곳으로 가요."


불사의 회람 본사를 나와 번화한 곳을 피해 골목길에 있는 작은 카페를 찾았다.

그녀는 역시 늘 즐겨 입는 스키니진에 귀여운 티 한 장으로 코디를 완성했다.

나는 그녀가 이현희의 이야기를 꺼낼까 봐 조마조마했다.


"나 안 궁금했어요? 연락도 한 번도 안 하고."

"후, 단단히 오해 했을 텐데. 내 말이 먹히기라도 하겠습니까?"

"저 그리 답답한 여자 아니에요."

"그럼 정말 다행입니다. 그 여자 저하고 전혀 상관없는 여자예요. 그 여자 혼자 그러는 건데."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요?"

"그들 말이에요. 그들은 분명 마인이었어요? 그렇죠?"

"그런데 왜 사대 길드는 꿀을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할까요? 무려 마인이 시내 한복판에서 버젓이 설치고 있는데 말이죠?"

"사대 길드도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눈에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그날 임페리얼 테크노트리아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마인이 시내 한복판에 있다고 아버지께 직접 말씀을 드렸는데도 말이죠."

"그건 모두 달아나 버려서 종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겠죠."

"그날, 그 여자도 마인이죠? 동혁씨는 제가 모르는 비밀을 가지고 있죠?"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며 나를 봤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파인드 아이라고 불리는 모양이에요. 저쪽 마인들에게."

"파인드 아이?"

"마인을 잦아내는 눈을 가졌다고 그렇게 불려요. 전 주변에 마인이 있으면 그걸 감시할 수 있거든요."

"그건 동혁씨 자료를 보아서 이미 알고 있었어요."

"저쪽에서는 제가 아무래도 걸림돌이죠."

"저쪽이라면 누굴 말하는 거죠?"


난처하다. 그녀는 작정하고 나온 듯하다. 이 비밀은 불사의 회람 정성철 회장과의 비밀로 아직 입을 열 단계가 아니다.


"저도 잘 몰라요. 그 여자가 나에게 막무가내로 접근했는데 그 여자의 능력이 대단해서 저는 꼼짝 없이 잡혔죠."

"그래서요?"

"그냥 놔 주던걸요. 저도 신고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그때 상황이 이상하게 다른 일이 생기고 해서 신고 기회도 놓치고 뭐 그렇게 됐죠. 그런데 그날 갑자기 나타난 겁니다."

"정말 그녀와의 관계는 그것 뿐이에요?"

"그렇다니까요. 뭐가 더 있겠습니까? 그녀가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거죠."

"알겠어요. 그럼 조금 안심이 되네요."


그녀는 커피잔을 입에 대며 말했다.


"그때 말이에요. 그녀가 키스할 때 왜 반항하지 않았죠? 즐기고 있는 기분이 들던데?"

"놀라서 경직된 겁니다. 즐기다뇨? 그럴 분위기였습니까? 당치도 않는 말을."


그녀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봤다.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응? 잠깐만요."


그녀는 이어링의 주파수를 내 이어링과 맞춰 주었다. 페어링이 되자 그녀의 이어링에 떠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지금 저희 길드로 급히 올려진 보고 내용인데 중간에 제가 볼 수 있도록 조치해뒀죠."

"마인이라고? 시내 한복판에 마인이 난동을 부린다고?'


나는 급히 의자에서 일어섰다. 최우신은 도시 외곽 쪽이다. 그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가봐요. 여기서 멀지 않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카페를 나섰다. 걸으면 30분 정도의 거리다.

마침 주차해 있는 택시를 발견하고 올라탔다.

그녀만 아니라면 건물을 타고 달리면 금방인데.


5분 정도 달리니 이미 통행이 마비되어 있었다. 나는 택시에서 내려 인파를 해치고 달렸다.

이미 아비규환이었다.


근처에 있는 헌터들과 전투가 진행되고 있었다.


"레지던트 마인이다."


마인 중에 가장 하급 마인으로 인간이 매개체와 접촉하여 정신을 악마에게 완전히 먹힌 상태. 이성이 없으며 오직 본능에만 의존한다. 그 본능은 파괴와 살상이다.


