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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벗 - Be, But...

황제의 주사위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비벗
작품등록일 :
2018.09.02 21:25
최근연재일 :
2018.11.09 13:4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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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1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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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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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1장 : Put it down to experience (3.)

DUMMY

지나인 협곡의 남쪽 분지에 위치한 켈디니어 성은, 원래 안달티온 후작가의 영지인 락홀 지방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지나인이 건국될 무렵 다른 두 성과 함께 편입되어, 지금은 백국의 수도.

고지대인지라 작물을 키우거나 상행의 거점으로 유리한 환경은 아닌데, 지정학적으로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남쪽으로는 임펠런의 왕도(王都) 르에르닐과 고작 이레의 거리이며, 북쪽으로 지나인 협곡을 통해 제국과 연결되기에.

뿐만 아니라 융덴 산맥의 자락을 따라 세계 유일의 미스릴 광맥이 개발되고 있다.

신의 금속이라 불리는 미스릴의 수요를 생각해보면, 대륙 전역의 상단들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행선지가 된 것.

백국의 상업진흥정책 덕분에 개중에는 아예 켈디니어를 근거지로 삼은 거대상단도 상당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그 성의 북문은 밤늦게까지 인산인해. 무수한 인영이 검문을 기다리며 북문 앞에 늘어서 있었다.

보통은 대부분의 행렬이 평민들이었을 것이나, 이곳엔 오히려 귀족들이 더 많이 보였다. 초대 변경백의 뜻이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순서를 지키도록 강제하고 있었기에.

물론, 그게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다.

적어도 제국의 황태자는 어떤 검문도 거칠 필요가 없었다.

레인 록펠러의 행렬은 대기열의 옆으로 곧장 나아갔다.

“저 마차가 황태자의 마차······ 과연 화려하구만.”

“황태자가 열 살쯤 됐다지? 아주 무능하다던데.”

“아마 황제가 화가 나서 아카데미로 보내버린 모양이야.”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상인들의 이야기를 살핀 뒤, [투시의 사도] 앨리엇 카펠은 자기 일처럼 분통을 터뜨렸다.

“나쁜 사람들!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떠들고 있어.”

“왜? 사람들이 뭐라고 떠드는데?”

싱글거리며 질문하는 [속박의 사도] 올리버 멀둔을 그녀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제국 황실의 위대함을 모르는 족속들이야.”

“그야 뭐, 백국 군주한테도 손 흔들며 인사한다는 나라니까 말이지. 여기서는 저게 보통이니까 익숙해지는 게 좋아.”

“······흥.”

앨리엇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녀를 [성벽의 사도] 조 퀴글리가 유심히 관찰했다.

‘쟤 어제 황태자의 막사에서 나오지 않았지······. 설마 마구잡이로 들이댄 게 먹힌 건가? 설마 그럴 리가 없는데.’

“조, 그렇게 뒤만 보다가 너 말에서 떨어진다?”

“그럴 리가. 12사도 중에서 이제 제일 말 잘 타는 난데요?”

[번개의 사도] 블레어 투르고트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거야 다른 애들이 못 타는 것뿐이잖아. 솔직히 제일 잘 타는 건 스튜어트고.”

“걔랑 나랑 1,2위를 다투는 건데?”

“그래, 그런 걸로 해. 그보다 왜 앨리엇을 노려보고 있어?”

조는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누구한테라도 상담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이 쑥맥 오라버니한테 물어보는 건 무의미하겠지. 어휴, 답답해.’

“뭐야? 왜 그러는 건데?”

“몰라도 돼요. 여자의 사생활.”

“어······ 그러면······ 할 말이 없지.”

어색하게 뚝뚝 끊어지는 대화가 옆에 보기에 신기했을까, [갑옷의 사도] 조지 맥레넌이 히죽거리며 곁에 붙었다.

“둘이 웬일이래? 부부처럼 화목하던 사람들이. 싸웠어?”

“헛소리 말고 꺼져, 조지.”

“와, 너무해. 퀴글리 누님, 왜 그렇게 나 싫어하는 거야?”

‘그야 네가 샤머 따라다니면서 이상한 신앙 설파하고 다니니까 미워서 그런 건데······ 지금은 좀 유용하려나?’

