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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의 서재입니다.

빙법사가 힘을 안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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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
작품등록일 :
2020.05.18 16:44
최근연재일 :
2020.06.18 17:18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37,312
추천수 :
1,031
글자수 :
200,599

작성
20.05.29 10:02
조회
952
추천
28
글자
11쪽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1)

DUMMY

쿨라인이 아카데미를 빠져나왔다.


"어? 마법사님!"


쿨라인이 고개를 돌리자, 기사들이 무리를 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아···. 그."

"예. 저, 두티우스입니다. 저번에 대금 지불하신 거 잘 받았습니다."

"당연히 줘야죠. 그나저나 왜 이리 많이 모인 겁니까?"


그들은 질긴 가죽에 두장갑을 덧입었다.

깨끗해 보이는 옷과 군화.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오늘 마법사님께서 다른 영지로 가시지 않습니까?"


그의 말대로 오늘 '버건'이라는 영지로 지원을 하게 됐다.

변해버린 기온과 종의 등장.

아카데미의 외부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맞습니다. 제 일정까지 알고 계시다니···. 정보원을 구하신 겁니까?"


정보원.

정보원도 마법사와 은밀하게 움직이는 도적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정보 위주로 움직였고 실수하거나 일이 꼬였을 때 자결까지 하는 독한 인원들이었다.

정보가 생명인 만큼 보완을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였다.


"아하하. 아닙니다. 저번에 도련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도련님이요?"

"예. 드레티아 팔린 공자님이요."


같이 움직인다고 또 여기저기 떠든 모양이다.

분명 그쪽에 '지원'간다고 말했는데 그는 다르게 받아들인 듯했다.


"마침 저기 오시네요."


팔린이 손을 흔들며 걸어왔다.

어디서 옷을 구했는지 하얀색 로브가 번쩍번쩍 빛났다.


"팔린."

"아, 미안. 늦었지?"

"그걸 말하는 게 아냐. 이 기사들은 뭐야."

"같이 가자고 쪼르는 거지. 기사 평가에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그래서 부른 거야?"

"딱히 부르진 않았어. 그냥 이야기만 한 거야."


듣고 있던 두티우스가 입을 열었다.


"팔린 공자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희가 쿨라인님께 부탁드리는 겁니다. 저번에 보내주신 포션을 보고 다들 쿨라인님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난리를 치더군요. 아침부터 떼를 쓰는데 어찌나 귀가 따갑던지.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모두 데려왔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마법사와 연을 맺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나야 환영이지.'


마법사는 홀로 자생하는 직업이 아니다.

독립적인 성향을 가졌으나,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했다.

그것은 마나였다.

아무리 뛰고 난다는 마법사도 마나가 떨어지면 머리 좋은 일반인과 같았다.

그래서 많은 인연을 맺고 약점을 보충하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마나 뿐인가?

마법의 호기심으로 인해 서로 교류한다면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예전처럼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좋습니다."

두리우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혹여나 거절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성격이 깐깐하고 해괴하다고 알려진 마법사.

두티우스가 본 마법사는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기사 중에서 한 명만 선택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한 명이요?"

"예. 이곳을 경계하는 인원도 있어서 빼기가 껄끄럽습니다. 쿨라인님께서 선택 하신다면 다들 군말없이 따를 것입니다."


비번을 뽑아야는데, 상급자가 단독으로 결정하면 분명 뒷 이야기가 나올 거다. 그것을 미리 방지하겠다는 말이었다.


'한 명이라...'


쿨라인의 눈에는 다 비슷한 기사들이었다.

특출난 무언가는 이미 차고 넘쳤기에. 지리에 밝은 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윽

쿨라인이 쳐다보자, 기사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여기서 탈출하면 달콤한 휴가를 즐길 수 있었다.

자신이 아니면 배아파 죽을지도 모른다.


"두티우스 경, 같이 가시죠."

"어? 저 말입니까."

"예. 안 됩니까?"

"아이고. 안 된다니요. 저야 영광입니다."


두티우스가 뒤돌아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얄미운 모습에 기사들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


"젠장, 삼교대에서 이교대로 변했군."

"두티우스는 이미 알고 있었겠지. 자신을 뽑을 거라는 걸."

"계획적이네."

"그만들 해. 선택은 마법사님이 하셨잖아."

기사들이 자리로 돌아갔다.


두티우스가 대열에 합류하자, 멀리서 매리스가 보였다.


