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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5:26
최근연재일 :
2018.01.29 15:31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6,721
추천수 :
112
글자수 :
36,413

작성
18.01.29 15:30
조회
530
추천
10
글자
8쪽

조폭사 5화

DUMMY

“오빠, 여기서 쉬었다 가.”


다섯 시간을 걷는 동안 두 번을 쉬었을 뿐이다. 배낭을 내려놓고 서로 어깨를 기대고 앉았을 때 미나가 경철을 바라보았다. 새벽하늘이 회색빛으로 변해져 있어 미나의 웃음 띤 얼굴이 다 보인다.


“오빠, 나 지금 안아 줄래?”


금방 말뜻을 알아차린 경철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번졌다.


“춥지 않겠어?”


그러면서도 서둘러 점퍼를 벗어 서리가 내린 풀 위에 깔았을 때 미나는 이미 바지를 벗어 던졌다.


“서울까지 가는 동안 못 할 거 아냐.”


팬티를 끌어내린 미나가 점퍼 위에 누우면서 알몸이 된 하반신을 오그렸다.

“아이 추워, 빨리 와.”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끌어내린 경철은 미나의 몸 위를 덮쳤다. 이제는 익숙해져 스스로 미나의 샘을 찾아 진입하자 이미 뜨거운 샘물은 넘치고 있었다. 미나가 신음 같은 탄성을 뱉으면서 허리를 올려 경철의 몸을 받았다.


“오빠, 시간은 많아. 천천히 해.”


경철은 행복했다. 미나의 입술을 찾았을 때 부드럽고 탄력있는 혀가 곧 내밀어졌다. 정말 시간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국도에 도착했을 때, 미나의 손목시계는 7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정표에 산청까지 15킬로라고 써 붙여진 지점을 지났을 때 산청 행 버스가 다가왔다. 승객이 서넛밖에 타지 않은 버스여서 그들 앞에 멈춰 섰고 미나가 만 원권으로 버스 요금을 냈다. 뒤쪽 자리에 나란히 앉았을 때, 미나가 소곤대듯 말했다.


“오빠, 사람들이 다 우릴 쳐다 봐. 우리가 간첩같이 보이나 봐.”


그리고는 쿡쿡 웃었다.


“아무래도 옷가게에 가서 옷부터 사야겠어. 오빠가 먼저 버스 터미널에 가서 기다려”

“터미널이 어딘 줄 알아야지.”

“이 좁은 곳에서 터미널을 못 찾으려구.”


그러더니 미나가 두 좌석 앞에 앉은 중년 여인에게 소리쳐 물었다.


“아주머니, 버스 터미널이 어디예요?”

“어디 가는데?”

“서울이요.”

“이 버스가 터미널 앞까지 가.”

“고맙습니다.”


여자는 둘이 신기한지 말을 더 하고 싶은 듯 힐끗거렸지만 미나가 경철에게 소곤대며 말했다.


“오빠, 터미널 안에서 뭘 먹으며 기다려. 내가 30분 안에 갈께.”


버스는 이미 읍내에 들어서고 있었으므로 미나가 주머니에서 만 원권 한 장을 꺼내 주었다.


“서울까지 이런 옷차림으로 갈 수는 없어.”


맞는 말이었다. 경철의 점퍼는 흙투성이인데다 찢어진 곳은 서툴게 기워졌고 바지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신발은 배국청이 사 온 군화였으니 간첩같이 보이기도 했다. 경철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런데 너, 돈은 있어? 내 배낭에 돈을 모두 넣었지 않아?”

“옷 살 돈은 있어.”


버스가 속력을 떨어뜨리며 정류장 쪽으로 다가서자 미나가 경철의 손을 꼭 쥐었다 놓고는 일어섰다.


“오빠, 터미널 안에서 기다려.”

“30분 안에 꼭 와.”

“걱정 말래두.”


웃음을 띠어 보인 미나가 돌아섰고 버스는 정류장에서 멈춰 섰다. 배낭을 고쳐 멘 미나가 버스에서 내리더니 경철을 향해 한 손을 들어 보였다. 경철도 따라 손을 들었으나 버스가 출발하는 바람에 미나의 모습은 곧 뒤쪽으로 사라졌다.


9시 반이 되었을 때 경철은 마침내 대합실 밖으로 나왔다. 미나와 헤어진 시간이 8시 40분이었으니 벌써 50분이 지난 것이다. 터미널 밖의 인도에는 행인들이 많았는데 모두 경철의 차림새에 한 번씩 눈길을 주고 지나간다.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지 못한 경철이 금방 얼굴이 굳어져 다시 대합실로 돌아왔을 때 이번에는 전경 둘이 들어섰다. 대합실 안에는 서너 사람뿐이었으니 경철이 그들의 눈에 띈 것은 당연했다. 전경 하나가 동료의 옆구리를 찌르더니 둘이 경철의 앞으로 다가와 섰다.


