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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의 서재입니다.

빙법사가 힘을 안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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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
작품등록일 :
2020.05.18 16:44
최근연재일 :
2020.06.18 17:18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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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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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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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획을 긋다(6)

DUMMY

사람들이 아티팩트에 환호하는 것은 간단한 이치였다.

값이 싸다!

마법사를 구하자니, 몸값이 비싸고 그렇다고 평범하게 지내자니,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고.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아티팩트는 쓸모가 많았다.


"프리즈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매리스의 목소리가 아카데미에 울려 퍼졌다.

프리즈는 바쁘게 돌아갔다.

매리스가 지휘반장으로 아티팩트를 조달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 자리를 임시로 맡았지만, 이제는 위치가 굳어져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매리스의 말은 곧 법과 동일했기에 프리즈 일원은 그의 말을 따랐다.

다만, 강압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프리즈는 대부분 초창기 멤버가 많았기에 친숙한 분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진 것이다.


"매리스님, 오늘까지 아닙니까?"

"맞아. 오늘까지 보내야 해. 이게 다, 너희들 돈주머니 꽉꽉 채워주려고 보내는 거잖아. 그러니, 군말 말고 만들어."


아이스 아티팩트는 모든 마법사가 사용했다. 1서클부터 3서클까지.

그들은 수집가도 아닌데, 살 수 있으면 모조리 구매했다.

날이 더워지자, 필수품으로 바뀐 것이다.

이외에도 영주민과 귀족까지.

원하는 사람은 넘쳤는데, 수량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포화상태.

마법사들이 바쁜 일거리에 표정을 찡그릴 법도 하건만, 프리즈 일원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웃었다.

그들의 서클은 현재 잘해봐야 1, 2서클.

이보다 비싸게 쳐주는 일거리는 없었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아이스마법을 배웠는데, 요새는 살려고 배운다니까?"

"내가 그때 충동적으로 결정했던 게 신의 한 수였지."


시끄러워질 낌새가 보이자, 매리스는 꽥하고 소리 질렀다.


"동작 그만! 이니셜 C를 세기라고 했지. 누가 그냥 넘기라고 했어. 앞장 빼기 하면 모를 줄 알아?"


프리즈가 만든 아이스 아티팩트는 모두 C라는 이니셜이 들어가 있었다.

쿨라인의 성을 따서 세긴 것이다.


"하하···. 죄송합니다. 바로 세기겠습니다."

마법사들이 군말 없이 수정작업에 들어갈 때, 쿨라인이 프리즈가 일하는 곳에 들어왔다.


"어? 쿨라인 선배다!"

"쿨라인님!"


격한 환호.

숨통을 트이게 만들었으니, 저절로 존경심이 생긴 것이다.


"어쩐 일이야? 아티팩트는 금방 끝나."


매리스가 굳건한 표정을 풀고 다소곳이 말을 건넸다. 달라진 반응에 프리즈 일행은 눈을 가늘게 떴다.


"상단으로 물건 가는 거 알고 있지? 이번 상행에 프리즈가 합류할 거야."

"프리즈가?"

"어. 샤무트가 귀족이랑 만난다고 하네? 대표자가 필요할 거 같아서."


귀족과의 만남은 단순히 볼 수 없었다.

대표자가 없다면 그들은 불쾌하게 생각하여 상행을 거부할 수도 있었다. 또한, 자신을 무시했다며 즉시 사형, 혹은 연합 세력 구축으로 상단에 대적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샤무트 홀로 보내는 것은 위험했다.


'사실, 무시당하는 게 가장 크지.'

샤무트 혼자서는 힘이 약한 편이었다.

그의 힘이 강했다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을 거다.


"오랜만에 여행하겠네?"

"...우리는 거래하려고 가는 거야."

"그게 그거지. 팔린! 귀족이 있대."


판자 위에서 밍기적거리는 팔린이 벌떡 일어났다.


"딱 좋네. 몸이 근질근질 했거든."

"그건...네가 오래 누워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난 준비 됐어."


쿨라인은 팔린만 보내려고 했으나, 매리스가 가고 싶어하는 눈치였기에 그냥 둘다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상행에 가고 싶은 사람?"


번쩍!


프리즈에 속한 마법사가 전부 손을 들었다.


"놀러가는 게 아니야. 고생하려고 가는 거라고."

쿨라인의 말에 프리즈 일원이 답했다.