조는 순식간에 표정을 가다듬고 조지에게 질문했다.

“조지, 넌 그거 들었어? 어제 샤머랑 올리버 나갔던 일.”

“그거? 흠. 샤머한테 들었지. 왜? 조도 뭔지 알고 싶어?”

“응. 가서 뭐 특별한 일이 있었으려나?”

“그거야 뭐······. 근데 자세히 말해줘도 될지 모르겠는데?”

“그 신께서 나랑 블레어한테 통제권을 주셨는데도?”

“그 뭐······ 그 신께서 두 사람한테는 말씀 안 해주신 거잖아? 그런 거면 내가 함부로 떠들 수 없지. 어흠. 그런 거야.”

조는 헛웃음과 함께 고개를 흔들었다.

‘뭐야, 얘도 하나도 모르는구만? 괜히 허세 부리고 있어.’

마법사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천재적인 지능. 조를 포함해 사도들 대부분이 전날의 일을 대충은 파악하고 있었다.

마일 미컴스 남작과 이반 발리우가 처단됐으리란 사실까지.

‘이반이 그냥 물건 하나 훔쳐서 도망간 거라고 하면, 앨리엇이 그렇게까지 놀랄 이유는 없었을 거야. 아마 미컴스 남작이 이반에게 황태자가 천상기사들을 죽인 일에 대해서 밀고했던 거겠지. 그래서 샤머와 올리버가 처단했다······.’

어렵지 않은 문제였다. 저 뒤에서 지친 얼굴로 말을 모는 11살짜리 [광풍의 사도] 매튜 펀넬도 거기까진 짐작했을 터.

그러나 그 세부적인 사정까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특히, 앨리엇이 밤새 황태자의 막사에 머물렀던 이유는.

‘데려간 거야 다른 기사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함이었겠지만, 밤새 내보내지 않다니. 열 살 황태자가 그런······ 뭐 그런 걸 하지는 못했을 텐데. 어휴······ 상상만 해도 해괴해.’

황태자가 그런 방향으로 앨리엇을 생각할 리 없다 여겼다.

‘그 냉혈한이 사람을 좋아할 리가 없잖아? 앨리엇이 나이에 맞지 않게 엄청 섹시한 그런 몸매도 아니고 말이지. 솔직히 드보라 몸매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앨리엇은······.’

그렇지만 그게 아니고서야 둘이 밤새 할 일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황태자의 심기가 바뀔 만한 뭔가가 있었던 거야. 그게 아니고선, 새벽에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으면서 숙영지를 몇 바퀴나 산책한 앨리엇이 설명이 안 돼.’

그 뭔가를 알기 위해 조는 샤머, 올리버, 앨리엇 모두에게 수차례 질문을 던졌지만, 누구에게서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뭘까? 뭐가 황태자의 마음을 움직였지? 배신자 둘을 처단하면서 그 황태자가 눈 하나 깜짝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 지점에서 콱 막혀서 도무지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조의 고민 속에서 행렬은 켈디니어 성에 들어섰다.

12사도를 비롯한 병사들은 황실이 예비한 외성의 장원을 향해 이동했고, 황태자와 기사들의 목적지만이 달랐다.


정의기사들의 뒤를 따르며, 레인은 잔뜩 들떠 있었다.

‘리오지 일스터 백작. 그야말로 작금의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백국의 군주다. [수호기사] 이래로 면면히 이어져왔다고 하는 일스터의 적통은 과연 지금 어떤 수준에 있을까?’

일스터 가는 일반적인 귀족가의 승계와 궤를 달리하는 곳.

비록 초대 백작 [수호기사] 루포리 일스터의 핏줄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나, 변경백이라는 지위만큼은 혈통과 무관하게 오직 전대 백작의 선별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물론 일스터 가문의 후예들 역시 그 선별의 후보로 올라가니 완전히 혈통과 유리되었다 말할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적어도 당대 변경백은 일스터의 후손이 아니었다.

‘임펠런의 용병으로 시작해 스스로 마법을 깨우쳐 정의기사단에 입단한 인물이다. 그런 배경으로 인해 [수호기사의 재림]이라는 과분한 명성을 얻고, 이후에 전대 백작의 제자가 되어 후계자 경쟁의 대열에 끼어들게 됐다지.’

