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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5:26
최근연재일 :
2018.01.29 15:31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6,788
추천수 :
113
글자수 :
36,413

작성
18.01.29 15:31
조회
726
추천
16
글자
8쪽

조폭사 10화

DUMMY

“오늘밤 9시에 수원역 앞 대지빌딩이야. 빌딩 3층에 동안상사라고 있어, 그 곳으로 와.”


정색한 조기호가 말을 이었다.


“물론 사복을 단정하게 입고 와. 회장님은 꽤 까다로우신 분이란 말이다.”

“그런데 날 봐서 어쩌겠다는 거냐?”

“짜샤, 어쩌긴. 네가 쓸만한 놈인지를 보는 거지.”


못마땅한 듯 혀까지 찬 조기호가 바짝 다가섰다.


“회장님은 서울 강남의 세정회하고도 통하시는 분이란 말이다. 거물이야.”

“알았다.”

“네가 쓸만하면 회원으로 받아들이실 거야. 그러면 그때부터 넌 용이 되는 거야.”

“너같이 말이냐?”

“이 자식아, 난 아직 준회원이야.”

“난 회원인 줄 알았는데 이 새끼가 이제야 실토를 하는구만.”


쓴웃음을 지은 경철이 몸을 돌려 교실로 들어가려다가 마악 나오는 이영혜와 마주쳤다.


“야, 반장.”


외면하고 지나려던 이영혜가 경철이 부르자 멈춰 섰지만 시선이 가슴께에서 올라가지 않았다. 눈 밑에 금방 붉은 기운이 덮여졌다. 경철이 한 걸음 다가서며 물었다.


“걱정된다. 화난 거 아니지?”


그러나 이영혜는 잠자코 발을 떼었다.





















3장 야차




수원역 앞 대지빌딩은 8층으로, 지하층은 나이트클럽이었고 1, 2층은 상가였다. 번화가에 자리잡고 있어서 통행인이 많은데다 소음도 심했다. 산 속에서 자란 경철은 아직 분주한 이런 분위기에 적응되지 않은 터라 3층의 동안상사 앞에 섰을 적에는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보통 사람보다 청각이 몇 배나 발달된 때문이다. 문을 노크했을 때 벌컥 안에서 문이 열리더니 단정한 신사복 차림의 건장한 사내가 경철을 보았다.


“누구셔?”

“회장님을 만나러 왔는데요. 영신종고의 경철이라고 합니다.”

“들어와.”


사내가 비켜섰으므로 경철은 안으로 들어섰다. 안은 대기실인 것 같았다. 10평쯤 되는 방안에 소파와 의자만 놓였고 7, 8명의 사내가 둘러앉아 있었는데 시선이 일제히 경철에게로 모아졌다.


“네가 제일회 똘마니들을 박살낸 놈이냐?”


누가 불쑥 그렇게 물었으나 경철은 누군가를 찾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사내 하나가 일어나 다가왔다. 비대한 체격으로 바지를 가슴께까지 올려 입었는데 배 사이즈가 70은 되어 보였다.


“임마, 왜 대답을 안 해?”


배를 부딪칠 듯 내밀면서 사내가 묻자 방안이 금방 조용해졌다.


“이 자식 봐라? 완전 사람 돌게 만드네!”


하고 사내가 손을 경철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개기름이 번질거리는 두꺼운 얼굴에서 돼지고기와 마늘 냄새가 났다. 경철이 어깨를 비틀어 사내의 손을 털어 냈을 때 안쪽 문이 열리더니 사내 하나가 나왔다.


“야, 이리 들어와.”


경철이 그쪽으로 발을 떼었을 때 드럼통이 잇사이로 말했다.


“너, 이 새끼. 좀 있다 한번 보자구.”


경철이 방으로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있던 30대 중반쯤의 사내가 머리를 들었다. 단정한 머리에 윤곽이 뚜렷한 얼굴이었지만 눈창에 실핏줄이 깔려 있었다. 그가 턱으로 앞쪽 자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거기 앉아라. 네가 김경철이냐?”

“예.”

“체격이 좋구나. 어떤 운동을 했나?”

“운동 안 했습니다.”

“그런 놈이 1분 동안에 열 명을 때려 눕혔어? 이 자식, 거짓말하지 말어.”


사내가 웃음 띤 얼굴로 경철의 몸을 훑어보았다. 그가 영동회장 박종필이었다.


“상당히 단련한 주먹이군. 바른 대로 말해 봐.”

“혼자 연습했습니다.”

“임마, 널 죽이겠다고 제일회에서 난리를 치는 것을 내가 겨우 막았다. 내 친척이니까 체면을 봐 달라고까지 했단 말이다.”


부드럽게 말한 박종필이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그런데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 내가 알기로는 강현태도 한가락하는 똘마니였는데 말이야.”


