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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벗 - Be, But...

황제의 주사위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비벗
작품등록일 :
2018.09.02 21:25
최근연재일 :
2018.11.09 13:43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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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13,118

작성
18.10.0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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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2장 : God ordains the times (2)

DUMMY

레인은 이른 아침부터 의관을 정제하고 손님을 맞았다.

그의 옆에는 호위기사와 집사가 시립했고. 책상의 맞은편으로는 멋쟁이 신사 한 명이 부복해 고개를 조아렸다.

“황태자를 뵙습니다. [바람]의 단주 하비브 보예라 합니다.”

바람 상단.

지나인의 사설 상단 중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그들은, 200년의 전통과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이름이 높았다.

‘돈이 돈을 번다- 그게 그들의 철학. 어린 시절엔 잘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잘 알고 있지. 그 돈이 벌어들이는 돈으로 위다인이 얼마나 거대한 힘을 완성하게 될지.’

제국의 상권을 틀어쥐게 될 오터스 공작 위다인이 자기 상단들의 롤모델로 삼아온 것이 바로 바람 상단이었다.

대단히 고차원의 수단은 아니었다. 다른 상단이 수익을 수금해 나중에 써먹으려 아껴두는 것과 달리, 모든 수익을 재투자해 상단의 덩치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방식.

그를 통해서 오터스의 상단들은 다양한 사업에서 반 독점적인 규모를 쟁취했고, 그 규모로 더 큰 부를 쌓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현재진행형······ 틈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걸 뚫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든 바람을 손에 넣어야 해.’

물론 바람 상단 하나만으로 그게 가능하지는 않을 터였다.

이쪽이 원조라곤 하나, 오터스 령의 상단들은 천재 중의 천재인 위다인이 개량한 매뉴얼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20년 뒤의 개량된 매뉴얼을 알고 있지. 거기에 더해, 그 사이에 벌어질 모든 시세의 변동을 알고 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은 케인의 정보원들이 채워줄 수 있을 거고 말이야. 승산은 충분해.’

물론, 그 모든 일들은 상단을 손에 쥔 뒤의 문제.

레인은 눈앞의 상단주를 상대하기 위해 목소리를 키웠다.

“고개를 들라, 하비브. 과연 그대는 제국어가 능통하구나.”

“부족한 학식이나마 대제국의 시장이 세계 제일임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수월한 거래를 위해 언어부터 배웠습니다.”

“현명한 일이다. 그 포부대로 제국의 교역로는 뚫었느냐?”

그 질문에, 하비브는 머쓱하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전하. 송구한 말씀입니다만······ 제국의 문은 좁습니다. 지나인의 상단들 중에서는 저희가 그나마 많은 무역권을 갖고 있으나, 그조차 아주 작은 이권일 뿐이지요.”

‘흥. 내가 열 살 어린애라 생각해 요약 강연을 하고 있구나. 설득을 위해 살짝 경외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레인은 오연하게 턱을 들어올렸다.

“들어라, 하비브. 좀 더 명확히 말함이 옳지 않겠느냐. 부황께서 무역로를 확대하신 지도 어언 3년이다.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인 그대들이 고작 열두 개 성의 무역권만을 갖고 있음이 어찌 좁은 교역로 탓이겠느냐. 이미 오터스 공작의 사설 상단들이 상권을 틀어쥔 탓이 아니더냐?”

“······그, 그것은, 분명 틀림없는 말씀이십니다······. 전하께서는 상업의 흐름에도 조예가 깊으신 모양이군요.”

눈썹을 꿈틀거리며 올려다보는 모습이 꽤나 놀란 듯했다.

레인은 그의 눈을 또렷이 마주봤다.

「 하비브 보예, 바람 상단주, 36세

존재언 : 상단의 번영을 바라는 성실한 상인

계승언 : 돈이 돈을 번다

운명언 : 세계의 자원을 바람의 길 위에.

파괴력 21 지구력 23 감지력 31

집중력 34 창의력 35 지도력 30 」

‘흠. 아쉽게도 퀘스트는 나오지 않았지만, 예상대로의 인물이구나. 제법 높은 능력치를 가진 데다 문장들 역시 예상했던 그대로야. 이후 써먹는 데 무리가 없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레인은 테이블 위에 주머니를 올렸다.