헌터 중에 신부 두 명의 모습이 보였다. 주두의 십자가에서 즉시 대응 인력을 보낸 모양이다. 아니면 주변에 있다가 우연히 싸움에 말려든 것일 수도 있다. 몇몇 헌터들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고 울음소리와 비명이 난무했다.


전투에 휘말려 피를 흘리는 시체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어떻게 이곳에서 마인이 갑자기 나타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알기로는 레지던트 마인은 던전 안에서만 만들어진다고 알고 있다. 물론 그 이유는 모른다. 이렇게 도시 한복판에 나타나기는 아마 처음 일 거다.


그러니 피해가 엄청났다. 놈은 벌써 헌터 수십 명을 찢어 놓았다.


"A급 헌터 이상이 아니면 모두 물러나요. 자신 있는 헌터는 전투를 도와주십시오."


주변을 통제하는 헌터 한 명이 외쳤다.


"동혁씨 나 먼저 가."


그녀는 ITB에서 마공수 백호를 꺼냈다.


"백호다."


백호가 모습을 보이자 헌터가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반월륜과 각성도를 뽑아 들고 전투에 뛰어들었다. 두 명의 신부는 아슬아슬하게 마인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의 전투 능력을 보건데 A급 정도는 되어 보였다.


그럼에도 마인에게 밀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다. 백호가 거대한 포효를 터뜨리며 마인에게 덤벼들었다.


마인 특유의 붉은 기류는 백호의 이빨을 감싸고 막아 냈다. 거대한 덩치의 백호를 막아 낼 정도로 마인의 위력은 역시 대단했다.


가장 하급 마인임에도 레지던트가 강한 이유는 모든 생체 에너지를 일시적으로 뿜어내기 때문이다. 레지던트 마인은 모든 힘을 일시에 개방하고 그 힘이 다하면 죽는다.


그동안 마인을 막을 방법은 없다. 지독한 악마 새끼인 거다.

마공수 백호가 전투에 끼어들자 단번에 전투의 양상이 바뀌었다. 특히 두 신부가 들고 있는 거대한 십자가에서 뿜어지는 푸른 구체는 붉은 기류와 완전히 상극인지 푸른 구체가 터질 때마다 붉은 기류가 심하게 흔들거렸다.


나는 반월륜을 날리고 각성도를 세우며 마인에게 접근했다. 반월륜의 위력은 보지 못하면 믿지 못할 정도로 막강했다. 저 붉은 기운을 잘라 낼 정도로 말이다.


내 신체 능력은 완전한 S급에 도달해 있었다. 인간이 올라설 수 있는 한계치라고 표현하는 단계가 S급이다.


이블스 폼으로 변신하지 않고 레지던트 마인과 충분히 싸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발전이다.

불과 일 년 반 사이에 이룩한 성과다. 물론 언노운 덕분이지만.


반월륜이 붉은 기류를 찢어 내고 마인의 살을 파고들었다. 이성이 없는 놈도 본능적으로 두려움은 느끼는 것인지 반월륜의 공격을 피해 바닥을 굴렀다.


벌떡 일어선 놈은 박정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 또한 S급의 정신 각성자다. 그녀는 눈에 걸린 비웃음을 보고 나는 그녀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췄다. 나보다 백호가 먼저 움직이며 앞발로 놈의 가슴을 후려쳤다.


"여기는 사람이 많아서 백호의 케틀링건을 사용할 수 없어요."

"다른 사람에게 안 가게 놈만 잡아 놓으세요. 제가 처리할게요."


반월륜이 마인의 뒤로 날아가 놈의 목을 노리고 들어갔다. 붉은 기류가 폭발적으로 짙어지더니 반월륜을 휘감았다.


"지금!"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나는 각성도에 필드 역장 에너지를 모았다. 이블스 폼이 아녀서 위력이 현격히 줄 수밖에 없었다.


완벽히 잘라 내진 못해도 놈의 몸에 상처를 내기에는 충분했다.


니텐이치류의 베기와 함께 사악한 검기가 마인의 가슴을 내리 긁어내렸다.

가슴의 살이 갈라지고 붉은 피가 확 뿜어졌다.