"가지가지 하는군."


평소 매리스의 모습이 아니었다.

쫙 빼입은 로브에 팔찌, 귀걸이 등.

한껏 꾸민 모습이었다.

아티팩트면 모르겠는데. 귀걸이는 평범했다.


"뭐야, 팔린! 너 왜 여기 있어. 감지 계열 쪽으로 간 거 아니었어?"


시끄러운 매리스의 말에 팔린이 귀를 후볐다.


"내가 왜? 매리스, 너 잘 모르는구나. 감지 마법사들 의외로 집요해. 막 나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고 구속하려고 난리를 피우더라고. 그냥 프리즈에 남는다는 핑계로 이쪽에 붙었어."


"거기 들어가면 보수 잘 나오잖아."


감지계열은 마법사들이 서로 들어가려는 곳이다.

부르는 곳도 많고 보수도 짭짤했기 때문이다.


"내가 명예가 없지. 돈이 없겠어? 바로 도망쳤지."


팔린은 역시 특이한 녀석이었다.

창창한 길이 앞에 존재하는데 굳이 어려운 길을 택했다.


'뭐. 그게 매력이긴 하지.'


저 특이한 성격이 아니었다면 쿨라인도 그를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만들하고 출발하자."


쿨라인 걸어가자, 나머지 일행이 따라붙었다.

시작부터 한껏 들뜬 모습에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마차 타고 갈까?"

"미안한데, 여비가 부족하다."


다들 쿨라인을 쳐다보았다.

빨리 설명하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우리가 몸값이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을 거다. 그런데, 이쪽으로 다 붙는바람에 경비가 삭감되었어. 아카데미에서 다른 쪽 마법사를 신경써야된다는 게 그 이유지."

"그게 무슨 말같지도 않은 이유야. 오히려 많이 줘야는 거 아니야?"

"난 이해했어. 효율을 최대한 뽑아보겠다는 말이네."


매리스가 말이 맞았다. 이쪽은 신경쓰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지만, 저서클 마법사들은 아니었다. 돈이라도 없으면 길거리에서 죽기 딱 좋았다. 다른 마법사들보다 이쪽의 사정이 좋았기에 그들은 그런 선택을 한 거였다.


"하여간 어딜가나 그런 곳은 꼭 있네."

"운영은 해야 되니까. 됐고 그냥 가자고."


두티우스가 길을 안내했다.

숲길을 따라 계속 걸으니, 커다란 길목이 나왔다.

양쪽 갈래로 꺾어져 있었는데 길목에는 기사들과 평민이 종종 보였다.


"여기서 반나절만 더 걸으면 버건 영지에 도착합니다."


본격적으로 아카데미를 벗어나 깊숙하게 들어가자, 죽어있는 몬스터가 보였다.

피와 함께 갈기갈기 찢긴 가죽.

달궈진 공기.

보이지 않는 사람들.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안 좋을지도."


아카데미는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변방지역인 다른 마을과는 시설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났다.

시설만 차이가 있는가?

아니다. 시설이 좋지 않으면 치한도 좋지 않다.

애초에 지킬 수 없는 환경에는 부랑자만 늘 뿐이다.


"도착했습니다."


버건 영지에 들어서자, 스산한 기운이 몸에 스며들었다.


"데키라나 론."


매리스가 한쪽을 눈을 찡그리며 클린 마법을 걸었다.

상쾌한 공기가 들어와 기운과 섞였다.


"이거...한 번에 정화가 안 돼."

그러나, 정화되지 않았다.

이곳은 종이 있는 지역이다.

마법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었다면 마법사를 보내지도 않았을 거다.

'보통의 마법사라면 말이지.'

쿨라인의 손에서 빛이 번쩍였다.

한기가 공기를 타고 스며들었다.

불속성이 담긴 종의 기운이 한기를 만나 밀려났다.

세포까지 침범하는 한기에 주변의 기온이 내려갔다.


"언제봐도 신기하네."

"그러게. 같은 마법인데. 쿨라인 것은 이상하게 강해 보여."

두티우스도 놀랐는지 눈만 껌뻑거렸다.

멍하니 서 있는데 누군가가 두티우스를 밀쳤다.


"비켜! 여기서 뭐하는 거야?"


한 눈에 봐도 어려보이는 꼬마였다.

쿨라인은 자세를 낮추며 물었다.