“100골드다. 세어봐.”

“예, 예? 그런 거금을······ 어찌 제게 세어보라 하십니까?”

“다 듣고 왔잖느냐. 투자다. 내 돈을 굴려 수익을 내와라.”

맡긴 물건을 찾는 것처럼 당당한 레인의 말에, 하비브는 곤란한 듯 미간을 좁혔다.

“허나, 전하······. 소인의 상단은 개인의 투자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상업이란 대륙의 핏줄 같은 것. 그것을 사사로이 움직이려 한다면, 혹 어떤 고충이 생길 수도 있는 까닭입니다.”

공손하지만 강단 있는 태도. 그것은 정론이자 소신이었다.

레인은 미리 손을 휘저어 흥분한 호위기사를 말렸다.

‘아주 마음에 드는 소리를 하는군. 위다인이 한 짓이야말로 이 자가 말하는 고충을 만들어내는 짓거리였지. 이미 독점적인 지위에 오른 상단들을 통제해, 사사로운 욕망을 위해 제국의 핏줄을 모조리 틀어막아, 식량의 흐름을 끊었다. 그로 인해 끔찍한 [피의 나날]이 벌어졌다.’

그것은 원래대로라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제국의 각 영주성에는 위급시에 백성을 구호하기 위한 식량이 예비되어 있으니, 푸짐한 식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봄이 올 때까지 삶을 영위하는 것은 가능했을 터.

그러나 위다인의 상단은 그 구호창고조차 털어갔다. 추후에 더 큰 보상으로 돌려주겠다는 입발림 말과 함께.

거기에 더해, 교언으로 황제를 꼬드겨, 자신의 마법병단과 광휘기사단을 이끌고 라그라스 국경에서 무력시위에 나섰다.

광휘는 주요 통행로의 고위 마물을 토벌해온 제국의 검.

그들이 모조리 자리를 비우자, 자연히 국내의 ‘혈관’ 곳곳이 마물로 막혀버렸고, 결국은 괴사를 일으켰던 것이다.

‘그게 3년 뒤부터 벌어질 일이다. 어떻게든 막아야만 해. 제국 내부에서 케인이 위다인을 교란시키겠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할 터. 지나인 최고의 상단을 손에 넣어 그들로 하여금 위다인의 상인들을 맞상대하게 할 것이다.’

레인은 중요한 말을 향해 웃어보였다.

“하비브. 나는 대륙의 핏줄을 끊으려는 것이 아니야. 추수를 앞두고 값이 떨어진 지나인과 임펠런의 곡물을 사서 노루스로 가는 것이 그 누구에게 고충을 줄 수 있겠느냐?”

그 말에 하비브가 눈을 동그랗게 뜬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전하······? 추수를 앞뒀다 해도 그 값이 폭락한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노루스의 평야는 세계 제일의 곡창인데······ 대체 그곳에 곡물을 가져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의미는 내가 생각한다. 그대는 그저 100골드를 모두 써서 지시를 이행해주면 돼. 손실이 난다면 한 푼도 돌려받지 않을 것이고, 이득이 생긴다면 절반을 그대에게 주겠다. 어떠냐?”

‘어떻고 자시고, 그런 멍청한 짓을 대체 왜 하려는 거야?’

하비브는 눈을 끔뻑거리며 황태자의 안색을 살폈다.

그리고 잠시 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질문했다.

“전하께선······ 혹시, 올해 노루스의 작황이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레인은 순식간에 비정상적인 결론을 도출한 하비브를 높이 샀다.

‘35의 창의력 때문인가, 생각이 창발적이로군. 뭐 말하면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게 어디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하지만 명확한 사실 한 가지는, 풍년이 예상되는 노루스로 곡물을 싣고 갈 상인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야. 만약 어떤 사건으로 인해 노루스의 작황이 엉망이 되면 곡물의 값은 급등한다.”

“그야, 그렇겠지요. 농업과 상업이 모두 발달한 노루스 공국은, 풍년이 예상되면 남은 구휼미까지도 탈탈 털어 무역에 나서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전하,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역사를 통틀어 풍년이 흉년으로 바뀐 예가 없는 까닭이 아니겠습니까? 가망이 없는 일입니다.”