박종필이 탁자 위에 놓인 벨을 누르자 곧 사내 하나가 들어와 부동자세로 섰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노랑머리를 이놈한테 한번 맡겨 봐.”


박종필이 턱으로 앞에 앉은 경철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이놈을 노랑머리 있는 곳에 데려다 줘. 그리고 넌 빠져라. 숨어서 구경만 하란 말이다.”

“예, 회장님.”

“일 끝나면 나한테 데리고 와. 결과가 어떻게 되건 상관없이 말이다.”


그리고는 박종필이 경철을 보았다.


“나가 봐.”

“어디로 가는 겁니까?”

“저 형이 알려 줄 거다.”


방을 나온 사내는 경철을 건물 뒤쪽의 주차장으로 데려갔는데 이미 승용차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승용차 뒷좌석에 올랐을 때 사내가 경철에게 말했다.


“난 석도라고 한다. 너, 열아홉이라고 했지?”

“예.”

“난 스물넷이다. 나이도 위니까 형이라고 불러.”

“지금 어디로 갑니까?”

“변두리 양아치 새끼들한테 가는 거야.”


석도가 둥근 얼굴을 펴고 웃었다.


“대갈통 한쪽을 노랗게 물들인 놈이 노랑머리파라는 조직을 만들어서 설치고 있어. 어제는 우리 영업권인 가라오케를 뒤집어 놓고 도망갔다.”


번화가를 벗어난 승용차는 교외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경철의 집과는 반대 방향이다. 석도가 힐끗 경철을 보았다.


“지금 노랑머리는 부하 놈들하고 교외의 식당에 있다. 그곳이 그놈의 영업권이지.”


자가용족을 위한 교외의 식당들은 대개 규모가 컸고 시설이 화려했다. 화성갈비도 예외가 아니어서 단층 식당이었지만 2백 평이 넘는 규모에 주차장도 50대를 주차시킬 수 있도록 넓었다.

그들이 주차장으로 들어섰을 때는 밤 10시경이었다. 식당의 벽은 모두 유리로 덮여졌으므로 내부가 다 보였는데 석도가 한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 있는 놈들이야.”


그의 손이 가리키는 곳에는 10여 명이 모여 앉아 있었고 여자도 셋이 끼었다. 눈을 가늘게 뜬 석도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놈들은 가출한 년들을 끌고 다니거나 아예 길에서 납치한다. 며칠 전에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대학생 둘을 잡아 강간하고 돌려보냈다는군.”

“이것들을 어떻게 해요?”

“죽이지는 말고 부숴버려. 우리가 뒤를 처리해 줄 테니까.”

“왜 형들이 처리 안 해요?”

“우리가 나서면 조직간의 싸움이 돼. 빌어먹을. 저런 것들 때문에 회장님이나 조직을 귀찮게 만들 수는 없단 말이다.”


그가 정색한 얼굴로 경철을 보았다.


“대가리 수가 기집애 빼고 열 하나다. 해낼 수 있겠어?”

“해 볼게요.”

“노랑머리는 회칼을 잘 쓴다. 그리고 놈들 모두 연장을 갖고 있을 거야.”


석도가 경철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주인한테는 신고하지 말라고 연락해 놓을 테니까 한번 실력을 보여 봐.”


경철이 차 밖으로 나가자 이제까지 앞좌석에 잠자코 앉아 있던 두 사내가 머리를 돌려 석도를 보았다.


“저놈, 괜찮을까? 열한 놈이나 되는데 말이야.”


운전석의 사내가 묻자 석도는 쓴웃음을 지었다.


“글쎄, 일나면 튀는 수밖에.”


식당 안으로 들어선 경철에게 종업원이 다가왔지만 지치고 짜증난 얼굴이었다. 식당 안에는 손님이 노랑머리 무리들뿐이었던 것이다.


“손님, 이쪽으로.”


하면서 종업원 아줌마가 창쪽 테이블을 가리켰다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경철이 노랑머리 무리 쪽으로 다가가자 일당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노랑머리 무리는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빈 소주병이 테이블 위에 가득했다.

경철이 다가갔을 때 노랑머리 무리는 일제히 입을 다물었지만 몇 명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지워지지 않았다. 경철의 시선이 상석에 앉은 노랑머리에게로 옮겨졌다. 노랑머리는 들은 대로 왼쪽 옆머리에 노랑 물을 들였고 술기운으로 눈 주위가 붉었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경철의 시선을 받았다.


“너, 누구야?”


“네가 강간한 여학생의 오빠다.”


그러자 노랑머리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복수하러 온 거냐?”


경철은 그 순간 옆쪽 자리의 사내들이 슬금슬금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 대부분이 20대 초반으로 보였고 여자들은 그보다 어렸다. 노랑머리가 쇠젓가락을 칼처럼 쥐더니 경철의 눈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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