"쿨라인 선배님. 고생길이라도 좋습니다. 요즘 바깥에 안 나가서 궁금하기도 하고, 사람 얼굴이 보고 싶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저도."


바빠진 프리즈 계열은 의외로 자유 시간이 없었다. 뭔가 하려고 하면 밥을 먹어야 했고, 밥먹으면 다시 일할 시간이었다. 또, 여가를 즐기려고 하면 잠잘 시간을 줄여야만 가능했다.

이러다보니, 마법사들은 여행을 갈망했다.


"참나, 뭐가 좋다고 그러는지."


쿨라인은 전부다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


"프리즈를 전부 데려간다고?"

"예. 고델 교수님."

"쿨라인,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요새 프리즈를 찾는 마법사들이 많아졌어. 보수도 넉넉히 주고 귀족대우하며 모신다는 소문이 돌 지경이라고. 그런데, 그들을 전부 데려가면 다른 마법사들은 어쩌나?"

"아티팩트가 있지 않습니까."


고델이 뒷머리를 쓸어내렸다.


"아티팩트가 있다고 하나, 마법사와 비교가 되겠는가? 몇 명은 남겨두는 게 어떤가?"

"죄송합니다. 전부 가고 싶어하는 눈치여서 제가 조정할 수 없었습니다."

"크흠, 이럴때보면 참 아쉽군. 괜히 자유를 줘서 할말도 못하고 끌려다녀야만 하다니."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네가 교수가 아니라서 아쉬워. 어떤가? 지금이라도 교수직을 받고 마법사를 가르치는 게?"


쿨라인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답변했다.

고델은 미련없이 손을 휘적휘적 흔들었다.


"그냥, 빨리만 오게."


#


프리즈가 샤무트 상단에 합류했다.


"이, 이렇게 많이 가도 괜찮은 겁니까?"


샤무트가 마른 입술을 적셨다.

마법사 한 명을 구하려면 금화가 몇 십개 든다. 그런데, 이곳에 모인 마법사만 50여명.

대상단이 움직여도 이런 규모의 마법사를 보유할 수 없었다.

이건 마치 전쟁을 위한 후방 부대가 아닌가.

돈 좀 벌었다는 상인도 그들을 보자 몸을 웅크리며 사렸다.


"그냥, 편하게 생각하십시오. 없는 존재로 봐도 무방합니다."


'없는 존재라니...'


신경쓰이는 게 너무 많았다.

그들은 화려한 아티팩트로 치장하고 있었는데, 왠만한 귀족보다 화려했다. 그런데, 없는 존재라니. 눈에 보이는 금화만 수백이었다.


"목적지가 어디라고 했습니까?"


샤무트가 멍하니 서 있자, 쿨라인은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다행이도 효과가 있었는지 샤무트가 입을 열었다.


"도만트 남작가입니다. 남작의 성격은 화통하며 주변사람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또한, 애주가이며 귀족보다는 상인에게 호감이 더 많다고 들었습니다."

"정보가 제법 많네요?"

"상행하려면 정보는 돈을 주고서라도 사야합니다. 환경이 좋지 않다보니, 포악한 귀족이 대거 늘어났다고 합니다. 살려면 정보는 꼭 알아봐야지요."


샤무트는 역시 상단주의 아들이었다.

마법사의 길을 걷고 있지만, 상단에 더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그때, 곁에 있던 기사들이 다가왔다.

샤무트가 고용한 기사들이었다.


"마법사님 영광입니다. 소문으로 접하던, 프리즈를 직접 볼 수 있다니. 이곳은 축복받은 곳입니다."


"성기사입니까?"

번쩍 빛나는 플레이트 아머에 십자가가 세겨진 검의 문양.

그들은 성기사로 보였다.

"예. 은총이 함께 하기를."


샤무트가 상행에 성공한 이유가 있었다.

이들은 평범한 기사가 아니라 성기사들이었다.

어떻게 연이 닿은지는 모르나, 프리즈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었다.


"이번 상행은 실패할리가 없겠군."

"거리가 멀어서 불안했는데, 몬스터가 와도 걱정없겠어."


샤무트의 상단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상인들은 재정비하며 출발할 준비를 했다.

이번 여정은 관람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쪽으로 가면 몬스터를 최대한 피할 수 있습니다."


상단주는 어느때처럼 방향을 정했다.

그러나, 쿨라인은 지도를 잡고 대각선으로 줄을 그었다.

최단거리 이동경로였다.


"이쪽으로 갑시다. 거긴 오래 걸립니다."