리오지는 결국 전대 백작의 아들딸마저도 제치고 백작위에 오르는 데에 성공하게 된다.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일이었다.

‘백국의 역사에서야 간간이 있었던 일이라곤 하나······ 흥미로운 일이 아닌가. 그 영웅의 혈통마저 이겨낼 정도의 재능이라면 최소한 에픽 등급 이상의 위인일 테니까. 분명 대단한 능력치를 갖고 있겠지. 거기에 더해 에픽 등급 이상의 퀘스트 역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레인이 종일 [장막]의 사용을 참아온 까닭.

퀘스트의 등급이 높을수록 달성은 어려워질 테지만, 마스터의 장막이라면 단번에 해결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문제는 출제될 퀘스트를 모른다는 거다. 과연 어떤 것이 나올 것인가. 기왕이면 바로 해결이 가능했으면 좋겠는데······.’

밤새 고민했던 예상 퀘스트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궁성 내부를 한 다경 정도 걷자, 변경백의 알현실 앞에 도달했다.

“다 왔습니다, 전하. 기사들은 이곳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알고 있다. 알현실이 터무니없이 좁은 까닭이지? 천상은 이곳에 대기하라. 어모 경, 그대와 함께 들어갈 것이다.”

“예, 전하.”

레인은 설렘과 불안을 품고 알현실의 문지방을 넘었다.

그곳은, 이느 저택의 응접실보다도 좁고 누추한 방이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국력과 전혀 맞지 않는 알현실에 코웃음을 쳤었지.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런 겸허함이야말로 백국의 진짜 저력. 대륙 어느 곳에서나 일스터의 이름이 영웅시되는 것은 이런 실천이 있는 까닭이다.’

볼품없는 알현실은 일반적으로 위신을 깎는 추태로 여겨지지만, 이 일스터 백작가의 알현실은 얘기가 달랐다.

귀족들보다 농민과 광부와 상인들의 발자국이 더 많은 곳.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백국의 백성들과 마주하는 일에 쓴다는 변경백의 알현실은 그렇기에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저 남자가 바로 리오지 일스터 변경백.’

누추한 방의 작은 의자에 앉은 초로의 남자. 검은 머리카락을 허리에 닿도록 기른 백작은, 무척 피로한 모습이었다.

볼은 핼쑥하고 눈은 퀭한 게 며칠간 잠을 못 잔 듯한 형상.

‘이듬해에 처음 봤을 때와 별 차이가 없군. 역대 변경백의 사인 중 과로가 가장 많다더니, 과연 그럴 만도 하다니까. 뭐 밤을 새고 새벽부터 말을 달린 나도 비슷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레인은 백작을 향해 걸어갔다. 눈을 또렷이 바라본 채로.

「 리오지 일스터, 변경백, 54세

존재언 : 세계의 평화를 수호하는 지나인의 군주

계승언 : 인간은 스스로의 걸음으로 설 수 있다

운명언 : 백국은 바른 미래를 지켜낼 것이다.

파괴력 23 지구력 22 감지력 25

집중력 32 창의력 33 지도력 34 」

그것은,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능력치는 아니었다.

‘뭐 54세에 평균치가 30에 가까운 건 대단하긴 한데······.’

일반적으로 육체 능력치는 30대 초반에, 정신 능력치는 40대 중반에 그 전성기를 맞고, 이후에는 내리막을 걷게 된다.

수련으로 하락세를 늦출 수 있다곤 하나 그것도 어느 정도.

54세라고 하면 이젠 노화를 막는 게 불가능할 터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전성기를 놓고 봐도 평균치는 32 정도였겠지. 40세의 리오지 일스터조차 전성기의 위다인에겐 한참 뒤떨어지는 위인이었다는 말인데······.’

레인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적어도 위다인보다는 높은 능력치를 갖고 있기를. 그리하여 그가 유일한 레전더리급 위인이 아님을 증명해주길 바랐다.

그렇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글귀야말로 그가 창제한 세계.

레인은 한숨을 속으로 감추며 이어지는 글귀를 바라봤다.

