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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의 서재입니다.

빙법사가 힘을 안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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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
작품등록일 :
2020.05.18 16:44
최근연재일 :
2020.06.18 17:18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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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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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글자수 :
200,599

작성
20.06.0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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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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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귀족이 원하는 마법사(1)

DUMMY

황궁 내부.

여느 때와 같이 귀족이 모였다.


"요즘 세상이 휙휙 변하니, 따라잡기가 힘들구려."

"하하하, 백작님이 정세에 밝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괜한 걱정입니다."

"남작, 저번보다 아부가 늘었구려."

"하하···. 사실을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아부라니요."


귀족들은 평범하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익숙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변함없는 표정.

그러나, 실체는 달랐다.


'곧 물러나겠군.'


남작은 백작을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

세상이 변했다.

그에 따라 귀족들의 세력도 변화했다.

원래라면 기사와 병사로 이루어졌거늘. 요새는 마법사가 있어야 진짜 귀족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마법사.

최근 들어서 떠오르고 있는 고위급 병사였다.

그들은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지만, 귀족의 눈에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영지민보다 잘 보였다.

항상 주시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즉, 힘이 있으려면 마법사를 보유해야만 했다.

마법사가 없다면 귀족은 강해진 몬스터를 잡을 수 없다.

한마디로 안전하지 않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뜻이다. 당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마법사가 없다면 자멸할 가능성이 있기에 '가짜' 귀족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귀족들은 마법사를 영입하려고 끊임없이 찾아다녔다.


"참, 요즘 핫한 소식은 들었습니까?"


귀족들이 몰려오자, 입이 가벼워 보이는 남자가 운을 뗐다.


"핫한 소식이라니···. 그게 무엇입니까?"


귀족들이 반응을 보였다.

신이 난 귀족이 자신만 아는 이야기라 생각했는지 한껏 턱을 들고 고고한 자세를 취했다.


"버건 영지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호오, 그게 사실이요?"

"예. 저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근처에 있는 귀족이 사실이라고 증명했습니다."


버건 영지는 치한과 복지를 둘 다 잡았다.

인기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귀족의 귀에 그 소식이 들어갔다.

삼 일 만에 많은 귀족이 그쪽으로 이사를 했다.

기본적으로 다스리는 영토는 다른 귀족에게 위임하고 쉬겠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버건 영지의 모든 시설이 급상승하여 가격이 뛰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근처에 있던 귀족은 돈벼락을 맞았다.


"저도 들었습니다. 아버님이 그쪽으로 가셔서 진술하셨으니, 거짓은 아닙니다."

"대단하군. 지금 같은 열기에 시원한 바람이라니."


두 개의 태양이 뜬 지 4주째.

열기가 높아져 숨이 턱턱 막혔다.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바람만 불어도 감지덕지한 상황이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농사가 가능해 영주민이 살만하다고 난리입니다."

"허어, 욕하지 않는 게 신기하군. 그런데, 물이 없을 텐데 농사가 가능한가?"

"통풍구쪽에서 물이 흐른답니다. 그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텃밭같은 게 발전했다고 들었습니다."

"그쪽으로 이사를 가던지 해야겠군."


듣기만 해도 버건 영지는 좋아보였다.

한순간에 이렇게 변할수도 있나?

백작이 그런 생각을 할때 쯤.

남작이 이어서 말했다.


"그 모든 것을 마법사가 했다고 합니다."

"흠! 마법사라니.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게."


마법사란 단어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직위가 낮아 이사할 수 없는 귀족에게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아까보다 귀족이 더 많아졌다.


"남작, 자네는 이미 마법사를 셋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 다른 백작에게 양보하게."

"백작님, 그 마법사는 모두 불속성 마법사였습니다. 간신히 치한만 유지하고 있어서 다른 마법사의 보충이 시급합니다."

"허허, 그래도 셋이면 많은 숫자라네. 나는 둘이야."

"3서클 마법사라고 들었습니다. 질이 다른데 숫자를 언급하시면..."

"험험, 아무튼 손 때. 두번 말하지 않겠네."


누군 마법사가 둘이고 어디는 셋이고.

그들은 농담삼아 이야기했지만, 그건 곧 자랑이자 힘이었다.

특히나, 마법사의 편리함을 조금이라도 맛본 귀족은 모든 것을 투자해서라도 마법사를 데려오려고 난리를 쳤다.


"자자, 그만들 하게. 자네들은 마주치기만 하면 싸우는군. 곧 공작님이 오시니, 그만 자리로 돌아가게."