“인간의 신을 향해 가망을 말하는 것이냐? 참람하구나.”

반쯤 장난처럼 답했기에, 하비브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네. 혹시 날 시험하는 걸까? 그게 아니면, 100골드조차 도박수로 탕진해도 되는 푼돈인 거?’

“어찌하겠느냐? 노루스에서 제값을 받지 못할 것 같거든 그대로 남하해 인드라로 가서 팔아도 좋다. 그러면 작은 이득은 낼 수 있겠지. 물론 그 경우에도 투자금은 돌려받지 않을 것이야. 오직 노루스에서 운임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경우에만 원금과 이익의 반을 받겠다. 이 조건이면 그대가 아니더라도 맡을 상단이 넘쳐날 것이다만······.”

그 말대로였다. 어떤 상단이든 혹할 수밖에 없으리라.

임펠런의 곡물은 밀림왕국 인드라에서는 무조건 팔리는 상품. 노루스를 거치며 시일이 늘어지겠지만, 결과적으로 그 원거리의 운임 비용까지는 모두 충당될 터였다.

그런데 투자금인 100골드를 돌려줄 필요도 없다면?

그야말로 앉아서 떼돈을 버는 대성공의 사업이었다.

‘이유는 당최 모르겠지만, 대륙에 나쁜 영향을 줄 만한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향후 제국에서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내가 이 황태자와 얼굴을 붉힐 수는 없는 노릇이니······.’

“송구합니다, 전하.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시니, 계약서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잘 생각했다, 하비브.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야.”

레인은 흡족하게 웃으며 미리 작성해둔 계약서를 넘겼다.

길었던 대화와 달리 게약은 일사천리였다. 두 사람은 서명을 주고받은 뒤 시어류를 공증인으로 해서 서류를 밀봉했다.

하비브를 내보낸 레인은, 눈동자를 마구 굴리는 집사 오스만을 돌아봤다.

“할 말이 많은 눈치구나, 오스만.”

“아, 아닙니다 전하. 제가 어찌······.”

“할 말이 있다면 해보거라.”

“전혀 없습니다, 전하.”

물론 말할 수 없을 터였다. 황실의 녹을 받는 입장에서 그 황태자를 앞에 두고 어리석다고 비난하는 건 자살행위니까.

그 마음을 뻔히 짐작하며, 레인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내 보니 그대는 상업에도 관심이 많은 모양이구나. 우리의 대화에 아주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느낌이었어.”

“화, 황공합니다. 전하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마음에 없는 소리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보다, 어떠하냐? 이렇듯 돈은 넘쳐나면서도 투자에 아량이 넘치는 투자자는?”

“아이고, 그야말로 최상이지요. 감사할 따름일 것입니다.”

“그래. 보통 상인이라면 봉을 잡았다고 쾌재를 불렀겠지?”

“으, 어, 황공합니다, 전하······.”

레인은 그 질박한 반응에 마음이 유쾌해져 깔깔 웃었다.

‘충성심이라곤 별로 없는 이기적인 인간이지만, 이런 모습조차도 지나인에서 보게 되니 흥겹구나. 그래, 이 정도만 되어도 나쁘지 않은 백성이지. 쓸모도 있고 말이야.’

“하하······. 들어라, 오스만. 내 추후에 큰돈을 굴릴 수 있게 되면 그 돈으로 네 상단에도 투자하도록 하마. 초기에 황실의 투자까지 이끌어낸 상단이라 하면 단숨에 인지도가 오를 것이니, 그날을 기대함이 좋을 것이야.”

“그,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만생의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번외격인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레인은 본론을 꺼냈다.

“간밤에 말한 건 어찌 되어가느냐?”

“예, 전하. 말씀하신 대로 열다섯 명을 수소문 중입니다. 그 일에 임펠런 시종들을 보냈습니다. 새로 구한 사람들에게 인수인계를 마치고 나면 내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잘했다. 그들은 삶을 도박으로 물들인 자들. 이곳에 와서도 밤만 되면 저희들끼리 주사위와 패를 놓고 다투리라. 병사들에게 일러 철저히 감독하도록 시켜. 완전히 새사람을 만들어놓은 뒤에 가르쳐 쓸 곳이 있음이니라.”