「 <캐릭터 퀘스트가 존재합니다>

백국의 후계자 : 백국의 군주 리오지는 여전히 자신의 후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요 후보는 로랑 일스터와 이반 발리우. 능력이 출중한 로랑과 바른 마음을 가진 이반 사이에서 고민하는 그에게 확신의 단초를 마련해준다면, 리오지의 호의와 지도력 보너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

그것은, 충격적인 퀘스트였다.

‘뭐?! 이반이······ 후계자 후보 중 한 명이었다고? 그런······ 그럴 리가······?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이반은 선별의 후보에도 들지 못했단 말이다! 백국의 후계자는 이 무렵에 이미 로랑 일스터로 확정되어 있었는데······!’

그렇지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은 없었다. 방이 좁은 까닭에, 그는 이미 변경백의 바로 앞에 도달해 있었다.

“반갑소, 레인 록펠러 황태자. 임펠런의 변경백, 지나인의 군주, 리오지 일스터요. 내가 알아야 할 소식을 가져왔다고.”

그렇게 말하는 리오지의 입술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간밤에 파발을 통해 전달되었을 소식에 이미 무척이나 마음이 진탕되어 있는 듯했다.

레인은 평상심을 유지하려 애쓰며 준비된 말을 꺼냈다.

“뵙게 되어······ 영광이오, 변경백. 이반 발리우라는 적랑기사에 대한 얘기요. 그는······ 내게 웃는 낯으로 접근하여 황실의 보물을 훔쳐 달아났소. 그 과정에서 내 천상기사 한 명을 죽이고 호위기사 시어류 어모 백작을······ 저렇듯 해쳤지.”

리오지는 레인의 손길을 따라 시어류에게 시선을 줬다.

완갑을 걷어내고 붕대를 칭칭 감은 팔. 그조차 아직 핏물이 배어나오고 있는 것이, 분명 얕지 않은 상처로 보였다.

“······이반 발리우, 그가 말이지······.”

“그렇소. 검문소의 기사들을 비롯해 여러 기사들이 보았으니 내가 그에게 호의를 베풀었음은 충분히 증명될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악을 끼친 그자를, 추격하여 체포해주길 바라오. 제국 황태자의 이름으로 부탁하는 것이오.”

“이반이, 해악을 끼쳤다······. 그거 참 흥미로운 일이구려.”

거기까지 대화를 진행한 뒤에야 레인은 현실을 직시했다.

‘내가 알고 있던 백국에 대한 지식은, 버린다. 이 비밀스런 놈들이 안에서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면 진실이 왜곡되어 전달됐을 가능성은 충분해. 그런 즉, 퀘스트를 믿는다면, 이반은 이때에 진정 백국의 후계자 후보 중 한 명······.’

레인은 이를 악물며 리오지의 떨리는 턱을 살폈다.

‘고작 한 명의 평기사를 알 리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퀘스트의 설명대로 저 변경백이 「바른 마음을 가진 이반」이라 믿고 후계 후보로까지 생각했다면, 큰일이다. 어쩌면 증거를 무시하고 사건을 재조사할지도 몰라. 그러니, 지금 써야 한다. 당장 그의 마음을 조종해야 해······!’

레인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주머니로 가져가 주사위를 쥐었다. 몇 차례고 사용해왔던 12면체의 자수정이었다.

‘지금 굴려야 할 것은 [간파] 스킬.’

간파란, 타인이 시도한 책략을 파악하는 기술. 지금 리오지 일스터가 레인을 바라보며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일 터였다.

그리고 위리암의 주사위는 세계의 모든 규칙에 간섭한다.

그의 간파가 내놓는 결과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짐작컨대 간파 스킬 역시 낮지 않을 터. 거기다 이반에 대한 신뢰로 상당한 보정값이 간파를 도울 테지만······ 마스터의 장막이라면, 완벽하게 속여 넘길 수 있다.’

그것이 장막이 가진 절대성이었다.

역할극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은 다음과 같다.

「안 될 일은 안 되지만, 될 일은 때로 안 될 수도 있다.」

즉, 수치상 극단적인 열세일 때는 아무리 주사위를 잘 굴려도 일을 성사시킬 수 없지만, 반대로 유리한 상황에서 일을 할 때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였다.

주사위의 눈이 1을 표시하는 대실패, [펌블]에 의해서.