“신분증 좀 보여 주실까요?”


한 명이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경철의 키가 그들보다 머리통 하나 만큼 큰데다 체격도 우람했기 때문이다. 경철은 배낭을 가리고 섰다.


“전 신분증이 없어요.”

“신분증이 없다니?”


둘은 이제 조금 벌려 서더니 모두 옆구리에 찬 경찰봉을 쥐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전 열여덟 살이거든요.”

“열여덟이라구?”


기가 막힌다는 듯이 전경 하나가 치켜뜬 눈으로 경철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정말이야?”

“정말입니다.”

“몇 년생인데?”

”1982년 5월 10일생이요.”

“어느 학교에 다녀?”

“학교 안 다니는 데요”

“이런 젠장.”


전경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시선이 다시 경철의 얼굴로 옮겨졌다.


“네 꼴이 뭐야? 너, 집이 어디야?”

“서울인데 부모는 돌아가셨어요.”

“지금 이곳에서 뭐하고 있는 거야?”

“친구 기다려요.”


그러자 전경 하나가 한 걸음 다가서더니 턱으로 뒤쪽을 가리켰다.


“그 배낭을 내 놔. 조사해 봐야겠다.”

“옷이 들었어요.”

“경찰서에 가서 조사해 볼까?”


전경의 말에 경철은 이를 악물었다. 당장에 전경 둘을 때려눕히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어머니를 따라 배국청의 무리에 끼어든 이후로 10년 만에 겪는 혼자서의 첫 시련이었다. 경철이 망설이는 사이에 전경 하나가 배낭을 의자 위에 올려놓더니 위쪽의 끈을 풀었다.

대합실에는 어느 덧 7, 8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 이쪽을 주시하는 중이었다. 경철은 뒤쪽의 부스럭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오직 미나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돈이 발각 되어 자신이 경찰서에 끌려가는 것쯤은 조금도 두렵지가 않았다. 돈을 빼앗겨 미나를 실망시키게 된 것이 슬펐던 것이다. 뒤쪽 전경이 앞으로 나오더니 경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이런 일 가지고 사내 자식이 울긴 왜 울어?”


전경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입맛을 다신 그가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덩치만 커다란 게 어린애구먼.”


그리고는 둘이 몸을 돌렸으므로 경철은 눈을 크게 떴다 배낭은 플라스틱 의자 위에 올려져 있었으므로 그는 서둘러 다가갔다. 전경들은 이미 대합실을 나갔고 모였던 사람들도 다 흩어져 그를 주시하는 사람은 없다.

배낭을 열어젖힌 그는 옷가지를 헤치고는 돈 가방을 꺼내었다. 서둘러 가방의 지퍼를 연 그는 숨을 삼켰다. 가방 안에는 돈 대신으로 대입 검정고시 책과 고등학교 검정고시 책이 가득 들어 있었던 것이다.


“야, 경철아!”


옆쪽에서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란 경철이 머리를 든 것은 그로부터 5분쯤 후였다. 그리고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고석규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 형.”


엉거주춤 일어선 경철의 시선이 분주하게 고석규의 뒤쪽을 살폈다. 그러나 배국청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가온 고석규가 어깨에 걸친 배낭을 털썩 바닥에 놓더니 경철의 옷자락을 당겨 앉혔다.


“네가 전경한테 검문 당하는 거 봤어.”


가라앉은 표정의 고석규가 턱으로 경철의 배낭을 가리켰다.


“네 배낭에도 돈 대신 다른 것이 들었지? 내 배낭에는 아버지가 구입한 책들만 들어 있었다.”

“형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둘이 그 년한테 당했다는 말이다.”


고석규가 눈만 끔벅이는 경철을 향해 입술 끝만 올리며 웃었다.


“그년은 나보고 돈 가방을 가지고 먼저 가라고 했어, 10시 정각에 이곳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지금쯤은 멀리 떠나고 있겠지”

“그럼 형은 청모골을 언제 나왔어?”

“어젯밤 9시 반에 나왔다. 네가 부스럭대고 있을 때였지.”

“그년은 12시까지 기다렸다가 온다고 하더구나. 네가 두 명 모두가 사라진 걸 알면 일이 어긋날 수 있다면서 말야.”

“그럼 형은 언제부터?”

“언제부터라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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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산속다람쥐
    작성일
    24.01.25 11:10
    No. 1

    ㅎㅎㅎㅎ 우직한 놈들과 영악한 여자아이네요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여자..
    하지만 가진걸 지킬수잇을련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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