마법사 다섯을 보유한 백작의 말에 모두 말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그에게 반항하는 귀족은 없었다. 그들은 의자에 앉은 채, 전서구를 이리저리 보냈다.

#

"수고했네."


쿨라인은 고델에게 인사한 후, 아카데미의 광장으로 향했다.

완수한 보수 작업 4건.

누구보다 빠른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고델은 언제나 한결같은 눈동자로 칭찬도 책망도 하지 않았다.


문을 닫고 쿨라인이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광장쪽으로 걸어갔다.


"쿨라인! 나가자!"

광장에 도착하자, 매리스가 말을 걸었다. 옆에 팔린도 있는 것으로 보아 외출하려는 듯했다.

"우리 아카데미 들어온지 반나절도 안 됐어."

"그게 뭐가 중요해? 여기보다는 밖이 좋잖아!"

"너만 좋겠지...팔린을 봐. 졸린 얼굴이야."

"무슨 소리야. 팔린은 원래 저랬다고."


듣고 있던 팔린이 눈썹을 찡그렸다.


"난 가만히 있었어. 근데, 은근히 기분 나쁘네. 이거 정상 맞냐?"


"아, 미안미안. 송충이 하나 줄게."


"나 기분 나빠지면 풀기 힘들다. 그깟 송충이로......송충이라고? 그런 건 언제나 환영이지. 꼬실꼬실한 게 만지기 좋네. 잠깐만, 더듬이가 있잖아? 대박이구나! 송충이에 더듬이가 달리다니. 이거 돌연변이야."


"매리스, 그냥 나가자."

팔린은 수집가답게 저런 것은 가리지 않고 받는다.

가만히 있으면 둘이서 시끄럽게 떠들게 뻔했기에 쿨라인은 나가기로 결정했다. 안 그러면 쉬는 곳까지 달려와서 송충이를 들이밀 것이다.


저벅저벅


쿨라인이 걷자, 일행은 군말하지 않고 따라왔다.

저번에 보인 무위와 지식으로 쿨라인을 리더로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독립적인 마법사.

어디서 배운 거냐고 꼬치꼬치 캐물을 수는 없다.

이럴때보면 그게 마냥 나쁜 것은 아니었다.

끼이익

아카데미 뒷문으로 일행이 나왔다.

정문으로 갈 수 있었으나, 팔린이 음침한 게 좋다며 뒷문을 추천했다.

이런 거에 힘을 소모시키기는 싫었기에 쿨라인도 뒷문으로 이동했다.


"어? 사람들이 왜 이리 많아졌어?"


뒷문으로 나와도 정문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문앞에 바글바글한 사람들.

번쩍거리는 마차와 귀부인들.

다들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저사람들 귀족이야."


팔린이 아는 채했다.

귀족 집안의 자식답게 한 눈에 알아본 것이다.


"귀족?"

"어. 요즘 마법사가 귀하잖아. 저번에 한 홍보가 잘 통했나 봐. 귀족들이 서로 모셔가려고 줄을 섰어."

"흐흐, 그래서 내가 이쪽으로 오자고 했지."

"...그냥 눈길을 피하고 싶었던 거겠지."

"..."


쿨라인은 둘의 대화에 고개를 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한 남자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뒷문에서 음침하게 서 있길래 어디 몸이 안좋은 줄 알았는데, 그냥 팔린과 비슷한 사람이었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마법사님 되십니까?"


떨리는 목소리.

끊임없이 흔들리는 눈동자.

그는 불안해보였다.


"예. 누구십니까?"


쿨라인이 답하자, 그가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마법사님이 맞으시군요. 아차차, 저는 아메일이라고 합니다. 한가지 부탁드릴게 있어서 그러는데...가능하십니까?"

"부탁이라...뭐, 들어봅시다."


현재 아카데미에서 고델은 발표했다.

성과를 가져오면 반영시키겠다.

수입이 아닌, 다른 것도 된다는 소리였다.

거기에는 인지도도 포함이다.

인지도가 오른다면 아카데미는 더욱 알려질 테니, 고델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니다.

그래서 쿨라인도 뭐든지 하면 좋았다.


"저희가 준비한 물품이 있습니다. 어려운 것은 아니고, 다른 곳으로 옮길동안 곁에서 지켜주시면 됩니다."

"호위입니까?"

"아, 예! 호위지요. 그런데,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큰 것은 아니고...작은 거라서."


그는 말하면서도 눈치를 살폈다.