“도박꾼······ 예, 전하. 철저히 관리토록 지시하겠습니다.”

그렇게 오스만까지 내보낸 뒤에, 레인은 상황을 관조했다.

‘어제 퀘스트를 완료함으로써 보정권이 귀속돼 있지. 그러나 하비브에겐 쓸 일이 없었고, 따로 주사위를 굴려야 할 만한 일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내부의 문제를 정리함이 우선인가······.’

그렇게 생각한 레인은 자연히 조단 로빈스 남작을 떠올렸다.

‘퀘스트, 변절자의 주인. 놈을 내 사람으로 만들면 지도력을 에픽 등급의 최고치까지 올려놓을 수 있다. 덤으로 내일 편입생 예비소집 때 쓸 보정권도 얻을 수 있을 터.’

“어모 경. 조단을 여기로 불러라. 곧바로 처리해야겠어.”

“처리······ 알겠습니다, 전하. 깔끔하게 목을 따겠습니다.”

황당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무슨 소릴 하는 것이냐? 그놈 역시 내 사도가 될 것이다.”

“······예? 하지만, 전하. 그 배신자를 굳이 거두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한 번 배신한 자는 몇 번이고 그럴 수 있습니다.”

그 역시 정론이었지만, 새로운 신에게는 닿지 않는 말이었다.

“처음부터 믿는 자들만 내 신민으로 삼는다면 새로운 제국은 얼마나 좁겠느냐. 믿음이 없는 것들에게 새 삶을 주는 것 또한 신의 뜻인 것이다. 당장 여기로 오게 해.”

시어류는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조아렸다.


조단 로빈스 남작.

사냥꾼의 자식으로 마법을 깨우쳐 출세를 갈망해온 그 남자는, 이미 황태자 레인 록펠러에게 미래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신뢰가 아닌 기대감 정도의 마음.

하여 언제든 더 강한 세력이 나타난다면 자리를 옮길 생각도 갖고 있었으며, 충성심은 발톱의 때만큼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 황태자에 의해 응접실에 불려나갈 때는 킬킬대며 웃었다.

‘이 황태자가 날 쓸 곳이 생긴 모양이군. 좋아. 여기서 실력을 발휘해서 그 꼬맹이의 믿음을 사자. 나를 믿고 의지하게 만들면 나중에 큰 벼슬을 하는 데 유리할 거야. 하지만 이참에 분명히 말해둬야 되겠지? 난 어디까지나 비밀병기로만 일할 거라고. 황태자한테 붙은 게 여기저기 알려지면 나중에 곤란해질 수 있단 말이지.’

그러나 그가 듣게 된 말은 기대와는 전혀 다른 종류였다.

“로빈스 남작. 그대가 나를 통해 얻고자 함은 무엇이냐?”

“어······ 얻고자 함이요? 헤헤, 뭘 말씀하시는 건지요?”

“이놈! 어디서 입방정을 떠느냐!”

레인은 시어류의 호통을 막지 않았다. 그저 심유한 눈으로 조단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목소리를 이어갔다.

“기왕 잡을 거면 최고를 잡아야지.”

“엇, 음, 예.”

그건 조단이 입버릇처럼 떠들고 다니던 좌우명.

그리고 레인이 스테이터스로 확인한 그의 운명언이었다.

“사냥꾼은 언제나 고지에 선다.”

“허, 음······.”

이번에는 조단이 부친에게 귀에 못 박히도록 들어온 가훈.

레인이 스테이터스를 통해 본 그의 계승언이었다.

“그대는 출세를 갈망하고 있겠지? 내 12사도를 보고, 그 힘에 편승해 제국의 고지에 편입되길 바란 것이야. 하지만 내게는 그대가 필요치 않다. [톱날]의 파괴력은 샤머의 [투창]에도 못 미쳐. 대체 그대는 내게 뭘 줄 수 있느냐?”

“저, 저는 뛰어난 사냥꾼으로-”

“틀렸다, 조단. 그런 소소한 것을 얘기하라는 게 아니야.”

레인은 주머니 속에서 주사위를 굴렸다.