‘이런 일에 쓸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지만······ 어쩔 수 없군. 리오지로 하여금 이반의 죽음에 대해 간파 스킬을 시행한다. 마스터의 장막을 사용해, 그에게 1의 값을 돌려준다······.’

「 스킬 굴림을 실행합니다······ 장막에 의해 결과값이 1로 고정됩니다. 리오지 일스터가 간파에 실패합니다. 」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던 리오지 일스터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바뀌었다. 부끄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그렇군! 이반, 그 녀석이 순간의 욕심에 눈이 먼 게야. 참으로 수치스럽고 송구한 일이오. 내가 대신 사죄하겠소.”

“······사죄는 됐소. 놈을 내 앞에 잡아다 대령해주면 족해.”

“틀림없이 그리하겠소.”

서기관에게 지시를 전한 뒤, 리오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오. 이반은······ 부끄러운 일이나, 기사단 내에서 대단히 정의로운 인물로 이름이 높았지. 나 또한 그의 심성을 높이 사 직접 가르쳤다오. 그렇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참으로 허망하군. 쉰이 넘게 나이를 먹고도 아직까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모양이오. 황태자, 내 불찰을 다시 한 번 사죄하는 바요.”

그 사죄를 받아들이며, 레인은 생각했다.

‘이반······ 너는, 이걸로, 스승이자 주군에게도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너무 서러워하지는 마. 너의 이 불명예야말로 새로운 신의 세계에 초석이 될 테니까. 언젠가······ 새로운 제국이 바로 섰을 때, 그 명예만큼은 돌려주도록 하마. 너와 나눴던 그 이야기들을······ 나만은, 기억하마.’

마치 오래된 과거의 인연처럼, 레인은 이반을 떨쳐냈다.


작가의말

어머님 생신인지라, 오늘 [현판 속 마법사] 쪽은 연재가 지연될 듯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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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주사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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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19장 : The limits of affection (1) +4 18.11.09 549 9 15쪽
57 18장 : Farewell to the dismal (3.) +2 18.11.08 396 12 15쪽
56 18장 : Farewell to the dismal (2) +2 18.10.31 461 14 15쪽
55 18장 : Farewell to the dismal (1) +6 18.10.28 582 13 16쪽
54 17장 : The things seem to be changed (4.) +7 18.10.27 459 16 16쪽
53 17장 : The things seem to be changed (3) +5 18.10.26 465 18 16쪽
52 17장 : The things seem to be changed (2) +2 18.10.25 489 16 16쪽
51 17장 : The things seem to be changed (1) +5 18.10.24 500 16 15쪽
50 16장 : God's garden (3.) +7 18.10.22 536 17 15쪽
49 16장 : God's garden (2) +5 18.10.21 527 21 16쪽
48 16장 : God's garden (1) +7 18.10.20 561 16 16쪽
47 15장 : More than any possible future (3.) 18.10.19 519 21 16쪽
46 15장 : More than any possible future (2) +4 18.10.17 610 20 16쪽
45 15장 : More than any possible future (1) +2 18.10.16 573 17 16쪽
44 14장 : Stand on a higher ground (3.) +6 18.10.15 562 22 16쪽
43 14장 : Stand on a higher ground (2) +2 18.10.14 551 23 16쪽
42 14장 : Stand on a higher ground (1) +4 18.10.13 587 22 15쪽
41 13장 : A time to soar (3.) +4 18.10.12 581 22 16쪽
40 13장 : A time to soar (2) +1 18.10.11 613 21 16쪽
39 13장 : A time to soar (1) +2 18.10.10 659 18 16쪽
38 12장 : God ordains the times (4.) +10 18.10.09 690 19 16쪽
37 12장 : God ordains the times (3) +4 18.10.08 683 18 16쪽
36 12장 : God ordains the times (2) +6 18.10.07 711 21 16쪽
35 12장 : God ordains the times (1) +5 18.10.06 721 16 16쪽
» 11장 : Put it down to experience (3.) +5 18.10.05 796 20 17쪽
33 11장 : Put it down to experience (2) +3 18.10.04 864 20 16쪽
32 11장 : Put it down to experience (1) +2 18.10.03 903 23 16쪽
31 10장 : Between victory and win (3.) +7 18.10.02 928 29 16쪽
30 10장 : Between victory and win (2) +5 18.10.01 937 2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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