부탁하기에는 미안한 눈치였다.

아마 대금관련과 물품쪽이 허술한 모양이다.


"알겠습니다. 세명인데 가능하십니까?"

"세, 세명이요? 그...돈이 얼마나 되련지."


쿨라인은 그의 눈동자를 살폈다.

자신없는 눈동자였다.

돈을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마법사를 찾는다는 것은 상행이 성공하면 갚을 능력이 된다는 거였다.


"한 명은 떨거지에 한 명은 수다쟁이입니다. 한 사람 값이니, 7골드로 합시다."

"7, 7골드면 3명을 모집할 수 있다는 거죠?"

"맞습니다."


둘의 대화를 듣고는 매리스가 울컥했는지 팔린에게 따졌다.


"내가 왜 수다쟁이야."

"흐흐, 왜 나한테 그래."

"황당하잖아. 차라리 떨거지가 낫지."

"그만해. 난 아무 말도 안 했다고. 그리고, 떨거지도 어감이 이상해."

"흠흠. 미안. 잠깐 흥분했어."


발끈한 둘의 모습에 아메일은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괜찮은 것일까?'


이번일이 성공하면 돈을 어느정도 복구할 수 있다. 아무나 데려오라고 했지만, 기본은 할줄 알아야 했다. 몬스터가 나오지 않으면 좋지만, 혹시라는 게 잊지 않은가? 머릿수는 채울 줄 알아야 상행에 문제가 없었다.


'그래도 7골드인데.'


아메일이 뒷문에서 기다린 이유가 있다. 조금이라도 흥정을 하기 위함이다. 정문은 사람들이 몰려서 흥정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7골드면 거저였다. 밥값을 못해도 가성비가 나쁘지 않았기에 가주님께 덜 깨질 거다.


"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아메일은 결국 승락했다. 흥정을 하려고 해도 두명을 깎고 들어가서 할 게 없었다.


"오예! 또 한 건."

"그만, 아직 시작도 안했어."


일행은 아메일을 따라 남작가로 이동했다.

#

"카논 남작님, 마법사님을 모셔왔습니다."

"오오! 고생했다. 아메일. 잠깐 와보거라."

"예."

아메일이 다가오자 카논은 작게 귓속말을 했다.


"얼마에 모셔온 것이냐?"

"7골드입니다."

"뭐?"


카논은 처음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이쪽이야 장사꾼이니 모르지만, 카논은 귀족이기에 마법사의 몸값이 얼마나 비싼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7골드였다.

7골드면 용병 마법사도 구하기 힘들었다.

요즘에 마법사는 그정도로 비싸졌다.


"거짓말 하지 않아도 된다. 얼마에 모셔왔어. 세분이니 비쌌을 거 아냐."

"...7골드에 모셔왔습니다."

"이런 멍청한 놈!"


따악!


카논은 아메일의 머리를 후려쳤다.

텅 소리와 함께 아메일이 머리를 감쌌다.


"마법사를 구해오라니까, 흉내내는 사람을 구해와?"

"나, 남작님. 오해십니다. 아카데미에서 나오는 것을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오해라고? 그런데 왜 7골드야. 우리가 사정이 어렵다고 눈까지 어두운 건 아니잖아. 안 그래?"

"남작님 믿어주십시오."

"후우...그래. 뭐, 처음부터 힘들었겠지. 우리가 무슨 마법사를 구하겠어? 그냥 솔직하게 말했으면 내가 이해하고 넘어갔겠지. 사실, 대단한 일도 아니잖아. 안 그래?"

"남작님. 한 번만 믿어주십시오."


아메일이 몇 번이고 카논을 달래자, 그제야 침울한 표정을 풀었다.


"들어오라고 해. 어차피 거리도 짧으니, 몬스터가 나오지 않도록 기도나 하자고."

"남작님. 정말로 마법사 맞습니다. 그러니, 그런 소리 마십시오."


순간, 카논은 혹했지만, 시선을 돌렸다.

그럴리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런 사람들이 마법사일리가 없잖아.'


그의 눈에 송충이를 만지작거리는 팔린이 보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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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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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귀족이 원하는 마법사(2) +1 20.06.04 714 27 13쪽
» 귀족이 원하는 마법사(1) +2 20.06.02 786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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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4) +1 20.06.01 816 22 12쪽
19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3) 20.05.30 840 22 12쪽
18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2) +2 20.05.29 890 22 12쪽
17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1) +1 20.05.29 953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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