쿨라인의 말에 상단주는 깜짝 놀랐다.

"마, 마법사님. 급행하는 것은 몬스터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마법사님!"

상단주는 마법사의 위력을 낮게 보고 있었다.

그들이 숫자는 많으나, 몬스터 앞에서는 항상 나약한 존재들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저 모습이 허황되게 보였다.

그러나, 마법사들은 달랐다.


"역시 쿨라인이야. 돌아가는 건 말이 안 되지."

"흐흐, 벌써부터 몬스터의 부산물이 기대 돼."


마법사들이 단체로 환호했다.

지루한 게 싫었던 모양이다. 표정이 전보다 밝아졌다.


'아이스 마법으로는 몬스터를 상대하기 힘들다고.'


상단주는 눈가를 찡그렸다.

기후를 조절하는 건 인정하나, 전투에서는 아이스 마법이 약했다. 피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뒷감당이 안 되는군.'


거부한다면 반발심이 상상을 초월할 거다. 무표정으로 유명한 마법사들이라고 했는데, 이곳에 있는 마법사들은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전부 흥분한 상태였다. 여기서 안 된다고 거절한다?

상단의 운명은 끝이었다.


"지루했는데 잘 됐어."


뭐가 지루하다는 걸까?

상단주는 우선 동의하며 분위기를 맞췄다.

상행의 방향이 결정되었다.


#


"몬스터다!"

"앞에 오크 넷입니다!"

"진형을 갖춰라. 물건을 보호해!"


얼마가지도 않아 몬스터와 마주쳤다.

상단주는 벌벌 떨며 마차 곁으로 이동했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으나, 막상 겪으니 온몸이 공포로 인해 굳어졌다.


"마법사여, 뒤로 물러나십시오. 이곳은 저희가 막아보겠습니다."

성기사들이 앞으로 나섰다.

마법사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프리즈에 속한 마법사들은 무슨 소리냐며 마나를 모았다.


"마법사님! 괜한 공격으로 몬스터가 폭주할 수 있습니다!"


성기사는 답답했는지 언성을 높였다.

저들로 오크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치기어린 감정에 생명을 잃을 수는 없었다.

성기사가 움직이려고 할때, 마법사들의 주위에 한풍이 몰아쳤다.


"어?"


한풍을 시작으로 아이스 에로우가 나타났고, 저서클 마법사들은 아이스 에로우에 힘을 더 했다. 에로우의 촉이 한단계 더 날카로워졌다.

우우웅!

동시에 분석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딱 좋아! 한기로 몬스터의 저항력이 50퍼센트 감소했어."

오크의 움직임이 둔해졌고, 마법의 힘이 계속 강해졌다. 성기사가 알던 에로우가 아니었다.


"감소율, 75퍼센트...조금 더, 지금! 90퍼센트야!"

"발사!"


아이스 에로우가 정면을 향해 쇄도했다.

오크들은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느려진 몸으로 에로우를 부술 수는 없었다.


"취이이익!"


오크의 이마와 배 그리고, 가슴 부분까지 아이스 에로우가 박혔다.

평소의 오크라면 뚜둑하고 에로우를 부술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어어."


오크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듯했다.

황당한 모습에 성기사의 입이 저절로 열렸다.


"오, 오크가 한 방에..."


성기사 둘이상 덤벼야 오크와 맞먹으며 싸울 수 있었다. 그런데, 저런 마법으로 쉽게 상대하다니. 보아하니, 2서클 마법이었다. 다른 마법사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나쁘지는 않지요? 제가 가르쳤는데, 쓸만한 공격법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경."


쿨라인이 성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성기사는 실없이 허허 웃으며 답하지 않았다.


"아이스 마법이 다른 마법보다 약하니, 보안한 겁니다. 뭐, 보안 과정에서는 다른 마법보다 강한 모습을 보입니다. 다만, 오래 걸려서 문제지요. 환경을 조성하고 위력을 더하고, 저항력을 낮추고...손이 많이 갑니다."

"..."

"그래도 아이스 마법이니,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성기사는 얼어붙은 오크를 보며 두 눈을 깜박거렸다. 저건 자신이 알던 마법이 아니었다.


"계속 이동해도 되겠습니까?"


그제야 성기사의 입이 열렸다.


"물론입니다. 마법사님.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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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2) +2 20.05.29 890 22 12쪽
17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1) +1 20.05.29 952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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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아이스 메이지(3) +2 20.05.27 964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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