마인이 비틀거리는 틈에 백호의 앞발도 가슴을 강타했다. 마인은 몇 걸음 뒷걸음쳤으나 뿜어진 피는 붉은 기류와 뒤섞여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몇 명의 헌터가 날아들며 무기를 내리찍었으나 오히려 붉은 기류에 감겨 무기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방해돼요. 물러나요."


빼앗긴 무기를 손에 든 마인은 그대로 백호를 두드렸다. 마인의 힘이 대단해도 백호의 특수 합금 갑옷은 저번 마인 사건 이후로 더욱 강화됐다. 일반 무기류로는 백호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박정아는 능숙하게 백호를 조정하며 마인을 계속 몰아붙였다.


"간닷"


나는 심호흡을 하고 두 눈을 부릅떴다 두 번째 스페이스 카터가 놈의 오른팔을 완전히 잘라 냈다.


"됐다."


박정아가 환호성을 질렀다. 하나 그것도 잠시 떨어진 팔에서 뿜어진 피는 잘린 부분의 붉은 기류와 합쳐지더니 서로를 자석처럼 끌어당겼다.


"저런!"


사람들이 두려움의 비명을 질렀다. 잘린 팔은 금방 붙었다.


"물러서요. 이건 불구경이 아닙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방위군도 몰려들었다. 거기다. 길드에서 파견된 헌터 들이 속속 등장했다.


주두의 십자가에서 나온 S급 헌터 한 명이 전투에 가담하자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검처럼 생긴 푸른 십자가에서 쏟아지는 푸른 구체는 어떤 용도인지 모르지만, 마인의 붉은 기류를 마구 흩어 놓았다.


"역시 주두의 십자가 신부들의 홀리 볼트는 위력이 대단해."


주변 헌터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홀리 볼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가만있을 수 없지. 반월륜이 날았고 다시 한번 각성도에 역장 에너지를 담았다.

반월륜이 무서운 속도로 날았다. 나는 단번에 마인의 목을 잘라 버릴 생각이었다.


마인이 반월륜을 피해 고개를 돌릴 때 각성도가 움직였다.

스페이스 카터는 정확하게 마인의 목을 떨어뜨렸다.


"와,"


사람들의 감탄사와 비명이 같이 들렸다.


"아직!"


신부는 크게 외치며 품에서 물병 하나를 꺼냈다.

떨어진 목에서 붉은 기류가 솟아났다.

신부는 물병의 물을 십자가 검에 쏟아부었다.


내가 잘라 낸 머리통이 다시 몸체 쪽으로 붙으려 할 때 푸른 구체가 정확히 머리통을 때렸다.


머리통은 수박처럼 터졌다. 머리통을 잃은 몸체에서 붉은 기운이 뿜어져 공중으로 흩어졌다.


붉은 기운이 완전히 빠져나간 마인은 모로 쓰러졌다.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도대체 저 괴물은 무엇인지?"


마인을 처음 본 사람들은 웅성웅성했다. 도착한 방위군이 주의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신부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어디 길드인가? 대단한 실력을 지녔군."

"동혁씨 또 다른 마인이 출현했어요. 이번에 불사의 회람 본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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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콤비 플레이 +8 19.07.26 4,828 110 14쪽
110 X-666 +9 19.07.25 4,941 118 13쪽
109 아가문드 +16 19.07.24 4,950 113 17쪽
108 모여드는 고기들. +8 19.07.23 4,929 122 13쪽
107 입질은 천천히 기다려야지 +10 19.07.22 5,065 112 15쪽
106 마인의 검 +10 19.07.20 4,987 111 13쪽
105 흔들리는 지식들 +6 19.07.19 5,025 110 14쪽
104 난장판 +6 19.07.18 5,007 108 15쪽
103 게이트 너머 +6 19.07.17 4,982 115 13쪽
102 무스토 +8 19.07.16 4,996 113 12쪽
101 헌터 마인 +9 19.07.15 5,225 115 13쪽
100 S급 헌터는 감투 +5 19.07.13 5,566 118 14쪽
» 계획의 함정 +10 19.07.12 5,522 109 14쪽
98 사냥꾼과 사냥감 +10 19.07.11 5,488 124 12쪽
97 불사의 회람 +16 19.07.10 5,640 116 15쪽
96 혼란 +21 19.07.09 5,479 127 14쪽
95 박정아 +6 19.07.08 5,644 1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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