"다들 어디가고 너 혼자만 있는 거지?"

"아저씨는 누구야. 여기오면 안 돼."

"왜 오면 안 되는데?"

"다 죽는다고.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모두 죽었어."

"...몬스터가 침범한 거냐?"


강해진 몬스터가 영지를 습격했다면 기사만으로 막을 수 없었을 거다. 저항력은 오러에도 영향력을 주었기 때문이다.


"아니...이상한 아저씨들이 다 죽였어."


쿨라인은 잠시지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꼬마가 무엇을 말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변해버린 세계에서 인간은 타락하기 쉽다. 생존과 연관된 것도 있고 작은 노력으로 많은 것을 가져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게 '살인'이라면.

치안이 약해진 영지는 쉽게 무너진다.


"기사들이 전부 죽은 거니?"

"아니. 그 아저씨들은 자경단을 꾸린다고 밖으로 나갔어."

"밖이라고?"

"응."


어느 정도 상황이 그려졌다.

그런데, 왜 영지 밖으로 나갔을까.

안에서 지키는 게 누가봐도 유리한데 말이다.


'그래도 최악은 아니군.'


마을을 지키는 자경단이 있다면 치안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다.

그쪽으로 사람들이 몰려간 게 틀림없었다.


"고맙다. 꼬마야."

"아저씨는 누구야? 저번에 온 아저씨들과 다른 걸."


팔린이 가슴을 쭉 내밀었다.


"에헴. 마법사라고 들어봤나? 우린 마법사로-."


꼬마가 말을 끊었다.


"뭐야. 아저씨도 마법사야?"


잔뜩 실망하는 눈치였다.

팔린은 당황하며 이게 아닌데라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마법사가 왔었니?"

"응. 마법사 때문에 다들 외부로 나갔는 걸."

"...알겠다. 꼬마야 배고프니?"


핼쑥한 꼬마의 얼굴.

뼈가 앙상해서 눈에 바로 띄였다.

저 상태로 씩씩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도 용했다.


"당연히 배고프지. 요새 먹을 게 하나도 없어."


꼬마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에는 많은 감정이 들어있었다.


"이거 받아라."

쿨라인은 '스테미나'포션을 건넸다.

꼬마는 영문도 모른 채, 그 병을 받았다.


"쿠, 쿨라인님. 그건."

두티우스가 놀라며 포션을 쳐다봤다.

현재 시가로 따지면 8골드에 육박하는 값진 물건이었다.

한낱 동정심에 그것을 준다면 극심한 손해였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때마다 줄 수는 없지 않은가.


"괜찮아. 정보값이다."

"하지만-."

"두티우스, 쿨라인이 괜찮다고 하잖아. 그만해."

"죄송합니다. 너무 아까운 마음에..."


8골드면 평민이 일년동안 일해야만 버는 금액이다.

눈이 안 돌아간다면 거짓말이었다.


"이게 뭔대?"

"마셔라. 식사 대용으로 쓸 수 있다."


스테미나 포션은 활력을 정상적으로 올리는 포션이다.

거기에는 각종 영향소와 비타민이 들어있었다.

그래서 비상시, 밥 대신 이용할 수 있었다.


퐁!


꼬마는 마개를 열고 포션을 마셨다.

허기짐이 사라지고 포만감이 밀려왔다.

일주일간 겪지 못했던 만족감이었다.

주르륵

꼬마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행복'이었다.


꿀꺽꿀꺽


꼬마는 한 번 더 그것을 맛보려고 눈을 감았다.

톡쏘는 맛도 있었기에 행복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형들. 정말 고마-."


눈을 떴을 때는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꼬마는 사라진 곳을 보며 계속 '마법사'를 곱씹었다.


#


"그나저나 마법사라니...아카데미에서 이쪽으로 지원한 마법사가 우리말고 또 있나?"

"있을리가. 상황을 봐. 우리도 인원부족이라고."

"그럼 꼬마가 거짓말을 한 거야?"

"거짓말이겠냐? 속이기 좋은 세상이잖아."


척박한 환경일수록 만만한 것은 영지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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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4) +1 20.06.01 816 22 12쪽
19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3) 20.05.30 840 22 12쪽
18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2) +2 20.05.29 890 22 12쪽
» 마법사님이 맞으신가요?(1) +1 20.05.29 953 28 11쪽
16 아이스 메이지(4) +1 20.05.28 989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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