「 설득 굴림을 실행합니다······ 8. 보정권이 적용되어 새로운 값이 랜덤으로 선택됩니다······ 5. 총합 13. 」

“들어라, 조단 로빈스! 신에게 필요한 것은 미천한 인간의 능력 따위가 아니다. 오직 하나! 신은 충성을 원한다. 그것만을 바쳐라. 그러면 그대를 고지로 끌어올려주마. 최고의 동아줄이 되어 그대가 세계를 사냥하도록 해주마. 그러니 맹세하라. 신이 부리는 창공의 사냥꾼이 되겠다고 외쳐라!”

자동적으로 입을 움직여 말하며, 레인은 순간 의구했다.

‘이게 다인가? 13의 값으로 설득하는 건데, 고작 이거야?’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조단은 한 기억을 떠올렸다.

아주 어린 날. 삼촌들을 따라 군느 평원의 고지에 올랐을 때, 그의 동생이 집 한 채 크기의 독수리에게 붙잡혔다.

그를 구하기 위해 숙련된 사냥꾼들이 무수히 활을 쐈다. 그렇지만 독수리는 그 모두를 유유히 피하고서 사라졌다.

마치, 인간 따위는 자신의 사냥감에 불과하다는 듯이.

조단은 그날 이후로 독수리를 동경해왔다.

사냥꾼이 되길 포기하고 창공을 누비고 다니는 꿈을 꿨다.

그리고, 지금 조단은 독수리의 눈을 가진 소년을 마주했다.

“정말······ 그럴 수 있어요? 독수리가, 될 수 있겠습니까?”

레인은 어색하게 웃었다. 뭔 소린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작가의말

좀 늦어졌습니다.

글 쓰다가 노트북이 다운되는 바람에...ㅠ

마법사도 좀 지연될 것 같네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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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19장 : The limits of affection (1) +4 18.11.09 549 9 15쪽
57 18장 : Farewell to the dismal (3.) +2 18.11.08 395 12 15쪽
56 18장 : Farewell to the dismal (2) +2 18.10.31 461 14 15쪽
55 18장 : Farewell to the dismal (1) +6 18.10.28 581 13 16쪽
54 17장 : The things seem to be changed (4.) +7 18.10.27 459 16 16쪽
53 17장 : The things seem to be changed (3) +5 18.10.26 465 18 16쪽
52 17장 : The things seem to be changed (2) +2 18.10.25 489 16 16쪽
51 17장 : The things seem to be changed (1) +5 18.10.24 500 16 15쪽
50 16장 : God's garden (3.) +7 18.10.22 535 17 15쪽
49 16장 : God's garden (2) +5 18.10.21 526 21 16쪽
48 16장 : God's garden (1) +7 18.10.20 560 16 16쪽
47 15장 : More than any possible future (3.) 18.10.19 519 21 16쪽
46 15장 : More than any possible future (2) +4 18.10.17 610 20 16쪽
45 15장 : More than any possible future (1) +2 18.10.16 573 17 16쪽
44 14장 : Stand on a higher ground (3.) +6 18.10.15 562 22 16쪽
43 14장 : Stand on a higher ground (2) +2 18.10.14 551 23 16쪽
42 14장 : Stand on a higher ground (1) +4 18.10.13 587 22 15쪽
41 13장 : A time to soar (3.) +4 18.10.12 581 22 16쪽
40 13장 : A time to soar (2) +1 18.10.11 612 21 16쪽
39 13장 : A time to soar (1) +2 18.10.10 659 18 16쪽
38 12장 : God ordains the times (4.) +10 18.10.09 690 19 16쪽
37 12장 : God ordains the times (3) +4 18.10.08 683 18 16쪽
» 12장 : God ordains the times (2) +6 18.10.07 711 21 16쪽
35 12장 : God ordains the times (1) +5 18.10.06 721 16 16쪽
34 11장 : Put it down to experience (3.) +5 18.10.05 795 20 17쪽
33 11장 : Put it down to experience (2) +3 18.10.04 864 20 16쪽
32 11장 : Put it down to experience (1) +2 18.10.03 903 23 16쪽
31 10장 : Between victory and win (3.) +7 18.10.02 928 29 16쪽
30 10장 : Between victory and win (2) +5 18.10.01 937 2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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